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선거인단이다.
이를 통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세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직접 투표가 아닌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 투표로 진행된다는 것.
둘째, 복식 투표로 두 번의 투표가 진행되고 1차는 주민들이 선거인단을 뽑고, 2차는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투표하는 방식이었다.
끝으로 셋째는 승자독식의 원칙인데.
1차에서 뽑힌 선거인단에서 공화당이 다수일 경우, 해당 주에선 공화당이 선거인단을 독식한다는 것이었다.
이 시기엔 통일된 투표용지조차 존재하지 않아 후보는 유세를 돌며 직접 인쇄한 걸 유권자에게 나누어줘야 한다.
원 역사에 링컨은, 노예주에서 단 하나의 선거인단을 만들지 못했다. 애초에 투표용지 배포 자체를 거부당했기 나눠줄 수도 없었다.
이는 비록 역사가 뒤틀렸지만 존 브라운도 같은 상황이었다.
어찌 됐든, 총 선거인단 303명 중
승리를 위해 필요한 수는 과반인 152명의 표를 획득하는 것.
마침내 1860년 11월 6일 운명의 대선 투표가 이루어졌다.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공화당 180, 남부 민주당 72,
헌법 연합당 39, 북부 민주당 12.
그 결과.
[미국 16대 대통령, 존 브라운 당선!]
원 역사보다 더 강렬하고 충격적인 선거 결과가 미 전역을 뒤흔들었다.
- 존 브라운의 취임식이 되면, 그가 할 말은 빤합니다. 노예 해방을 선언하겠죠.
- 그때가 되면 우리에겐 기회가 없습니다. 그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상원, 하원의 과반수를 자유주에게 빼앗겼고 마지막 보루인 대통령마저 넘어가 버렸다.
이제는 노예주 숫자의 확장을 따질 때가 아니다. 노예들로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벼랑 끝에 내몰린 남부 민주당, 즉 노예주는 서둘러 대응을 마련에 착수했다.
1860년 12월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컬럼비아에서 최초의 분리를 위한 총회가 열렸다.
그리고 3일 뒤.
남부에서의 노예주에 대한 권리를 담은 <연방 탈퇴의 원인과 정당성에 관한 선언>을 채택.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최초로 미연방의 탈퇴를 선언했다.
바야흐로 남북전쟁을 향한 운명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SFBC은 당장 연병장에 집결한다!”
혹한의 겨울 콜로라도.
금광은 멈췄으나 본격적인 SFBC의 활동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피츠버그 암살 시도(2) > 끝
작가의말
----2022년 1월 12일자----
공화당 vs 민주당 구도를 너무 단순하게 다룬 것 같아
이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실제 링컨이 당선될 수 있었던 건,
민주당의 분열로 인해 표가 분산된 영향이 컸습니다.
해서 이 부분을 좀더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북전쟁의 시작 >
“드디어, 드디어! 자유주와 노예주의 전쟁. 이 땅의 미래를 결정지을 전쟁이 머지않았다!”
막스의 시선이 연병장에 모인 SFBC 대원을 훑어갔다.
“전쟁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두근두근.
‘과연?’
‘파격적인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데.’
평소 막스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전쟁이라는 엄청난 일을 앞두고 대원들의 비장한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막스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올해는 한 달 앞당겨 혹한기 훈련을 실시한다!”
“아아악!”
“방금 소리 지른 놈 튀어나온다, 실시.”
“실시····(발).”
- 무, 무슨 이 상황에 혹한기를!?
- 그놈의 전쟁은 몇 년째 우려먹냐.
- 내년에도 ‘같은 소리 한다.’에 10달러 걸지.
“그렇다.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이상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의 훈련을 최종 점검하는 것. 내일 이 시간에 완전군장으로 집합할 수 있도록!”
SFBC의 세 번째 혹한기 훈련.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냐며 대원들이 욕을 퍼부었다.
*
- 우리의 적 공화당이 권력을 손아귀에 넣기 직전이다. 놈들은 변덕스럽고 광적인 이론과 노예제 폐지라는 목적을 내세워 우리를 지배할 작정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연방 탈퇴 당시 대농장 지주이자 상원의원이 한 말이다.
해가 바뀐 1861년.
위와 같은 논조의 논평과 연설, 선언문이 남부 곳곳에 울려 퍼지고 연방 탈퇴의 광풍이 휘몰아쳤다.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시작으로.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그리고 텍사스까지.
존 브라운의 대통령 취임을 두 달 앞둔 시점에 잇달아 7개 주가 연방에서 분리되었다.
일명 ‘딥 사우스(Deep South) 면화 주(Cotton State)’라 불리는 노예주들이었다.
한편,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캔자스 운명을 결정한 일이 발생했는데,
바로 로렌스를 중심으로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만든 와이언 도트 헌법이 채택된 것이다.
급기야 남부 주가 연방을 탈퇴하는 혼란 속에 캔자스는 마침내 ‘자유주’로서 34번째로 미연방에 편입되게 되었다.
이는 분리된 남부의 상원들이 추방되거나 물러난 틈을 노려 얻어낸 결과였다.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공화당 의회실.
“지금 앨라배마주에서 탈퇴한 주들이 자체 연합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더군요!”
“이대로 연방 해체를 두고 보면 안 됩니다!”
“당장은 노예제 폐지 선언을 유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은 존 브라운의 당선이 몰고 올 파장이 이 정도까지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각오를 다진 존 브라운의 결심은 확고하다. 그는 장내를 둘러보며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노예제 폐지를 미룬다 해서 곪아 터질 대로 터진 분열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전 그걸 조건으로 협상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러다 남부에서 자체 독립 국가라도 만들면 어쩌시려고요?”
한 의원의 말에 존 브라운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공화당 강령에도 있지 않습니까? 연방을 분열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그러니 지금 그들이 하는 짓은 명백한 반란이죠. 내란을 일으켰으니 잡아들이는 수밖에 더 있습니까?”
“...... 설마 전쟁이라도 벌이자는 겁니까?”
“그쪽에서 저항하면 그렇게 되겠죠.”
전쟁도 불사하겠다니. 존 브라운의 말에 회의장 곳곳에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반면 존 브라운을 옹호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국민의 뜻에 선출된 이상, 명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고작 반란군들의 눈치를 보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렇다고 그들을 적대시해서 얻는 이익이 있습니까? 노예제도 때문에 연방이 해체되고 피를 흘리는 상황은 절대로 막아야 합니다!”
탈퇴한 주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측과 협상을 통해 다시 연방에 합류시키자는 측의 대립.
두 개의 상반된 의견은 좀처럼 좁아지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링컨은 문득 막스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가 막 정해졌을 때의 일이었다.
- 노예제와 연방제. 어떤 걸 택하시겠습니까?
- 나는 연방제를 위해서라면 남부의 노예제를 인정할 수도 있네.
- 하지만 공화당이 집권하는 순간 노예주들은 연방을 뛰쳐나갈 겁니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민주당이 계속 집권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 너무 극단적이군. 공화당이 되었다고 연방이 무너지진 않네. 반란을 용인할 생각은 없거든.
- 그런 자신감이면 굳이 둘 중 하나를 택할 이유가 있습니까? 전부를 얻으면 되지요. 분리된 연방은 어떻게든 합치면 그만입니다.
수개월 전에 나눈 대화가 지금과 딱 맞아떨어진다.
기가 막히고 놀라운 일이었다.
턱을 매만지던 링컨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굳게 다문 입을 뗐다.
“연방이냐, 노예제냐. 굳이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까?”
의원들의 시선이 링컨의 입에 쏠렸다.
“물론, 남부를 달랠 필요는 있습니다만. 그 조건이 노예제 폐지 유보라면 당의 정체성은 물론 국민의 비난을 피할 순 없을 겁니다.”
링컨은 좌중을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아까 누군가 말했었죠. 우리에게 명분이 있다고. 하지만 정식으로 정권을 이어받으려면 두 달이나 더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은 분명 제임스 뷰캐넌의 집권 기간이라 봐야죠.”
“그럼 취임식까진 지켜보자 이 말입니까?”
“그럴 리가요. 적극적으로 나서서 남부의 동요를 억눌러야겠죠. 그래야 연방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는 말도 할 수 있는 거고, 취임 이후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요지는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하자.
그래야 최악의 상황에서도 명분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너무 완강하게 나가면, 되려 남부의 결집을 강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은 기울여야겠죠.”
링컨의 말은 존 브라운과 같은 입장이지만 미묘하게 다르고, 이는 반대하는 측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양측 중간에서 교묘한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화당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존 브라운은 이를 받아들였다.
“특사를 파견해 대화를 시도하도록 합시다.”
하지만 말 그대로 대화만 시도했을 뿐 어떠한 진전도 이뤄낼 순 없었다.
탈퇴한 노예주들은 미주리 타협선을 재정립해 자신들의 노예제 권리를 보장해달라며 요구했지만, 존 브라운과 공화당은 이를 거절했다.
1861년 2월 8일.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남부 연합이 구성되었다.
그리고 열흘 뒤.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 연합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
남부 연합은 자체 국기를 게양하고 영토 내 연방의 요새와 재산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은 이를 묵인하고 방관했다.
그리고 3월 4일.
마침내 존 브라운이 취임식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했다.
*
콜로라도 요새.
두 달간의 혹한기 훈련 끝에, SFBC 대원들은 강인한 육체는 물론 숱한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을 불굴의 정신력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부작용도 생겨났다.
입이 매우 거칠어졌다.
- 시발, 전쟁 안 일어나면 내가 일으킨다. 말리지 마! 새끼들아!
- 좆같은 세상을 향해 내가 총을 쏴주마!
막스의 사무실.
“저보고 인디언들을 가르치라고요?”
조 짐 주니어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넌 인디언 아니냐, 인마? 뭘 그리 놀래.”
“뜬금없으니까 그렇죠. 근데 동참하겠다는 자들이 있어요?”
“있으니까 하는 소리지.”
막스는 감자를 오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조만간 네 개 부족에서 30명씩 보내올 거야.”
“와, 엄청 많네요!”
샤이엔, 우테, 아라파호, 그리고 나바호족까지.
근데 왜 하필 지금 시점일까?
자유주와 노예주가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인디언들과는 별 상관없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막스의 사고방식은 역시 독특했다.
“그게 문제야. 이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인디언이 관계없다는 거. 이상하지 않아?”
“그, 그렇긴 하죠.”
“그러니까 전쟁에서 조금이나마 지분을 얻으려면 뭐라도 해야지. 그러려면 제대로 된 훈련이 필요한 거고.”
“흠. 뭔지 알 것도 같네요.”
막스는 피식하며 조 짐 주니어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손에 감자 묻은 거 닦은 거죠?”
“...... 너만 보면 뿌듯해서 그래.”
“가루가 막 떨어지는데요?”
“됐고. 가서 훈련 스케쥴 짜와. 엉성하면 각오해.”
“알겠어요.”
조 짐 주니어가 나가고 다음은 라이언 홀드.
세인트루이스의 뒷골목에서 싸움질이나 하던 모습과는 기도부터 달라져 있었다.
“무슨 일이야, 보스?”
“당분간 콜로라도를 네게 맡길 생각이다.”
라이언 홀드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이내 실망하며 급격히 눈이 가늘어졌다.
“전쟁 나면 나보고 여기에 처박혀 있으라고?”
“여기도 전쟁터와 다를 게 없을걸? 조만간 핑커톤 탐정들 절반 이상이 빠져나갈 거고, 광산과 도시 치안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거야. 알다시피, 여긴 우리 SFBC의 심장이다. 절대 남들에게 내줘선 안 돼.”
심장을 맡긴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신뢰한다는 뜻이 아닌가.
라이언 홀드의 눈빛에 비장감이 서렸다.
“그동안 했던 것처럼, 여기 있는 동안 계속해서 인원들을 충원시켜. 혹시 누가 나 찾아오거든 훈련도 시키고.”
“찾아올 사람이 있어?”
“뭐, 확실하지는 않아.”
라이언 홀드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막스가 말을 이었다.
“참고로 내가 허락하기 전까진 SFBC가 되는 건 아니야. 제대로 된 자들만 흡수할 거니까.”
“알았어. 맡겨둬, 보스!”
라이언 홀드와 대화를 끝낸 막스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 대장간을 찾았다.
그동안 막스는 엔지니어들과 석탄으로 증기 터빈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일부 공장 설비를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말이 대장간이지 규모와 장비는 북부의 공장과 별 차이가 없었다.
“제임스! 제임스!”
소음을 뚫고 제임스가 막스를 쳐다본다.
그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어쩐 일이야?”
“그냥 들렀습니다. 생산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요?”
“이번 주면 총기는 4백 정, 총알은 만 오천 개 정도 만들어질 거야.”
“알프레도가 의뢰한 다른 건요?”
“그건 아직. 다음 주나 생산 들어갈 것 같은데.”
공장은 크게 두 가지 생산 라인으로 분리되어 있다.
하나는 일반 철 주조품. 다른 하나는 무기.
후자의 경우 보안 유지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자들만 작업에 참여했다.
“그나저나, 총알을 군대에 납품하면 대박일 것 같은데. 아쉽네.”
“당장은 아니어도 그럴 날은 반드시 올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제임스.”
센터파이어 방식의 풀메탈재킷.
시대를 앞서간 총알이 나왔음에도 막스는 굳이 팔려 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제조 단가였다.
납알 탄보다 열 배가 비싼 총알을 전쟁에서 쓰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실제로 남북전쟁에서 철 지난 머스킷 소총이 쓰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막스는 제임스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물건이 적재된 창고로 향했다.
그곳엔 우울한 얼굴의 율리시스가 수량을 카운팅하고 있었다.
문득 그의 자서전이 떠오른다.
웨스트 포인트 시절 동료들이 지어준 별명이 있었는데, 율리시스(Ulysses)의 이름을 빗대어 유즈리스(Useless)라 불렀다고 했다.
특별한 열의도 꿈도 동경하는 것도 없는 율리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