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호족의 먼 친척뻘인 아파치는 여러 인디언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번 라울을 공격하려 한 부족은 그중 ‘코요테로 아파치’ 부족이었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콜로라도, 텍사스에 걸쳐 분포하는 아파치는 그 성향들도 제각각이었다. 호의적인 부족도 있었고, 호전적인 부족도 있다.
후자의 경우, 소를 지키려다간 몰살될 위험이 있었다. 인원이 60명이라 해도, 그중 전투 대원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속은 쓰리나 라울의 판단은 적절하다고 볼 수 있었다.
막스는 인디언들을 생각한답시고 싸우는 걸 무조건 피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싸워서 이득이 없는 걸 피하려 했을 뿐이지.
막스가 라울에게 다가가자 움찔하며 더욱 고개를 숙인다. 막스는 어깨를 토닥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판단 잘했다. 500마리 주고 나머지를 온전하게 데려왔으면 된 거지.”
“......”
“오늘은 푹 쉬고, 내일 같이 떠나자고. 카우보이들도 번갈아 가면서 쉬라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보스!”
얼굴이 환해진 라울은 곧바로 카우보이들에게 달려갔다. 옆에 있던 산초와 동료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
소 떼와 함께 콜로라도를 향해 북진하는 막스.
가는 동안 히스패닉계와 흑인들로 구성된 카우보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흔히 카우 핸드라 불리는 이들은 10명이 한 조를 이루어 소 떼 3천 마리 정도를 커버했는데, 그 방식이 능숙했다.
하루 최대 전진 거리는 평균 20km.
“물론 그 이상 갈 수는 있지만, 그럼 먹을 고기가 줄어들거든요.”
강행군을 하면 정작 목적지에 도착할 때면 소들이 호리호리해진다는 것이다.
그나마 롱혼의 생존력이 강해서 그렇지, 다른 종들의 소였다면 버티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다.
저녁을 먹은 뒤 카우보이들은 직접 커피 원두를 갈아 냄비에 넣어 끓였다. 하지만 원두가 걸러지지 않아서인지 건더기가 씹히고 그 맛 또한 썼다.
‘종이로 만든 커피 티백도 만들어야겠어.’
막스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흑인 카우보이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보이는 아니고, 20대 후반으로 보였다.
“이름은?”
“나일 이카드요.”
“이번처럼 장거리를 이동하면, 소는 누가 키워?”
“저 말고 목장에 두 명이 더 있어요.”
나일 이카드는 미시시피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주인을 따라 텍사스에 정착했다고 했다.
“사실 소 치는 거야 별로 어렵진 않죠. 울타리에 가둬 키우는 게 아니니까요.”
일이 힘든 건 인디언들의 습격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노예면서도 총을 지니고 있었다.
“가끔은 레인저스와 함께 인디언 토벌 작전에 참여하기도 해요.”
“인종차별은 심하지 않은 모양이네.”
“먹고 살기 힘든데 그럴 시간이 없는 거예요. 미시시피에 있을 땐 아주 심했거든요.”
광활한 광야보다 비좁고 평화로운 마을일수록 차별이 심하다 했다.
“텍사스는 서로 의지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곳이에요. 당장 할 일도 많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보다시피 전 총도 있잖아요.”
군대로 치면 빡센 전방보다 후방 내무생활이 더 힘든 것과 같은 이치랄까.
어찌 됐든, 텍사스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다른 남부의 노예주와는 사뭇 달랐다. 멕시코인과 흑인들이 어우러져 나름 균형을 유지하는 곳이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카우보이는 많아?”
“저 친구들처럼 주로 멕시코인이 그렇죠. 떠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자들이 많거든요.”
막스는 이카드와 대화를 나누면서 텍사스와 카우보이의 상황에 대해 적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소 떼가 콜로라도 경계에 도착한 건 보름이 지나서였다. 어느 정도 인디언들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 막스는 세븐 스트롱만 따로 이끌고 준투로 향했다.
막스가 요새로 오는 동안, 준투의 핑커톤 사무실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수석팀장이자 총괄 책임자인 토디는 놀라며 그를 맞이했다.
“보스가 여긴 어쩐 일입니까?”
“일이 좀 있어서. 그나저나, 여긴 좀 어때?”
“사건 사고가 장난 아니지만, 나름 재미는 있습니다.”
앨런 핑커톤은 시가에 불을 붙인 뒤 물었다.
“직원들 분위기는 어때?”
“금 채굴한다고 뛰쳐나간 놈들 빼곤,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이 좀 많아야죠. 광산 일대가 너무 넓어서 지금 인원으로 커버하는 게 영 힘드네요.”
“알아, 알아. 그래서 조만간 2백 명 정도 증원이 될 거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토디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앨런은 고심이 많은 듯 표정이 밝진 않았다. 분위기를 감지한 토디가 머쓱한 표정을 짓자 앨런이 물어왔다.
“SFBC와는 어때?”
“뭐가 말씀입니까?”
“관계 말이야. 뭐, 트러블이 있거나 하진 않지?”
“부딪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갱단이 큰 경우엔 SFBC에서 처리하고, 담당하는 지역도 다르니까요.”
고개는 끄덕이지만, 앨런이 원하는 대답은 이게 아니었다. 핑커톤 조직 내에서 민간군사기업 SFBC를 갈망하는 자들이 없냐는 걸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걸 그대로 묻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 한 건가.’
앨런은 입에 맴도는 질문을 삼키곤 화제를 돌렸다. 이곳에 온 목적과 새로 합류할 직원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
막스 일행이 요새에 도착한 건, 텍사스로 떠난 지 근 두 달만이었다.
“보스가 왔다! 어서 소식 알려!”
막스의 부재로 그동안 밀려있던 서류들이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를 멍하니 바라보는 막스에게 비서 칸토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건 또 뭐야.”
“보스를 못 만나고 돌아간 사람들 명단입니다. 누구부터 부를지, 알려주세요.”
대략 50명 정도가 있는데, 그중 낯익은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앨런 핑커톤? 이 양반이 여기까진 웬일이래.”
미국에서 가장 힘든 직업은 막스의 비서일지도 모른다. 토디는 어느덧 세 명의 부하 직원을 두었고, 그들은 막스가 만날 사람들을 찾아가 약속을 알렸다.
그렇게 가장 먼저 막스가 만난 사람은 사흘째 준투에 머무는 앨런 핑커톤이었다.
“도시가 엄청나더군. 이 모든 계획을 자네가 했다고 들었네만.”
“대충 끄적인 정도죠. 나머진 토목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서 만들어가는 겁니다.”
“한 발 빼는 건 여전하군.”
앨런 핑커톤은 넌지시 막스를 쳐다봤다.
광산 발견과 개발에서 도시 구성까지.
게다가 지난 몰몬교와 연방 정부 간 갈등을 풀어주어, 대통령으로부터 도시 전반에 걸친 권한까지 손에 넣은 남자다.
‘볼 때마다 저만치 나아가는군.’
그렇다고 질투와 시기 때문은 아니다.
앨런의 마음이 찝찝한 건 막스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에 있는지 당최 파악이 안 된다는 불확실성이었다.
“그나저나, 이 먼 곳까지 어쩐 일입니까?”
“새로 증원될 인력도 있고, 자네에게 긴히 부탁할 것도 있어서 들렀네.”
앨런은 200명을 추가로 증원했다. 그렇게 해서 매달 핑커톤 탐정들에게 지출되는 액수는 무려 4만 2천 달러에 달했다.
물론 이 자금은 막스 개인이 아닌 회사 주주들과 도시에서 거둬들이는 세입으로 충당된다.
“자네 덕분에 핑커톤이 먹고 사는 구만.”
“제가 아니어도 충분히 일은 많잖아요. 도움을 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구만.”
미소를 짓던 앨런은 시가를 꺼내 불을 붙였다.
이내 사무실에는 담뱃잎 타는 냄새와 연기가 어우러져 막스의 코와 시선을 어지럽혔다.
여기 온 진짜 목적을 이야기하려는 듯 앨런은 막스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올해 말 상원 의원 선거가 있네. 자네도 알다시피, 난 공화당과 많은 일을 하고 있네.”
‘선거판에서 내가 개입할 일이 뭐지?’
막스는 담담한 표정이지만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일리노이에서 내가 밀고 있는 후보가 있네. 지난번에도 출마했지만, 더글라스에게 패했지.”
스티븐 아놀드 더글라스는 현 일리노이의 상원의원으로, 그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건 그가 발의한 법안 때문이었다.
일명 캔자스-네브래스카 법.
기존 미주리주 경계 위쪽은 자유주, 아래는 노예주로 합의한 법을 무시하고, 캔자스의 노예 문제를 주민들이 자체 결정해 정하라는 법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더글라스였다.
‘피의 캔자스’를 일으킨 원흉인 셈이었다.
더글라스를 알고 있던 막스는 자연스레 그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한 여자를 두고 경쟁했던 한 남자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인가.’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긴 하지만. 사실 더글라스가 워낙 강력해서 쉽지 않은 상황이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해서 자네의 도움이 좀 필요하네.”
앨런은 막스의 눈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로렌스 자유당 의원들을 공화당으로 합당시켜주게. 대부분 광산 회사 주주더만.”
“흠. 후보에게 노예 해방에 관한 이미지를 심으려는 겁니까?”
“역시 척하면 척이로군. 자네 말대로네. 대중들에게 후보를 각인시킬 기회라고 보네.”
앨런의 생각은 나쁘지 않았다. 노예제 갈등을 촉발시킨 더글라스의 대척점에서 링컨의 이미지를 다질 수 있을 테니.
로렌스의 공략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건 그거고,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는데.’
원 역사대로면 이번 선거에서 링컨은 더글라스에게 패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선거에서 링컨이 이기게 되면?
상원이 된 그는 3년 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될까?
그럼 남북전쟁은?
노예 해방은?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막스의 머릿속엔 이내 물음표로 가득찼다.
< 앞서 나가는 자 > 끝
< 결혼식이 뭐길래 >
1858년 에이브러햄 링컨의 상원 의원 선거.
상대는 민주당 스티븐 더글라스다. 이 선거에서 둘은 무려 7번에 걸친 토론을 이어가는데 논쟁의 핵심은 노예 해방과 캔자스 노예주 문제였다.
비록 선거에서 패하였으나, 링컨은 토론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훗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앨런, 합당에 관한 건 제 권한과 능력 밖의 일입니다.”
“민주당으로 합당을 요구했다면 이런 말은 꺼내지도 않았을 거야. 캔자스 자유당과 공화당의 목적은 같으니까 하는 말이지.”
“글쎄요. 로렌스에서 목숨 걸고 투쟁해온 의원들이 쉽게 움직일까요?”
원 역사대로면 캔자스 자유당은 자연스레 공화당과 합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 앨런이 자신을 찾아왔으니, 생색 한 번 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막스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그 속내를 모르는 앨런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링컨에게 먼저 제안했는데, 이대로 돌아갈 순 없지.’
“미국당(Know nothing)은 이미 그 기세가 꺾여 오래 버티진 못하네. 앞으로 민주당에 맞서서 노예 문제를 해결할 당은 공화당밖엔 없다는 거, 자네도 알지 않은가?”
앨런의 말대로.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미국당은 최근 몇 년간 미 전역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작금의 화두는 노예와 이민자, 그리고 경제 공황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시대를 읽지 못하는 미국당은 결국 쇠퇴를 거듭하여 그 존재 자체가 희미해져 버린다.
‘결국 민주당과 공화당. 미국이 이 양당 체제를 백 년 넘게 이어가는 건 확실하지.’
그 와중에 두 당의 성향이 180도 뒤바뀌긴 하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일이다.
“자네의 말 한마디가 절실하네. 캔자스는 공화당의 도움 없이 자유주가 되긴 쉽지 않을 걸세.”
“그럼 에이브러햄 링컨이 되면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앨런은 눈을 껌뻑거리며 막스를 쳐다봤다.
“내가 이름을 말했었던가?”
“...... 지난번 일리노이 상원 선거에서 패했다면서요. 에이브러햄 링컨 말고 또 누가 있겠습니까.”
“자넨 정치 기사도 꼬박꼬박 챙겨 읽는 모양이군. 다른 주 상원 선거까지 관심 두는 걸 보면 말야. 아무튼, 노예제 폐지론자인 링컨 변호사가 상원 의원으로 당선되면 국회에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할걸세.”
앨런이 말하는 동안 막스의 머릿속을 떠돌던 수많은 물음표가 이내 하나로 축약되었다.
‘링컨이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하나?’
미국인들이 들으면 기겁할 일이지만, 막스는 꽤 진지했다.
그 바탕에는 막스가 기본적으로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링컨은 두말할 것 없이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위인이며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분열된 연방을 하나로 통일해 강력한 ‘미합중국’의 기틀을 마련했고. 노예 해방을 통해 진정한 인권 주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는 승자들에 의해 쓰이는 법이다.
아메리카에서 승자는 백인들이고, 그들은 추악한 과거를 덮고 작은 공을 부풀려 자신들을 미화시켰다.
링컨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수많은 인디언이 학살당하고 보호구역으로 분리되고 아이들은 기숙사로 끌려간다.
이걸 서명하고 지시한 게 링컨이다.
이 땅을 살아가는 백인과 흑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저지른 만행이었다.
링컨이 백인과 흑인에게는 노예 해방을 완성한 위인일지 몰라도, 인디언에게는 악마나 마찬가지였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기회주의자인가? 아니면 그럴 수밖에 없던 모종의 이유가 있었을까?
만약 악질적인 기회주의자라면 그를 배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아닐까?
또다시 질문들이 늘어나며 머리가 복잡해진다.
‘일단 링컨이라는 사람이 어떤 자인지, 만나보고 결정하자.’
오직 믿을 건 직접 눈과 귀로 보고 듣는 것뿐.
만나보고 생각을 정해도 늦지 않다.
지금 당장은 링컨의 이용 가치를 따질 때.
그와의 끈을 만들려면,
‘일단은 빚을 안겨줘야겠지.’
상원 선거를 도와준 마음의 빚. 이는 당선했을 경우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마음은 찝찝하지만, 이 카드를 써야겠구나.’
생각을 끝낸 막스가 입을 열었다.
“정 그러시면, 제가 로렌스 의원들에게 말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한 가지 요청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말하게!”
근심을 털어낸 듯 앨런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막스의 말엔 다시금 표정이 어두워졌다.
“조만간 제 직원이 결혼식을 올리는데, 링컨 변호사도 참석했으면 좋겠습니다.”
“....... 거참, 뜬금없구만. 그분이 자네 직원 결혼식에 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신부가 드레드 스콧의 딸입니다만.”
눈을 크게 뜬 앨런이 멍하니 막스를 쳐다본다.
이내 입가를 씰룩거리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원. 자네한테는 도저히 못 당하겠군.”
미 전역을 뒤흔든 노예 판결의 피해자.
그런 노예 갈등의 상징인 드레드 스콧 딸 결혼식이라면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선거 때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신문에 아주 멋진 기사가 실리겠군.”
앨런은 기사 내용을 떠올리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막스가 노리는 건 단순히 결혼식만이 아니었다.
알프레도의 결혼식을 서두른 이유는 드레드 스콧의 죽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벌써 그 징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드레드 스콧의 죽음까지 이용하는 건 아닐까.
막스의 기분은 찜찜하기만 했다.
*
앨런 핑커톤 이후에도 막스는 많은 사람과 미팅을 이어갔다. 그들은 준투에서 사업하기 위해 찾아온 자들과 신문 기사의 채용 공고를 보고 온 학자와 전문가들이었다.
모든 미팅이 끝나고, 손바닥으로 마른 세수를 한 막스는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진이 빠진다, 진이 빠져.’
말하느라 입이 아프고, 머리를 썼더니 머리는 멍할 지경이다.
막스는 요새 안에 있는 드레드 스콧의 집을 찾아갔다.
그곳엔 부인 헤리엇과 딸 엘리자가 침상에 누워있는 드레드 스콧을 간호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잠이든 스콧의 숨소리가 거칠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던 막스가 부인에게 물었다.
“몸은 좀 어때요?”
“기침도 심하고, 몸에 열이 불덩이 같아요. 간혹 피를 토하기도 하고요.”
울먹거리는 부인을 엘리자가 꼭 끌어 앉는다.
드레드 스콧의 병명은 폐결핵으로 길어봐야 석 달이다. 노예에서 해방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