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4화 (84/360)

사이코패스보단 냉혹한 리더로 그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콴트릴을 옹호하는 자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당시 도덕적 기준에서 게릴라군이 민간인을 죽이고 방화, 약탈하는 건

비단 콴트릴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제임스 헨리 레인이 지휘하는 제이호커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쨌든 남부 연합(노예제 옹호론자) 입장에서 콴트릴은 전쟁 영웅입니다.

주인공이 노예 폐지론자와 자유주 진영이다보니

그 대척점에서 튀어 나오는 빌런들이 하나같이 노예 옹호론자들이네요.

아마 이러한 구분은 남북전쟁이 끝나면 흐릿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 절대 망할 수 없는 사업 >

윌리엄 콴트릴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당장은 미래의 콜로라도 광산에 집중할 때다.

막스는 제임스 헤리스와 율리시스 그랜트를 회의실로 불러들였다.

“몇 개월 뒤에, 캔자스 서쪽에 대장간을 하나 지을 생각입니다.”

“거기에 뭐가 있는데?”

“금광이요.”

“!”

제임스와 율리시스의 입이 쩍 벌어졌다.

뜬금없이 금광이라니.

“채굴 장비를 여기서 만드는 것보다 거기서 만드는 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더라고요.”

“.... 뭐, 그거야 그렇긴 한데···.”

현실감 떨어지는 금광 이야기에 제임스는 말끝을 흐렸다. 지켜보던 율리시스가 어이가 없는지 끼어들었다.

“금광이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고. 자네 광산 사업을 생각하는 모양인데. 사업이란 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대략적인 금광 위치는 제가 알고 있습니다.”

“어휴. 자네가 알면 남들도 알고 있을걸? 내 조언하나 하면, 확실한 거 아니면 뛰어들지 않는 게 좋다는 거야.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

“설마, 이번 거 감이 안 좋습니까?”

율리시스는 막스의 눈을 바라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안 좋아. 딱 망할 것 같어.”

‘그럼 더더욱 해야지.’

사업 똥손 율리시스에게 무슨 감이 있다고.

막스는 오히려 확신이 생겨났다. 

절대 망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걸.

“금광이 발견되든 안 되든 조만간 사람이 몰릴 건 확실합니다. 당분간은 개인 채굴 장비 만드는 것에 집중합시다. 제가 얼마 전에 준 도면 있죠? 그 장비들을 만들면 됩니다.”

“뭐, 나야 시키는 대로 하겠지만. 금광이라니 진짜 뜬금없네.”

“내 사업 경험자로서 얘기하지만···.”

대장간 회의를 끝낸 다음, 막스는 주지사 존 기어리를 찾아갔다. 

비서가 말하길.

“새로 오신 덴버 장관님이랑 대화 중이세요.”

“이름이 뭐라고요?”

“제임스 윌리엄 짐 덴버요.”

막스는 미간을 좁히며 집무실 안을 바라봤다.

원 역사대로라면 지금 시기에 존 기어리는 파면되고 다른 주지사가 앉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자 역시 대통령에게 잘리고 다음 주지사가 될 사람이 바로 이 덴버라는 자였다.

막스가 그를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미래 콜로라도의 주도인 덴버 시티가 바로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서였다.

‘뭔가 서둘러야 할 것 같은 기분인데.’

금광 마을의 이름이 덴버인 이유. 

이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가 엮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덴버가 존 기어리를 밀어내고 주지사가 된다면 일이 꼬여버릴 가능성이 컸다.

덜컥.

집무실 문이 열리고 풍채 좋은 중년인이 나타났다. 막스는 굳이 마주칠 이유가 없어 자리를 피해 있었다.

“이제 들어가도 됩니다.”

비서의 말의 막스는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

“덴버는 얼마 전까지 인디언 사무국장으로 있었네. 전엔 나와 같이 캘리포니아에서도 일한 적이 있었고.”

“관계가 좋습니까?”

존 기어리는 어깨를 으쓱하곤 말을 이었다.

“뭐, 그냥저냥일세. 그 친구가 자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호기심까지는 아닙니다. 혹시 주지사님 자리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싶어 물었습니다.”

“내 자리?”

존 기어리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제이호커스와 보더 러피안이 한창 치고받을 때 대통령이 임명한 건데, 그 시기가 걸리네요.”

“잠깐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가 할 일이 좀 많습니까. 매사 조심은 해야죠.”

웃음을 터트린 존 기어리는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이네. 그래서 고민하고 있거든. 대통령은 내 실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입맛에 안 맞으면 덴버를 앉히려고 말이지.”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는군요.”

언제 칼바람이 일어날지 모른다. 존 기어리의 주지사 자리를 지키는 일도 쉽지 않았다.

“되돌리기 힘들도록 서류는 내가 다 처리하면 되네. 탐사에만 성공하면, 뒷일은 자네 계획대로 진행될 걸세.”

“믿겠습니다.”

“한배를 탔는데, 믿어야지.”

존 기어리는 돌돌 말린 지도와 막스에게 줄 서류를 뒤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평원을 빼고 산은 전부 공유지네. 자네도 광업법은 알고 있겠지?”

존 기어리의 말대로 평야는 누군가의 땅일 수 있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산은 대부분 주(State)의 재산이다. 

현재 광업법은 광산을 발견한 자에게 귀속된다는 멕시코 법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본격적으로 미국의 자체 광업법이 논의되는 건 콜로라도 금광이 발견된 이후의 일이었다.

존 기어리는 캔자스 서부 지도와 일부 서류를 챙겨 막스에게 건네줬다.

“그래서 언제 떠나려고?”

“내일요. 금맥이 발견되면 사람을 보낼 테니, 후속 조치를 해주시면 됩니다.”

광산으로 전문가를 파견하고 매장량 측정 역시 즉각 이루어질 것이다.

“내 자네를 위해 기도하겠네.”

“우리를 위해 기도하셔야죠.”

“보면, 자넨 우리라는 말을 자주 쓰더군.”

“조선인이 원래 그렇습니다.”

막스는 커피 한잔을 다 마시고 나서야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로렌스에 돌아온 막스는 윌슨 섀넌과 함께 마을 회의에 불려가야 했다.

“어이구, 전 주지사님 아니십니까.”

“전전 주지사님도 건강하셨습니까.”

캔자스 준주 시장으로서 파면당한 앤드류 리더와 윌슨 섀넌은 만날 때마다 자조적인 인사 드립을 치곤 한다. 

차이가 있다면 섀넌은 씁쓸한 표정인 데 반해, 리더는 이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회의에는 막스를 비롯해 찰스와 레인, 전 시장인 블러드와 현재 시장 카미 밥콕, 셸라 엘드릿지, 홀리데이와 사무엘 포메로이, 사무엘 뉴잇 우드, 그리고 조지 브라운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로렌스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들로, NEEAC를 통해 마을 설립에 참여한 나름 능력자들이다.

현재 시장인 카미 밥콕은 건설자로 훗날 캔자스 강에 카우 다리를 건설하게 되고, 사무엘 포메로이는 홀리데이와 함께 철도 사업을 이끌어나갈 인물이다.

포메로이의 경우 홀리데이와 철도를 구상하기 위해 날마다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 노선의 이름은.

애치슨, 토피카 및 산타페철도(AT&SF).

문제는 계획하는 철도 노선의 통과지점이 데이비드 애치슨이 설립한 노예주 옹호론자들이 모여사는 애치슨 마을이라는 점이었다.

둘은 그 마을을 꿀꺽하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하고 있었고, 이 일로 막스를 귀찮게 했다.

오늘도 회의 시작 전, 포메로이는 막스 옆에 달라붙어 떼를 썼다.

“어떻게 안 되겠나?”

“가서 마을 주민들 몰아내라고요?”

“에이, 물론 그건 아니지. 자네라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은가.”

“방법 말했잖습니까. 기다리면 된다고. 지금은 철도를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아니, 내년이나 올해나 뭔 차이가 있나? 이런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거거든.”

포메로이는 철도 기획안을 통해 하루빨리 자금을 조성하려 했다.

지금은 서부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동시에 철도 붐이 일던 시기다. 투기 광풍으로 잔뜩 거품이 끼고, 철도 기획 서류만 들이밀어도 돈들이 모이던 때였다.

그러나 정확히 올해 9월. 

한 사건으로 인해 경제 대공황이 찾아오고, 철도 관련 투자 사업은 7월을 정점으로 대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어찌어찌 포메로이를 단념시키고 나니, 이번에는 현 시장 밥콕이 슬쩍 다가왔다. 

“내가 조만간 은행을 만들까 하는데.”

“이렇게 어수선한 때에 무슨 은행입니까.”

“로렌스에 하나쯤은 있어야지 않겠나.”

“그게 지금은 아니죠, 시장님.”

“그럼 언제쯤?”

“일단 기다려보세요.”

시무룩한 얼굴을 한 밥콕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그는 회의 주관자였다.

손바닥으로 마른세수를 한 밥콕은 장내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모이고자 한 건 보더 러피안 문제와 곧 있을 레콤프터의 대규모 집회, 그리고 막스의 부재와 관련된 일을 논의하기 위해섭니다.”

밥콕이 막스를 쳐다보자 다들 그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언제부턴가 막스가 회의에 끼면 그의 입을 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부담스럽지만 어쨌든 말은 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전에 존 기어리 주지사를 만나고 온 길입니다.”

막스는 덴버라는 국무장관이 새로 부임한 일을 언급하며 찰스와 레인을 향해 말을 던졌다.

“당분간 주지사가 책잡히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레콤프턴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는 자신들의 헌법을 선전하고 노예제 옹호론자들을 집결시키려는 의도일 텐데, 무시하면 됩니다.”

“그러다 놈들이 헌법을 강제로 밀어붙이면?”

제임스 레인이 물었다.

“드레드 스콧 판결과 맞물려 대통령을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굳이 문제를 일으키면서까지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진 않을 겁니다.”

“절차를 따른다 이거군.”

“그럴 가능성이 크죠. 우리가 내세운 토피카 헌법, 그리고 레콤프턴 헌법을 두고 적법성을 따질 텐데 결국 상원, 하원까지 통과해야 하는 일입니다. 긴 싸움이라는 얘기죠.”

국회에 상정도 안 한 레콤프턴 헌법. 로렌스 의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결국 폐기처분 될 법안이다. 굳이 싸울 이유가 없었다.

회의가 끝날 즈음. 막스의 장기간 부재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고 갔다.

“굳이 이런 시기에 광산 탐사라니. 마음 같아선 자네를 말리고 싶네.”

레인 의원의 말에 다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철도, 은행은 때가 아니라면서 광산 탐사가 왠 말인가. 포메로이와 시장 밥콕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내심은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들은 ‘미네랄 익스플로러’의 투자자였으니 말이다.

“주주님들. 짐 싸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되겠습니까. 응원을 해야죠, 응원을.”

“난 아까부터 응원하고 있었네. 내 소리가 안 들린 모양이군.”

앤드류 리더가 껄껄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금을 채굴하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혼자 먹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그 파이를 키울 수 있었다.

‘내가 광산 업자는 아니잖아.’

그래서 막스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미네랄 익스플로러’에 투자하라고 꼬드겼다.

역할은 부지매입 자본과 광산 채굴 장비 및 전문인력 확보. 그들의 참여가 필요한 일이었다.

*

막스를 필두로 콜린, 피치, 히콕, 로어, 조 짐 주니어, 그리고 코디가 로렌스를 벗어났다.

사람들은 이들을 광산 탐사 원정대라 불렀다.

콜로라도 덴버까지의 직선거리는 대략 850km. 

로렌스에서 증기선을 타고 서쪽으로 향했다.

캔자스강 하류는 수심이 얕아 막스의 광산 탐사 원정대는 맨하튼이라는 NEEAC가 설립한 정착 마을에서 내려야 했다.

그곳에서 말을 구한 다음엔 거대한 밀퍼드 호수를 지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평원을 내달렸다.

그렇게 로렌스를 떠나 온 지 일주일.

타아아앙!

모처럼 뱃속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 막스는 버팔로를 사냥했다. 밧줄에 묶어 끌고 가자, 일행들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소리칠 시간에 저녁 준비나 해라.”

“옛 썰!”

버팔로 해체는 막스와 콜린이 전담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눈빛.

버팔로 빌이 버팔로에 이끌리듯, 코디가 눈을 반짝거리며 전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코디의 미래를 뒤적거린 막스가 말을 건넸다.

“코디.”

“예, 보스.”

“우린 배고프니까 사냥한 거야.”

뜬금없는 말에 코디가 눈을 껌뻑거렸다.

“절대 돈 벌려고, 혹은 재미 삼아 사냥하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설마,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니가 그랬어, 인마.’

남북전쟁 이후. 18개월 동안 코디가 사냥한 버팔로가 무려 4천 2백 마리다.

정부에선 대륙횡단철도 노동자들에게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버팔로 사냥을 장려했고, 이는 급격한 개체 수 감소를 불러왔다.

버팔로가 주요 생계 수단이었던 인디언에겐 치명타였으며, 미 정부의 추악한 인디언 말살 계획이라 비난받게 된다.

어찌 됐든, 당시 버팔로 사냥꾼이었던 코디는 즐기듯 사냥을 이어가고 ‘버팔로 빌’이라는 칭호까지 받는다.

“아무튼, 나는 배고파서 잡은 거야. 알았지?”

막스의 세뇌작업이 시작되는 동안, 다른 일행은 모닥불을 피우고 식사 준비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때. 저 멀리서 말 먼지를 일으키며 일단의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해체작업을 하던 막스가 허리를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각자 포지션 잡아.”

“옛 썰!”

‘오는 동안 너무 편안하다 싶었다.’

막스는 다가오는 무리를 응시하며 온몸에 무기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 절대 망할 수 없는 사업 > 끝

< 어여 땅이나 파 >

해가 진 캔자스 서부의 저녁.

피치는 바위 뒤에 숨어 샤프 라이플에 달린 스코프로 무리를 관찰했다.

“총 네 명. 그중 백인 남자가 둘, 인디언이 둘이네.”

막스 역시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얼굴을 확인할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그들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뒤를 힐끔거리는 표정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서로 육안으로 확인할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을 즈음. 그들이 갑자기 속력을 줄여갔다.

막스 일행이 무장한 채 총을 겨누고 있으니, 앞과 뒤를 번갈아 보며 갈팡질팡 갈등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중 40대 초반의 백인 남자는 말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이내 앞으로 나섰다. 

무리를 이끄는 리더로 보였다.

“인디언들이 우릴 쫓고 있소! 그쪽과 합류하면 저들이 더는 쫓지 않을 겁니다!”

쪽수가 늘어나면 물러날 거라는 이야기였다.

막스가 물었다.

“인디언 숫자와 부족은?”

“샤이엔 부족으로 대략 10명가량 됩니다! 아마 전쟁에서 낙오된 자들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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