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3화 (133/360)

“우리가 돕는다면 네 한계를 조금은 확장 시킬 수 있을 거야.”

“동양인의 한계 말입니까?”

“맞아. 주류에 속한 자들 속에 프리메이슨이 상당히 많거든. 앨런 핑커톤도 마찬가지고.”

‘앨런도?!’

그땐 별생각 없었는데, 문득 앨런이 건넨 악수가 떠오른다. 

동시에 전생에 동료였던 에릭과의 기억도 뇌리를 스쳤다.

언젠가 에릭은 뜬금없이 악수하자면서 엄지로 막스의 손등을 지그시 눌렀었다.

- 이 새끼가 미쳤나. 애무하냐, 지금?

- 병신. 이게 바로 프리메이슨 인사법이야.

- 너, 요즘 이상한 거에 빠졌구나. 왜, 일루미나티처럼 내 눈도 파충류라고 하지?

- 에휴. 니가 뭘 몰라서 그런데. 미국을 장악하는 WASP(백인-앵글로색슨-개신교) 중 상당수가 실제로 프리메이슨이야. 우리 집안도 그중 하나라고!

- 그렇게 대단한 집안 출신인데, 나한테 돈을 꿔달라고 해? 개소리 그만하고, 총이나 닦아.

- ...... 집안이 망해서 그렇지, 무식한 새끼야. 돈 벌면 다시 프리메이슨에 들어갈 거라고!

- 어, 그래. 잘 가시고. 지금은 총이나 닦아.

- 아으, 개새끼.

막스는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강제로 내리며 말했다.

“의외로 주변에 많았군요.”

“존 브라운도 예전엔 프리메이슨이었어. 물론 십 년 전에 탈퇴했지만. 그리고 링컨 상원 의원은 아직 고민중이고.”

“탈퇴는 자유롭다 이겁니까?”

“당연히 개인의 자유지. 또한 프리메이슨 명부에만 올렸을 뿐,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단 비밀은 유지해야지.”

비밀스러운 집단인 만큼, 이 안에서 행해지는 의식과 조직 체계는 절대 누설하면 안 된다.

“교회 안 나온다고 누가 뭐라 해? 프리메이슨도 마찬가지야. 집회에 오든 안 오든, 그 또한 네 자유니까. 이름만 올리고 활동은 안 해도 돼.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행동할 사람이거든.”

하나님은 믿지만, 교회는 안 간다. 

그럼에도 난 개신교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한테 무엇을 강요할 것인가.

프리메이슨도 마찬가지다.

보기와 달리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단체라는 점에서 가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근데 왜 하필 지금입니까?”

“사실 예전부터 제안을 하려고 했는데, 걸리는 게 있었거든.”

프리메이슨 롯지는 크게 두 개로 나뉜다.

지역별로 존재하는 단위 롯지와 이를 통합하는 의미의 그랜드 롯지.

이곳 토피카는 단위 롯지였고, 그랜드 롯지는 캔자스 동쪽이자 미주리주 접경지역인 와이언 도트에 있었다.

문제는 그곳 그랜드 마스터의 성향이 막스와는 상극이라는 점이었다.

“누군데요?”

“존 밀턴 치빙턴이라는 감리교 목사야. 근데 인디언에 관해서 너랑 입장이 정 반대거든. 요즘도 그자는 인디언 말살을 주장하고 있어.”

‘존 치빙턴.’

아직 일어나진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디언 학살 사건 중 ‘샌드 크릭 대학살’이라는 게 있다.

콜로라도 주지사와 존 치빙턴이 꾸민 일로, 우테와 샤이엔족 지도자들을 회의 장소로 유인한 뒤 부족에 남아있던 여인과 아이 수백 명을 무참히 학살한 사건이었다.

막스가 콜로라도를 장악하고 인디언과 공존을 외친 것도 미래에 있을 대학살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 치빙턴이 프리메이슨이라니.’

감리교 목사가 프리메이슨 그랜드 롯지의 마스터라는 걸 보면 종잡을 수 없는 조직임은 틀림없었다.

“그자가 저를 반대했습니까?”

“사실 말도 안 꺼냈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조만간 커다란 변화가 올 것 같거든.”

“어떤 변화 말입니까?”

“자유주와 노예주의 전쟁. 존 브라운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피할 수 없는 일이지.”

그렇게 되면 홀리데이와 존 기어리, 키트 카슨은 그랜드 롯지를 토피카로 옮길 생각이었다. 물론 존 치빙턴 역시 축출할 계획도 갖고 있었고.

모든 걸 종합해보면, 회의실에 있던 세 명은 곧 일어날 남북 전쟁을 예견하고 있었다.

“뭘 보고 존 브라운이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확신하는 겁니까?”

“널 보고.”

“자네는 무슨 짓이든 할거잖아.”

홀레디이와 존 기어리. 이 둘의 말에 키트 카슨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들이.’

막스는 내심 어이가 없었지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뭐가 되었든 막스의 머릿속엔 이미 결심이 서 있었다.

‘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용할 수 있다면 가입이 뭔 대수겠냐.’

어차피 인디언 학살의 주범 존 치빙턴을 제거할 생각이었고, 향후 계획을 위해서라도 프리메이슨은 충분한 이용 가치가 있었다.

“가입하겠습니다. 절차는 되도록 간소하게요.”

그렇게 막스는 동양인 최초로 프리메이슨에 가입하게 되었다.

*

막스는 토피카에 이틀을 더 머물렀는데,

입회식을 위한 이상한 의식 때문이었다.

엄숙하고 조용한 가운데 치러진 의식에는 대략 30명의 프리메이슨이 참석했는데.

이를 주도하는 자는 다름 아닌 홀리데이. 

검은 망토를 두른 그는 토피카 롯지의 수장이었다. 

실로 경악할 일이었다.

“신을 믿습니까?”

“...... 예.”

“진리를 추구합니까?”

“예.”

“자유와 평등 박애를 신봉합니까?”

“예.”

“메이슨리로서 조직의 비밀 유지를 맹세합니까?” 

“예.”

‘하, 이게 뭔.’

막스는 천 쪼가리로 눈을 가린 채 무릎 꿇고, 홀리데이가 하는 질문에 대답했다. 

“이로써 막스 조는 우리의 형제가 되었습니다. 일어나세요, 막스 형제.”

프리메이슨엔 총 33도의 계급이 존재한다.

이제 막 가입한 막스는 제1도인 엔터드 어프렌티스(Entered Apprentice:신참 후견인)이 되어야 했으나.

“우리 막스 형제가 거기에 머무르면 되나. 그냥 제7도로 가자.”

“..... 이렇게 막 해도 돼요?”

홀리데이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제4도까지는 프리메이슨의 실체를 제대로 몰라. 근데 넌 이미 다 알잖아.”

“...... 그래서 제7도는 뭡니까?”

“프로버스트 저지(Provost Judge). 감독관 및 심판자야.”

“그럼 홀리데이는?”

“난 제17도 나이트 이스트 앤 웨스트.”

동방과 서방의 기사란다.

‘아, 진짜 이런 거 싫어하는데.’

조금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계급도. 

막스는 혀를 차며 홀리데이와 함께 프리메이슨과 인사를 나누었다.

“막스 보안관, 아니 막스 형제. 앞으로 잘 부탁해.”

대부분 초기 로렌스에 있던 마을 사람들.

막스를 보는 눈빛엔 따뜻함과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

모든 의식이 끝나고 홀리데이가 따로 자리를 가졌다.

“후, 이제야 뭔가 마음이 후련하네. 너한테야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거든.”

“저한테도 나름 의미야 있죠.”

“그렇게 생각해주면 나야 고맙지. 사실 그동안 내가 생각해둔 게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

함께 알고 지낸 지도 5년이다.

그 시간 동안 홀리데이는 충분한 고민을 했을 테고, 다음 계획까지 마련했을 것이다.

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홀리데이가 충격적인 말을 쏟아냈다.

“콜로라도에 롯지를 만들 생각이야. 당장은 단위지만 후에는 그랜드 롯지가 되겠지. 그러면 네가 그곳 마스터가 되는 거야.”

“그게 내 마음대로 된다고?”

“보통은 선출이지. 그런데 너 이런 거 잘하잖아. 조직 만들어서 측근들로 채우고 아예 사조직으로 만들어버리는 거.”

막스는 홀리데이의 놀라운 제안에 눈을 껌뻑거렸다. 대체 프리메이슨 조직의 정체가 뭐길래 이런 말을 한단 말인가.

“말했잖아. 진리를 추구하고, 우리의 뜻을 관철시키는 게 곧 프리메이슨이라고. 너는 그런 힘이 있고 능력이 있으니까 콜로라도 롯지를 네 걸로 만들어. 내가 도울 테니까.” 

캔자스는 홀리데이, 콜로라도는 막스.

이 구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건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이 구심점이 없다는 것. 한 마디로 저마다 다른 성격의 점조직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언제 홀리데이의 야망이 이렇게 커졌지?’

원 역사에선 죽기 전 금광이 있다며 캔자스 땅을 사들여 삽질하는 뻘짓도 하지만, 홀리데이는 철도 사업으로 부를 거머쥔 사업가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막스와 같이 있다 보니 꿈이 커진 모양이다.

“일종의 사다리라고 생각해. 그리고 막스 너, 인재들 모으느라 광고 엄청 하지?”

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부와 캘리포니아에 광고비만 매달 수백 달러씩 나가고 있죠.”

“그러니까. 근데 이게 좋은 점이 뭐냐면, 롯지의 마스터가 되는 순간 능력 있는 프리메이슨을 우리가 끌어들일 수 있다는 거야.”

‘콜로라도 롯지를 능력자들로 채운다?’

그것도 돈이 아닌 어떤 신념으로 똘똘 뭉친 집단으로 말이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아닌가. 

막스는 대학과 연구기관 설립을 생각했으나, 어쩌면 롯지는 그들을 묶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수도 있었다.

“네가 동의만 하면, 준투 내에 곧바로 착공 들어갈 수 있어. 어때?”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막스는 단숨에 콜로라도 프리메이슨의 마스터 자리까지 노리게 되었다.

*

막스가 콜로라도에 돌아온 건 무려 3개월 만이었다. 요새의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피치가 쪼르르 달려왔다.

“쳇, 혼자 시카고 가니까 좋았어?”

“피치 없는 하늘, 그냥 땅만 보고 다녔지.”

“뭐냐, 그 멘트는. 꼭 사기꾼 같아.”

“사이비 같진 않고?”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이상한 게 아니라,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고.’

정신 차려보니 사이비에 끌려갔다 풀려난 기분이랄까. 

실제로 사람들은 프리메이슨을 이교도라 여겼으니 틀린 생각도 아니었다.

막스는 입이 근질거렸지만, 차마 프리메이슨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꺼낼 순 없었다.

“그나저나, 존 브라운이 진짜 대통령 후보가 됐더라. 신문 보고 깜짝 놀랐어.”

“이제 시작이지. 그런데 콜린은?”

“아. 강물이 따뜻한지 보러 갔어.”

“!”

딱 봐도 원인은 포니 익스프레스다.

서비스 개시 한 달 만에 영업을 중단했으니, 투자자인 율리시스와 콜린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설마 강물에 뛰어들진 않았겠지.’

막스는 고개를 절레 저으며 말했다.

“앞으로 바빠질 거야. 피치는 나랑 할 일이 많으니까.”

“같이?”

“어. 왜?”

“그냥. 갑자기 설레네.”

“......”

막스의 눈동자가 흔들릴 때, 비서 칸토가 그동안 밀린 서류들을 들고 나타났다. 그중엔 커다란 상자도 있었다.

< 프리메이슨과 그랜드 마스터 > 끝

작가의말

전쟁이 코앞인데 과연 프리메이슨을 다뤄야 할까.

고민하면서 쓰다보니, 어느새 한 화를 다 채워버렸네요 ㅠ.ㅠ

자료를 조사한 바로 조지 워싱턴, 앨런 핑커톤,

존 브라운, 홀리데이, 존 기어리, 키트 카슨, 그리고 인디언 학살자

존 치빙턴 모두 프리메이슨이라는 걸 찾아냈습니다.

근거는 영문 위키백과와 여러 웹 사이트 자료며, 

찾아서 한 두개 나오는 건 신빙성이 없어서 패스했습니다.

막스의 프리메이슨 가입을 두고 고민이 많았으나

굳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스토리에 프리메이슨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뿐더러,

백인 상류층에 접근할 계층 사다리 역할로 막스가 이용한다는

정도로 쓰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빌런의 경우는 좀더 비중을 차지할지도 모릅니다.

본 소설에서 프리메이슨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의 모임이며

그중엔 분명 세계를 전복하려는 자들도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강력한 아군과 적 모두 프리메이슨일 수도 있다라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 >

막스와 피치는 칸토가 가져온 서류를 훑어보고 중요한 것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프리덤 에코? 이름 촌스러운 거 봐라. 너 또 회사 만들었어?”

“뭐야, 촌스러워서 내가 만든 걸 안 거야?”

“아니면 누가 이렇게 짓겠어.”

“...... 아무튼, 그 서류 줘 봐. 얼마 전에 워싱턴하고 뉴욕에 신문사 만들었거든. ”

‘뉴욕···?’

파이브 포인츠같은 할렘가와 세련된 건물이 공존하는 뉴욕. 자신의 시궁창 집을 떠올리던 피치는 이내 서류 뭉치를 막스에게 건네줬다.

윌슨 섀넌이 보낸 것으로, 회사 사업자 등록증 원본과 건물 임대, 채용된 기자와 인쇄기술자 목록이었다.

“일 처리가 아주 번개가 따로 없구만.”

섀넌은 불과 두 달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다음 주면 신문 발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막스는 피식 웃으며 답장을 작성했다.

“왜 웃어?”

“넌 나만 바라보냐? 잠깐 웃었는데 그걸 보네.”

“...... 그니까, 왜 웃냐고. 좋은 일 있으면 함께 나눠야지.”

커피를 홀짝인 막스는 헤리엇 비쳐 스토우 부인 이야기를 꺼냈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 피치는 그게 진짜냐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다니까. 앞으로 우리 <프리 에코> 신문에 스토우 부인의 소설이 연재될 거야.”

“와, 진짜 장난 아니네.”

“나중에 소개해줄게.”

“그럼 나 스토우 부인 만나는 거야?!”

‘이게 뭐라고 뿌듯하냐.’

피치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막스의 광대도 덩달아 승천한다. 막스는 재빨리 손바닥으로 끌어내리곤 마저 답장을 썼다.

내용은 헤리엇 비쳐 스토우와 계약하라는 지시였다.

답장을 끝내고 또 다른 서류를 뜯어봤다.

발신자는 스미스앤 웨슨 컴파니.

‘돈 달라고 보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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