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2화 (102/360)

철컥.

‘소리 좋고.’

볼트액션 방식 특유의 느낌.

볼트를 뒤로 젖혀 코킹하자 총알을 넣는 공간이 드러난다. 

“노리쇠를 당기는 스프링이 장력이 좀 부족해요. 뻑뻑한데다, 몇 번 사용하면 탄성이 떨어지더라고요.”

“차차 해결해가야지.”

사실 가장 만들기 어려운 건 노리쇠 부분인데, 용케도 만들어냈다.

알프레도가 씨익 웃으며 다섯 개의 총알을 내밀었다. 탄피 앞이 뾰족한 센터파이어 방식의 풀메탈재킷 탄피다.

욕심 같아선 모신나강과 같인 7.62mm를 사용하고 싶지만, 샤프스 라이플의 총열을 사용한 덕에 52구경(13.2mm)을 사용해야한다.

이는 사정거리에도 영향을 미칠 터. 향후 개선해야 할 점이었다.

본래는 카트리지에 총알을 담아 한 번에 밀어 넣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게 없다.

딸칵. 딸칵. 딸칵.

막스는 직접 총알을 밀어 넣었다. 

그런데 그 소리에도 짜릿함이 전해졌다.

다섯 발의 총알을 넣은 다음, 볼트를 돌려 앞으로 밀었다. 노리쇠뭉치 전체가 전진하며 총알이 맞물리고, 장전이 완료되었다.

“알프레도.”

“네.”

“가즈아!”

총신을 천으로 감은 막스는 작업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저럴 땐 애 같다니까.”

뿌듯한 미소를 짓던 알프레도는 이내 막스를 따라갔다.

짧은 거리에서 영점을 맞춘뒤.

그 거리를 대폭 늘렸다.

“너무 먼 거 아녜요?”

“이 정도는 되어야 만든 의미가 있지.”

거리는 600야드(548m) 정도. 

나무 위에 깡통을 올려놓았다.

“일단 가늠쇠는 만들었는데 거리에 따라 조준을 확실히 하려면 탄젠트식 방식이 필요해.”

“탄젠트식이요?”

“일종의 눈금자야. 거리에 따라 가늠쇠를 조절해서 맞추는 거지. 방법은 눈금자의 경사를 올려서 높이는 방식으로 탄도가 떨어지는 것까지 계산하는 거야.”

“오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기존 리볼버나 라이플을 분해하며 쌓은 알프레도의 지식이 막스를 만나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총기 메카니즘에 관한 한 알프레도는 현시대 최고의 엔지니어라 할 수 있었다.

“우선 몇 발 쏴보고 얘기하자고.”

“옙!”

알프레도가 귀를 막고, 막스는 개머리판을 오른쪽 뺨에 밀착시킨 막스는 가슴쇠를 통해 표적을 응시했다. 

나무에 올려둔 깡통이 다섯 개.

그중 하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깡!

총열이 휘지 않은 이상 제대로 쐈으면 제대로 맞는 게 정상이다. 

막스는 나란히 세워둔 깡통을 차례로 맞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 발째부턴 빗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총알을 쏜 다음 막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쏠 때마다 충격으로 유격이 생기네. 아무래도 부품끼리 맞물리는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사실 억지로 껴맞춘 게 있거든요.”

알프레도가 우울한 얼굴로 대답했다.

막스는 어깨를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 만들어서 이 정도면 훌륭한 거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앞서나간 총을 만든 거라고.”

“가끔은 보스 고향에 가보고 싶어요. 가면 더 잘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 뭐, 나중에 기회 되면 같이 가던지.”

알프레도는 조선에 가면 엄청난 총들이 널렸다고 생각했다. 총기 파츠를 만드는 공장도 선진화되었고, 기술도 필시 대단할 거라 여겼다.

지금은 광산 도시의 내실을 다질 때.

요새로 돌아온 막스는 사무엘 휴스턴이라는 남자를 불러들였다.

로렌스 초기 정착민 중 한 명으로 회사 주주 중 한 사람이었고, 현재는 막스를 도와 인사를 담당하고 있다.

“겨울에는 바짝 사람들이 몰려오더니, 요샌 뜸하네. 기존에 뽑아놨던 사람들도 금 채굴한다고 나가버렸다니까.”

“채용 공고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야겠네요. 이왕이면 동부와 캘리포니아 신문사에도 실어야겠어요.”

“뭐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 그나마 학교에서 일할 선생이라도 뽑은 게 다행이야.”

막스는 요새 안에 학교를 만들었다. 

교육 대상은 아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했는데, 특히 영어 교육이 가장 인기였다.

“중국인하고 흑인들이 아주 적극적이라더군.”

“잘됐네요. 클래스는 서서히 늘려가면 되죠. 아무튼, 선생도 그렇고 지금 우리에겐 재능있는 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광산 회사로 끝나진 않을 거니까요.”

“알지, 알지. 면접은 내가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휴스턴은 서글서글한 미소로 대답했다.

아침에 눈 뜨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달까.

경제 대공황의 시기에 은행 잔고는 날마다 불어나고 있으니. 

미네랄 익스플로러 주주들은 막스의 말이라면 무조건 신뢰하고 있었다.

알프레도와 함께 요새로 돌아온 막스는 한창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는 연병장으로 향했다.

교관은 막스와 오랜 시간 훈련 생활해온 네이선 로어. 말투도 비슷했다.

“5열 횡대로 집합!”

“집합!”

“지금부터 피티체조를 실시한다! 숙달된 조교 앞으로!”

“앞으로!”

붉은 모자를 쓴 조교들이 앞으로 나오고, 이내 피티체조를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동작을 따라 하는 이들은 로렌스에서 막스를 따라온 동부의 젊은이들.

그리고 이곳 준투 도시에서 모집된 훈련병들이었다. 그들의 주급은 7달러.

“피티체조도 제대로 못하는 새끼들은 밥만 축내는 버러지다! SFBC를 그딴 버러지 소굴로 만들 작정이냐!”

“아닙니다!”

“53번 훈련병 대가리 땅에 닿지?”

“아, 아닙니드아아!”

“뒤통수에 흙 묻은 새끼들은 각오해라.”

“옛····쓰어벌!”

네이선 로어는 훈련병들을 쉴 틈 없이 몰아치고, 막스는 큰 감명이라도 받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득 복장에도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동복에 속옷까지. 할 일이 많구먼.’

지금 입고 있는 것도 고무 밴드가 아닌 가죽 끝으로 묶은 너덜너덜한 팬티. 걸을 때마다 걸리적거려 죽을 맛이었다.

한참 뒤, 막스는 교관들을 불러 별도의 정신 집체교육을 실시했다. 그들 역시 네이선 로어처럼 젊은 제이호커스로 시작한 이들이었다.

막스는 교관들을 응시하며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내 목표는 하나다. 그게 뭐지?”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

“물론 잘 먹고 잘살려면 조용한 곳에서 우리끼리 살면 된다. 하지만 나는 될수록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잘 살고 싶다. 그 때문에 우리가 가진 걸 지키려면 힘이 필요하고, 불의에 저항하려면 마찬가지로 힘이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를 지키려면 그 힘은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

젊은 제이호커스들은 노예제 폐지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총을 든 자들.

언뜻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총을 들고 싸워야 한다는 모순적인 이야기임에도 이들은 막스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굳이 전생의 용병 시절과 비교해보면. 

이들은 돈을 추구하는 미래의 PMC 용병들과는 성향이 다른 타입이었다.

집단에 속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영광되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즉흥에서 깨닫는 생각과 감정은 곧 신념으로 자리 잡는 때도 있었다.

나쁜 말로는 선동당하기 쉽고, 

좋게 보면 순수하다고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정의는 간단하다. 우릴 공격하면 막아내고, 두 배로 갚아주는 것. 그 가운데 철칙은 무고한 민간인은 건드리지 않는 거다.”

“옛썰!”

“또한 우리는 인종을 따지지 않는다. 오늘부로 너희들 입에서 백인의 특권, 오만함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동양인인 나를 무시하는 거로 알겠다.”

“옛썰!”

“훈련병들에게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다. 인종을 초월한 우리는 누구?”

“......?”

“전부 대가리 박아.”

후다다닥.

막스가 재차 물었다.

“우리가 누구?”

“S. F. B. C!”

“우리가 누구?”

“S. F. B. C (발)!”

“마지막, 발 누구?”

막스는 교관들의 사상 주입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본 생각이 다른 데 같이 갈 이유가 있을까.

앞으로 SFBC가 될 훈련병들에게도 사상이 묻어야 한다. 교관들에겐 수천 번 사상을 주입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내가 항상 옳다는 건 아니다. 어쩌면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그땐 망설이지 말고 말해라. 그렇게 해서 머릿속에 의문을 남기지 마라. 그게 우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가는 길이다.”

“옛썰!”

“오늘은 여기까지.”

집체교육을 끝낸 막스. 사무실로 돌아왔을 땐 소파에 막 일어난 콜린을 볼 수 있었다.

“거, 어디 갈 땐 메모 좀 남겨. 기다리다 잠들었잖아.”

“덕분에 잘 잔 것 같은데요.”

콜린은 키득거리며 새로 정착한 중국인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놈들이 조선인 이막산을 찾기 시작했어.”

“호오, 그건 누가 얘기했데요.”

“요 며칠 요새 근처에서 차홍하고 양옌을 찾아갔거든. 물론 그 둘이 이야기한 건 아니고. 다른 여자들이 말한 것 같더라고.”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선발대 겸 매춘 때문에 끌려온 여자들은 후팡이 조선인 이막산을 고용해 저녁마다 들락거렸다는 걸 알았으니까.

“뭐, 네 정체를 모르니까 그냥 말한 거겠지.”

“그래서요?”

“나한테 그 조선인 이막산을 찾아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모른다고 했지. 그랬더니 차홍을 찾아가서 협박하고 때리더군. 의리가 있는지 끝까지 말을 안 하니까, 어딜 갔는지 알아?”

“흥미진진하네요. 어디 갔습니까?”

“멕시코 애들을 찾아갔어.”

“적극적이네요.”

“굉장하지. 한 명을 납치까지 했으니까.”

막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시 눈을 껌뻑거리던 막스는 이내 눈을 가늘게 떠선 입을 열었다.

“산초에게 정보를 흘려요. 나를 찾아오게끔. 그리고 납치당한 자는 다치지 않게 보호해야 합니다. 애꿎은 사람이 죽으면 곤란하잖아요.”

그날 저녁. 산초보다 차홍과 양옌이 먼저 사무실을 찾아왔다.

얼굴 한쪽이 부풀고 멍든 걸로 봐선 맞은 듯 보였다.

“힙이통 조직에서 접근해왔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인들에게 후팡의 죽음에 대해 캐묻더라고.”

“그래서?”

막스의 덤덤한 질문에 차홍의 목소리가 갈수록 작아졌다.

“멕시코계 갱단 짓이라고 했더니, 직접 찾아가서 물어본다고 하더라고···.”

“갱단은 다 죽었는데 누구한테 물어?”

막스가 모르는 척 물었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산초였다. 차홍과 양옌을 본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적개심도 담겨 있었다.

“무슨 일이야?”

“동료 하나가 사라졌다.”

막스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내가 좀 도와줄까?”

이미 후팡이 하려는 매춘과 아편 사업이 목적이라는 건 콜린을 통해 확인했다.

산초의 실력도 볼 겸. 막스는 이참에 여기저기 설쳐대는 중국 조직을 없앨 생각이었다.

< 내가 좀 도와줄까 > 끝

< 사장이 갱단을? >

중국 조직에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건 후팡이 죽기 전 감춰둔 금 때문이다. 

놈들이 조선인 이막산을 찾는 것 또한 금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함이었으니. 

이를 부추긴 건 콜린이었다.

- 회사에서 금을 회수하려 했는데 현장에는 없더라고.

- 그럼 그 금이 어디 갔습니까?

- 그걸 알면 진작에 찾았겠지.

중국과 멕시코 갱단의 전쟁. 

그 발단이 된 금이 사라졌다? 

콜린이 던진 이 말에 중국 놈들은 차홍을 협박하고, 멕시코인을 납치했다.

막스는 금이라는 카드를 이용해 중국 조직을 골라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번 역시 광산 회사는 뒤로 빠지고 남의 손을 빌려 해결하려 했다.

“도와준다는 데 왜 말이 없어.”

“도움은 필요 없다. 그냥 병력 지원만 부탁하마.”

“...... 그게 도움이라는 거야, 인마.”

막스의 말에 산초는 입을 굳게 닫았다.

대신 눈알을 돌려 잡아먹을 듯 차홍을 쳐다봤다.

“애먼 사람 노려보지 말고 작전을 말해 봐. 멍청한 계획을 도와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작전? 음.”

눈알을 굴린 산초가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네 작전을 따르마.”

“제발 생각 좀 해, 인마.”

그날 밤.

막스는 콜린에게 이 일의 전권을 위임했다.

“SFBC 실전 연습 겸, 교관들을 투입해요.”

“오케이!”

그리고 다음 날 저녁.

신분을 위장한 SFBC 10명과 산초는 동료가 납치된 천막을 급습했다. 

도시와는 조금 떨어진 곳, 이 과정에서 중국인 네 명이 죽임을 당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천막 안에 들어간 산초의 속사 실력이 실로 놀라웠다. 이를 목격한 SFBC 교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저 쉑, 좀 쏘는데?

- 히콕이 워낙 빨라서 그런 거지, 저 정도면 SFBC에서 넘버 쓰리 아니냐.

- 콜린이 있는데?

- 그 양반은 좀처럼 실력을 안 보이잖아. 

- 그래도 보스가 인정한 실력이라던데. 히콕보다도 더 빠르다는 소문도 있고.

첫 번째 임무를 끝낸 콜린. 

입꼬리를 올리며 산초에게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야. 산초, 네가 이번 사건을 일으키고 금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흘릴 테니까 준비 단단히 하라고.”

“알았다.”

‘생각이 없는 건가. 별 의심도 안 하네.’

납치된 동료는 이미 구했다. 그런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미끼가 될 이유가 있을까.

그냥 호구인가. 콜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산초는 고문을 당한 동료를 자신들의 천막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콜린은 히스패닉 무리들이 감춰둔 금을 가지고 도시를 떠난다는 소문을 중국 조직에게 흘렸다.

힙이통 조직의 막사.

변발 머리를 한 다섯 남자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개새끼들이 우리 조직원을 네 명이나 죽였다. 이대로 도시를 떠나게 둘 순 없지.”

“문제는 습격 장소다. 금을 가져갈 때가 아니면 도시를 빠져나갈 때를 노려야 해.”

“뭐가 됐든, 사람들이 없는 장소면 돼.”

이미 습격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런데 통역관 겸 조직원 량웬허는 탐탁지 않은 듯 얼굴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해. 애초에 납치한 놈을 살려둔 것부터 잘못되었다고.”

“그건 콜린 그자가 눈치를 채서 그런 거잖아.”

“납치한 건 눈감아도, 죽이는 건 용납 못 한다는 게 납득이 가? 그리고 납치한 놈이 있는 장소를 멕시코 놈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찜찜하지만 딱히 뭐가 이상한지는 말하기가 애매하다. 량웬허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콜린이라는 자가 제일 의심스러워.”

“광산 회사 사람인 건 맞잖아? 게다가 우리 사업을 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놈이야. 돈과 여자도 밝히는 것 같으니까.”

“도박도 좋아해. 삼박자 고루 갖췄으니, 아편만 추가하면 이건 뭐 그냥 우리 끄나풀로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지.”

콜린을 의심하는 건 량웬허 뿐. 결국, 그의 의견은 묵살되고 습격은 금을 숨겨둔 장소에서 강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꺼림칙한 기분이 든 량웬허는 한 명과 함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나는 여자들을 감시할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바로 몸을 빼라고.”

*

습격이 이루어진 건, 다음 날 밤.

중국 조직원 23명이 히스패닉계를 추적했다.

산초가 그들을 유인한 곳은 광산 부근의 인적이 드문 장소. 콜린이 지정해준 곳은 다름 아닌 후팡과 발레라스가 교전을 벌인 천막이 있던 장소였다.

“밖에 놈들이 대기하고 있을 거야. 광산 회사에서 도와준다고 하지만, 믿을 건 우리 자신뿐이다. 만약 일이 어그러지면, 모든 건 내 책임이다. 미리 사과하마.”

“그런 소리 마. 우리 스스로 네 말을 따른 거고, 절대 후회는 안 하니까.”

산초는 이 모든 내막을 아는 동료 두 명을 따로 빼두었다. 막스가 뒤통수를 쳤을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랄까.

본인도 미심쩍은 일에 동료들을 끌어들였으니, 산초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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