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7화 (77/360)

“먼저 배에 타고 있어요. 간식거리 있으면 좀 사 올게요.”

“역시 먹을 거 하면 막스지. 자리 맡아 놓을 테니까, 다녀와.”

홀리데이는 가족과 함께 증기선에 올라탔다.

막스는 부둣가에서 먹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이때 한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좌판에 늘어놓은 빵을 고르고 있었다.

막스가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갔다.

“여기가 맛집입니까?”

흠칫한 남자가 고개를 돌려 막스를 쳐다본다.

그의 눈동자에 미묘한 파문이 일었다.

스카프에 가려 얼굴은 확인할 수 없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모습. 막스를 알아본 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우연치곤 공교롭구만.”

“저도 놀라던 참입니다.”

“오늘 도착한 거야, 아니면 돌아가는 길이야?”

“로렌스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마침, 잘 되었군. 빵은 내가 사지.”

율리시스 그랜트. 그는 커다란 짐가방을 내려놓으며 계산을 하려 했다.

“입이 좀 많습니다만.”

“...... 얼마나?”

“성인 셋, 아이 둘. 이번엔 제가 사겠습니다.”

율리시스가 뒤로 물러나고, 막스는 닥치는 대로 빵을 골라 담았다.

계산을 끝낸 뒤엔 자연스럽게 율리시스와 배로 향했다.

“마음을 굳히신 겁니까? 봄이 되면 올 줄 알았는데.”

“일단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서둘렀네. 하던 일 내팽개치고 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낭패 아닌가.”

“그야 그렇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배에 올라타서는 홀리데이에게 율리시스를 소개해주었다. 둘의 나이 차는 4살, 율리시스가 더 많았다. 가정이 있는 데다 아이를 키우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둘은 금세 친해졌다.

“2년 6개월 만에 가족이 합치게 된 거구만.”

“혼자 있으려니 죽겠더라고요. 그렇다고 이제 막 개척된 마을에 데려올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 마음 잘 알지. 2년 전까지만 해도 군인이었거든. 가족들하고 떨어져 있다 보니까, 외로워서 매일 술만 마시게 되더라고.”

‘그래서 술 마신 게 아닐 텐데.’

율리시스는 사업에 잇달아 실패해서 술독에 빠졌다. 역사엔 분명 그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긴가민가할 때, 둘의 화제가 사업 이야기로 넘어갔다.

율리시스는 허망한 얼굴로 강을 응시했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냐.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하고, 리스크도 감수해야지.”

“그야 그렇죠. 저도 계획해둔 게 있긴 한데, 오늘 진짜 큰일 날뻔했지 뭡니까.”

홀리데이는 막스를 보며 물었다.

“막스. 아까 그 서류 뭔지 알지?”

“철도 기획안이라는 것만 알겠던데요.”

“무려 2년에 걸쳐서 내가 만든 거야. 그 안에 내가 메모해둔 게 엄청나거든. 하여간, 그걸 도둑맞았는데 막스가 찾아줬지 뭡니까.”

“그걸로 사업할 생각인가?”

“그럼요. 철도는 제 꿈이거든요.”

홀리데이의 말에 율리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배가 있고, 마차가 있는데 철도가 성공할까. 그냥 일 벌이지 않고 사는 게 가장 현명한 거 같은데, 가족들 생각도 해야지.”

사업 똥손이 사업 천재에게 조언하다니.

‘아예,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양반이구만.’

막스는 율리시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사업을 바라보는 안목 자체가 없었다.

둘이 대화하는 동안 홀리데이의 부인 메리는 찰스 킹을 돌보고, 막스는 따분해하는 릴리와 놀아주었다.

아직은 추운 2월.

로렌스로 돌아가는 막스의 보따리엔 죽은 존 크렌쇼에게서 얻은 7천 달러 상당의 금과 현금이 있었다.

콜로라도 땅을 매입할 자금이 마련된 것이다.

*

막스 기지 내에 있는 대장간.

율리시스는 생각보다 거대한 대장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규모도 규모지만 창고에 쌓인 신기한 물건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폐달 달린 쓰레기통, 구멍 뚫린 주전자,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야 나타날 못을 뺄 수 있는 망치도 있다. 그 외 공구와 정체 모를 것들이 종류별로 있었는데, 대부분은 샘플로 만든 것들이었다.

“이, 이걸 다 자네가 생각해낸 건가?”

“특허 출원 진행 중인 물건들입니다.”

충격을 받은 율리시스는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이때 대장간 안에서 제임스 헤리스가 다가왔다. 그런데 눈이 점점 커지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을 보였다.

“헉, 보조 병참 장교 율리시스 그랜트 중위님?”

‘저 양반 연기 잘하네.’

막스는 제임스가 율리시스를 만나거든 은인을 만난 듯 호들갑을 떨라고 부탁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이런 메소드급 연기까지 펼칠 줄이야.

“음? 어, 당신···!”

율리시스 그랜트는 제임스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이내 기억이 떠올랐는지 오오를 연발하며 손을 맞잡았다.

“이제야 생각이 나네요. 멕시코 시티 산 코스메에서 분해된 곡사포를 조립한 그···!”

“제임스 헤리스입니다! 그때 곡사포를 교회 첨탑으로 가져가서 다시 조립했었죠. 그 다섯 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

“오오! 그날 그 곡사포로 우리가 적들을 날려 버렸죠!”

그리고 이 승리로 인해 율리시스 그랜트는 한 계급 특진했다.

‘뭐야, 진짜 아는 사이였어?’

막스가 굳이 엮지 않더라도, 둘은 멕시코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윈필드 스콧 장군의 휘하에 소속된 병참기지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서로 이름만 가물가물했을 뿐, 얼굴은 익히 알고 있던 사이였다.

“제임스,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다니 뭐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감사는 무슨요. 그때 중위님 아니었으면, 멕시코 군인들한테 포위당해서 죽었을 텐데요.”

“다 함께 헤쳐나간 덕분 아니겠습니까.”

함께 사선을 넘나든 전우와의 재회.

막스 역시 전생에 경험해봤기에 그 벅찬 감동을 알고 있었다. 할 말도 많고 공유된 추억도 많다는 걸.

“그래서 이 대장간을 운영한다고요?”

“뭐, 저야 그냥 막스가 시키는 대로 만드는 것뿐입니다.”

“저도 물건을 봤습니다만, 엄청나더군요.”

이때 막스가 제임스에게 말을 건넸다.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텐데, 제임스가 직원들 좀 소개해 줘요.”

“오케이! 같이 가시죠.”

제임스는 율리시스를 대장간 안으로 데려갔다.

막스는 둘의 뒷모습을 흡족한 얼굴로 지켜봤다.

‘아직까진 순조로워.’

57년 2월.

남북전쟁 총사령관이자 미래의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가 막스 진영에 합류했다. 그것도 공장 물류를 책임지는 직원으로.

*

“특허 신청 비용만 현재 천 달러야. 전에도 말했지만 취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이런 식으론 돈을 감당하기 힘들 거야.”

워싱턴에 갔던 윌슨 섀넌이 돌아왔다.

그는 오자마자 특허 취득 비용에 들어가는 돈 이야기를 꺼냈다.

“돈이 중요하긴 하죠. 그래서 일전에 부탁한 특허를 기업에다 팔 영업직원은 알아봤어요? 홀리데이가 구한 직원은 몇 개월 뒤에 도착한다고 하더군요.”

홀리데이는 동부, 섀넌은 서부 캘리포니아 쪽 담당자를 알아보기로 했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는 현실적으로 거리가 멀고 오가는 길이 험난해 잠정 보류하고, 동부 쪽에 직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러셀이라고. 얼마 전 오하이오주에서 파산한 은행의 직원이었네. 능력은 있는데, 어째 가는 곳마다 회사가 망하더군.”

“..... 그럼 우리도 곧 망하는 거 아닙니까?”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자네도 그런 미신 같은 걸 믿나? 그리고··· 벌써 내가 데려왔네. 운이 나빠서 그렇지 똑똑한 친구거든.”

잠시 후.

사무실로 들어온 데이비드 러셀은 꼬질꼬질한 모습이었다. 윌슨 섀넌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꽤 경직된 자세로 서 있었다.

“앉으세요. 동양인이라서 놀랐습니까?”

“아닙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자주 봤거든요.”

“내가 그래서 데려온 거지. 캘리포니아에서도 경험이 있거든. 물론 거기 다니던 회사도 망했지만.”

윌슨 섀넌이 끼어들었다.

막스는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삼키며 물었다.

“하는 일이 뭔지 알고 있습니까?”

“특허에 관심 있는 회사에 판매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어려운 일은 아닐 거에요. 적당한 가격 하한선도 내가 정해줄 거고, 데이비드는 그 돈을 지불할 회사를 찾으면 됩니다.”

막스는 미리 만들어 둔 리스트를 내밀었다.

“우선 3가지 품목만 추려봤습니다. 방문한 회사 리스트, 감상평, 회의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서 주기적으로 보고하면 됩니다.”

“근데 저, 채용된 건가요?”

“맞습니다. 채용을 축하드립니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신뢰거든요. 커다란 돈이 오가면 사람 마음이 흔들립니다. 중간에 다른 마음이 생길 수도 있죠. 그런 짓만 안 하면 됩니다.”

“절대 그런 마음 없습니다!”

“섀넌이 믿고 데려왔으니 저도 믿어야죠.”

막스는 속전속결로 면접을 끝내버렸다.

밖으로 나온 윌슨은 데이비드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다른 마음 품으면, 너나 나나 그냥 죽는 거야. 가족까지 위험할지도 몰라. 내가 얘기했지? 무서운 인간이라고.”

“그렇게 보이진 않던데요.”

“그래서 더 무서운 거야, 인마.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해. 일한 만큼 너한테 보상해줄 사람이니까.”

둘 다 오하이오주에 거주했고, 데이비드 부모와 윌슨은 꽤 가까운 사이였다. 능력은 있는 것 같은데, 번번이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백수 노릇을 하는 게 안타까워 데려온 것이었다.

동부에 붙박이 직원을 고용한 막스는 한동안 대장간 사업에 치중했다. 부피가 큰 물건은 효율성이 떨어져 작은 걸 주력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그중 적합한 건 못과 이를 뺄 수 있는 망치 세트. 율리시스 그랜트는 만드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완성품을 창고에 적재하는 일을 담당했다.

한편 알프레도는 대장간 귀퉁이에 마련된 골방에서 작은 금속을 만드는 틀을 만들고 있었다.

이는 풀메탈자켓의 완성형인 센터파이어 방식의 총알.

스미스의 허락이 있든 말든, 막스는 틀부터 제작에 나섰다.

“알프레도, 이건 절대 비밀이야. 새어 나가면 알지?”

“물론이죠! 제임스 외에는 아무도 몰라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올 즈음.

철새처럼 떠나갔던 제이호커스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대장! 휴가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휴가 준 적 없는데. 아무튼, 잘 돌아왔다.”

그중엔 세인트루이스에서 봤던 헤인즈와 제이미 일행도 복귀했다. 그들은 막스를 보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내가 많이 보고 싶었구나. 자, 이거.”

헤인즈와 일행은 막스가 준 것들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토르 해머라고, 혁신적인 망치 세트야. 이거 들고 철물점 돌아다니면 돼.”

“예?”

“딱 한 달만 돌아다녀 보자.”

막스는 제이호커스들 50명을 영업사원으로 선발하여 토르 해머 세트를 판매하고자 했다.

처음엔 술렁거렸으나 매출 금액 20%를 인센티브로 내걸자, 순식간에 인원이 차버렸다.

그렇게 대장간의 첫 제품 토르가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무려 40년을 앞당긴 못을 빼는 혁신적인 망치였다.

한편, 세인트루이스 항구에선 흑인 가족이 로렌스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다.

3월 6일 있을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일주일 앞둔 드레드 스콧 가족이었다.

판결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을 느낀 스콧은 가장 안전한 피난처, 로렌스로 이주를 결심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배에는 로렌스 학교의 새로운 선생님이 될 20살 찰스 하트란 남자도 타고 있었다.

데구르르르. 

갑판 위에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고무공이 찰스 하트의 다리 사이에 멈춰섰다. 이를 손으로 집어 든 찰스 하트는 주변을 확인하더니, 이내 배 바깥으로 공을 집어던진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신문을 읽었다.

< 아는 사이였어? > 끝

< 최악의 판결 >

따듯한 봄날과 함께, 떠났던 제이호커스들과 고향에 갔던 마을 사람들이 속속들이 마을로 복귀했다. 그리고 그 속엔 역사적인 판결을 일주일 앞둔 드레드 스콧의 가족도 있었다.

막스와 피치는 캔자스강 선착장에서 스콧과 부인, 그리고 두 딸을 반갑게 맞이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해결할 것들이 있어서.”

“미안하긴요. 살던 곳을 정리하고 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죠.”

스콧은 여러 후원자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변호사 선임료는 물론이고 일자리와 생활비까지 지원을 받고 있었으니, 혼자 훌쩍 떠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히 로렌스라고 하니까, 다들 응원해주더군요.”

하지만 스콧의 부인과 두 딸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이었다. 피치는 그런 불안감을 줄이고자, 말도 건네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피치가 스콧 가족들의 짐을 마차에 실어주는 때, 한 여인이 다가와 아는 척을 한다. 

피치 이후 세 번째로 부임한 루시 와일더란 선생님이었다.

“요새 얼굴 보기 힘들더니만, 여기서 보네.”

“오랜만이네요, 루시. 이번에 고등학교로 옮긴다면서요?”

“다음 주 월요일이 개교식인데 올 거지?”

“당연히 가야죠.”

“아 참.”

루시 와일더는 옆에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이번에 새로 오신 찰스 하트 선생님이셔. 저··· 선생님?”

이마를 훤히 내놓은 곱슬머리의 20살의 찰스 하트. 그는 루시의 말도 듣지 못한 채, 자신과 같은 또래의 동양인에게 시선이 팔려있었다.

피치는 피식 웃으며 손바닥으로 찰스 하트의 눈앞을 어지럽혔다.

“동양인 남자가 신기해서 그래요?”

“아, 죄송합니다. 찰스 하트라고 합니다.”

“에밀리에 파운 피치에요. 이번에 새로 부임했다고요?”

“예. 그렇게 됐습니다.”

“아이들을 잘 부탁해요. 말썽꾸러기들이 있긴 하지만, 다들 심성은 착하니까요.”

찰스 하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썽을 피우는 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하루빨리 보고 싶네요.”

“와우,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아이들이 잘 따르겠네요.”

피치가 미소를 지을 때, 막스가 다가왔다.

“짐 싣는 속도에 피치를 올려야지, 피치. 벌써 다 실었다고.”

“어머, 우리 막스 보안관님은 유머 감각도 있으시네요!”

“워워, 웃어주면 진짠 줄 알아요.”

피치는 실눈을 뜨고 막스는 웃으며 루시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루시.”

“보안관 그만둔 뒤로는 통 보기가 힘드네요.”

인사를 나누는 동안 찰스 하트는 어정쩡하게 막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루시가 이내 그를 막스에게 소개해줬다.

“반갑습니다. 미래의 꿈나무들을 잘 부탁해요. 막스 조라고 합니다.”

막스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자, 찰스 하트는 움찔하더니 이내 손을 맞잡았다.

‘펜대만 잡진 않았나 보네.’

막스는 찰스의 손이 생각보다 거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악력도 제법 강했다.

“그럼 다음에 또 보도록 하죠.”

찰스 하트에게 관심을 거둔 막스는 드레드 스콧 가족과 기지로 돌아갔다. 그리고 루시 와일더와 찰스 하트는 학교로 향했다.

길을 가던 중, 찰스 하트는 손수건을 꺼내 몇 번이나 자신의 손을 닦아냈다. 

이를 본 루시가 물었다.

“손에 뭐 묻으셨어요?”

‘그럼. 오물이 묻었지.’

찰스는 생각과는 반대로 담담히 입을 열었다.

“땀이 나는 체질이라서요. 그런데 피치 선생님은 지금 직업이 뭡니까?”

“계약기간 끝나고, 부 보안관도 했다가 지금은 민병대원으로 있어요.”

“민병대면 제이호커스요?”

“뭐, 그런 셈이죠. 하트 선생님도 노예제 때문에 로렌스로 오신 거죠?”

찰스 하트의 지원서에는 자신을 노예제 폐지론자로 인권을 존중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로렌스에 올 이유가 없을 테니까.

“그렇습니다.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심장인 로렌스에서 제 역할이 뭘까 고민하고 있거든요.”

“어머. 생각도 깊으시네요. 그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민병대원 활동도 해보세요. 피치도 그랬으니까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 듯, 찰스 하트가 눈을 반짝였다.

여기 오기 전 그는 오하이오, 일리노이, 인디애나주를 돌아다니며 선생님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했었다. 

찰스 하트에게 선생님은 어릴 적 꿈이었을 뿐, 현재는 신분을 숨기는 용도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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