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화 (66/360)

캔자스 살인사건 범인 셋 즉결 처형. 

와카루사 전쟁과 로렌스 반격의 핵심인물.

젊은 제이호커스 훈련 교관, 이후 전투 능력 비약적으로 발전.

다음은 주관적 견해입니다.

개인 전투 능력 최상급. 

전술 및 전략, 노련한 장교 이상.

*** 특이 사항 : 동양인.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왔다고 함. 참고로 중국인이냐고 물어보면 싫어한다는 소문이 있음.]

화려한 전적도 전적이지만, 동양인이라는 건 당최 믿기 힘든 정보였다.

우선 앨런은 동양인을 만나거나 본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들은 지식이 전부였고, 대부분은 그들을 흑인 노예보다 못한 모습으로 묘사했다.

- 영어도 못 하고, 위생관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식한 쿨리. 

앨런 핑크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동양인의 이미지였다.

생각과 보고서의 괴리가 꽤 컸기 때문에, 

앨런은 이번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로렌스를 찾아가려 했다.

‘그런데 여기서 볼 줄이야. 내가 괜한 짓을 저질렀구만.’

앨런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처음엔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핑커톤에 들어오려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앤드류 리더를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캔자스에서 탈출한 3인방을 데리러 온 건가.’

핑커톤 수장을 옆에 세워두고 막스의 신경은 앤드류 리더와의 대화에 쏠려 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저지른 일이 있기에 앨런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동안 별일은 없었죠?”

“당연하지. 정치인이 좋은 게 뭔지 알아? 여기저기 끌어모은 후원금과 기금 덕분에 굶어 죽을 일은 없다는 거야.” 

“그거 조금 위험한 발언 같은데요.”

“뭐 어때, 우리 사이에.”

막스에겐 감출 게 없다는 듯 리더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앨런 핑커톤을 발견하곤 재빨리 말을 바꿨다.

“내 말은, 일단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연설을 할 수 있다 이 거지. 앨런, 당신도 우리 막스 보안관을 압니까?”

“.... 글쎄요.”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앨런은 막스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대답했다.

동양인이 백인들 틈에 끼어 보안관이 된 것도 신기하고, 앤드류 리더가 그에게 대하는 태도도 신기한 일이다. 비록 욕을 진탕 먹긴 했지만, 캔자스 준주의 주지사였던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막스에 관한 호기심이 눈두덩이처럼 커져갈 때, 그는 여전히 리더와 대화중이었다.

“찰스 주지사와 레인 의원은요?”

“컨벤션 홀 안에서 공화당 의원들하고 같이 있네. 자네가 온 걸 알면 깜짝 놀랄걸세.”

그들이 놀라든 말든. 막스는 함께 있을 공화당 의원이 누구인지가 더 궁금했다.

“후보인 프레몬트와 러닝메이트(부통령후보) 윌리엄 데이턴도 있네.”

“그 외에는요?”

앤드류 리더가 이름을 열거했다.

그리고 마침내.

“에이브러햄 링컨.”

“!”

“은 아까 다른 지역으로 넘어갔고···.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나. 무섭네.”

“아닙니다.”

링컨의 집은 일리노이주의 스프링필드.

지금 막스가 있는 곳이라 쉽게 만날 줄 알았는데, 길이 엇갈려버렸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건가.’

이 시기의 에이브러햄 링컨은 거듭된 실패의 쓴맛을 보던 때다.

휘그당 당원이었던 링컨은 당의 몰락과 함께 하원,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하고 새로 입당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부통령후보도 윌리엄 데이턴에게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어찌 됐든, 링컨과의 만남은 무산되었다.

“그나저나, 밖에서 이렇게 서 있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앞장서려던 앤드류 리더는 고개를 돌려 막스와 콜린, 조 짐 주니어를 훑어봤다.

“무장한 상태로는 입장이 불가능할 텐데. 앨런, 당신이 좀 도와주면 안 되겠소? 이들의 신분은 내가 보장하리다.”

대통령 후보 연설에서 총기 소지를 막는 건 당연한 일이다. 컨벤션 홀 입구에는 경비들이 출입자의 신분과 무장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시죠.”

컨벤션 홀 경호를 책임지는 핑커톤.

그 수장 덕분에 일행은 아무런 제지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컨벤션 홀 안으로 들어온 막스가 앤드류 리더에게 말을 건넸다.

“저는 볼 일이 있어서, 저녁때 숙소에서 보기로 하죠.”

이미 앤드류 리더를 만난 이상 찰스와 레인을 굳이 지금 볼 필요는 없었다.

막스는 콜린과 조 짐 주니어에게 로렌스 3인방의 경호를 맡겼다.

자신은 대화에 끼어들 타이밍을 찾고 있는 앨런 핑커톤을 바라봤다. 

과연 동양인이라는 걸 알면 어떻게 반응할까.

“어디 조용한 데 없습니까?”

“따라오게.”

앨런은 기다렸다는 듯이 컨벤션 홀 안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막스를 안내했다.

핑커톤은 공화당 유세 장소의 대관 및 경호를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 컨벤션 센터를 자기 건물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이제 그 모자랑 스카프 좀 벗지 그러나.”

“안 그래도 갑갑하던 참이었습니다.”

막스가 모자를 벗고 스카프를 풀어헤치자, 앨런 핑커톤이 깊은 침음을 흘렸다.

‘역시 내 뒤를 캤구만.’

막스는 앨런의 반응을 보고 확신했다.

동양인이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자가 아니라면, 일단 대화 상대로는 합격이다.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뻗어 나갈 방법. 지금까지 그래왔듯,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뿐이었다.

막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로렌스 밖에선 활동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저를 알고 있습니까.”

앨런은 쓴웃음을 지으며 솔직히 말을 꺼냈다.

캔자스 살인사건 기사를 본 것부터 시작해서 직원이 가져온 보고서 내용까지.

“자네의 행적이 인상 깊더군.”

“칭찬으로 알겠습니다.”

“당연히 칭찬이네. 마음 같아선 자네를 영입하고 싶을 정도로.”

“그러기엔 로렌스에서 할 일이 많군요.”

“아쉬운 일이구만.”

군인 출신 직원 셋을 팔다리 몇 번 휘저어 쓰러트리는 걸 본 뒤론 그 아쉬움이 더 커졌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네. 동양인인 자네가 로렌스 일에 끼어든 이유가 뭔가?”

“정치인도 아닌 탐정이 공화당 대선을 돕는 이유와 다를 게 있겠습니까. 좋은 선택이 있으면 따르는 거죠.”

“흠. 어려운 말이군.”

“신념 반, 욕심 반.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앨런의 경우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지만, 근본은 사업을 하더라도 마음이 가는 쪽에 서는 것.

그게 앨런이 공화당을 돕는 이유였다.

노예 해방을 지지하고, 시대의 흐름 역시 옳다고 여기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막스의 경우, 서부 개척지에서 전투 능력이 뛰어난 동양인이 선택한 곳은 로렌스.

노예 해방은 신념이고 욕심은 그곳에서 기반을 닦아 나간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전투 능력 못지않게 생각도 깊군.’

“갑자기 묻고 싶네만, 이번 대선에서 누가 이길 것 같나?”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그걸 바라고 물은 거네.”

막스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민주당, 제임스 뷰캐넌이 이깁니다.”

“...... 이유가 뭔가?”

“휘그당이 미국당(know-nothing)과 공화당으로 나뉘었고, 그 둘이 각각 후보를 내세웠습니다. 표는 갈라질 거고, 민주당은 이전과 변함이 없겠죠. 그러니 그들이 내건 슬로건 대로 이번에도 승리하지 않겠습니까.”

대단할 것 없는 분석이지만, 막스는 정성을 다해 대답했다. 

동양인의 식견은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장점이었으니, 앨런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막스와 나누는 대화 자체에도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쉬웠다. 막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생각하는, 동양인이란 명백한 한계점이. 

백인 천하에서 지금까지 비집고 들어온 건 높이 사지만, 그 이상은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앨런이 막스의 한계를 정해줄 즈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앨런이 막스를 쳐다보자, 그는 스카프로 얼굴을 감는 중이었다. 로렌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동양인으로 주목받고 싶진 않아서였다.

막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앨런이 밖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십시오.”

덜컥.

“스미스씨군요, 회의는 끝났습니까.”

‘스미스?’

막스가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봤다.

수염 없는 매끄러운 얼굴에 짧은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넘긴 중년의 신사. 

그는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남자를 보곤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이때 남자가 스카프를 벗자 동양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막스 조입니다.”

“오오.”

스미스&웨슨의 창업주 호레이스 스미스.

그가 놀라움과 반가움을 드러낼 때, 앨런은 멍하니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봤다.

방금 정해준 동양인의 한계를 조금은 늘려야 할까.

‘펜실베니아에 사는 스미스를 로렌스에 있는 보안관이 왜 아는 건데?’

앨런의 병적인 탐정 기질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아직은 때가 아닌가 > 끝

< 다음에 기회되면 >

“섬너 대령에게 대충 이야기는 들었네. 총기에 대한 이해가 높다더군.”

소파에 앉은 스미스는 탁자 너머의 막스에게 말을 건넸다.

“과찬이십니다. 불편한 걸 고치려다 보니 관심 두게 된 것뿐입니다.”

“관심만으로 자네처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총기. 불편함. 고쳤다. 저 동양인이 뭔가를 만든 모양이군.’

앨런 핑커톤은 책상에 앉아 다른 업무를 보는 척, 귀로는 둘의 대화에 집중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자네가 갖고 있는 총을 볼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막스는 허리춤의 홀스터에서 리볼버를 꺼냈다.

하지만 그냥 주진 않았다.

휘리릭, 휘리릭.

현란한 건 스핀과 함께 손잡이를 돌려 호레이스 스미스에게 내밀었다.

용병 시절엔 지랄한다며 욕을 먹었지만, 

이곳은 다르다. 

스미스와 앨런의 팽창된 동공. 이미 막스의 현란한 개인기에 빠져든 게 분명했다.

로렌스에 머물면서 이런저런 사건들과 부딪히는 동안 막스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제이호커스도 그렇고 총을 쏠 줄만 알았지, 그 외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해서, 건 스핀과 패스트 드로우 같은 기술들은 소똥 치우다 짬이 난 카우보이들이 할 일이 없어서 만든 것이라 결론 내렸다.

그런데 아직은 카우보이들이 등장할 시기가 아니었으니, 막스는 이 분야에서 가히 개척자라 할 수 있었다.

건 스핀에 탄성을 내지르던 스미스는 이내 막스가 건네준 리볼버를 살펴본다. 

그리곤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1851 콜트 리볼버로군. 6연발 36구경, 캡 앤 볼 전장식, 화약 25그레인(1.62g)에 탄자는 80그레인(5.2g), 총 중량 2.64파운드(1.2kg). 그럭저럭 쓸만한 총을 사용하는군.”

건 스핀에 대항한 스미스의 지식 뽐내기.

총기 제작자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지, 라며 한쪽 입꼬리까지 올라갔다.

굳이 저런 걸 일반인이 알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상대는 막스다. 또 한 자루의 콜트 네이비를 건 스핀과 함께 꺼내 들었다.

“총연장 13.7(35cm), 총열 7.4(19cm), 홀스터에 적합한 길이에, 무식하게 무겁지 않아 휴대도 간편하고. 잔고장도 많지 않으니 현존하는 리볼버 중에선 명품이라 할 수 있지요.”

“명품?”

콜트와 경쟁의식을 품고 있는 스미스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입을 열었다.

“실린더 후미에 총알 수대로 일일이 퍼커션 캡을 씌워야 하고, 약실 안은 화약 찌꺼기로 그득한데 뭐가 명품이란 말인가.”

“확실히 그 부분이 단점이긴 하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아직 그걸 극복한 제품이 나오질 않았는데.”

“흠.” 

생각에 잠긴 호레이스 스미스는 이내 품속에서 총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내년에 선보일 리볼버의 프로토타입이네.” 

‘스미스&웨슨 모델 1이구나.’ 

손바닥 길이의 작고 앙증맞은 리볼버. 

스미스가 기존에 만들었던 레버액션(총알을 내부에 장전하는 방식)에서 탈피한 회전형 실린더는 새뮤엘 콜트의 특허가 올해로 만료되기 때문에 즉각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막스에겐 매력적이지 않은 총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일단 크기가 지금 들고 있는 콜트 네이비의 절반밖에 되질 않았다. 

여자들이나 군 장교들이 품속에 감추기 좋은 크기였고, 화약과 탄자 역시 중량이 적어 위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물론 모델 2, 3을 거듭하면서 스미스&웨슨이 리볼버의 강자로 군림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모델 1이 혁신적인 총기임엔 틀림없었다. 

일단 실린더의 전면, 후면이 뻥 뚫려있고 장전의 편리성을 위해 실린더(약실)를 통째로 들어내는 방법을 취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총이 중요한 건 바로 금속 탄피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제가 잠시 봐도 되겠습니까?” 

스미스는 말없이 총을 건네줬다. 

이리저리 살피던 막스. 

느닷없이 방아쇠 앞부분 프레임을 꺾어버렸다. 

“헉.” 

지켜보던 앨런이 깜짝 놀라며 일어섰다. 

총신이 구부러진 건 처음 보는 일이다. 

한편, 다른 의미에서 호레이스 스미스도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나. 그 부분이 접힌다는 걸.” 

“연결 쇠가 괜히 여기에 박혀있겠습니까. 실린더 양쪽이 개방형이군요.” 

“그게 이 총의 핵심이네.” 

“금속 탄피는 안 가져왔습니까?” 

스미스가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 그것도 알고 있었나?” 

“실린더 양쪽이 뻥 뚫려있는 데다, 퍼커션 캡이 없으니 여기에 사용될 총알은 일체형인 금속 탄피뿐이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스미스는 또다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우리가 만든 탄피라네.” 

어느새 앨런 핑커톤이 막스 옆에 바짝 다가와 앉았다. 그는 홀린 듯 금속 탄피를 쳐다봤다. 

막스는 엄지와 검지로 탄피를 들어 올려 눈앞에 가져다 대었다.

‘이게 바로 총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림파이어 방식의 초창기 탄피 모습이구나.’

스미스&웨슨 모델 1의 22 구경에 맞춘 크기. 

탄두가 들어갈 자리는 구멍이 뚫려있고, 바닥은 둥근 테두리가 돌출된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황동 탄피다. 

“탄피 바닥에 뇌관을 심은 림파이어 방식이군요. 22 구경이니까 화약은 4 그레인(0.25g) 정도면 적당하겠군요.” 

“...... 정확하네.” 

막스가 마침내 품속에서 구리 탄두를 꺼냈다. 

콜트 네이비에 맞춘 36 구경의 탄두가 22 구경인 금속 탄피에 들어갈 리는 없겠지만, 이 두 개를 결합한 모습이 어떨지 이미지를 떠올리기엔 충분했다. 

“그, 그게 자네가 만든 건가?” 

앨런은 구리 탄두에서 막스의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된 사이에 막스의 한계가 무럭무럭 확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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