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말
그동안 막스의 부대, 대원, 대장 이런 호칭들이
중구난방이라 한번은 정리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염두해둔 막스의 근본 PMC를
오늘화에 꺼내들었네요
< 고백은 무슨 >
아칸소주는 미주리 남쪽과 경계를 맞댄 곳.
존 기어리가 생존한 아이들과 함께 아칸소로 향할 때. 미 전역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퍼져나갔다.
[‘마운틴 메도우스 대학살’에서 생존한 17명의 아이를 지옥에서 구출하다]
[캔자스 준주 주지사 존 기어리, 생존한 아이들과 함께 아칸소로 향하는 중]
기사의 주 내용은 생존한 아이들과 대학살에 관한 진상. 더러는 이번 일을 해낸 회사에 초점을 둔 기사도 있었다.
[아이들을 구출한 회사 SFBC의 정체는?]
[민간군사기업이라는 신개념을 정의한 SFBC를 파헤친다]
연방정부와 캔자스 주지사의 의뢰를 받아 사건을 해결한 SFBC. 일반인들은 무심코 지나칠 기사지만 자본가와 정치가들에겐 이목을 끌만한 기사였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전미탐정사무소 핑커톤 사무실.
읽던 신문을 내려놓은 앨런 핑커톤은 깊숙이 빨아들인 시가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막스가 말한 게 이거였나.”
한발 늦었다.
앨런 역시 핑커톤을 군인들로 채우려던 막연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막스가 선수를 쳐버린 것이다.
이미 완성된 군인들로 구성된 용병.
중세시대에도 존재했던 이 용병들을 막스는 현대식으로 재정립했다.
앨런이 턱을 만지며 고심할 때, 문밖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지 맥클레란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앨런은 연기를 빼기 위해 서둘러 사무실 창문을 열었다. 잠시 후 사무실 문이 열리며 두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깔끔한 이대팔 가르마와 콧수염을 기른 조지 맥클레란. 그 옆엔 190cm가 넘는 장신의 남자가 함께였다.
“이쪽은 우리 회사 변호산데, 앨런도 알죠?”
맥클레란은 옆에 서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앨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일단 앉으시죠.”
소파에 앉은 맥클레란은 앨런이 읽던 신문을 보며 키득거렸다.
“나도 이거 봤는데, 민간군사기업이면 앞으로 핑커톤하고 경쟁하는 거 아녜요?”
“글쎄요. 겹치는 부분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만약 우리 회사가 이쪽에다 열차 호송 업무를 주면 그게 경쟁인 거죠.”
맥클레란은 일리노이 센트럴 레일로드의 부사장이다. 이죽거리는 게 영 밉상이지만, 나름 핑커톤에겐 VIP고객이었다.
앨런이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가 이곳 보스를 좀 압니다. 지금도 같이 커다란 프로젝트를 하는 중이지요.”
“오, 그래요? SF··· 거기 사장을 알아요?”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아주 유능한 친구죠.”
맥클레란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군사 기업이라는 걸 보면 분명 군인이었을 테고. 혹시 웨스트포인트 출신이에요? ”
“그건 아닐 겁니다.”
“그럼 뭐, 별거 없겠네요.”
맥클레란은 멕시코 전쟁에서 도로와 건설 교량을 맡은 웨스트포인트 공병장교 출신이다.
회사 부사장 겸 수석 엔지니어를 맡게 된 건 이런 경력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일전에 말한 대륙횡단철도 때문이죠. 예전에 서부 포트 델라웨어에서 레드 리버까지 탐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경로를 따라 철도를 건설하려면 몇 가지 문제가 있더군요.”
맥클레란은 수년간 서부 지역을 탐사하면서 일찍부터 대륙횡단철도 사업에 눈을 뜬 자였다.
하지만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이기 때문에 여러 회사가 눈독을 들였고, 맥클레란은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는 일리노이 센트럴 레일로드를 사업에 끌어들이려 했다.
대화는 맥클레란이 주도하고 옆에 있는 남자는 회사 변호사답게 법률적인 문제를 거론했다.
앨런은 철도 공사에 필요한 보안과 물자보급, 군의 지원에 관한 조언을 했다.
그렇게 한창 논의하던 중, 맥클레란이 볼 일이 생겼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지는 두 분께서 이야기를 좀 나눠보시죠. 가능하면 대륙횡단철도 공사의 입찰에서 유리한 입찰 조건을 따내야 하니, 그 방안에 초점을 두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또 뵙도록 하죠.”
맥클레란이 나가자 줄기차게 입을 놀리던 둘에게 여유가 찾아왔다. 소파에 등을 기댄 앨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마주 앉은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변호사 일은 언제까지 하실 겁니까? 슬슬 선거를 준비해야 할 시기 같은데.”
“선거도 중요하지만, 처자식 입에 거미줄 치게 할 순 없지 않습니까.”
남부 특유의 사투리가 섞인 억양과 큰 키에 어울리지 않은 가느다란 목소리.
앨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긴 하죠. 아무튼,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겁니까?”
“준비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더글라스 상원의원과 경쟁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요.”
“움직여도 뭔가 방향이 있어야 할 텐데, 좀 갑갑하군요.”
남자는 지난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스티븐 더글라스에게 패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한번 더글라스와 붙게 되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싸움이다.
휘그당이 몰락하고 공화당 당원이 되었으나 인지도 면에서 민주당을 이기긴 힘들어 보였다.
“일전에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저한테 이런 말을 했었죠. 공화당은 노예 해방을 이루기 위해 뭉쳐야 한다고.”
“제가 그렇게 말했던가요?”
앨런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남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기억납니다. 지금도 같은 마음이니까요. 그래서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노예 해방에 관한 입장이 확고하다면, 이참에 이미지를 그쪽으로 굳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앨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지금 노예 해방의 최전선이 어디겠습니까?”
“아무래도 캔자스겠죠.”
“그중에서도 로렌스야말로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심장부라 할 수 있지요. 존 브라운을 예로 들면. 로렌스에서 활약한 덕에 대중들에게 더욱 이미지가 각인되지 않았습니까?”
“확실히 그렇긴 하죠. 그럼 지금 이럴 게 아니라, 총을 들고 가야겠군요. 뭐가 좋겠습니까?”
“......”
“농담입니다. 그러고 보니 로렌스에는 드레드 스콧도 있었군요.”
앨런은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 기회에 캔자스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자유당을 공화당에 합당 시키는 거죠.”
“흠. 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만. 지난 전당 대회에서 그쪽 자유당원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합당을 제안해도 별 반응이 없었거든요.”
로렌스 3인방이 레콤프턴을 탈출했을 당시.
남자는 일리노이의 공화당 전당 대회를 기웃거리는 그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도망자 신분인데다 캔자스 외에 다른 건 관심이 없던 터라 공화당 합당은 부정적이었다.
“정작 손을 내밀었는데, 반응이 차가우면 제 손도 차가워지지 않겠습니까.”
“...... 확실히 공화당으로 합당 약속을 먼저 받아내는 게 우선이겠군요.”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고개를 끄덕이던 앨런은 이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남자를 쳐다봤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오, 그게 누굽니까?”
“한때는 로렌스 보안관이었고 제이호커스의 지휘자기도 했던. 그곳에선 막강한 힘을 끼치는 인물입니다.”
지금은 광산 회사의 실질적 주인이기도 하고.
생각할수록 소름이 돋지 않는가.
놀라움은 차치하고, 당장은 찰스 로빈슨을 중심으로 한 자유당을 공화당으로 끌어들이는 게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막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앨런이 남자의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자는 아까 제가 말한 ‘흑인과 백인을 초월한 힘’ SFBC의 보스입니다.”
“아, 그 칼라가 그 칼라였습니까.”
남자, 에이브러햄 링컨이 탄성을 내뱉었다.
이렇게 앨런은 훗날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막스에게 스스로 날개를 달아주려 하고 있다.
물론 자신의 실책을 알게 된 건 몇 년이 흐른 뒤였지만.
*
봄기운이 살랑거리는 콜로라도.
로키산맥의 겨우내 쌓인 눈이 녹으며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본격적인 채굴이 시작되었다.
원 역사에 따르면, 콜로라도에서 채굴된 금의 60%가 사금이라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산맥 중간중간 흐르는 냇가에 금이 넘쳐났다.
콜로라도의 중심도시 준투.
도시 북쪽의 요새 안 회의실에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중이다.
그중 캔자스 전 주지사 앤드류 리더는 두툼한 종이를 넘기며 광산 주변 토지 현황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준투 도시는 앞으로 수년 간 공사가 계속될 겁니다. 문제는 로키산맥에 드문드문 있는 평지인데. 지금 이쪽에 사람들이 캠프를 치고 있습니다.”
앤드류 리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벽면에 걸린 콜로라도 지도 앞에 섰다.
그는 작대기로 몇 군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여기, 여기, 여기가 규모가 제법 큰 평지죠. 막스 보스가 다행히 이곳을 선점하긴 했지만, 나머지는 건드리기 애매한 지역입니다.”
광산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모든 지역을 회사가 컨트롤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해서 막스는 중요한 지역을 골라 인디언들과 거래한 끝에 회사 소유로 전환했다.
“준투는 도시의 기능이고 실제 광부들이 머무는 곳은 로키산맥이 될 겁니다.”
막스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중에서도 준투와 가장 가까운 센트럴 시티가 채굴된 금을 모으기가 가장 적합한 장소에요. 우리는 이곳을 사수하고, 라이센스를 가진 채굴자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금은 캐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게 보관하고 수송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미 센트럴 시티에도 작은 요새가 완공되어 인디언과 일부 병력이 진을 치고 있었다.
“문제는 인디언들이죠. 자신들의 땅을 우리 회사와 이주민들에게 빼앗기고 있으니, 갈 곳이 마땅치가 않을 겁니다.”
원 역사대로라면 백인들에게 쫓기고 밀려나야 할 운명이지만, 그건 막스가 없을 때 얘기다.
이미 공존을 천명한 이상 막스는 인디언들이 머물 부지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이 토지 담당은 앤드류 리더로 콜로라도, 캔자스, 뉴멕시코, 와이오밍까지 방대한 지역을 대상으로 기획하고 있었다.
다음은 대장간 관리자 제임스 헤리스.
직원 현황과 만들어진 제품, 이에 필요한 철광석 원료 수급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대장간의 직원은 대폭 늘어나 50명이 일하고 있으며, 채굴과 생활에 필요한 철제품, 그리고 건설 자재 등을 여러 파트로 나뉘어 제조하고 있었다.
“직원이 더 필요한데, 죄다 금광에만 관심을 보여서 뽑기도 쉽지 않네요.”
제임스의 고민은 다른 쪽도 마찬가지다.
봄이 오자, 건설 인부였던 사람들은 채굴 도구를 챙겨 로키산맥으로 들어갔고. 핑커톤 직원 몇 명도 때려치고 금을 채굴한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막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골드러시 소문이 퍼지고 처음 찾아오는 봄입니다.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죠.”
“그럼 실망하는 사람들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겠네요.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도 1년 지나면 포기하는 사람이 생겼다더군요.”
막스가 고개를 저었다.
“시간을 낭비할 순 없죠. 인디언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광산 경비에만 집중되었지만, 앞으론 대장간과 건설, 서비스 업종에도 고용할 생각입니다.”
“과연 우리 생각대로 따라올까요?”
“따라오게 만들어야죠. 우호적인 아라파호와 우테 부족에게 확실한 보상과 신뢰를 심어주면 다른 부족도 관심을 보일 겁니다. 말처럼 쉽진 않겠죠.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 또한 우리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회의장엔 막스 빼곤 백인 일색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인디언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막스가 말한 인디언과의 공존이 구체화 될수록 사람들의 머릿속엔 불안감도 커졌다.
‘이 양반들이, 여기가 인디언의 땅이라는 생각은 1도 안 하네.’
막스는 내심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이곳 콜로라도는 연방정부가 인디언에게 지급한 땅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그 약속이 매번 손바닥 뒤집듯 뒤집힌다는 게 문제지만, 우리까지 그러면 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제임스에 이어 호텔과 숙박 시설을 담당하는 셸라 엘드릿지와 점포, 식자재 유통, 부동산 임대 등 다양한 분양의 담당자들이 각종 현안을 발표했다.
“그럼 다음 주 회의 때 다시 보도록 하죠.”
긴 회의가 끝나고, 막스는 알프레도가 일하는 독립된 대장간을 찾아갔다.
“막스 보스 왔습니까!”
한쪽 눈에 검은 테두리에 두꺼운 렌즈를 착용한 알프레도가 반갑게 막스를 맞이했다.
작업실을 둘러보던 막스의 눈에 음식이 가지런히 담긴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너 설마 연애하냐?”
“..... 헤헤.”
“미쳤냐? 나는 혼잔데, 웃음이 나오냐고.”
“막스 보스에겐 피치 양이 있잖아요.”
“있긴 개뿔. 서부에서 총질하는 여자가 퍽이나 연애를 하겠다.”
알프레도가 다급히 렌즈를 벗어 막스를 쳐다본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백했는데 까였어요? 그런 거예요!?”
“개소리한다. 빤하니까 하는 소리지.”
이 거친 서부에서 탐정을 꿈꾸며 자신의 이상을 쫓는 여인. 그런 피치가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부인으로 살고 싶을까?
막스가 갈등하는 것처럼, 피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설령 애틋한 감정이 있다 한들, 추구하는 이상과 충돌하는 건 꽤 고민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서로가 결정적일 때 한 발 빼는 건 분명 그런 이유일 터. 비겁하지만,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좋으면 좋은 거지... (웃기고들 있네).”
“뭐라 그랬냐?”
“아, 아닙니다!”
“아무튼, 그래서 누군데?”
“...... 엘리자요. 헤헤.”
“드레드 스콧의 딸?”
“넵!”
드레드 스콧에겐 두 딸이 있다.
첫째인 엘리자 스콧은 올해로 20살.
둘째는 리지 스콧으로 18살이다.
중요한 건 드레드로, 그는 판결 후 얼마 안 되어서 죽는다고 기록된다.
그게 언제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꽤 이른 시간이었던 건 분명했다.
“결혼 날짜 잡아.”
“가, 갑자기요?”
“뭐야, 엔조이였어?”
“뭔, 그런 개소리를.”
따악.
막스는 뒤통수를 후려치며 말했다.
“비용 대줄 테니까, 날짜 잡아.”
“결혼식에 무슨 돈이 필요한가요.”
“성대하게 해야지. 내 부하의 첫 결혼식인데.”
“......”
“하, 새끼. 또 우네. 덩치가 아깝다.”
“방금 뒤통수 맞아서 그런 건데요.”
“......”
머리를 긁적거리던 알프레도는 뭔가 생각났는지 작업실 한쪽에 있던 천으로 감싼 라이플을 들고 왔다.
“이것 때문에 온 거죠? 며칠 전에 대충 작업은 끝냈어요.”
“대충? 뒤질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습니다.”
천을 벗기자 막스의 눈이 반짝였다.
총열과 개머리판은 샤프스 라이플과 같지만, 분명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 고백은 무슨 > 끝
< 내가 좀 도와줄까 >
“이거 만드는데 비처스 바이블이 네 개나 들어갔어요.”
알프레도의 말에 막스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 시대, 특히 로렌스에 흘러들어온 샤프스 라이플에는 한 가지 별칭이 있다.
노예제 폐지론자로 유명한 헨리 와드 비처가 모금하여 총기를 성경책과 함께 로렌스에 공급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 ‘비처스 라이플’이라 불렸다.
막스의 시선이 총신 끝에서부터 아래로 훑어내린다.
강선이 파인 총열은 샤프 라이플을 가져다 썼고, 몸통은 절단과 접합을 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총을 만들어냈다. 부품도 대부분은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근데 총 이름이 뭐예요?”
“이름이라.”
엄밀히 따지면.
‘모신나강’을 모티브로 만든 프로토타입이다.
후장식 장전과 퍼커션 캡을 사용하던 방식에서 탈피한 볼트액션 방식. 기존의 해머로 퍼커션캡을 때려 발사하는 게 아닌, 노리쇠에 붙은 볼트를 뒤로 후퇴시켜 장전과 탄피를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2차대전 당시. 소련군 바실리 자이체프가 독일군 242명을 243발 쏴서 맞췄다는 전설의 모신나강.
현 샤프스 라이플의 사정거리보다 길고 정확도 역시 높다.
“이름은 천천히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