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뉴멕시코, 유타, 애리조나, 와이오밍 등.
서부의 거친 총잡이들이 속속들이 파이크스 피크로 향했다.
여기엔 캘리포니아에 있던 중국인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 어서들 오시게! > 끝
< 여기가 너네 나라냐? >
네이선 로어가 처음 금광을 발견한 곳은 로키산맥 동쪽의 블랙호크 로즈 골드.
문제는 금이 발견된 시점이다.
한여름인 8월 중순이었고 이 소식이 미전역에 퍼진 건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11월이 훌쩍 넘어서였다.
자리를 일찍 선점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맞닥트린 건 얼어붙은 땅과 시내, 그리고 눈발까지 휘날리며 하얗게 변해버린 로키산맥이었다.
캔자스 서부에 들이닥친 한파.
골드러시의 열기와 반대로 광산은 혹한의 겨울이었다.
“씨부럴···.”
일찍 금광을 찾아온 사람들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경험이 없는 초짜들은 겨울이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천막을 치려 해도 자재를 구하기 힘들고, 식량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때.
[토목 건설 인부 채용. 일당 1.2 달러]
주급 10달러도 안 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에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미국 경제가 쑥대밭 된 상황에서 일자리에 돈까지 벌 수 있었으니, 금 캐러 와서 정작 건설 현장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SHERIFF OFFICE]
막스가 말뚝 밖은 땅의 중심.
치안을 담당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세워진 보안관 사무실로 일곱 명의 보안관이 자체 임명되었다.
피치도 그중 한 명.
그녀는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넓은 땅에 언제 건물 짓냐고 했더니, 이런 식으로 보여주네요.”
막스는 금 캐러 온 인원을 자연스레 공사판으로 흡수해 버렸다. 그 시기적절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전부 계획한 거겠죠?”
“막스를 아직도 몰라? 미리 판 짜놓은 것 봐. 이젠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와.”
콜린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둘은 나무와 풀들이 우거진 환경이 순식간에 공터로 변하고, 그 땅이 건물로 채워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걸 생각했던 걸까.
“같은 인간인데 어쩜 이렇게 틀릴까요?”
“직접 물어봐. 난 생각하는 걸 포기했으니까.”
“나도 포기하고 싶은데. 궁금증은 늘어만 가네요.”
성에가 잔뜩 낀 창문. 손가락으로 막스의 얼굴을 그리던 피치가 고개를 돌려 사무실 문을 쳐다봤다.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일단의 남자들이 들어온다.
히콕과 코디, 로어와 조 짐 주니어. 그리고 그들의 손에 끌려온 남자가 셋이었다.
“뭐야?”
“말썽 피우길래 잡아 왔지.”
“인디언 새끼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따악.
히콕은 눈을 부라린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개소리 마. 거기 회사 소유 광산인 거 몰랐어?”
“모, 몰랐다니까!”
“모르는 것도 죄야. 여기저기 푯말로 박아 놨는데, 눈이 삐꾸냐?”
히콕은 발로 차며, 남자들을 철창 안으로 밀어 넣었다.
“우릴 어떻게 하려고?!”
“준주 감사관이 알아서 처리할 거다.”
자체적으로 도시를 만들어 치안을 담당하지만, 일방적인 법 집행은 자칫 광산 회사에 증오감을 불러올 수 있다.
도시의 기능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막스는 존 기어리에게 캔자스 준주의 법관 한 명과 감사관 셋을 요청했다.
- 근데, 보안관이 일곱 명이라고 하지 않았냐?
- 나도 그렇게 들었어. 한 명 빼고는 다 부 보안관이라던데.
- 그럼 저 중에 누가 보안관이야?
- ...... 내가 어떻게 알아.
철창 안에서 소곤거리던 남자들은 히콕의 사나운 눈초리를 받곤 입을 닫아버렸다.
그들이 말한 보안관 막스는 이곳 사무실이 아닌 북쪽을 지키고 있다.
특이한 건 사무실이 아닌 요새를 만들어버렸다는 거. 하늘 높이 솟은 깎아 자른 절벽을 등지고 삼면의 담장 높이 3m, 각 면의 길이는 3km에 달하는 담당 모서리와 중간중간 경비 초소가 만들어진 요새였다.
입구 안쪽에는 금을 환전하는 은행, 연병장과 병사들의 숙소, 대장간 등이 들어설 꽤 넓은 공간이다. 지금은 뼈대 공사가 한창이었다.
요새 내 막스의 사무실.
170cm 정도의 키에 네모난 체격의 중년 남자가 막스와 마주 앉았다.
잘생긴 외모에 노란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어떤 상황에서는 끔찍할 수도 있는 연한 푸른 눈빛은 동양인을 향한 날카로운 공격성을 담고 있었다.
그는 서부의 사냥꾼이자 탐험가, 그리고 미연방 최초의 인디언 에이전트인 키트 카슨이었다.
동양인에 대한 진부한 대화가 끝나고 막스가 물었다.
“캔자스에 볼일이 있으셨다고요?”
“개인적인 일이었네. 그곳에서 자네 명성이 자자하더군.”
“누가 제 칭찬을 그렇게 하던가요?”
“주지사도 그렇고 자네와 가깝다는 친구도 그 이야길 하더군.”
‘주지사와 홀리데이인가.’
둘의 관계가 궁금했는데, 이번에는 키트 카슨까지 더해졌다. 대체 이 셋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아무튼, 심슨이 말하길 금광 채굴권을 내게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인가?”
“물론입니다.”
“공짜는 아니겠고. 인디언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조건이겠지?”
갈등을 최대한 방지하고, 인디언이 정부의 뜻에 복종하도록 설득하고, 백인 사이의 접촉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것.
미연방에서 키트 카슨에게 내려준 임무였다.
“인디언 에이전트 임무의 연장선이라고 보시면 되겠죠.”
“흠. 심슨에게는 들었네. 자네가 아라파호족 추장 작은 갈까마귀에게 공존을 말했다더군. 14개 부족의 언어를 알고 십수 년을 인디언과 부대끼며 살던 나조차도 공존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었네.”
“불가능하다 이 말입니까?”
“속셈이 빤히 보여서 하는 말이네. 다른 추장들에겐 씨알도 안 먹힐 테지. 그런 점에서 아라파호족을 택한 건 나름 현명한 선택이었네.”
키트 카슨의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그는 막스를 사기꾼으로 여겼다. 언젠가 인디언들의 뒤통수를 칠 인간으로 봤다.
막스는 담담했지만, 그 역시 내심은 카슨을 비웃고 있었다.
‘정작 인디언을 죽음으로 내몬 건 당신이야.’
그게 정부의 뜻일지언정, 훗날 선두에 서서 인디언과 전쟁을 벌인 건 키트 카슨이다.
나바호족을 척박한 뉴멕시코의 황무지로 쫓아낸 사람이 막스를 사기꾼으로 보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당장은 필요해서 끼워준다. 앞으로 어떻게 하나 보자고.’
인디언과 친밀하면서도 그들의 척결에 앞장선 이중성. 어떤 게 진심인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일이다.
캘리포니아 인디언을 몰아내고, 오레곤 트레일의 이동로를 개척한 백인들의 영웅.
막스는 그런 키트 카슨의 명성을 이용해 인디언들과 미연방의 개입으로부터 도시를 유지하고자 했다.
“카슨, 당신은 인디언들과의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면 됩니다.”
“알겠네. 받은 게 있으면 나도 줘야겠지.”
키트 카슨과 대화를 끝내고, 막스는 또 다른 회의 장소를 찾아갔다.
미네랄 익스플로러 주주 회의.
참석자들은 광산과 도시 개발의 투자자들.
그중엔 존 기어리도 있었는데 캔자스 현안은 뒤로한 채 이곳에 눌러앉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 봄이 되면 레콤프턴으로 돌아갈 생각이네.
- 보통은 그때 오지 않나요? 반대로 하시네.
- 내가 여기 있는 게 곧 캔자스를 위한 길이라네.
금광은 무너진 캔자스의 경제를 살릴 것이다.
그러니 주지사가 이곳에 죽치고 있어도 태클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었다.
- 레콤프턴에 있어 봐야 노예주들에게 시달리기밖에 더 하겠나. 마음 같아선 여기에 눌러있고 싶네.
얼마 전 노예주 옹호론자들은 레콤프턴 헌법을 공표했다. 그런데 파이크스 피크 금광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은커녕 철저히 외면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제 대공황은 노예주인 남부 지주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노예제 갈등보다 먹고 사는 게 현안으로 떠올랐으니. 노예제 옹호론자들 역시 금광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보며 막스가 입을 열었다.
“지금 몰려든 자들을 보면 이곳과 접경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캔자스, 와이오밍, 오클라호마 그리고 텍사스 정도죠.”
소문을 듣고 곧바로 달려온다 해도 거리가 상당하다.
게다가 캘리포니아의 학습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겨울은 가봐야 개털이라는 걸 아는 현명한 사람들은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현재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 수가 2천이 넘지 않았다.
“봄이 오기 전에 기반 시설은 갖춰야 합니다. 중심부 땅을 우리가 가져갔으니, 상점과 숙박시설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죠.”
“자금 사정은 어떤가?”
찰스 로빈슨이 물었다.
막대한 돈이 투입되는 터라, 주주들이 십시일반으로 투자한 10만 달러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막스는 일찍이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금광 한쪽을 뚫어 갱도를 만들었다.
이는 미네랄 익스플로러 회사에서 독점 보유한 광산중 일부분이었고, 광부들은 로렌스와 인근 마을의 노예제 폐지론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조건은 채굴의 20%를 급여로 가져가고, 석 달 후엔 채굴 라이센스를 부여받는 방식이다.
로렌스에서 발급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면, 이들에겐 매장량이 풍부한 금광에서 채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어제까지 총 8,242온스(233kg)을 채굴했습니다. 현 시세가 온스당 20.67달러니까, 이래저래 빠지고 남으면 14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거죠”
한 달에 14만 달러. 그것도 갱도 하나만 뚫어서 얻은 양이다.
미네랄 익스플로러의 지분 구조는 ‘막스 인베스트’가 53%, 나머지가 47%를 갖고 있다.
어찌 됐든, 한 달 만에 투자분 이상을 금광에서 뽑아냈으니 투자자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흐를 수밖에 없었다.
설사 그 자금이 다시 재투자되어 당장은 만지진 못하더라도, 훗날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상태면 곧 도시가 갖춰질 텐데 이름도 짓고 대통령에게 정식 승인도 받아야지 않겠습니까? 현실적으로 이 지역이 캔자스 영토로 묶이긴 했지만, 분명 독립은 될 테니까요.”
찰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마을에도 이름이 있는데, 하물며 지금처럼 대규모로 만들어지는 도시 이름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도시 이름으로 뭐가 좋겠습니까?”
미래에는 덴버라는 이름이 되겠지만, 그건 당시 주지사의 이름일 뿐. 지금은 다른 이름이 필요했다. 다들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막스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콜로라도는 이 지역에 ‘붉은 사암’이 많아 스페인어로 ‘붉은색’을 의미하는 예전부터 쓰이던 말이다. 이건 그대로 가져가면 된다.
“예전부터 콜로라도(Colorado)라고 불리던 곳이었으니, 주의 이름은 그걸로 하고. 도시 이름은 준투(Junto)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스페인어로 '함께'라는 뜻입니다만.”
“호, 우리가 합심해서 만드는 도시라.”
“어감도 의미도 마음에 드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아닌데. 인디언과 함께 하겠다, 라는 뜻인데.’
이거나 그거나.
착각하는 걸 굳이 말리고 싶진 않다.
어찌 됐든, 막스의 제안으로 훗날 NBA팀 ‘덴버 너깃츠’는 ‘준투 너깃츠’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
*
해가 바뀌어 어느덧 1858년 1월.
새해맞이 고사라도 지내야 하나 고민하던 막스의 사무실로 아라파호족 인디언이 찾아왔다.
통역자에 따르면 준투로 오는 길목에서 막스와 비슷한 동양인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말이었다.
‘중국인이 벌써 여기에 왔어?’
그들이 있던 곳은 캘리포니아.
기간으로 따지면 골드러시 소문이 터지자마자 출발한 게 분명하다.
고민하던 막스는 대원들을 이끌고 인디언을 따라갔다.
덜거덕, 덜거덕.
눈보라가 치는 혹한의 날씨 속.
열 대의 마차가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트레일을 따라 오레곤 트레일에 합류. 마침내 유타 준주를 지나 로키산맥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這樣下去都快凍死了。 先暖和一下再走 。(이대로면 다 얼어 죽겠어요. 잠시 몸을 녹였다가 갑시다.)”
“這裏太開放了。 快到 山了,稍微忍耐一下。(너무 개방된 곳이야. 이제 곧 광산에 도착할 텐데, 조금만 참아.)”
“楊燕的身體在沸騰。 這樣下去,說不定會死。(양옌의 몸이 펄펄 끓고 있어요. 이대로면 죽을지도 모른다고요!)”
한 여인의 외침에 결국 선두 마차가 멈춰 섰다.
마차 행렬은 이내 둥글게 대형을 만들어 휴식을 취했다. 눈을 걷어내고, 마차에서 꺼낸 마른 장작을 쌓아 모닥불은 지폈다.
기이한 건 인원 구성이다. 무리 중에 젊고 어린 여자들이 꽤 되었다.
그들은 얇은 담요를 둘러 서로 밀착한 채 몸을 녹였다.
그런데 이때.
타앙!
타앙!
총성이 울림과 동시에 일행 남자 둘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在馬車後面!(마차 뒤에 숨어!)”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총알이 빗발쳤다. 일행은 마차에 바싹 붙어, 일부는 총을 꺼내 대응 사격을 시작했다.
마차에 총알이 박히고, 여인들은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인 채 귀를 막았다.
“쿨리 새끼들이 어딜 감히 남의 땅에서 금을 캐려고 지랄이야.”
총을 쏘며 낄낄거리는 목소리. 분노한 중국인 남자가 소리치자 비아냥은 갈수록 더해간다.
“어버버버. 말도 못 하는 새끼들이 남의 나라엔 왜 기어 와서 지랄들이냐고!”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던 브레드 갱단.
한겨울에 광산으로 가봐야 먹을 게 없다는 걸 아는 놈들이다.
때문에 놈들은 광산으로 접근하는 이주자들을 습격하며 겨울을 보내려 했다.
“넌 이제 애들 데리고 반대쪽으로 돌아. 양쪽으로 좁히면서, 죽여버리···!”
타앙!
총소리와 함께 두목 브레드가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앞으로 고꾸라져 쓰러진 놈의 뒤통수엔 손가락 세 개 만한 구멍이 파여 있었다.
갱단들이 경악할 때.
막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가 너네 나라냐?”
“어, 어떤 새끼야!”
타앙! 타앙!
쉐에에엑!
뒤에서 날아온 총알, 분노의 화살에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수가 여덟.
순식간에 갱단 하나가 몰살되었다.
< 여기가 너네 나라냐? > 끝
< 조선인 이막산이다 >
현시점을 기준으로 갱단의 출몰이 가장 많은 지역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로 일확천금을 꿈꿨으나 개털이 된 자들은 갱단을 만들어 금광과 은행, 역마차를 털었다.
방금 몰살된 브레드 갱단 역시 캘리포니아 골드러시가 쇠퇴하고 경제난이 겹치면서 콜로라도로 활동무대를 옮긴 것이었다.
시체들을 본 콜린이 혀를 끌끌 찼다.
“이놈들 이거, 잔챙이들이구만. 캘리포니아에서도 힘들게 강도질 했겠는데?”
“그러게요. 상대 숫자가 훨씬 많은데 무슨 생각으로 마차를 습격했지. 그것도 광산 코앞에서.”
“그냥 생각이 없는 거지. 아니면 동양인이라 우습게 봤거나.”
“동양인···.”
콜린과 대화를 나누던 피치가 슬쩍 막스를 쳐다봤다. 그녀뿐 아니라, 같이 온 대원들 역시 동양인을 만난 막스의 드라마틱한 반응을 기대했다.
그런데 막스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하다.
그의 시선은 마차에 있는 무리를 훑어갔다.
중국인들과의 거리는 대략 50미터.
막스는 갑자기 스카프를 두르며 등을 돌렸다.
“콜린, 난 돌아갈 테니까 저들을 17구역으로 안내해줘요. 그리고 너희들은 당분간 내 존재는 비밀로 해. 피치는 같이 내려가자, 할 말이 있으니까.”
가려는 막스에게 콜린이 황급히 다가와 속삭였다. 동양인에 관한 선입견이 이상한 쪽으로 박혀서였다.
- 다 너 같지는 않지?
- 나였으면 저렇게 안 당하죠.
- 그렇겠지? 너 말만 믿는다.
인디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막스는 피치와 함께 요새로 돌아갔다.
동양인이라면 막스처럼 전투력이 강하지 않을까? 이런 불길함을 털어내고, 콜린은 대원들을 이끌고 마차 행렬로 다가갔다.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저, 저요.”
콜린의 물음에 젊은 남자가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