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5화 (95/360)

“우테 부족과 관련해서 할 얘기가 있네만.”

얼마 전 광산 경비에 관심을 보였다던 인디언 부족이 마침내 접근을 시도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내용에 앞서 키트 카슨이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몇 개월 전 우테 부족의 족장 카노쉬가 몰몬교로 개종한 일이 있었네.”

“개종이요?”

막스 못지않게 피치도 눈을 껌뻑거렸다.

인디언 부족의 족장이 몰몬교로 개종했다니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몰몬교는 인디언들과 마찰과 갈등을 피하고자 공존을 선택했네. 지도자인 브리검 영은 인디언들을 몰몬교로 개종시키고 통혼을 장려하여 연합과 공동 이익을 내세우고 있지.”

‘인디언과의 공존···.’

피치는 힐끔 막스를 쳐다봤다.

몰몬교와 추구하는 바가 같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카노쉬 족장이 재미있는 이야길 하더군.”

키트 카슨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막스를 쳐다봤다.

“몰몬교 사이에서 오레곤 트레일의 동양인 성자에 관한 이야기가 퍼져있다는 소리였네.”

“......”

버팔로를 사냥해 굶주린 몰몬교도의 배를 채워준 동양인 성자가 전설처럼 교도들 사이에서 회자 되고 있다고 한다.

‘...... 강도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몰몬교도를 이용한 건데!?’

그 결과가 이런 식으로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이거 잘하면 몰몬교를···.’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을 때, 키트 카슨이 확인하려는 듯 말을 건넸다.

“자네가 혹시 그 동양인이 맞····?”

막스가 자리에서 벌떡일어나며 말했다.

“성자 막스 조. 그게 바로 접니다.”

키트 카슨은 역시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피치는 다채로운 표정을 지으며 막스를 쳐다봤다.

‘이제 알만하다 싶었는데···.’

감히 인간 따위가 성자의 마음을 헤아리려 했다니. 아찔해진 피치는 이마를 훔치고 입에선 실성한 듯 웃음이 흘러나왔다.

*

우테 인디언은 여타의 인디언들처럼 여러 개의 부족으로 나뉜다. 그중 파반트는 유목 생활을 접고 농업을 시작한 우테 부족 중 하나였다.

막스는 키트 카슨과 파반트의 족장 카노쉬를 만나기 위해 광산을 넘어 유타와 콜로라도의 경계인 로키산맥 중심으로 향했다. 

짧지만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말끔한 정장에 조끼, 스카프로 타이까지 멘 그는 개종한 인디언티를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변에 있는 인디언들은 본연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들은 다른 부족을 이끄는 족장들로 몰몬교로의 개종을 거부한 자들이었다.

“오레곤 트레일의 성자를 이렇게 만나다니. 내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군요.”

“별말씀을요. 그런데 영어가 유창하시네요.”

“스페인어도 할 줄 압니다만.”

카노쉬는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고, 주변 인디언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봤다.

뼈를 에일듯한 추위. 

농담 따먹기 그만하고, 얼른 회담을 결론 짓자며 카노쉬에게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었다.

“흠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아라파호족처럼 우테 족 역시 광산 경비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카노쉬의 말에 족장들의 시선이 막스를 향했다.

따뜻하고 풍료로운 땅을 백인들에게 내준 인디언들. 그 대가는 여유롭지 못한 식량과 의복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비참한 신세다.

아라파호족이 매달 챙겨가는 물자는 그들에게도 절실한 것들이었다.

막스는 고민없이 장내를 둘러보며 말했다.

“조건은 아라파호족과 동일합니다. 각 부족은 10명의 경비를 보내주시고, 봄이 되면 그 인원을 늘려갈 생각입니다.”

인디언들과 함께 다닐 백인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앨런 핑커톤이 인력을 보낼 때까진 인디언을 고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구체적인 합의를 끝내자 족장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마침내 막스와 키트 카슨, 카노쉬만이 남아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주제는 막스가 이곳에 온 목적, 몰몬교에 관한 것이었다.

“회장 브리검 영은 유타 준주를 몰몬교의 영토로 인정받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방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군을 보내게 된 거죠.”

“순서가 바뀐 것 같군요. 애초에 이 사건의 시발점은 몰몬교 민병대에서 민간인들을 학살해서 벌어진 일이 아닙니까?”

“그건 연방정부에서 꾸며낸 사건이라고 알고 있는데. 설마 그걸 믿습니까?”

카노쉬는 되려 막스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아칸소에서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이주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한 사건.

솔트레이크 시티 부근의 메도우스 산에서 벌어진 일명 ‘마운틴 메도우스 대학살’을 카노쉬는 연방정부의 음모로 생각하고 있었다.

개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카노쉬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브리검 영이 자신들의 치부를 굳이 드러내진 않았을 테니까.

‘뭐, 굳이 설득할 필요 있나.’

카노쉬가 진상을 알든 모르든 중요치 않았다.

막스의 목적은 이 사건을 이용해 워싱턴과 몰몬교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막스는 짐짓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워싱턴에서 이 일을 꾸며냈다면, 제가 한소리를 해야겠군요.”

“그, 그게 가능합니까?”

대통령을 꾸짖는다는 건가? 카노쉬가 놀라고 키트 카슨은 눈을 가늘게 떠 막스를 지켜봤다. 

“몰몬교도들이 억울한 누명을 썼으면, 응당 제가 나서야겠지요.”

“오오.”

성자라는 말의 영향일까. 태양을 등진 막스의 머리 뒤에 후광이 비추는 기분이다. 

눈이 부신 카노쉬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이를 본 키트 카슨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 타이밍에 맞춰 막스는 카노쉬를 넌지시 바라보며 말했다.

“조만간 솔트레이크를 방문할 건데. 그 전에 저를 위해 해줄 일이 하나 있습니다.”

“무슨 일이요?”

“제가 누구인지와, 가는 목적을 널리 알리는 겁니다.”

카노쉬를 통해 퍼지는 소문이란. 

오레곤 트레일의 동양인 성자가 알고 보니 콜로라도 금광도 발견했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연방정부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브리검 영을 만날 거라는 소문이었다.

< 성자 막스 조 > 끝

< 신경 쓰여 >

인디언 우테 부족 족장 카노쉬와 회담을 마치고, 막스와 카슨은 눈 덮인 산과 비좁은 협곡을 지나 광산으로 향했다.

올 때는 입이 무거웠던 카슨이지만, 갈 때는 곧잘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동부 사람들은 나 같은 덫 사냥꾼을 낭만적이고 모험심이 강한 자로 여기더군. 실상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있고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데 말이야. 이른 나이에 죽거나 불구가 되는 사람이 허다하네.”

“뭐, 자신이 해보지 못한 일을 동경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안락한 삶을 사는 사람은 자유롭고 거친 삶을 부러워하고, 그걸 낭만이라 생각하는 거죠.”

키트 카슨은 막스의 말에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는 덫 사냥꾼들의 매력적인 모습을 그려낸 소설가들 덕분에 동부인들에겐 신격화까지 된 인물이었다.

“그래서 소설은 소설인 거지. 과장도 많고, 있는 말 없는 말을 전부 보태거든. 심지어 에머슨 베넷이라는 작자는 내가 가보지도 않은 장소에 나를 등장시켜 소설을 썼다니까.”

“그럼 회고록은 어떻습니까?”

“혹시 읽어봤나?”

“오래전에요.”

“회고록 나온 지 고작 2년밖에 안 됐는데?!”

“...... 저한테는 그게 오래된 겁니다.”

정확히는 용병 시절에 읽다 말았다. 

회고록 초반부, 산 사람으로서의 키트 카슨은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후반의 인디언 전쟁 부분에 들어선 자신의 합리화에 지면을 낭비한 수준에 불과했다.

재미가 없었다.

어찌 됐든, 막스가 자신의 회고록을 읽었다는 말에 키트 카슨이 피식거렸다.

“브루워튼 중위라고, 그 친구가 하도 회고록을 쓰자고 해서 도운 것뿐이네. 자네한테만 말하지만, 거기도 과장된 부분이 많네.”

“괜히 읽었군요.”

“...... 뭐, 재미만 있으면 됐지.”

정작 재미있는 건 영어, 스페인어, 여섯 개의 인디언 언어를 구사하는 키트 카슨이 문맹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카슨의 말대로 회고록은 직접 쓴 게 아닌 도와줬다는 표현이 옳았다.

쓴웃음을 짓던 카슨은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뒤따라오는 막스를 쳐다봤다.

“자넬 보면 내 젊었을 때가 생각나는군. 프레몬트 대령과 이곳 로키산맥을 넘을 때만 해도 나만큼 산을 잘 타는 사람은 없었거든.”

“존 찰스 프레몬트요?”

“맞네, 그 프레몬트. 지난 대선에 낙선하긴 했지만 꽤 유능한 사람이었지.”

링컨을 이기고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제임스 뷰캐넌에게 패한 존 찰스 프레몬트. 

그는 멕시코 전쟁이 발발하기 전, 키트 카슨의 안내로 로키산맥과 솔트레이크를 넘어 캘리포니아로 향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프레몬트는 캘리포니아에서 수많은 인디언을 잔인하게 학살한다.

성급하고 모순적이며 저돌적이고 무자비한. 

성공과 비참한 실패의 극적인 삶을 살아간 남자 존 찰스 프레몬트. 

후대에 내려진 그의 평가였다.

“프레몬트가 어떤 점에서 유능하다는 겁니까?”

“캘리포니아와 서부를 개척했고, 멕시코 전쟁에선 과감한 전략으로 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

“인디언도 학살하고요?”

“그 당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네.”

“그런 상황이 대체 뭘까요.”

“뭐, 인디언과 공존을 말하는 자네는 이해 못 할 수도 있네.”

막스는 실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럼 이해를 시켜주시죠.”

“흠.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한 투쟁. 강한 자가 살아남는 건 자연의 법칙과도 같네.”

“힘이 있으면 뭐든 용납된다 이거군요.”

“나도 동의하진 않지만, 세상은 그리 흘러가고 있다네.”

그 세상에 속한 키트 카슨은 그저 방관하고 관조하며 염세적인 입장에서 말을 내뱉었다. 

이는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이었다.

막스는 입을 닫고 발걸음을 재촉하려 했다.

그런데 키트 카슨이 발을 멈춰 세웠다.

“혹시, 자네. 동양인 성자라는 걸 진심으로 믿고 있는 건가?”

“갑자기 그건 왜 묻습니까?”

“세상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서 그렇네. 대통령 이야기도 그렇고,  몰몬교와의 갈등을 자네가 어찌 푼단 말인가. 성자라는 말에 도취해 그걸 힘으로 여긴다면 이쯤에서 그만두게.”

“제가 그렇게 허술해 보입니까?”

막스의 눈을 쳐다본 키트 카슨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인디언과 공존이니 뭐니. 솔직히 현실을 구분 못 하는 몽상가로밖에 보이질 않네. 모든 게 자네 뜻대로 굴러간다고 착각하는 거. 그거 아주 위험한 생각이거든.”

“흠.”

잠시 휴식도 취할 겸. 바위에 걸터앉은 막스는 말린 육포를 카슨에게 건네주며 말을 꺼냈다.

“성자에 관해 말해보자면. 소설보다 더 과장 섞인 소문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죠. 게다가 몰몬교로 뭉친 자들이 설마 저를 성자로 대접이나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뭐가 됐든, 이용할 가치는 있죠.”

적어도 버팔로 고기를 먹은 사람이라도 막스를 반기면 그게 어디인가.

“중요한 건, 몰몬교 지도자 브리검 영을 만날 구실과 제 말에 실린 무게가 조금은 무거워졌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워싱턴으로부터 이 지역을 보호하고 시간을 버는 겁니다.”

“시간?”

“아이가 어른이 될 시간이죠.”

어느 순간 생각 자체를 싫어하게 된 카슨은 당최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막스는 자신이 왜 오레곤 트레일의 성자가 되었는지, 그 사소하지만 어이없는 이야기를 카슨에게 들려주었다.

“오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게로군. 정작 자네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야.”

“글쎄요.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이 없었으면 애초에 하지 않았을 일이죠. 그리고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행동하니까, 그때의 사건을 이용할 수 있는 겁니다.”

“...... 뭔가 내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돌려서 말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하게.”

카슨은 복잡한 건 질색이라며 막스를 쳐다봤다.

“만약, 연방에서 인디언을 죽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미래에 벌어질 질문을 미리 던져봤다.

지금까지 지켜본 카슨은 상황을 합리화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터.

아니나 다를까,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야 한다면 해야겠지.”

“당신의 이상과 어긋나도 따르겠다는 말씀이군요.”

“...... 나 역시 미연방의 국민이니까.”

“그렇게 되면 카슨, 당신도. 당신을 동경하는 동부의 사람들처럼 누군가를 동경하게 될 겁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막스의 깊은 눈빛이 카슨을 응시했다.

“나는 당신이 하지 못한, 해보지 않은 일을 해낼 거고. 그런 나를 당신은 동경하게 될 겁니다.”

“......”

“광산, 몰몬교는 그 시작일 뿐입니다.”

언뜻 오만하고 건방진 말이지만, 지금까지 막스가 보여준 걸 생각하면 가볍게 흘릴 말도 아니다. 카슨은 입을 꾹 다문 채 막스의 말을 곱씹었다. 그렇게 잠시간 침묵이 흐르고, 육포를 전투적으로 씹던 막스가 이내 몸을 일으켰다.

“가시죠. 할 일이 많습니다.”

인디언들과 부대껴 살아온 카슨. 

그가 인생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건 두 명의 인디언 부인을 떠나보내고, 딸들 마저 병과 사고로 잃게 된 원인이 컸다.

그런데 방금, 사그라진 삶의 열정과 의욕의 불씨를 막스가 기어이 찾아내 헤집었다. 

‘동경이라.’

카슨은 앞서가는 막스의 등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로키산맥으로 떠난지 일주일.

요새에 도착한 막스는 지금까지 채굴된 금을 비밀리에 주 은행으로 이송할 준비를 지시했다.

‘주지사도 만나고, 금도 처리하고. 내친김에 로렌스도 다녀오자.’

사무실에서 급한 서류를 처리하던 때.

산초가 찾아왔다. 그는 얼굴이 벌게진 채, 책상에 양손을 짚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천막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흑인. 오른쪽으로 돌리면 중국인이더군.”

“천막이 얇은가 보네. 안에서도 보이디?”

“...... 길 건너편은 백인이고, 그 옆은 또 인디언이야.”

“그래서. 마음에 안 들어?”

“아니. 너무 좋아서 미칠 지경이야.”

산초가 이를 깨물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진짜 좋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좋다니 다행이네.”

“혹시 그때 말한 걸 시험할 생각이라면, 나를 띄엄띄엄 본 거야. 나와 동료들은 절대 피부색과 출신 국가가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거든!”

착각에 빠진 산초는 어림없다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알았다. 그거 말고는? 또 할 얘기 있어?”

“...... 아니.”

“근데, 너 일할 시간 아니냐?”

“점심시간이다.”

“끝나기 전에 얼른 가봐.”

“음. 근데 피치는···. 아니다.”

산초가 등을 돌리자 막스가 소리쳤다.

“스탑! 피치 뭐?”

“아냐.”

“말해. 뒈지기 전에.”

“..... 어딜 가면 볼 수 있냐. 보안관 사무실에도 없던데?”

“피치는···. 아니다.”

“말해. 뒈지···.”

막스가 노려보자 산초는 말을 끊고는 서둘러 사무실에서 사라졌다.

‘피치를 니가 왜 찾는데.’

서류를 훑어보던 막스는 이내 의자에 몸을 묻고는 천장을 바라봤다.

‘신경 쓰여. 로렌스에 데려갈까.’

그날 저녁. 막스는 보안관 사무실을 들렀다.

스카프를 두르고 스윙도어를 밀기도 전 막스는 흠칫하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미어캣처럼 고개를 내밀어 사무실 내부를 살폈다.

“이 새끼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니까!”

“대체 언제까지 여기 가둘 건데? 니들 영장 받고 이 짓 하는 거야?”

“다른 건 모르겠고! 밥은 언제 주냐고!”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사무실이 난장판이다. 전부 시비가 붙거나 사고를 친 자들로 그 수가 이십 명이 넘어갔다.

“다들 조용히 해. 이빨 뽑아버리기 전에.”

히콕이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해볼 테면 해보라며 입을 들이미는 놈. 피치를 음흉한 시선으로 보거나, 혼잡한 상황을 이용해 손을 뻗어 만지려는 놈도 있었다.

그리고 기어이 엉덩이에 손을 대었다.

‘저런 미친놈!’

막스가 스윙도어를 밀고 들어가려 할 때. 

피치의 발이 번쩍이며 남자 얼굴을 후려쳤다.

빠각.

남자의 고개가 꺾이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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