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화 (45/360)

존스의 뺨을 후려치고, 막스는 쓰러진 놈의 부러졌던 팔을 지그시 발로 밟아주었다.

“끄아악!”

총을 겨누고는 있지만 제이호커스들의 시선은 막스를 향한 채 등골이 찌릿한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존스의 비명 따윈 무시하고 막스는 로어에게 눈짓했다.

“어? 아, 맞다.”

“정신 못 차리지.”

로어는 곧바로 부대원들과 함께 철창에 있는 제이콥 브랜슨을 빼냈다.

막스는 허리를 숙여 존스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가져다 대었다.

“넌 인질이 좀 돼야겠다.”

“으윽···. 넌 기필코···.”

철썩.

뒤통수를 후려갈긴 막스는 존스의 머리채를 잡아 일으켰다.

존스를 앞세운 막스는 어딘가 숨은 채 총을 겨누는 자들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쏘려면 정확하게 쏴야 할 거야. 존스 대가리가 생각보다 크거든.”

그렇게 뒤로 물러나자, 어느새 분대원들을 이끌고 온 피치가 적들의 움직임을 봉쇄시켰다. 지금은 말을 탄 기병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 와씨, 진짜 총 한번 안 쏘고 빠져나가네.

- 작전이 퍼펙트 한 건가?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와, 이건 진짜.

존스의 머리를 붙잡고 걸어가던 막스는 속닥거리는 제이호커스들을 힐끔 쳐다봤다.

다들 움찔거리며 시선을 피하고, 막스는 담담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작전도 훌륭했지만, 가장 완벽한 건 이걸 실행한 사람들이다.”

막스의 말에 제이호커스들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성취감이랄까.

자부심과 자신감, 그리고 그동안 힘들었던 훈련들까지 떠올리며 제이호커스들의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렇게 막스의 늪에 빠져들 즈음.

‘아주 지랄들을 하는구나.’

존스의 얼굴은 칙칙하게 죽어만 갔다.

총 한번 안 쏜 상대에게 붙잡힌 건 팔이 부러진 것 이상으로 큰 충격이었다.

‘미주리주는 대체 뭣들 하는 거야.’

지원 요청을 한 지가 언젠데 소식이 없다.

게다가 이놈들이 페리로 향하는 걸 보면 기가 찰 따름이었다.

여러모로 막스를 향한 원한은 깊어만 간다.

‘탈출하면 기필코 죽여주마.’

존스가 주먹을 꽉 쥐었을 때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

타아앙!

타아앙!

총성이 울려 퍼지고.

제이호커스들이 놀라며 말했다.

“다 끝난 거 아니었어?”

“저 소린 또 뭐지?”

“아직 남아있는 애들 있나?”

막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총성이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역시 끼어든 건가. 존 브라운.’

자유주의 폭군이 뒷북을 치고 있다.

작가의말

존 브라운 : 보안관 존스와 제이콥은?

바운서 콜린 : ...... 지하철도를 이용한 걸까요?

존 브라운 :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죽자는 건가

제이콥 브랜슨을 구출한 막스는 보안관 사무엘 존스를 앞세워 마을을 벗어나려 했다.

그리고 이들이 캔자스강이 있는 북쪽 선착장으로 이동할 때, 남쪽에서 올라온 존 브라운과 병력들이 와이언도트 마을에 도착했다.

존 브라운은 곧바로 들이닥치는 대신 양아들 오웬에게 지시를 내렸다.

“가서 마을의 상황을 살펴보고 와.”

“알겠습니다.”

60여 명의 제이호커스들을 이끌고 온 존 브라운은 마을 남쪽에서 진을 치고 소식을 기다렸다. 일부는 만약을 대비해 주변을 정찰했다.

‘주변이 조용한 걸 보면 실패했거나, 아직 시도조차 못 했을 수도 있겠군.’

도착했어도 차이는 없을 터, 존 브라운은 이 짧은 시간에 동양인 보안관이 뭔가를 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로렌스 마을에서 줄곧 막스를 봐왔던 자라면 말이다.

“막스 보안관이 제이콥 브랜슨을 구출했으면 어쩌실 겁니까?”

레인의 지시로 병력에 합류한 사무엘 뉴잇 우드가 존 브라운에게 물었다.

본래의 역사에서 제이콥 브랜슨을 구출한 장본인이었다.

“구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할 일은 남아있습니다. 노예주의 끄나풀이 살아있다

면 처리해야죠.”

“보안관 존스를 말입니까?”

구출도 중요하지만 존 브라운이 분노하는 건 노예제 옹호론자들을 대변하는 보안관이다.

캔자스가 자유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존스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대상이었다.

우드는 단호한 표정의 존 브라운을 보며 더는 말을 건네지 않았다.

잠시 후, 형제들을 이끌고 돌아온 오웬이 소식을 전했다.

“동양인이 구출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벌써?”

사람들이 놀라고, 존 브라운의 눈도 커졌다.

“보안관은?”

“그게, 보안관 사무엘 존스를 인질 삼아 마을을 벗어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주변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지?”

“북쪽 선착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배를 이용한다고?”

캔자스강의 페리 주인들은 대부분 미주리주의 노예제 옹호론자들. 자본력을 바탕으로 그들은 캔자스 준주가 되기 전부터 캔자스강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묘수를 썼는지 동양인은 배를 이용할 생각을 한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그자를 과소평가했군.’

로렌스 보안관에 관한 소문과 레인이 높이 쳐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어찌 됐든, 제이콥을 구출하고 사무엘 존스를 인질까지 삼은 마당에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으니.

존 브라운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런데 이때,

주변을 정찰하던 대원들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미주리주의 보더 러피안들이 몰려온다!”

“놈들이 이 일대를 포위했다!”

존 브라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들이 끌고 온 병력이 60.

남쪽에서 북상하는 동안 사람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이는 와이언도트로 몰려오는 보더 러피안들이 전략을 세울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놈들의 수는?”

“최소 3백 이상은 되어 보입니다!”

눈썹을 꿈틀거린 존 브라운이 한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우린 서쪽을 뚫고 로렌스로 향한다.”

“안 됩니다.”

지금껏 잠자코 있던 여관의 바운서 콜린이 나섰다.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우리가 갈 곳을 놈들이 모를까요. 서쪽과 남쪽으로 가다간 퍼붓는 총알에 몰살될 겁니다.”

“그렇다고 코앞이 미주리인데 동쪽으로 갈 순 없지 않나.”

존 브라운의 말에 바운스 콜린은 고개를 한쪽으로 가리키며 말을 내뱉었다.

“북쪽이 있지 않습니까.”

“북쪽?”

캔자스강에 막혀 있을뿐더러 탈출하는 아군에게 적들을 끌고 가는 짓이다.

존 브라운은 크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같이 죽자는 소리네.”

“죽다니요.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합류하면 병력도 늘어날 테고. 무엇보다 그 동양인은 이걸 해결할 능력이 있습니다.”

위급할 때 바운서 콜린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막스의 무지막지한 전투 능력.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내겠지.’

막연한 기대감이지만 현 상황에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더욱이 이것저것 따지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포위망을 좁혀온 보더 러피안의 말발굽과 함께 놈들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왔으니 말이다.

“제이호커스들이다!”

“노예제 폐지론자들을 죽여라!”

탕!

총성으로 말미암아 존 브라운의 결정이 빨라졌다.

동양인의 능력은 차치하고 병력을 합친다면 분명 이점은 있다.

게다가 나룻배를 이용해 강을 건너면 적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터.

존 브라운은 콜린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마을을 우회해 북쪽으로 향한다!”

말 먼지를 일으키며 나아가던 콜린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막상 말은 꺼냈으나 막스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의 성격상 적들을 끌고 갔으면 절대 좋은 반응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벌써 가슴이 답답해졌다.

‘설마, 모른 척하진 않겠지.’

콜린은 품속에서 MJ가 새겨진 탄두 두 개를 만지작거렸다.

*

선착장으로 가던 중. 와이언도트 마을 너머 울려 퍼진 총소리가 막스와 부대원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다들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 있을 때 막스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피치는 후방에서 상태를 살펴, 나머지는 무시하고 선착장으로 향한다.”

존 브라운이 마을에 있던 소수의 병력과 붙었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주리에서 넘어온 보더 러피안들.

막스가 작전을 서두른 이유도 놈들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불길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선착장에 도착할 즈음. 피치와 분대원들이 달려와 상황을 전했다.

보더 러피안들에게 쫓겨 제이호커스들이 이쪽으로 온다는 것이다.

“같이 죽자는 건가.”

막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면서 실실 웃고있는 존스를 쳐다봤다.

‘보더 러피안들에게 인질이 통할까.’

오히려 존스가 죽길 바랄지도 모른다.

막스와 달리 사무엘 존스는 주지사에게 합법적으로 임명받은 자. 그가 죽는다

면 노예주들이 칼자루를 쥐어주는 셈이었다.

‘어쩌면 일부러 죽일지도 모르지.’

그게 아니더라도 곧 만나게 될 존 브라운이라면 존스를 죽이고도 남지 않을까.

막스는 웃고 있는 존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풀어줄 테니 도망가.”

“...... 뭐?”

존스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막스를 쳐다봤다.

“여기 합법적인 보안관님께 말 하나 내줘.”

“예?”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말 태워서 돌려보네.”

고개를 갸웃하던 대원들은 하는 수 없이 존스에게 말을 건네줬다.

오죽하면 당사자인 사무엘 존스도 혼란스러워하며 으르렁거렸다.

“이놈, 대체 무슨 생각이냐.”

“네 목숨을 원하는 자가 누군지 잘 생각해봐. 그럼 잘 피해서 도망가라고.”

짝.

히이이잉!

막스가 말 엉덩이를 후려치자 말이 울음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한다.

존스는 막스의 말을 곱씹어보며 혹시나 뒤에서 총 쏘진 않을까 뒤를 힐끔거렸다.

“제이콥 브랜슨과 8분대는 나룻배로 강 건너편에서 대기. 5, 6, 7분대는 증기선에 올라타고, 나머지는 일자 대형 유지하고 아군을 기다린다.”

막스의 지시대로 분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두 개의 선착장엔 각기 다른 용도의 배가 있다. 하나는 증기선인 페리, 나머지는 강을 건너는 용도로 쓰이는 나룻배.

강과 강 사이에 긴 밧줄을 당겨 말과 사람을 싣는 나룻배는 평평하고 넓적하여 선착장의 높이가 낮았다.

제이콥 브랜슨과 분대원들이 강을 건너고 다시금 나룻배가 돌아올 즈음. 말발굽 소리와 함께 땅의 울림이 전해졌다.

막스는 망원경을 꺼내 선두를 확인했다.

부리부리한 눈과 굳게 다문 커다란 입.

노예 해방의 상징적 인물 존 브라운이었다.

‘이렇게 만나는구나.’

역사적인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다만 뒤에 적들을 줄줄이 달고 오는 광경엔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러다 문득 존 브라운 뒤에 슬쩍 보이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여관의 바운서 콜린.

어쩌면 이 멍청한 계획은 바운서 콜린에게서 나온 거라는 생각, 아니 확신이 들었다.

선착장을 향해 질주하는 콜린은 일렬로 늘어선 병력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어쩐지 자신을 보며 쓴웃음을 짓는 막스를 볼 수 있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입술을 잘근잘근 씹을 때, 막스가 소리쳤다.

“전원 사격 개시!”

‘시발, 설마 우릴 쏘는 건 아니겠지.’

콜린이 식겁한 표정을 지을 때.

탕! 탕!

증기선과 육지에 늘어선 막스 부대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진다.

총알은 존 브라운과 콜린이 있는 병력을 피해 보더 러피안을 향했다.

히이이잉!

“끄악.”

총에 맞은 말들이 쓰러지고 기수인 보더 러피안 역시 땅에 곤두박질쳤다.

“적들의 지원군이다!”

“설마 우리를 유인한 건가?”

“전원 속도를 줄인다!”

리더의 지시에 보더 러피안들을 멈춰 세웠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선착장을 점거한 제이호커스들을 본 리더는 함정에 빠진 듯 식겁한 얼굴이었다.

더구나 적들의 수가 파악되지 않는 것도 불안함을 가중시켰다.

한편, 막스와 합류한 존 브라운은 인사를 나눌 겨를이 없었다.

아들 오웬이 총을 맞은 것이다.

막스는 부대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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