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짧지 않았는데!?”
아침을 빵과 커피로 때운 다음, 포터는 마차 짐칸에 올라타고 막스는 말을 탄 채 그 뒤를 따라갔다.
존 크렌쇼가 사는 갤러틴 카운티까지 남은 거리는 70km. 위장이 들통날 걸 염려한 포터는 이왕이면 저녁에 도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다. 일행은 낮잠도 자고 시간을 보내며 최대한 느린 속도로 이동했다.
그렇게 해가 질 즈음, 존 크렌쇼가 사는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두 개의 집이 눈에 들어왔다.
덜커덩, 덜커덩.
마차 뒤, 쇠사슬에 묶인 흑인 노예가 비틀거리며 따라온다.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상황.
보통 사람이라면 오금이 저려 빳빳하게 굳어있을 테지만, 포터는 갈증 나고 지쳐있는 사소한 디테일까지 보이며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무늬만 탐정은 아니었네.’
포터도 그렇고, 행동과 말투가 살짝 거슬리긴 하지만 핑커톤 요원들은 직업의식과 사명감이 제대로 박힌 자들이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나!”
다섯 명의 남자가 마차 앞을 막아섰다.
존 크렌쇼의 집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노예 사냥꾼들이었다.
탐정 중 말을 탄 마른 체구의 모린이라는 남자가 나서며 말을 건넸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도망 노예를 잡아 왔는데, 가격을 제대로 쳐주려나 모르겠군.”
리더로 보이는 남자는 고개 숙인 흑인 노예를 힐끔 쳐다봤다. 그리고는 입을 삐죽이며 비아냥거렸다.
“고작 한 놈 잡아 오는데, 세 명이 나섰어? 거기에다 마차는 또 뭐고. 이래서야 어디 먹고 살 수나 있겠냐. 딱 보니까 초짜구만.”
“초짜든 뭐든. 그게 뭔 상관인데?”
“호오, 한 성질 하는 걸 보니까 초보 딱지는 금방 떼겠구만.”
리더는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돈 받으려면 좀 기다려야 할 거야. 크레인씨는 지금 시내에 있거든.”
“뭐, 기다리는 거야 어렵지 않지.”
모린이 말에서 내리자, 마부석에 앉았던 래리라는 남자도 허리를 이리저리 틀며 땅에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막스는 내릴 생각은 안 하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맑았던 하늘이 빠르게 먹구름으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비가 오진 않겠지.’
이때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콰가가가강.
모린과 래리, 그리고 마차 뒤에 있던 포터가 흠칫하며 하늘을 쳐다봤다.
번개까지 번쩍이는 게 곧 비가 퍼부어질 것만 같다.
‘비 오면 망하는 건데.’
포터가 슬쩍 마차 위로 올라가려 하자 리더가 혀를 끌끌 찼다.
“이 새끼가 허락도 없이 움직이네.”
리더는 다짜고짜 허리춤에 있던 채찍을 꺼내 들었다. 당황한 모린이 그를 제지했다.
“거래하기 전에 상품을 망가트리면 곤란해.”
“노예란 자고로, 편하게 대하면 지 분수를 까먹는 종자거든. 오히려 크렌쇼씨는 고분고분한 놈을 더 높이 쳐주거든.”
휘리릭. 착.
리더가 땅바닥에 채찍을 내리치자 모래와 자갈이 튕겨 나갔다. 그가 발걸음을 옮기자 흠칫한 포터는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몸을 부들거리는 건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모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품에 손대지 말라고 했을 텐데.”
“여기까지 데려온 이상, 저 새낀 우리 거야. 돈이라도 챙기고 싶으면 닥치고 있으라고.”
리더의 말에 수하 넷이 코트를 젖히며 총을 과시했다. 모린과 래리의 눈이 가늘어지고, 리더는 이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도망 노예 놈을 어떻게 다루는지 잘 봐 둬. 다시는 도망갈 생각을 못 할 테니까.”
휘리릭. 짝.
“악!”
채찍이 포터의 팔뚝을 후려쳤다. 뒤이어 또다시 채찍이 날아오며 웅크린 그의 등을 강타했다. 리더의 눈빛이 희번덕거리는 걸 보면, 이 자체를 즐기는 미친놈이 분명했다.
또다시 채찍을 휘두르려 할 때,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Está lloviendo(하필 비가 오냐).”
막스가 중얼거리며 말에서 내려왔다. 땅을 디딘 그는 신음하는 포터를 담담하게 쳐다봤다.
그를 사이에 두고 리더 놈과의 거리는 고작해야 3m 내외. 이제야 막스가 눈에 들어온 리더가 침을 뱉은 뒤 입을 열었다.
“말세로구만. 멕시코 놈이 이젠 여기까지 와서 노예를 사냥해? 우리 밥그릇 뺏지 말고, 웬만하면 이 땅에서 꺼지라고.”
“Eso es para los indios(그건 인디언이나 할 말이지).”
“뭐라고 지껄이는지 모르겠다만, 냄새나는 얼굴 치우라고.”
투둑, 투둑.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막스는 포터 옆을 지나치며 속삭였다.
- 잘 버텼다.
- ?
웅크린 채 끙끙거리던 포터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휘적휘적 자신의 옆을 스쳐 가는 막스를 쳐다보던 때. 포터의 얼굴이 빗물에 젖어 슬쩍 흰 피부가 드러나고 있었다.
이를 본 리더 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뭐, 뭐야. 이 새···!”
철컥.
언제 뽑았는지, 막스의 총이 리더 놈의 머리를 겨누었다. 총구는 관자놀이에서 뺨을 타고, 이내 입안으로 들어갔다.
“돈 받으러 온 거니까, 좋게좋게 가자고. 다들 무장해제 시켜.”
“!”
영어가 튀어나온 것도 놀랍지만, 상대의 얼굴 역시 빗물에 흘러내려 피부색을 드러냈다.
‘이 새끼들 대체 정체가 뭐야!’
리더 놈의 동공이 흔들거릴 때, 막스는 총구를 더 깊이 쑤셔 넣었다.
목구멍을 쑤시는 공포와 위가 역류하는 느낌.
헛구역질하던 리더는 손을 들어 수하들을 다그쳤다.
‘어, 어차피 돈이 목적인 놈들이야.’
피부색이 어떻든, 리더는 수하들에게 무장해제를 지시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는 게, 이미 수하들은 핑커톤 탐정 모린과 래리가 총을 겨누고 있어 강제로 총을 넘기고 있었다.
막스는 리더의 입에서 총구를 빼내었다. 켁켁 되던 그는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 내가 실수했다면 이해하라고. 존 크렌쇼씨가 오면 내가 잘 말해줄 테니까, 돈 걱정은 하지 말고.”
“그럼 나야 좋지. 일단 들어가 보자고.”
막스와 일행은 얼굴을 가린 채 밧줄로 놈들을 묶은 뒤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집 안에는 존 크렌쇼의 다섯 자녀와 하인 둘이 있었다.
강도들의 등장에 비명을 지르지만, 이내 총구를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막스는 그들을 하인들이 머무는 옆집으로 옮긴 뒤 모린과 래리에게 감시하도록 지시했다.
존 크렌쇼의 집안.
천둥과 빗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아까부터 집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천장을 응시한 막스는 밧줄에 묶인 채 무릎 꿇린 리더에게 물었다.
“위에 도망 노예들이 있나 보네?”
“어어. 다락방이 있는데, 거기다가 숨겨놓고 있거든.”
“근데 이 신음소리는 뭐야?”
“내가 아까 말했잖아. 한 번 도망간 노예들은 교육이 필요하거든. 정신이 번쩍 들게끔 손 좀 봤지.”
“자랑이다 새끼야.”
짧지만 굵은 노예 연기를 했던 포터는 이를 갈며 리더를 쳐다봤다. 채찍에 맞은 상처가 욱신거릴 때마다 죽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리더는 눈알을 굴리며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비에 씻겨 상대가 동양인이라는 걸 알았음에도 일절 놀란 티를 내지 않았다. 물론 머릿속은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덜커덩, 덜커덩.
존 크렌쇼가 도착한 건 거실 시계가 10시를 가리키고 있을 때였다.
마차가 멈추고, 그 안에서 말쑥하게 차려입은 부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문 틈으로 지켜본 포터가 막스에게 눈짓했다.
비를 피해 걸음이 빨라진 부부는 문을 열기전 불만을 쏟아냈다.
“머저리 같은 것들. 비가 오면 우산 들고나올 생각들은 못 하는 모양이네요.”
“당신이 너무 느슨하게 다루니 그렇지.”
덜컥.
“하여간 멍청한 것들은 손이 많이 간다니···.”
존 크렌쇼와 부인이 숨을 삼킨 채 두 눈을 부릅떴다. 거실에 묶인 수하들이 눈에 들어오고, 이때 철컥 소리와 함께 두 개의 총구가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존 크렌쇼. 드디어 만났구나.”
한쪽 입꼬리를 올린 막스는 총구를 슬쩍 치우며 크게 요동치는 존 크렌쇼의 눈을 응시했다.
‘동양인?’
눈빛이 크게 요동치는 때, 막스는 존 크렌쇼의 배에 보위 나이프를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물었다.
“노예 서류 어딨어.”
보통은 묻고 나서 정 안 되면 찌르는 게 상식 아닌가. 리더와 수하들은 사색이 된 채 무자비한 막스의 모습을 지켜봤다.
게다가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안 순간, 그들은 밧줄을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왜 하다 말아 > 끝
<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군요 >
느닷없이 남편이 칼에 찔렸다.
존 크렌쇼의 부인은 사색이 된 채 소리쳤다.
“아악! 이 악마 같은 놈! 하나님께서 절대 네 놈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비명이 아닌 저주를 들으며 막스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부인의 머리를 후려쳤다. 기절한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존 크렌쇼는 눈을 부릅뜨며 막스를 쳐다봤다.
냉혹하고 잔혹한, 감정이 읽히지 않은 눈빛.
이를 마주한 존 크렌쇼의 몸은 공포와 고통이 뒤죽박죽되어 부들거렸다.
이때 나지막이 막스가 속삭였다.
“이 칼을 뽑으면 다음은 어디로 향할 것 같아?”
“이놈··· 쿨럭.”
존 크렌쇼의 입에서 붉은 선혈을 토해냈다.
죽음이 다가오자 머릿속엔 가족만이 남는다.
모든 걸 체념한 존 크렌쇼는 서류가 보관된 곳을 알려주었다. 그런 다음엔 가족의 목숨을 구걸했다.
“그 판단은 다른 사람이 해 줄 거야.”
막스는 존 크렌쇼 수하들을 감시하는 포터를 쳐다봤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막스와 눈이 마주친 포터는 괜스레 목이 바짝바짝 타는 느낌이 들었다.
“다락방에 있는 자들을 데려와 줘.”
“어? 아, 맞다.”
포터는 리더를 다그쳐 다락방으로 향하는 문을 찾아냈다. 자물쇠를 따고 올라간 그는 잠시 후 흑인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성인 남녀 한 쌍과 네 명의 아이들이었다.
‘가족인가.’
공포에 질린 눈빛은 그렇다 치고 몰골들이 처참하다.
초췌한 얼굴, 입으나 마나 한 찢어진 옷과 그 사이로 드러난 상처들은 다락방에서 이들이 무슨 짓을 당했는지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막스는 냉소하며 존 크렌쇼에게 말을 건넸다.
“네 가족의 운명을 결정할 자들이다.”
“......”
존 크렌쇼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흑인 가족을 쳐다봤다.
자유 흑인 일가족을 납치한 데다 고문까지 했으니. 그들의 대답은 빤한 것이었다.
‘끝이구나.’
절망한 존 크렌쇼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다고 과거를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마음이 든 것은 아니다. 단 한 번도 흑인을 같은 인간으로 바라본 적이 없기에, 극한 상황에서도 사고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저, 저희는 자유만 되찾으면 돼요. 그 이상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흑인의 입에서 예상 밖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고개를 든 존 크렌쇼의 눈에 물기가 차올랐다.
“복수는?”
막스의 물음에 흑인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심판은 오로지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죠. 게다가 크렌쇼씨의 아이들은 죄가 없습니다. 설사 우리를 때리고 모욕했어도 그건 그들의 잘못은 아닐거에요.”
이 말을 들은 존 크렌쇼는 다시금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거렸다.
막스는 담담한 얼굴로 포터를 쳐다봤다.
“이 가족들과 마차에 가 있어. 뒤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집 안에는 막스와 존 크렌쇼, 그리고 기절한 부인과 밧줄에 묶인 수하들만이 남아 있었다. 막스는 고개 숙인 채 눈물을 떨구는 존 크렌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혀 말을 건넸다.
“그 눈물은 기뻐서 흘리는 건가?”
흐느끼던 크렌쇼의 몸이 경직되었다.
이때 막스가 배에 박힌 보위 나이프를 빼내었다.
바닥에 쓰러진 크렌쇼는 피를 왈칵 쏟아내며 부들 거렸다. 싸늘히 식어가는 체온과 함께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일으킨 막스는 보위 나이프를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그리고는 휘적휘적 거실로 향했다.
리더와 수하들은 밧줄을 벗어나려 용을 쓰고 있었다. 막스는 담담한 표정으로 홀스터에 있던 총을 빼 들었다.
이를 본 리더가 다급하게 외쳤다.
“자, 잠깐! 내가 돈이 있는 곳을 알고 있어! 한 번만 살려주면···”
탕! 탕!
콰아앙.
다섯 발의 총성이 천둥소리에 뒤섞여 울려 퍼졌다. 마지막 한 발을 위한 총구는 기절해있는 존 크렌쇼의 부인을 향했다. 이대로 살려두면 복수에 미쳐 날뛸 것이 분명하다. 자식까지 복수로 물들여 골칫덩이가 될 바엔.
탕!
*
서류를 보관한 은밀한 장소는 존 크레쇼 부부의 침실이었다.
침대를 밀자 카펫으로 덮인 작은 고리가 달린 문이 드러났다.
문을 당겨 올리자 침대만큼 넓은 공간이 나타났는데, 그 안에는 존 크렌쇼의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금과 현금 그리고 서류와 책자들이 쌓여 있었다.
덜컥.
한참 뒤에서야 막스는 산타처럼 여러 개의 보따리를 끌며 집 밖으로 나왔다.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막스는 보따리 일부를 흑인들이 타고 있는 마차 짐칸에 싣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셋에게 맡길게.”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간다고?”
포터는 황당한 표정으로 짐을 옮기는 막스를 따라다녔다.
“핑커톤 요원 둘을 죽이고, 도망 노예와 자유 흑인까지 납치해서 팔아넘긴 놈들이야. 앨런이라면 이걸 잘 이용할 수 있을 거다.”
막스는 문 앞에 놓인 커다란 보따리를 가리켰다.
“저게 뭔데?”
“자서전이라도 쓸 생각이었는지, 아주 상세히 기록해 놨더군.”
수십 년에 걸친 일기장에는 그동안 저질렀던 존 크렌쇼의 만행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그것만 해도 열 권이 넘어간다.
그 외에 노예 매매일지와 각종 계약서만으로도 존 크렌쇼의 죄는 차고도 넘쳤다. 물론 즉결처형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이곳이 자유주인 일리노이주라는 것. 게다가.
“핑커톤의 본거지가 여긴데, 이정도는 처리할 수 있지? 아마 앨런에게 칭찬받을 거야.”
대답 대신 포터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냈다.
죽은 존 크렌쇼 부부와 수하들, 그리고 남은 가족들을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할지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때. 막스가 묵직한 꾸러미를 내밀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포터는 본능적으로 돈이라는 걸 직감했다. 복잡한 머릿속이 단숨에 정리되었다.
“오백 달러다. 셋이 나눠 가져. 그리고 나는 이 사건에서 빠지는 거다.”
포터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막스는 뒤처리를 맡긴 뒤 말 한 필을 마차에 묶은 뒤 존 크렌쇼의 집을 빠져 나왔다.
웃기게도 납치된 흑인 가족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가는 길에 그들을 내려줄 생각이었다.
흰색이 칠해진 존 크렌쇼의 집이 멀어지자 그제서야 짐칸에 있던 흑인 가족들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부부는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기쁨과 함께 악몽 같았던 기억을 떨쳐내려 했다.
한편, 뒤늦게 옆집에서 나온 모린과 래리는 멀어지는 마차를 보며 투덜거렸다.
“젠장, 돈만 틱 던져주고 가면 다야?”
“그럼 다지. 뭘 더 바라냐.”
“...... 음. 그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