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화 (74/360)

돈 꾸러미를 본 둘은 빠르게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터는 더는 보이지 않는 마차에서 시선을 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 위장한 건 떠벌리지 말자.”

“뭔 소리야?”

“타 지역 사무소에서 반응이 뜨거울 텐데.”

포터는 고개를 저었다.

“막스가 그랬어. 개나 소나 다 따라 하면 더 골치 아프니까, 우리만 알고 있으라고.”

“흠.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차라리 이걸 우리의 강점으로 만들 수도 있고.” 

“그런데 너, 언제부터 동양인 말을 그렇게 잘 따랐냐?”

래리가 묻자 포터는 몽롱한 눈빛으로 답했다.

“총 다루는 것도 그렇고, 일 처리도 겁나 냉정하더라. 게다가 과감하기까지 하고.”

“과감한 게 아니라 무책임한 거 아냐? 다 죽여놓고 자기만 쏙 빠져나갔잖아.”

“....... 아무튼, 일단 이거나 잘 처리하자고.”

현실로 돌아온 이들은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그러는 동안 생존한 존 크렌쇼의 가족과 하인들은 집안에 감금된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

새벽이슬을 맞으며 도착한 흑인 가족의 집.

판자로 지어져 낡고 볼품없지만, 중요한 건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자유로운 집이라는 것이었다. 피곤함에 잠든 아이들을 안으로 옮기는 일에 막스도 거들었다.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는 무게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앙상했다. 하지만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입가엔 미소가 맺혀있었다.

아이를 딱딱한 나무 침대 위에 눕히자, 흑인 부부는 연신 감사하다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냥 보내기가 민망했는지, 부인은 뭐라도 대접하려 주방을 뒤적거렸다. 그러나 납치된 지도 보름이 지난 탓에 먹을 만한 것들이 제대로 있을 턱이 없었다.

부부의 얼굴에 민망함과 미안함이 묻어날 때.

막스는 오히려 그들에게 작은 꾸러미와 종이를 내밀었다. 

“이, 이건 뭡니까?”

“존 크렌쇼의 집에서 찾아낸 겁니다. 강제로 작성된 노예 계약서, 그리고 현금 오백 달러.”

납치, 감금, 폭행. 

그것도 일가족이 겪었으면 이정도 몫은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막스의 계산은 단순했다.

“똑같은 일 당하지 말고, 이것도 챙겨요.”

죽은 놈들에게서 빼앗은 리볼버 한 자루와 총알, 화약까지 건네주었다.

예상치 못한 연이은 축복에 부부는 눈만 껌뻑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눈물을 터트렸다.

“천사님! 하나님께선 역시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군요.”

‘왓더···.’

막스는 오그라드는 손을 뒤로 감추었다.

부부에게 막스는 하나님이 보낸 기적이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서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건 신. 아이러니하게 절망적인 순간과 환희의 순간 모두 신을 찾는다는 점이었다.

무신론자인 막스는 이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려 집 밖으로 탈출을 강행했다.

“마차는 알아서 쓰고, 난 이만 갑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말을 탄 막스를 향해 부부가 간절하게 외쳤다.

막스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캔자스 로렌스에서 막스 조를 찾아요.”

부부는 잊지 않으려 몇 번을 되뇌었다.

막스에겐 존 크렌쇼를 처리하다 만난 우연에 불과했다. 하지만 흑인 가족에겐 신의 은총과도 같은 만남이었다.

*

세인트루이스로 향하는 길. 

막스는 존 크렌쇼가 취급했던 노예 리스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기록된 노예 이름 중엔 알프레도와 이막산도 적혀있었다. 

신기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놀랄 일은 아니었다. 예상한 일이었으니까.

오히려 막스의 관심을 끈 건, 

다른 흑인 노예의 이름이었다.

26년 전, 존 크렌쇼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도망 노예를 붙잡은 적이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건 흑인 노예의 이름. 

바로 드레드 스콧이라는 사실이었다.

남북전쟁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사건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드레드 스콧. 

노예가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건 사건.

그렇다고 드레드 스콧이 처음은 아니었다. 남북전쟁 전에 이런 소송이 300여 건이나 된다고 기록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드레드 스콧은 자유주의 변호사들의 지원 사격을 받고, 판결에 불복한 끝에 노예 소송이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간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이 사건이 중요한 건, 대법원의 판결 내용이다. 철저하게 노예주의 편에 서서 내린 판결은 흑인들을 미국의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개인이 아닌 재산으로 보았다는 점이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판결은 곧바로 대중들의 분노를 불러오고 남북전쟁이 발발하게 된 단초가 된다.

미국 사법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판결 중 하나로 기록될 사건의 중심인 드레드 스콧.

그 이름을 존 크렌쇼의 노예 리스트와 심지어 일기장에서 그 이름을 발견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엮을지 감이 안 온단 말야.’

판결은 당연히 뒤집을 수 없을뿐더러, 드레드 스콧이 알프레도처럼 특출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뭐, 사건마다 내가 끼어들 필요는 없지.’

확실히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면 굳이···.

막스가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한 건 정오가 막 지날 무렵이었다. 상황을 알리고 말도 돌려줄 겸 핑커톤 사무실을 찾아갔다.

건물 옆에 있던 기다란 철봉에 말을 묶어둘 때였다. 핑커톤 사무실의 초록색 문이 열리며 한 가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기를 안은 부인과 서너 두살배기 꼬마 아이. 그리고 많이 본 남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하필 오늘 탐정들이 없다고? 이딴 식으로 일할 거면 대체 사무실은 왜 만든 거야, 젠장.”

“여보! 애들 앞인데, 말조심해야죠.”

“어, 미안. 그나저나 이거, 도둑놈들을 어디서 잡지. 여기가 로렌스였으면 막스가 놈들을···!”

이때, 고개를 돌린 홀리데이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보따리를 어깨에 멘 막스가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으니.

“와씨, 막스! 너 진짜야?”

펜실베이아에서 가족을 데려온 홀리데이.

하필 항구에서 짐을 도둑맞은 모양이다.

“그럼 유령이겠수. 아무튼, 내가 도둑 잡아줄까?”

도둑들의 행방을 알고 있는 자.

바로 항구에서 짐꾼으로 일하는 흑인 드레드 스콧이었다.

<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군요 > 끝

Lv.17 [탈퇴계정]

드레드 스콧(DRED SCOTT) 사건에 관한 법원 의견 소개

드레드 스콧 사건은 미국 헌법의 역사에서 대법원이 정치적 문제에 대하여 사법적 해결책을 부과하고자 도모한 사례로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써 법원과 대법원장 로저 브룩 태니(Roger Brooke Taney)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으며; 후에 대법원장이 된 찰스 에번스 휴즈(Charles Evans Hughes)는 이를 가리켜 대법원이 자초한 ‘큰 상처’라 하였다.

노예로 태어난 스콧은 육군 소속 외과의사인 주인을 따라 루이지애나 준주(準州)의 자유지역으로 들어갔다. 주인이 죽자 스콧은 자유지역에서 노예제도가 불법화 되었으므로 자신이 거기에서 자유인이 되었고 ‘한 번 자유를 얻으면 영원한 자유를 얻는다’는 논리로 자유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주장은 미주리 주 법원에서 기각되었으나, 스콧과 그 백인 후원자들이 이 사건을 연방법원으로 끌고 갔다. 연방법원에서 논의된 쟁점은 단순히 노예가 연방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적격(standing), 즉 법적 권리가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따라서, 대법원이 먼저 결정하여야 할 사안은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스콧이 당사자적격이 있다면 법원은 관할권을 가지게 될 것이고, 스콧의 주장에 대하여서도 그 시비를 가려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스콧이 노예이기 때문에 당사자적격이 없다면 법원은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할 수 있었다.

법원은 스콧이 노예로서 연방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자유시민의 특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로 사건이 끝났어야 하였으나, 태니 대법원장과 법원과 같은 생각을 가진 남부의 동조자들은 확정적인 판결로 준주(準州)의 노예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미합중국이 소유한 준주(準州)에 시민이 재산, 즉 노예를 가지고 들어가는 일을 의회가 금지하지 못하도록 한 1820년 미주리 협정(Missouri Compromise of 1820)이 위헌이라고 판결하였다. 태니 대법원장은 노예가 재산에 불과하며, 절대 시민이 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물론, 남부에서는 이 판결을 환영하였지만, 북부에서는 격렬한 항의와 냉소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이는 공화당의 탄생에 도움이 되었으며, 이 판결에 대한 혐오가 1860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하였을 수 있다.

관련 추가자료: 돈 E. 페런바허(Don E. Fehrenbacher) ‘드레드 스콧 사건’(The Dred Scott Case), 1978년, 월터 얼리히(Walter Ehrlich) ‘그들은 권리가 없다

– 자유를 위한 드레드 스콧의 투쟁’(They Have No Rights: Dred Scott’s Struggle for Freedom), 1979년.

< 그러니까 이 사람이 누구냐 하면 >

막스의 어깨에 짊어진 보따리들.

홀리데이는 고개를 쑥 빼며 물었다.

“그건 뭐야?”

“그냥···. 오다가다 얻은 것들?”

“옥수수라도 땄냐? 아니지, 지금 겨울이라 딸 것도 없지 참.”

보따리가 묵직하다는 건 막스의 처진 어깨만 봐도 알 수 있을 터. 그 안에는 정형화되지 않은, 금액 추정 불가의 금덩이와 현금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소개 안 시켜줘요?”

막스는 아기를 안은 여인을 바라봤다. 펜실베니아의 도시물 먹은, 정중앙에서  갈라진 가르마가 갸름한 얼굴형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막스 조죠?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메리 딜런이에요.”

“이렇게 미인이신 줄은 몰랐네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살짝 무릎을 굽힌 메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야말로 영광이죠. 여긴 2살 된 우리 딸 릴리, 그리고 요 아기는 찰스 킹이에요.”

‘찰스 킹···. 이름 누가 지은 거야?’

눈이 큼지막한 릴리, 입을 오물거리며 엄마 턱을 만지려는 찰스 킹을 본 막스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는 부러운 눈으로 홀리데이를 쳐다봤다.

“세상을 다 가졌구만요.”

“너는 일부러 안 갖는 거잖아. 근데, 너도 핑커톤에 볼 일 있어? 지금 탐정들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한다던데.”

“그래요?”

홀리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초록색 문을 흘겨봤다.

“그리고 너 동양인이잖아. 만나주지도 않을걸? 여기 수석 탐정 엄청 깐깐하더라, 친절하지도 않고.”

“왜요, 뭐라 했어요?”

“남은 급해 죽겠는데, 엄청 느긋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목소리를 좀 높였지. 그랬더니, 시끄럽다면서 되레 큰소리를 치지 뭐야. 하여간 앞으로 내가 핑커톤을 찾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홀리데이는 사무실을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

그런데 막스는 그 사무실 문고리를 잡으며 들어가려 했다.

“같이 들어가요. 내가 여기 수석 탐정을 좀 아니까.”

“진짜!?”

막스가 문을 열자 홀리데이가 머뭇거렸다.

“도둑 안 잡을 거예요?”

“잡아야지!”

막스는 홀리데이 가족을 이끌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막스를 알아본 여직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시선은 방금 나간 홀리데이 가족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 친굽니다. 그런데 토디는요?”

‘친구?’

“잠시만요!”

여직원이 2층으로 올라가고, 얼마 되지 않아 수석 탐정 토디가 계단을 내려왔다.

“아니, 벌써 일을 끝냈습니까!?”

“다른 탐정들은 사건을 수습하고 있습니다.”

“일단 안으로. 아, 낸시.”

토디는 막스 뒤에 서 있는 홀리데이 가족을 쳐다보곤 낸시에게 귓말로 속닥거렸다.

“아이 안고 있느라 힘드실 텐데, 이리로 오세요. 너는 이 언니가 안아줄게.”

낸시는 아장아장 걷는 릴리를 번쩍 안아 깔끔하게 정돈된 귀빈 대기실로 안내했다.

갑작스러운 친절에 부인 메리는 어리둥절하며 홀리데이를 쳐다봤다.

- 이래서 친구를 잘 둬야 한다니까. 당신은 여기서 쉬고 있어.

기분이 좋아진 홀리데이는 막스를 따라 2층으로 향했다.

*

“존 크렌쇼 부부와 수하들이 죽었다, 이 말이군요.”

“그동안 저지른 짓들이 많아서 문제 될 건 없을 겁니다. 증거자료도 충분하니까요.”

막스의 말에 토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일리노이에 있는 저희 본사에서 처리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분은.”

토디가 홀리데이를 쳐다봤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로렌스에서 왔으면, 왔다고 말을 했어야죠.”

“그게 도둑 잡는 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 상관이 왜 없겠습니까. 아무튼, 그 도둑들을 추적했던 탐정들이 지금 일리노이에 있어서 처리하기가 쉽진 않을 것 같네요.”

토디의 말에 막스가 끼어들었다.

“드레드 스콧이라는 흑인 짐꾼이 도둑들을 알고 있을 거라더군요.”

“스콧? 혹시 저희 요원들이 말해준 겁니까?”

“맞습니다. 그자만 찾아주면 이 일은 제가 처리하도록 하죠.”

토디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짧게 생각을 끝낸 마친 그는 낸시를 불렀다.

“윌리엄과 테리는 언제 오지?”

“곧 올 시간 됐어요.”

“그럼 둘 다 올려보내.”

“알겠어요.”

낸시가 사라지자 이번엔 홀리데이에게 물었다.

“도둑맞은 물건이··· 뭐라고 했죠?”

“아까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서류라고.”

“아, 그랬지 참. 중요한 서류겠죠?”

“아니면 찾을 이유가 없겠죠?”

짐 가방에는 필요한 생필품과 옷가지들도 있었지만, 홀리데이가 신경 쓰는 건 서류뿐이다. 

오늘날의 자신을 만든, 젊은 나이에 부를 거머쥐게 만든 서류였으니까.

“남들 손에 들어가면 위험한 겁니까?”

“뭐, 그런 건 아닙니다. 어차피 봐도 이해를 못 할 테니까.”

홀리데이가 ‘안 알려줌’을 시전하지만 막스는 그 서류가 무엇인지 대강 눈치를 채고 있었다.

홀리데이에게 꽤 중요하다는 것도.

잠시 후. 

두 명의 탐정이 이 층으로 올라왔다. 

토디는 그중 한 명에게 존 크렌쇼 사건을 말해주며 편지를 건넸다.

“지금 당장 시카고 본사로 가서 전해.”

“알겠습니다.”

토디는 남은 한 명을 보며 물었다.

“테리, 너 드레드 스콧 알지?”

“호텔에서 일하는 어정쩡한 흑인 아닙니까?”

“뭐가 됐든, 우릴 안내해 줘.”

토디는 막스가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나는?”

“여기서 가족들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것도 잘 지키고.”

막스는 홀리데이의 가족이 쉬고 있는 휴게실에 보따리를 내려두었다.

“이게 대체 뭐길래 계속 들고 다녔던 거야?”

이불로 칭칭 감은 것 같은데,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짐작이 안 간다.

막스는 얼굴을 가까이하며 속삭였다.

- 금하고 현금이요.

- !

- 없어지면 알죠?

- ......

갑자기 불안해진 홀리데이는 숫제 그 보따리를 자기 의자 밑으로 끌고 왔다. 그 무게가 상당한 걸 깨닫고는 좀처럼 쓰지 않는 리볼버까지 무릎에 올려 두었다.

누구라도 다가오면 쏠 기세였다.

“아빠?”

물론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은 예외지만.

여직원 낸시는 커피와 아이들이 마실 우유와 빵까지 내오며 막스가 오는 동안 편안히 머무를 수 있었다.

*

세인트루이스의 한 호텔.

드레드 스콧은 호텔 고객들의 짐을 나르는 포터였고 부인은 세탁일을 하고 있었다.

호텔 로비.

핑커톤 직원이 한 남자를 데려왔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과 단정한 옷차림.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흑인은 자유인도 노예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의 드레드 스콧이었다.

그는 피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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