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9/360)

제이호커스들의 총탄 장전시간을 계산한 끝에, 존스는 부하들을 이끌고 진격을 시작했다.

곳곳에 부상 입은 자들이 있지만, 목표는 오로지 막스. 요새안에 쥐새끼처럼 숨어 총구만 내밀고 있을 동양인이었다.

“살을 모조리 발라 주···.”

존스가 말을 내뱉기도 전.

휘우우우웅.

쿵!

6파운드 포탄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다.

여러 개의 포탄을 떨어트릴 수 있는 집단이라면....

더욱이 존스가 경악한 건 포탄이 날아오는 방향이었다.

‘뒤가 아니라 앞이야?’

히이이이잉!

다급히 말을 멈춰 세운 존스가 외쳤다.

“군이 개입했다! 전원 후퇴하라!”

잠시 후.

섬너 대령이 이끌고 온 군이 로렌스 마을 안쪽에서부터 밀고 나오기 시작한다.

놀란 보더 러피안들이 뒤로 후퇴하고 제이호커스들이 그 뒤를 추적했다.

“빌어먹을 노예주 새끼들을 죽여라!”

“보더 러피안을 죽여라!”

‘남북전쟁 미리 보기인가.’

막스는 라이플을 내려둔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노예제 폐지론자와 옹호론자들의 대규모 충돌. 이는 자유주와 노예주의 첫 무력 충돌로 기록될 것이다.

작가의말

와카루사 전쟁에서 실제 죽은 사람은 한 명입니다.

근데 왜 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이걸 막스가 해결해 주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로렌스의 혹독한 겨울

“당장 추격을 멈추지 않으면 발포할 것이오!”

타앙! 타앙!

섬너 사령관이 허공에 총을 발사하며 소리쳤다. 보더 러피안을 쫓던 제이호커스는 인상을 찡그리며 달리는 속도를 줄여갔다.

“전쟁은 끝났소! 다들 원 위치로 돌아가시오!”

전쟁 종결을 외친 섬너 사령관은 단시간에 장내를 정리해나갔다. 그가 끌고 온 2천 병력과 대포 3문은 양 진영의 움직임을 봉쇄하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타이밍을 노린 건가.’

직접적인 교전은 요새뿐이다.

섬너 사령관은 보더 러피안이 마을에 진입하기 직전 대포를 발사하고 병력을 전진시켰다.

결국,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보더 러피안은 로레스 마을에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위험이 지나가자 마을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레인과 존 브라운은 총을 움켜쥐며 오레드 산에 우뚝 서 있는 요새를 응시했다.

이번 전쟁에서 총탄이 오고간 곳은 요새 뿐이었으니 말이다.

“군이 나서서 도와주시니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찰스 주지사의 말에 섬너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도와준 게 아니라 나는 로렌스에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와서 온 것뿐입니다.”

“불온한 움직임이라니요?”

이때 존 브라운이 끼어들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사령관께서 오셨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이젠 어쩌실 생각입니까.”

“양측이 협상을 통해 마무리를 지어야지요. 그걸 중재해달라고 이렇게 날 곤경에 처하게 만든 것 아니었습니까.”

오늘 일을 워싱턴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섬너는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때 마을로 다가오는 한 무리가 섬너의 눈에 들어온다. 선두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코웃음을 쳤다.

“마침 오는군요. 나를 부른 자가.”

“음?”

사람들의 고개가 섬너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곳엔 로렌스 보안관 막스가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저 인원으로 요새를 지켰단 말인가. 대체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모르겠군.’

섬너의 눈에 호기심이 깃들고 존 브라운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야 이 일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군을 마을로 불러들인 게 로렌스 보안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왜 다들 나를 쳐다보는 거야.’

요새에서 마을로 복귀한 막스는 사람들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받으며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섬너 사령관에게 고개를 숙였다.

“자네 말대로 로렌스에 불온한 움직임이 있더군. 요새를 짓질 않나, 여기저기 총성은 또 어떻고.”

“그래서 대포를 날리셨군요. 제가 오해를 풀어드리겠습니다.”

“말 잘해야 할 걸세.”

둘의 대화가 거의 암호 수준이라, 존 브라운만이 해독 가능했다.

섬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찰스와 레인, 그리고 존 브라운에게 시선을 옮겼다.

“애치슨을 만나러 갑시다. 만만치 않은 자라 협상이 쉽진 않을 겁니다.”

*

와카루사 강을 사이에 두고 2차 회담이 열렸다. 1차와 달리 이번 회담에는 섬너 사령관과 주지사 윌슨 섀넌이 참가했다.

섬너를 본 섀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젯밤에 포트 리븐워스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군요.”

섬너는 철없는 아이 보듯 주지사를 응시했다. 애초에 이 일을 캔자스 민병대로 해결하려 한 것은 분명 섀넌의 실수였으니 말이다.

“주지사의 요청은 오는 도중에 들었습니다. 그 신속함에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느려도 한참 느리다는 걸 비꼬자 섀넌의 얼굴이 벌게졌다. 이후 섬너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양측 진영이 와카루사 강 다리에 모여 회담을 열었다.

섀넌은 이 사건의 책임을 피하려 평화적인 협상에 적극적이었다.

군과 주지사의 개입. 상황이 불리함을 깨닫고 애치슨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역사대로라면 협정의 핵심은 ‘제이콥 브랜슨과 이를 구출한 자들을 법적 절차에 따르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애초에 죄가 없는 제이콥이기 때문에 이 협정은 보더 러피안의 세에 눌려 작성된 것이라 봐야 했다.

하지만 변화된 협정 내용은 ‘서로 평화를 유지한다’ 정도에서 끝이 나버렸다.

그리고 소득이 있다면 토마스 바버를 살해한 자를 붙잡아 법대로 집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협정이 맺어지고 대치상황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노예제 폐지론자인 토마스 바버의 피살.

요새를 습격한 보더 러피안 사상자 35명 중 7명 사망.

와카루사 전쟁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이는 역사가들이 말하는 남북전쟁의 비공식적인 시작점에 불과했다.

한편, 토마스 바버를 죽인 인디언 요원 조지 클라크는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질 않는다. 그는 강성 노예제 옹호론자로 수년 내 자유주 마을을 약탈하고 방화를 저지를 요주의 인물이다.

‘존스랑은 다르게 죽이는 게 이득일 텐데.’

예측 가능한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존스는 살려두는 편이 이득이고, 정보가 없이 난장판을 벌일 놈이라면 죽이는 편이 깔끔하다.

해가 저무는 석양.

그리고 하늘에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날씨가 최악이다.

기온은 뚝 떨어져 눈보라까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딱히 승리랄 것도 없는 데다 죽은 토마스 바버의 장례식으로 우울한 분위기가 마을을 휘감았다.

사람들은 바버를 묻기 위해 얼어붙은 땅을 삽과 곡괭이로 파내 무덤을 만들었다.

이 광경을 담아낸 시는 노예제 폐지론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동지들이여, 그를 무덤까지 안아 주세요.

더이상 용감한 초원의 풀은 울지 않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수많은 사람이 우리가 눈물 흘리며 뿌린 것을 거둘 것입니다.

얼어붙은 언덕 위로 그를 안고,

그의 고귀한 마음처럼

고요히 얼어붙은 캔자스와 함께하기를.

개척한 땅은 자유인의 의지와 의지로,

가난한 오두막은 눈으로 덮였습니다.

그의 죽은 얼굴을 한 번 더 보세요.

살인의 섬뜩한 자취가 느껴질 테니.

- 노예제 폐지론자이자 시인인 존 그린리프 휘티어의 시 ‘바버의 매장’ 중에서.

“날씨 한번 더럽게 춥네.”

1855년 로렌스의 겨울은 혹독했다.

얼어 죽을 것 같은 훈련장 막사를 피해 사무실로 돌아온 막스는 버팔로 담요 두 개를 휘감고도 추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소파엔 마찬가지로 잔뜩 껴입은 콜린이 시가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존 브라운은 양아들들과 오사와토미로 돌아갔건만 여관 바운서는 돌아갈 생각을 안 한다.

“혹시 여관 오너는 아니죠?”

“내 소원이 그거야. 앉아서 돈 버는 거.”

“거, 그쪽도 여관에서 매번 죽치고 앉아 있더만 뭘 그래요.”

“월급쟁이는 앉아도 편하질 않아. 왠줄 알아? 가시방석이거든.”

콜린은 얼굴을 찡그리며 시가 연기를 뻑뻑 피워댔다. 지금도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표정이었다.

막스가 버팔로 가죽으로 연기를 날려버릴 때였다. 사무실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휘이익.

막스가 재빨리 담요를 집어 던지자, 이내 스윙도어를 밀고 거구의 네이선 로어가 들어왔다.

상의를 탈의한 로어의 시선이 바닥에 너부러진 버팔로 가죽을 향했다. 순간 얼어붙은 눈썹이 꿈틀거린다.

“니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야.”

막스의 말에 로어의 눈이 가늘어졌다.

“...... 오레드 산, 세 번 왕복 끝냈습니다.”

“거, 이 추운 날 무슨 훈련이야. 그러다 골로가지, 골로 가.”

콜린의 말에 로어는 반응하지 않고 오로지 막스만 쳐다봤다.

“흠. 그럼 오늘은 이만하고 각자 개인정비 할 수 있도록.”

“옛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추위는 우리의 적이다. 피하려는 순간 우릴 깔보고 공격해오는 거야.”

“... 옛썰.”

로어가 나가자마자 막스는 재빨리 버팔로 담요를 집어다 자신의 몸에 휘감았다.

“나랑 같이 약이나 팔자, 보안관은 무슨. 잘할 것 같은데.”

막스가 헹 소리를 내며 무시할 때.

또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막스는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두르던 담요를 집어 던졌다.

삐걱, 삐걱.

이번엔 두꺼운 모피를 두른 한 쌍의 남녀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남자는 NEEAC를 통해 초기 정착민으로 온 제임스 클린턴 하우스 블러드라는 이름도 외우기 힘든 자였다.

홀리데이가 토피카라면 블러드는 로렌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머지않아 로렌스 시장으로 유력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죽은 토마스 바버의 부인이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로렌스 보안관은 추위도 안 탄다더니 사실인 모양이네요.

“체질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블러드가 두꺼운 코트 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WANTED

Dead or Alive

중간엔 남자 몽타주가, 그 아래엔 보상금 200달러가 적혀 있었다.

“찰스 주지사와 논의 끝에 현상금을 걸었네.”

“예산은요?”

“로렌스와 내가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네.”

토마스 바버의 죽음은 상징적 의미가 컸다.

노예주가 일으킨 와카루사 전쟁은 자유주의 커다란 관심을 불러왔고 그의 죽음은 분노를 일으켰으니.

“한 집안의 가장을 죽이고도 살인자는 이를 자랑처럼 떠벌리고 있다네. 법치가 작동되지 않는 캔자스지만, 그렇다고 정의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일단 사무실 앞에 걸어두도록 하죠.”

블러드는 옆에 서 있는 미망인을 쳐다봤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는 결심이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보안관님이 이 일을 직접 해주시면 안 될까요? 곧 크리스마스에요. 전 제 남편을 죽인 살인자가 즐겁게 웃고 떠드는 건 상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미망인이 눈물을 떨구었다.

“사실 자네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현상금은 걸었지만 노예주에서 놈을 감싸고 있네. 그러니 언제 잡힐지 알 수도 없고, 그 사이 놈이

배불리 먹고 자는 꼴을 어찌 볼 수 있겠는가.”

블러드와 미망인이 떠나고, 막스는 책상에 놓인 현상금 수배 전단지를 쳐다봤다.

“요새 보안관은 할 일이 참 많아.”

“그러게요. 그냥 지하철도나 들어갈 걸 그랬나.”

“좋은 생각이야. 노예 한 명 탈출시킬 때, 그 기분이 장난 아니거든.”

“말했잖아요. 난 한 번에 수십만 명 해방시킬 거라고.”

“그놈의 허풍은.”

콜린이 콧방귀를 낄 때, 피치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차 싶은 막스가 담요를 벗으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봐, 이봐.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추위는 적이라며? 깔보여서 얼어 죽는 거라며!”

“피치.”

“안 통해. 대원들한테 소문낼 거야. 나 입 엄청 싼 거 모르지?”

“흠. 급히 해야 할 임무가 생겼어, 피치.”

입을 삐죽이던 피치에게 막스는 현상금 전단지를 내밀었다.

“토마스 바버를 죽인 조지 클라크. 그자의 행방을 추적해서 알려줘. 기간은 크리스마스 전. 분대원 외에도 인원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고.”

몽타쥬를 보는 피치의 눈빛에 생기가 돈다.

불안해진 막스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의욕과 과욕은 구분해야 해. 분대원을 위험에 빠트리는 짓은 안 할 거라 믿어.”

“옛썰! 지금 당장 작전 들어간다!”

“근데 피치.”

“왜?”

“난 피치가 입이 무겁다는 걸 알고 있어.”

피치는 피식 웃으며 등을 돌렸다.

그러다 소파와 한 몸이 된 콜린을 발견했다.

“어우 깜짝이야. 대체 노예는 언제 탈출시키는 거예요? 여기 앉아있으면 알아서 찾아오는 뭐, 그런 건가?”

“답답하면 지들이 오겄지. 아무튼, 멀리 안 나간다.”

“여긴 제 사무실이기도 하거든요?”

“아, 부보안관이었지 참.”

사무실을 나온 피치는 곧바로 분대원을 소집했다. 첩보 정보획득에 특화된 대원들은 나름 두뇌가 뛰어난 자들로 구성되었다.

각자 정보를 끌어모으고, 피치는 한 개 분대를 추가 요청했다. 그런 다음 클라크가 있을 만한 곳을 추려내 팀을 쪼갰다.

그리고 사흘 뒤 다시 집결해 한 곳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피치가 막스를 찾아온 건 5일째 되는 날이었다. 칭찬이라도 받고 싶은지 분대원 열다섯을 줄줄이 데려왔다.

“7분대 분대장 피치! 지금부터 보고 들어갑니다.”

피치는 정보가 적힌 보고서와 함께 그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조지 클라크.

현재 위치 레콤프턴.

크리스마스에 다가올 레콤프턴 주도 선포식까지 맞물려 마을은 축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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