소설리스트

13화 (13/360)

‘남북전쟁이 기회지.’

인생에 몇 안 되는 부를 얻을 기회.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부자들도 이때 탄생한다. 록펠러, JP 모건, 카네기, 밴더빌트와 같은 거물들은 남북전쟁 시기에 기반을 갖추게 된다.

철도, 금융, 석유, 철강···.

하지만.

‘내가 뛰어든다고 그들보다 나을까.’

미래 지식이 있다 해도, 용병과 사업가는 그 기질부터 다르다. 책으로 배운 지식은 한계가 있었다.

해서 내린 결론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었다.

이막산의 육체와 조유강의 정신.

그렇게 만들어진 막스 조.

의미는 다르나, 삼위일체를 이루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은 내 능력부터 되찾자.’

체력을 회복하고 신체 능력과 무기를 향상시킨다. 그리고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어느 정도 세력을 만들어 두는 거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

‘이거 완전 도돌이표구만. 역시 돈 하면 현상금이 짭짤하긴 한데.’

리븐워스에서 그런 놈들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

막스와 제임스는 당장 사용할 짐들만 마차에서 빼내 집으로 옮겼다.

그렇게 대충 정리가 되니, 어느덧 밤 11시.

막스는 매트리스 없이 딱딱한 프레임 위에 버팔로 가죽을 깔고 누웠다.

그리고는 기름 등불 아래 엉성한 노트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잊어버리기 전에 생각날 때마다 써두자.’

머릿속 지식을 기록해두는 것은 고기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여관에 도착하자마자, 막스는 메리에게 부탁해 필기도구를 샀고. 그렇게 매일같이 자기 전에는 노트에 기억들을 적어두었다.

설사 누가 보더라도 한글이라 알아볼 수 없을 테고, 읽었을지라도 은어가 뒤섞여 해석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제임스 가족은 2층을,

막스는 1층의 빈방을 사용한다.

조용한 밤.

삐걱, 삐걱.

‘조만간 코닐 동생 생기겠네.’

잠을 자려 누운 막스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

“후우우. 겁나 춥구만.”

체감상 영하 10도는 될 것 같다.

막스는 아침 일찍 집 밖으로 나와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했다.

제대로 된 의식주가 갖추어졌으니, 본격적으로 체력단련을 해야 할 시점이다.

솟아오른 태양이 평야를 물들이고, 막스는 집 주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구보하기 딱 좋구만.”

전혀 다른 시대와 장소.

용병으로서 내리막길을 걷던 시점에 다시 얻은 젊음.

굳이 키우지 않아도, 가슴속에선 절로 호연지기가 솟구쳐 오른다.

“아하하하하하하!”

피 끓는 의욕과 함께 막스의 입에서 커다란 웃음이 흘러나왔다.

탁탁탁.

주방에서 야채를 썰던 메리가 칼을 멈추며 창문을 바라봤다.

“쟤도 정상은 아니야.”

대체 왜 달리다 웃는 걸까. 미친놈처럼.

메리를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마저 야채를 썰었다.

한편, 구보를 하던 막스는 집과는 조금 떨어진 창고 앞에 멈춰섰다.

‘문도 없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간 막스의 입가엔 미소가 그려진다. 딱 원하던 장소였다.

목장을 위해 만든 창고는 300평은 족히 되어 보인다.

가뜩이나 추운 12월의 겨울.

조금만 보수작업을 하면, 이 안에서 운동하기에도 적합했다.

더욱이 창고 옆에 만들어진 우물에선 물을 충분히 끌어올 수 있어, 대장간 만들기에도 문제 될 게 없었다.

‘여기는 내가 써야겠다.’

리볼버와 총알. 막스는 그중 어떤 걸 먼저 손 봐야 할지를 고민했다.

작가의말

보더 러피안이라는 용어는 원래 역사대로라면 1년 후에나 나오는 말입니다.

작중 시기로 보면 블루 랏지(Blue lodges)라 불리는 조직에 가깝지만, 이들은 범 지역구로 활동하는 노예제 옹호론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캔자스로 넘어가 깽판을 부린 자들을 Border Ruffians 혹은 Bushwhackers라 불렸다고 하네요.

비슷한 조직이지만, 여러 개로 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혼란을 피하고자, 가능한 하나로 통일해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재미있으셨다면

선작과 좋아요 쾅쾅 부탁드리겠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장간

막스가 창고를 둘러볼 때.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메리에게 제임스가 살그머니 다가갔다.

그리곤 뒤에서 살포시 그녀를 끌어 앉았다.

“어머! 왜 벌써 일어났어요?”

“대장간에 나가보려고. 하루라도 일찍 직원들 얼굴과 일을 익혀둬야지.”

정식 출근은 아니지만, 제임스는 도착한 다음 날부터 일터에 나가기로 했다.

“조지가 그러래요?”

“아니. 그런 건 내가 스스로 해야지. 그나저나, 막스는 힘이 넘치는 구만.”

“저러고 들어오면, 또 고기 찾겠죠.”

메리의 말에 제임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후.

영하를 한참 밑도는 추위에도, 막스는 땀을 흘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간만에 달렸더니 고기가 엄청 당기네요.”

“뭔들.”

메리는 식탁에 음식을 차리며 말했다.

“씻어. 아침 먹게.”

“코닐은요?”

“꿈나라에 있겠지. 내일부턴 코닐도 깨워서 같이 뛰는 건 어때?”

“과연.”

“힘들겠지?”

막스는 코닐을 깨우고,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첫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제임스는 출근을 막스는 메리와 코닐을 도와 집을 정리했다.

마차에 있는 살림살이들을 옮기고, 수리할 곳이 있는지도 확인했다.

개척마을인 리븐워스의 역사를 따져보면, 집이 지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 봐야 통나무로 만들어진 거라

겨울이 끝나면, 손볼 곳이 꽤 많아 보였다.

필요한 목록을 작성하던 메리는 주방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쉰다.

“이것저것 살 게 천지네.”

“그중에서도 먹을 게 시급합니다. 고기 먹고 싶어요.”

“아침엔 고기 아니고 뭐 먹은 건데?”

“그거론 부족합니다.”

메리는 막스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처음보단 살이 좀 붙었네. 내가 하는 요리가 그렇게 맛있었어?”

“...... 아무튼, 최소한 10kg은 더 살찌워야 해요. 좀 더 기름진 식단 부탁드려요.”

메리는 헹 소리를 내며 시내에서 살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중 고기를 가장 크게 적었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제임스의 어깨가 축 처져있었다. 아침과 달리 기운이 없어 보였다.

물론 그의 성격상 가족들에게 내색하진 않았다.

“일은 어땠어요? 사람들은 괜찮아요?”

“거기서 뭐 만들어요, 아빠?”

모자가 질문을 퍼붓고, 제임스는 미소를 머금으며 일일이 답해주었다.

“조지 말고 직원 셋이 더 있더군. 나이들은 나보단 어리고. 이제 첫날이라···

친해지려면 좀 더 있어야겠지.”

“텃세 부리고 그러는 건 아니겠죠?”

메리의 말에 제임스는 피식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막스가 보기엔 메리가 제대로 짚은 것 같다.

‘사람 관계가 제일 힘들긴 하지.’

막스는 제임스에게 대장간에 관해선 묻지 않았다. 오로지 음식만 먹을 뿐.

*

다음 날.

오전 내내 운동을 한 막스는 오후엔 제임스가 일하는 대장간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메리가 점심을 서둘렀다.

“막스! 마이달링한테 갈 거면 이것 좀 가져가 줄래?”

“마이달링···. 아무튼, 그게 뭔데요?”

“사랑의 도시락!”

“얼씨구.”

캘리포니아에서의 실패와 3,800km에 달하는 고난의 여정 끝에 얻은 보금자리.

그 행복이 메리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물론 어제 제임스의 표정이 마음에 걸린 게 이유였지만 말이다.

막스는 혀를 차며 메리가 만든 음식을 받아들었다. 뜬금없이 대장간 찾아가는 것보다 핑곗거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말을 타고 대장간에 도착할 즈음.

사람들이 두런두런 모여 소총 한 자루를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지와 제임스. 그리고 20대 중 후반쯤 되어 보이는 백인이 셋이었다.

특히 곱슬머리 남자는 고까운 시선으로 막스를 노려보았다.

‘눈깔을 확.’

“막스가 여긴 웬일이야.”

“메리가 이걸 전해주라고 해서요.”

제임스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도시락을 건네받았다.

“부부 금실이 아주 좋구먼.”

“이게 전부 조지 덕분이죠.”

“내 덕은 무슨. 그나저나, 자네 홀리데이란 자 밑에서 일하게 되었다지?”

조지가 막스에게 물었다.

“그렇게 됐습니다.”

“리븐워스도 그렇지만, 로렌스도 요새 문제가 많은 동네야. 조심하라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막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홀리데이는 리븐워스를, 조지는 로렌스를 조심하라고 한다. 그만큼 캔자스 마을 전체가 갈등에 휩싸여있었다.

“근데, 동양인이 여긴 어쩐 일이죠?”

곱슬머리 백인 남자가 침을 뱉으며 묻는다.

아무래도 제임스의 어깨를 처지게 만든 놈인 것 같다.

“이쪽은 막스 조. 우리 가족과 함께 왔네. 막스, 이쪽은 대장간에서 앞으로 나와 함께 일할 마틴과 브렛, 홀렌이야.”

“반갑습니다.”

“중국인이 이젠 여기까지 진출했네.”

곱슬머리 마틴은 혀를 차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막스에겐 이제 익숙한 반응들이다.

그의 언행이 거슬리지만, 잠시 두고 보기로 했다.

막스는 마틴을 무시하고 조지가 만지작거리는 소총을 쳐다봤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대장간에서 일은 안 하고 소총을 가운데 두고 무슨 토론을 했을까. 더구나 그 옆엔 소총 5정이 더 있었으니 말이다.

“포트 리븐워스에서 수리를 맡긴 걸세.”

“군인들이 쓰는 제식 소총이군요.”

조지가 총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총열하고 약실 부분이 말썽이라, 매달 맡겨오거든.”

“막스도 한 번 볼래?”

“동양인이 본다고 뭘 알겠어요.”

제임스의 말에 마틴이 비아냥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막스는 담담하게 소총을 받아들었다.

“스프링필드 M1842 머스킷 소총이군요.”

남북전쟁까지 사용한 총이다.

“총구에 화약과 총알을 집어넣어 장전하는 전장식. 거기다 총열에 강선이 파이지 않은 마지막 활강총.”

“마지막?”

“...... 일단 이후에 나온 모델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조지의 질문에 막스는 대충 흘려 말했다.

그런 다음 총열에 꼬질대를 집어넣었다.

내부에 뭔가가 잔뜩 걸리는 느낌.

막스는 그 원인을 알고 있었다.

탄두를 납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였으니까.

“납은 무르고 녹는점이 낮죠. 그래서 발사 시 총신 내부와 총열에 납땜하는 효과가 있어서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하죠.”

“호오, 아주 잘 알고 있구만.”

“에이,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죠.”

조지의 말에 마틴이 코웃음을 쳤다.

‘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나.’

막스의 눈빛이 칙칙하게 가라앉지만,

마틴은 입을 가만두질 않았다.

“남들 다 아는 거 말고, 해결책을 말해 봐. 동양인 친구.”

해결책? 당연히 있지.

대장간에 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으니까.

만들고 싶은 건 많지만, 일에도 순서가 있는 법. 시작은 탄두의 개선이었다.

막스는 깐죽거리는 마틴을 응시했다.

“탄두를 다르게 만들면 되죠.”

“설마 납 말고 금이나 은으로 만들자는 개소리는 아니지?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을 거야. 그치?”

물의 비중이 1이라면, 납은 11.3이다.

부피에 비해 무겁고, 값이 싸며 강도가 약해 가공하기가 쉬운 게 장점이라 미래에도 탄두는 여전히 납으로 만들었다.

‘그나저나, 이놈을 어떻게 할까.’

제임스의 일그러진 표정을 봐선, 마틴이란 놈이 텃세를 부리는 게 확실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조지는 중간에 끼어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온 김에 해결은 하고 가야지.’

모든 건 제임스와 자신을 위해서다.

막스는 마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혹시 그쪽이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던 건 아닙니까?”

“...... 뭐? 이 자식이, 한판 붙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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