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9화 (109/360)

“결혼 준비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부담 가질 필요 없습니다.”

이 시대의 결혼이란 별것 없다. 목사님의 기도와 지인들의 축복이 곧 결혼이었다.

하지만 막스는 좀 더 성대하게 할 생각이다.

죽어가는 자를 이용했다는 찜찜함을 털어내고.

의미 있는 일들을 결혼식에 담고 싶었다.

결혼식은 무더운 여름인 7월 15일.

날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알프레도의 얼굴에 초조한 모습이 역력하다.

“보스, 제발 대충 하면 안 됩니까? 부담스러워 죽겠어요.”

“부담은 무슨. 그냥 넌 똑같이 하면 돼. 그나저나 나사 똑바로 안 끼울래?”

알프레도의 집중력이 바닥을 치고 있다.

“그냥 신부랑 좀 걷다가 멀뚱멀뚱 서 있는 게 다라니까 그러네.”

“아씨, 사람이 너무 많이 오니까 그렇죠.”

“아씨? 뒈질래?”

“보스. 진짜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알프레도가 불안감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혹시나 탈출 노예인 자신을 잡아가진 않을까 싶은 두려움도 그중 하나였다.

리볼버 파츠를 조립하던 막스는 손을 내려놓고는 알프레도를 응시했다.

“준투에서 감히 누가 너를 잡아가겠냐. 만약 결혼식 날 깽판치는 놈들이 있으면, 죽은 목숨이라고 봐야지.”

“피의 결혼식입니까?”

“하, 새끼. 생각이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정신교육과 총기 조립을 병행하던 막스는 알프레도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날 멋지게 보여야 하니까, 체중 조절 좀 해라. 고만 좀 처먹고.”

“이게 다 부담되서 그렇습니다요.”

“웃기네. 요즘 편하냐? 잔말 말고, 이것만 조립하고 끝내.”

입이 튀어나온 알프레도를 놔두고, 막스는 작업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사무실로 가던 길에 낯익은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로렌스에서 온 광산 회사 주주인 동시에 캔자스 자유당 당원들이었다.

막스는 찰스, 레인과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목적은 공화당과의 합당.

막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노예주는 민주당을 등에 업고 정치 로비를 펼치고 있지만. 우리는 국회 의석이 없는 자유당이 일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막스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해서 민주당에 맞서려면 캔자스는 공화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이 적기죠. 분산된 정치력을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지금까지 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제임스 헨리 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에 동의하네. 우리가 자유당을 창당한 건 휘그당이 몰락하고 공화당 역시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지.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은 존재감을 보였으니, 지금이라면 합당해도 괜찮을듯싶네만.”

“흠. 저는 올해 상원 선거를 본 뒤에 결정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찰스 로빈슨 역시 공화당 합당을 진즉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그 시기의 문제라, 레인과 찰스의 미묘한 입장의 차이가 생겨났다.

막스는 찰스를 공략했다.

“선거 전에 공화당과 합당해서 선거 유세를 돕는 건 어떻습니까? 당내 입지를 다지기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요.”

“선거에서 승리한다면야 자네 말이 맞네.”

“그 결과가 곧 캔자스의 운명을 가르게 될 겁니다. 그러니 결과를 기다릴 게 아니라, 우리가 결과를 만들어야죠. 공화당이 상원 선거에서 대패하면 결국 캔자스는 자유주가 될 가능성도 없을 겁니다.”

막스의 말에 찰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노예제 폐지론자와 옹호론자들의 대결 구도다. 공화당은 노예제 폐지론이 당론이었으니 자유당과 한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합당을 두고 당원들과 회의를 열도록 하지.”

둘의 합의를 얻어낸 이상 합당은 일사천리로 결정될 것이다. 어차피 캔자스가 주로 승격되면 지역 정당으로 선거에 출마하기엔 한계가 있었으니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홀리데이가 막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식이 뭐길래, 도시에 아주 활기가 넘치더라.”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넘쳐나서 그래요.”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직원 결혼식에 이렇게 진심인 이유가 뭐야?”

“보면 압니다. 내가 뭘 보여주고 싶었는지.”

홀리데이는 도무지 알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 저었다.

*

결혼식 하루 전날.

수많은 사람이 말 먼지를 일으키며 준투로 접근했다. 그중 키가 큰 남자는 이색적인 풍경을 보곤 말을 멈춰 세웠다.

텍사스에서나 볼 법한 평원에 퍼져 풀을 뜯는 롱혼들. 시선을 끄는 건 소들을 관리하는 자들이다.

선두의 키 큰 남자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제 눈이 잘못된 건 아니겠죠?”

“일단 제 눈에는 인디언들로 보입니다.”

“평원에서 소 키우는 인디언이라. 그것도 광산 도시 부근에서? 이거 굉장히 낯설군요.”

“아마 그 친구가 계획한 일일 겁니다.”

“SFBC 보스라는 그 동양인 말입니까?”

앨런 핑커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텍사스에서 몰고 온 소 떼. 이를 인디언들이 키우고 있으니 막스의 괴랄한 사업방식이었다.

“광산 회사에서 인디언을 고용하고 급여를 저 소로 지급한다고 하더군요.”

“굳이 저렇게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글쎄요.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배부른 인디언은 남의 것을 빼앗지 않는 다고요.”

“별로 동의하고 싶은 내용은 아니군요.”

배부른 인디언도 백인들을 습격한다.

그 이유도 다양했고.

키큰 남자, 에이브러햄 링컨은 배부름의 의미를 먹는 것에만 국한 시켰다.

소 떼에서 시선을 거둔 링컨이 다시금 길을 재촉했다. 그 뒤를 앨런 핑커톤과 추가로 준투 도시에 투입될 핑커톤 탐정들이 따랐다.

특이한 건 그중에 유일한 여성 탐정이 있다는 사실. 갈색 머리의 여인은 담담한 눈빛으로 저 멀리 보이는 도시를 응시했다.

요새에 도착한 링컨은 말에서 내린 채 오고 가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백인은 물론 흑인, 히스패닉, 중국인, 거기다 인디언들까지 뒤섞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들 결혼식 준비를 위해 뭔가를 하는 모양이었다.

“뭔가 다른 나라에 온 것 같군요.”

“얼마 전에 왔을 때, 저도 좀 놀랐었죠. 신기하게 저렇게 뒤섞여 있어도, 별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튼, 인상 깊은 광경입니다.”

앨런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링컨. 

한동안 사람들을 쳐다보며 이내 요새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결혼식이 뭐길래 > 끝

< 욕망의 수단 >

알프레도와 엘리자 스콧의 결혼식.

이를 위해 막스는 롱혼 50마리를 도축해 고기를 마련했다.

요새 동쪽에 마련된 창고가 도축장으로 쓰였는데, 장기적으로 이용하기엔 입지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막스는 인디언과 관련된 일은 대부분 키트 카슨과 상의한다. 가끔은 처음 그를 소개해준 조지 심슨과 오토비, 바클레이, 폴 리프가 참석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금을 캐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텍사스와 콜로라도 중간에 도축장을 만들 생각입니다. 목재를 가공하는 제재소도요.”

“위치상으론 푸에블로가 적당하겠군.”

푸에블로는 콜로라도 남쪽의 마을. 로키산맥 끝자락인 터라, 오래전부터 인디언과의 교역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자네 추진력 하나는 알아줘야겠군. 설마 텍사스에서 롱혼을 끌고 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일을 벌이는 거야 쉽죠. 문제는 끌고 온 롱혼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겁니다.”

“확실히 이곳은 소를 키우기엔 척박하지. 그래서 보통은 초원을 찾아 유목하는 게 인디언들의 전통적인 방식이었네.”

키트 카슨은 쓴웃음을 지으며 막스를 쳐다봤다.

“인구도 적은 인디언들이 땅을 많이 차지하는 이유. 그리고 뭉치지 못하고 여러 부족으로 갈라져 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전 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게 원인 아니겠습니까? 작은 변화를 추구하면 서로 반목하고, 다시 갈라지게 되는 거고.”

막스의 대답에 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결국, 인디언들이 이 땅에 살아가려면 기존의 삶을 바꿔야 하네. 백인들이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걸 바라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겁니까?”

훗날 인디언 학살에 참여하는 키트 카슨이지만 그는 진지하게 인디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자였다.

“백인들은 계속해서 땅을 침범할 걸세. 그러니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보호구역을 만들어 살아가는 수밖에.”

“그 보호구역이 수시로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이대로면 황무지뿐인 곳이 인디언들의 최종 종착지가 될 겁니다. 쓸모없는 땅엔 백인들도 관심 두지 않을 테니까요.”

막스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다.

카슨은 갑갑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인디언이 있어야 할 곳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이었으니까.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칼자루는 연방 정부에서 쥐고 있네. 그 정부를 움직이는 구성원들이 바뀌지 않은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지 않지.”

정부의 구성원을 막스의 사람들로 채운다.

‘이게 가능할까.’

“당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합시다. 카슨은 지금처럼 저와 인디언들을 이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막스는 카슨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처럼 행사가 있을 땐, 인디언들을 초청해주세요.”

“그거야 어렵지 않지. 나는 말만 전할 뿐, 그들이 오는 건 자네 때문이니까.”

“뭐가 됐든요.”

아라파호, 우테, 샤이엔. 그 외 여러 부족장을 결혼식에 초청했다. 얼마나 참여할지는 모르나, 지금까지 막스가 쌓아온 신뢰라면 절반 이상은 오지 않을까 싶다.

막스가 요새에 도착할 즈음.

입구에 서있는 앨런 핑커톤을 볼 수 있었다.

그 옆에는 장신의 남자가 함께였는데, 사진과 그림으로만 보았던 에이브러햄 링컨이었다.

“나는 볼 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가 보겠네.”

카슨이 요새로 들어가고, 막스는 그 자리에 서서 링컨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가늠해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링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찌 아랴.

막스가 다가가자 앨런이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든다.

“마침 잘 왔네!”

요새에서만큼 막스는 스카프를 두르지 않는다.

이미 그가 누구인지 알기에 굳이 얼굴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

링컨은 눈에 이채를 띠며 낯선 동양인의 얼굴을 빠르게 스캔했다. 그리곤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입니다.”

덩치만큼 손이 크고 변호사치곤 손이 거칠다.

“막스 조입니다.”

“합당에 힘을 써줘서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보다 먼저 드레드 스콧을 만나고 싶습니다만.”

링컨은 이곳을 찾아온 목적을 분명히 했다.

앨런 옆에는 사진기를 들고 있는 기자가 있었는데, 일리노이주의 신문사 편집장이었다.

‘준비가 꼼꼼하시구만.’

막스는 그들을 드레드 스콧의 집으로 안내했다.

딸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필사적인 드레드 스콧. 옷을 말끔히 입고, 애써 건강한 미소를 짓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링컨은 시종일관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스콧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세 때마다 서민들을 찾아가는 후보자들의 모습이랄까.

기자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스콧의 건강이 안 좋아 대화는 짧게 끝났다.

“그럼 따님 결혼식 때 또 뵙도록 하죠.”

막스는 링컨과 앨런 일행을 요새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잠시 후 칸토가 커피를 가져오고, 이를 한 모금 입에 넣은 링컨이 말을 건넸다.

“막스, 당신이 드레드 스콧을 로렌스에 데려왔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그 일로 로렌스는 자유주의 관심을 집중시켰죠. 말 그대로 노예 폐지론자들의 심장부가 되었거든요. 혹시 그 상징성을 노린 겁니까?”

링컨은 앨런을 통해 막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로렌스 보안관에서부터, 현재 SFBC를 만들기까지. 그 정보를 꿰고, 나름의 분석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능력 있고 욕심 많은 동양인은 지금껏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는 것.

‘드레드 스콧도 그 과정 중에 하나겠지.’

일개 동양인이 백인 일색인 캔자스 자유당원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일련의 대담하고 치밀한 일들이 엮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드레드 스콧을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로렌스에서 보호해줬으면 좋겠다 싶었죠.”

“우연이든 아니든. 훌륭한 선택이었네요.”

“과찬입니다.”

링컨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도시가 꽤 흥미롭더군요.”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습니까?”

“흥미롭다고 했지, 마음에 든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만.”

“그게 다른 의미였군요. 저는 마음에 들어야 흥미를 느끼거든요. 그래서, 어떤 게 흥미로웠습니까?”

링컨은 다양한 인종, 특히 인디언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늘어놓았다.

“할 일은 넘쳐나는데, 죄다 금광으로만 가서 일손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다고 인디언을 고용할 생각은 안 하죠. 보통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결국, 동양인인 당신은 근본적으로 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떤 시선이 좋은 겁니까?”

“좋고 나쁘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냥 다른 거지요.”

“틀리진 않아서 다행이군요.”

링컨은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생각을 다듬은 그는 이내 얼굴을 가까이했다.

“내친김에 제 선거를 도와주는 건 어떻습니까? 할 일이 많은 건 알지만, 가끔 조언 정도면 됩니다.”

“조언이라. 그렇게 해서 제가 얻는 게 있습니까?”

“당신의 욕망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지도 모르죠.”

‘생각보다 직설적인데.’

“내 욕망이 뭔지 아십니까?”

“동양인으로서 백인들과 나란히 하고 싶은 거 아닙니까?”

“내 주변엔 백인만 있는 건 아닙니다만.”

“그 조차도 백인들과 함께 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는데. 아닙니까?”

‘까다로운 상대네.’

처음 제임스 가족과 친해지고 로렌스에 들어간 건 분명 백인들 틈바구니에서 기반을 다질 목적이 있던 건 사실이다.

그럼 지금은 어떠한가?

더 큰 목적을 위해 움직이지만, 아직은 힘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 힘은 링컨의 말대로 백인들과 나란히 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었다. 

조금은 불편할 정도로 노골적인 대화지만, 

막스는 링컨의 성격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정치적 계산도 뛰어나고, 눈치도 빨라.’

화법 또한 막스에 맞춘 걸지도 모른다.

돌려 말하지 않는 건 그만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막스는 담담이 입을 뗐다.

“링컨, 당신이 말한 건 제 욕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입니다. 이 도시를 보면 제 욕망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백인들과 나란히 할 수 있는 힘은, 단지 이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봐야죠.”

링컨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막스를 쳐다봤다.

알 듯 모를 듯, 복잡한 인간이랄까.

몽상가인 듯하지만, 하는 행동들은 꽤 현실적이었다.

‘동양인의 시선을 알 수가 없군.’

백인들과 함께 있으면 자신을 백인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링컨은 막스도 그중 하나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스에 관해 다시 정립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무래도,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도시를 좀 더 둘러봐야겠군요.”

링컨과 앨런이 나가고 막스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천장을 올려본 막스는 링컨에 관한 정보를 들춰내 그가 한 말을 떠올렸다.

- 노예제의 허용이나 금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신념은 연방을 분열시키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다.

남북전쟁은 분열된 국가를 통합시키는 과정.

노예 해방은 순수한 인권 문제가 아닌 전쟁의 명분을 강조하는 수단이 아니었을까.

‘당장은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하자.’

막스는 몸을 일으켜 사무실 밖을 향했다.

*

댕, 댕, 댕.

요새 안에 세워진 교회. 

그 첨탑에 걸린 종이 울리며 정오를 알렸다.

그리고 마침내 교회에서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핏기없는 드레드 스콧은 미소를 머금으며 딸의 결혼식을 지켜보고. 막스는 잔뜩 얼어있는 알프레도를 보며 피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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