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는 브리검 영의 눈빛에서 권력을 유지하려는 욕망과 탐욕을 엿볼 수 있었다.
“다행히 분위기를 역전시킬 방법은 있습니다. 흉수인 몰몬교 민병대를 철저하게 응징하는 겁니다.”
“......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 그들이 거느린 병력이 상당하거든.”
막스는 브리검 영을 보며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제가 왜 대원들을 이끌고 왔겠습니까.”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존재. 그들을 제거해준다는 데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브리검 영이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
거래를 끝낸 막스.
성전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을 해산시킨 건지 주위가 한산하다. 한쪽에 모여 앉아있던 대원들이 막스를 보며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여기서 묵는다.”
말에 올라탄 막스는 대원들을 이끌고 여관으로 향했다. 그 사이 성전 주변으로 브리검 영의 명령을 받은 민병대원들이 속속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학살과는 연관이 없는 자들로, 성전을 보호하기 위해 모인 자들이었다.
여관에 머문 막스는 콜린과 피치, 히콕등을 불러 작전을 모의했다.
“흉수들과 아이들의 위치를 알아냈다. 내일 동이 트기 전 움직일 거야.”
- 아이들은 이곳에서 30분 거리의 마을에 있네.
그곳은 나부 군단 제10연대 ‘철 여단’의 지휘자 아이작 헤이트의 거점지역.
이번 메도우스 대학살의 지휘자였다.
< 진실 반 거짓 반 > 끝
작가의말
이번 마운트 메도우스 대학살 사건에 관해 몇 가지 견해가 엇갈립니다.
브리검 영이 지시를 내렸다는 것과 실제론 막으려 했다는 것.
그리고 연방정부에서 종용한 사건이라는 음모론까지.
그 때문에 저도 헷갈린 모양입니다.
본의 아니게 몰몬교 이야기를 복잡하게 끌고갔습니다.
더욱이 최근 몇화는 행동보다 설명과 대화가 많았습니다.
앞으론 전개를 조금더 빨리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 >
미주리주의 술집 바운서였던 콜린은 쓸데없이 주워들은 정보가 많았다. 막스가 미래의 정보를 안다면, 콜린은 과거와 현재를 제법 많이 알고 있었다.
- 콜린, 몰몬교 창시자인 조셉 스미스 동생하고 부인은 지금 뭐 한다고 그랬죠?
- 동생은 몰몬교 신도들을 모아서 교회를 세운다 했고, 미망인은 비몰몬교도와 재혼했다고 들었는데.
- 브리검 영하고는 사이가 안 좋았나 보네요.
- 조셉 스미스가 죽고 후계자 갈등이 심했지. 그 뭐더라. 이름이 제임스 스트랭인가? 그 사람이 후계자로 지목되었는데, 브리검 영이 반발해서 교도들을 이끌고 솔트레이크로 떠난 거라고 하더라고.
자신을 조셉 스미스의 후계자라 주장한 제임스 스트랭. 그는 몇 년 내에 원래 몰몬교의 텃밭이었던 일리노이주 나부에서 ‘복원 말일성도 예수 그리스도 교회’를 세운다. 이름이 워낙 어려워 ‘복원말일성도’를 거쳐 미래에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어찌 됐든 몰몬교 창시자 조셉 스미스의 가족들은 대부분 이 교회를 지지했고, 그 때문에 교회는 브리검 영 파와 제임스 스트랭 파 두 개로 나뉘게 된다.
콜린에게서 갈등의 내막을 전해 들은 막스는 훗날 영향력이 커질 브리검 영을 견제하기 위해 대학살 사건에 그들을 끌어들였다.
“그 얘길 믿었다는 게 신기하네.”
“믿든 안 믿든 브리검 영에겐 나쁠 게 없죠. 연방정부에서 대규모 군을 투입할 게 빤한 상황에서 적당히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으니까.”
원 역사에선 몇 개월 후 연방정부와 몰몬교 사이에서 극적 타협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대학살 흉수의 조사는 남북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게 되고. 후에 비난 여론을 의식한 브리검 영은 한 명의 희생자를 내세우면서 일단락시킨다.
‘절대 그렇게 놔두면 안 되지.’
전생 용병 시절. 아프리카와 중동의 반군 세력이 하는 행태가 지금의 몰몬교와 비슷하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민간인 학살.
그 흉수는 동료 에릭을 죽이고도 자신을 붙잡은 조유강을 비웃기까지 했으니.
법을 비웃고 승자의 여유로운 표정은 지금도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다.
“일단 흉수들부터 제거합시다.”
다만 그 방법은 일반적인 습격이 아니었다.
생존한 아이들을 구하고, 흉수들을 한꺼번에 소탕하려면 번거로운 작전이 필요했다.
자정을 지나 새벽이 되고, 작전을 끝낸 막스가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말은 마을을 벗어난 뒤에 탄다. 최대한 은밀하고 신속하게 움직여. 그리고 먹을 건 잔뜩 챙겼지?”
“옛 썰!”
‘먹을 거는 왜 챙기지.’
막스를 따라 여관을 나선 대원들은 마을을 벗어난 뒤엔 두 갈래로 나뉘어 달리기 시작했다.
막스는 대원 20명을 이끌고 우두머리인 아이작 헤이트가 있는 마을로 향했다.
*
동트기 전, 자칭 고요하고 거룩한 몰몬교도들이 거주하는 파우트 마을.
말에서 내린 막스는 대원들을 이끌고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벽돌집을 포위했다.
그런데 공격 대신 막스는 느긋하게 현관문을 두드렸다. 넓게 퍼져 집을 포위하던 대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막스의 대담함에 혀를 내둘렀다.
“진정한 몰몬교의 후계자, 제임스 스트랭이 보내서 왔습니다.”
막스는 브리검 영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을 들먹였다. 실제로 관련이 없다 해도, 헤이트를 혼란스럽게 만들기엔 충분한 이름이다.
그러나 혹시 총이라도 쏠까 싶어 막스는 문 옆으로 비껴 서 있었다. 대원들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막스를 쳐다봤다.
잠시 후.
집안에 불이 밝혀지고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수가 대략 대 여섯 정도.
이윽고 몇 사람이 다가오지만 현관문을 열진 않았다. 대신 경계심 깃든 날카로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누구냐!”
“제임스 스트랭이 보낸 막스 조라고 합니다.”
“막스 조면··· 그 동양인?!”
“그렇습니다. 연방정부를 대신하기 이전에, 저는 제임스 스트랭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당신을 구하라는 밀명을 받았죠.”
“그자가 연방정부와 손을 잡았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제임스 스트랭이라는 이름과 밀명. 현관문 너머 혼란스러운 헤이트와 동료들의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됐든, 중요한 건 브리검 영이 연방정부와 협상하기 위해 당신들을 제거하기로 했다는 사실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어젯밤 성전 주변으로 민병대가 소집되었습니다. 헤이트 당신과 동료들만 빼고요. 이유가 뭐겠습니까?”
성전을 지키기 위한 병력이지만 보기에 따라선 달리 해석할 수도 있는 일. 실제로 헤이트는 어제 민병대들이 모인 일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막스는 헤이트를 속이기 위해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제가 오레곤 트레일에서 왜 몰몬교도에게만 고기를 주었겠습니까. 저는 브리검 영이 아닌 제임스 스트랭 중심의 몰몬교 통합을 돕고 있습니다만.”
덜컥.
통합이라는 말이 효력이 있던 걸까.
현관문이 열리고 총을 든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밖에서 자신들을 향해 총을 겨눈 대원들을 보며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를 포위하고, 그딴 말을 지껄이면 누가 믿는단 말이냐!”
“이 인원으로 습격하려고 했으면 벌써 했겠죠. 굳이 입 아프게 떠들 이유가 있습니까?”
스카프를 두른 막스는 총구 앞에 당당히 서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그중 중년의 나이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아이작 C. 헤이트는 막스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런데 브리검 영이 왜 우리를 제거한단 말이냐. 우리는 지시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브리검 영이 노리는 건 하나. 연방정부와 협상하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한 겁니다. 꼬리 자르기를 할 셈인 거죠.”
막스는 구체적인 브리검 영의 계획도 늘어놓았다.
“브리검 영은 학살을 일으킨 민병대 지휘자 넷을 제거하고, 아이들을 구출해 연방정부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그 조건으로 콜로라도 광산 일부를 받기로 했죠.”
“광산을!?”
“제가 협상하러 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브리검 영이 제정신이 아니군요!”
“우리만 쏙 빼고 민병대를 집결시킬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광산 때문에 우리를 팔다니요!”
동료들은 분노를 성토하며 헤이트의 결단을 촉구했다.
막스가 결정을 돕기 위해 슬쩍 끼어들었다.
“너무 절망하진 마십시오. 여러분들이 생존한 아이들을 데리고 제임스 스트랭을 찾아가면 될 일입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많은 게 달라집니다. 브리검 영이 일으킨 대학살로부터 아이들을 구한 영웅이 될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브리검 영은 축출되고 그 자리를 제임스 스트랭이 대신하게 될 겁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죄가 심각하다는 걸 알기에 이들에게 필요한 건 안전한 도피처였다.
그런 점에서 자신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브리검 영과 대적할 수 있는 제임스 스트랭이야말로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게다가 스트랭의 목적과 명분이 뚜렷해지니 헤이트와 동료들의 의심은 옅어지기 시작했다.
‘대장 거짓말이 어마어마하구먼.’
대원들은 내심 혀를 내두르며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헤이트와 동료들은 막스의 말에 넘어온 듯, 총구는 바닥을 향해 있었고. 눈빛 역시 절망에서 희망으로 번져갔다.
막스가 쐐기를 박으려 말을 이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아이들을 마차에 태우고 여길 빠져나가야 합니다. 이왕이면 데려갈 수 있는 병력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죠.”
“흠.”
죽이고자 마음먹었으면 벌써 죽였을 터.
게다가 병력까지 더 모으라는 충고까지 하고 있으니.
의심이 사라진 헤이트의 시선이 동료들을 향한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헤이트의 시선이 다시금 막스로 향했다.
“어디로 갈 예정인가?”
“메도우스를 넘어 콜로라도로 향할 겁니다.”
“메도우스···?”
하필? 자신들이 저지른 학살 현장이 찝찝하긴 한 모양이다.
헤이트와 동료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브리검 영의 허를 찌르는 길이죠. 설마 거기를 지나칠 거라고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일리 있는 말이군. 필립, 자네는 어서 아이들을 데려오게. 이유를 묻거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게.”
“알겠습니다.”
눈꼬리가 처진 마치 약에 취한 듯한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아이들을 일일이 찾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대원들은 새삼 감탄스러운 눈빛으로 막스를 쳐다봤다.
“윌든, 자넨 성전 근처에 있는 존 디 소령을 찾아가고, 데임은 존 히그비 소령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메도우스 부근에서 집결하는 거로 하지.”
지시를 내린 헤이트는 먼 여정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렸다. 아이들이 오길 기다리는 동안 막스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세상이 몰몬교를 사탄이나 이단 취급을 하더군요.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신경 쓰지 말게. 한때 적절치 못하고 부도덕한 행위라 비난받아도, 결국 시대가 흐르면 용서받고 이해받을 테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을 우리는 피하지 않은 것뿐, 죽은 자들도 그 운명을 따른 것뿐이라네.”
브리검 영과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
그 속에서도 헤이트는 대학살을 운명에 따른 대의라며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위험한 신념은 죽을 때까지 못 고치지.’
막스의 가슴 한쪽이 서늘해질 때.
아이작 헤이트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로렌스에서 온 대원 하나가 그러더군. 자네를 일컬어 반드시 죽여야 할 위험인물이라고 말일세. 하마터면 제임스 스트랭과 손잡은 줄도 모르고 자넬 공격할 뻔했지 뭔가.”
‘로렌스?’
순간 이름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다고 그 이름 그대로 사용할 리가 없을 터.
“그자 이름이 뭡니까?”
“라이언 맥스라고, 자네와 나름 친하다고 하던데.”
‘......’
대원들은 라이언 맥스를 되뇌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도 자연스레 윌리엄 콴트릴이라는 이름이 떠오른다.
‘쥐새끼가 여기에 숨어있었구나.’
막스가 담담하게 물었다.
“잘됐네요. 그 친구가 보고 싶었던 참인데. 그래서 지금, 어디 있습니까?”
*
필립이 아이들을 데려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헤이트가 마부석에 탄 필립에게 물었다.
“그래서, 인원은?”
“애새끼들한테 정든 것도 아니면서, 다들 뭔 불만들이 그리 많은지, 원. 아무튼 전부 데려오긴 했습니다.”
“키워서 노예로 부릴 놈들이라 아까운 게지.”
“하여간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쓴다니까요.”
몰몬교의 창시자는 노예제 옹호론자다.
브리검 영도 마찬가지. 실제로 유타엔 다수의 노예가 있었고, 브리검 영은 유타를 노예주로 만들려 했다.
필립과 헤이트가 웃으며 말을 주고받는 동안,
콜린과 피치는 마차의 짐칸을 살펴봤다.
가까이 갈수록 뭔가 심상치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윽. 냄새.”
피치가 코를 막고 콜린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웅크리고 앉은 아이들.
17명이 타기에 비좁지만 이동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마차 하나에 아이들을 쑤셔 넣었다.
생존자 아이들은 몰몬교 신도들의 가정에서 흩어져 키워졌다. 그런데 집이 아닌 돼지우리에서 키워졌는지 옷도 제대로 없고 몸에는 썩은 악취가 진동했다.
조금만 불편해도 떼를 써야 할 아이들이 벙어리가 된 듯 소리를 내지 않았다.
‘쳐 죽일 놈들.’
이를 깨문 콜린은 머릿수를 세며 17명임을 확인했다. 콜린에게 눈빛으로 전해 받은 막스가 이동을 재촉했다.
“시간이 없으니 출발하죠.”
마을을 돌아보던 헤이트는 이내 강렬한 시선으로 동료들을 훑어봤다. 그 표정이 사뭇 비장했다.
“브리검 영은 오늘 일을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제임스 스트랭이 어떤 생각을 하던, 우리는 우리의 복수를 한다!”
“피의 복수를!”
‘역겹군.’
학살 주범들이 자신들의 복수를 부르짖는다.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역겨운 행동들이었다.
흑인 노예 탈출에 적극적이었던 콜린은 유독 그 분노가 더했다.
출발할 때, 헤이트를 따르는 대원들은 열 명이 넘어갔다. 흩어진 자들이 합류하게 될 인원까지 더하면.
“백 명 정도 될 걸세.”
‘다 모이기 전에 처리해야겠군.’
헤이트와 나란히 말을 타고 이동하던 막스.
대학살이 벌어진 메도우스 협곡에 도착했을 때.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춰 세웠다.
막스가 천천히 뒤를 돌아서자 헤이트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굳이 여기서 합류할 필요 있나.”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 현장의 한가운데다.
아무리 운명으로 얼버무려도 양심의 가책은 느끼는 모양이다.
몰몬교 민병대원들의 얼굴에 찝찝함이 물들 때.
막스가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콜린을 필두로 대원들이 행렬에서 이탈해 헤이트와 일행들을 포위했다.
“뭐, 뭐 하는 짓이냐!”
“너희들의 운명은 오늘까지다.”
막스의 말에 다급해진 헤이트와 대원들이 총을 뽑으려 손을 들썩거린다.
하지만 채 뽑기도 전.
타앙! 타앙! 타앙!
리볼버 실린더가 60도 돌아가며 만들어낸 총성들이 메도우스 협곡에 울려 퍼졌다.
대학살의 장소에 일어난 또 다른 학살.
늘어 붙어 자국만 희미하게 남은 희생자의 피가 그들을 죽인 자들의 피로 덮여갔다.
수십 발의 총성이 멈춘 뒤에 말 위에 앉아있는 건 넋이 나간 아이작 헤이트뿐. 그의 양손은 막스가 쏜 총알에 구멍이 뚫려 꾸역꾸역 피를 토해냈다.
“총으로 죽는 건 네놈에게 사치다.”
공포에 질린 헤이트는 황급히 말을 박차며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콜린이 던진 올가미가 정확히 놈의 몸통을 옥죄였다.
야생마를 길들이기 위해 말 목에 밧줄을 휘감는 방법이었다.
“끄윽.”
콜린이 밧줄을 당기자 말에서 떨어진 헤이트가 땅에 처박혀 쓰러진다.
콜린은 그대로 말을 달려 헤이트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
“네게 가장 참혹한 죽음을 선물하마.”
원 역사대로라면 몰몬교에서 파면당한 헤이트는 연방 보안관에게 쫓기지만 천수를 누리며 죽는다. 하지만 끔찍한 학살 현장과 아이들의 상태를 본 콜린의 분노는 헤이트에게 역사와 다른 최후를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