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0화 (140/360)

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헤쳐가야 할 소명이 아니겠나? 변화의 바람은 불기 시작했고 이를 완성하는 건 우리의 의지일 것이네.

각설하고, 

SFBC를 미연방과 계약한 특수 용병 부대로 편성되었네. 지휘는 대통령 직속이고, 독립 부대로 임무에 투입될 걸세.

다만 안타깝고 미안하게도 자네 직급은 정할 수 없었네. 

솔직히 말하면, 반대하는 의견을 묵살할 수 없어서 생긴 일이네.

부디 어리석은 그들의 잘못을 자네의 활약으로 깨우쳐주길 바라네.]

“뭐야, 결국 능력으로 계급장 따라는 소리잖아?”

피치는 대통령이 쥐뿔 힘도 없다면서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막스는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대통령이라고 전권을 휘두르는 게 말이 되냐. 솔직히 잘 알지도 못하는 SFBC를 이렇게 만들어 준 것만도 존 브라운은 역할을 다한 거라고 봐야지.”

“이렇게 된 이상 결심했어.”

“뭘?”

“널 장군으로 만들기로!”

막스는 피식 웃으며 마저 편지를 읽어갔다.

[참고로 자네의 제안대로 에드윈 섬너 준장을 전쟁 장관으로 임명했네. 

또한 미 육군 총사령관은 윈필드 스콧 소장을 만장일치로 임명되었는데, 이걸 대체 어떻게 예상한 건가? 

자네의 식견이 참으로 놀랍기 짝이 없네.

그리운 친구에게 이렇게 편지로밖에 전할 수밖에 없는 걸 안타깝게 여기네. 

자네가 워싱턴에 드나들 수 있는 세상이 오길.

SFBC의 사명 그대로 색을 초월한 이념이 이 땅에 넘실대길 기원하네. 

물론 그러도록 내가 노력하겠다는 말일세.

답장 기다리겠네.]

막스는 책상을 두드리며 편지를 곱씹었다.

이를 오해한 피치가 팔짱 끼며 물었다.

“생각하니까 열 받는구나?”

“.... 총사령관 생각하고 있었거든?”

“윈필드 스콧 소장이 왜?”

멕시코 전쟁의 명장.

미 육군 소장으로 현재 가장 높은 위치의 장군이 바로 윈필드 스콧이다.

문제는 그의 나이.

74세인 윈필드는 올해가 끝나기 전 은퇴하고 총사령관을 내놓게 된다.

‘다음은 누가 총사령관이 되어야 할까.’

원 역사에서 링컨은 탕평책을 실시한다.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자들을 대거 임명하고, 기용한다. 

평시라면 모를까, 전시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부작용이 속출하고, 초반 전쟁을 남부 연합에 끌려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존 브라운은 링컨과 달리 측근을 위주로 내각을 구성했다.

물밑에서 존을 후원했던 자들이 장관으로 임명되고, 측근들이 백악관 참모로서 기용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막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일단 전쟁 양상을 지켜보자.’

막스는 존 브라운에게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

로렌스에 흑인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이들은 가장 가까운 미주리주에서 탈출한 노예들이다.

과거 캔자스가 남북전쟁의 축소판이었다면, 현재 미주리주가 그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남부의 노예주들이 연방 탈퇴를 이어갈 때, 미주리주는 이를 국민투표에 붙였는데.

그 결과 압도적인 승리로 연방에 남는 걸 택하게 된다. 

하지만 미주리주 주지사와 법원은 연방과 남부 연합 어느 쪽도 자금과 병력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에 보더 러피안은 빠르게 연방의 리버티 무기고를 급습, 장악하여 남부군 게릴라로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섬터 포격이 이뤄진 지 며칠 만에 벌어진 일이라, 사람들은 이를 두고 ‘미주리 섬터 요새 공습’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는 미주리주 내의 노예제 옹호론자와 폐지론자의 분열을 극단적으로 몰아간다.

폐지론자들은 북군의 의용군에 가담하고, 

보더 러피안은 빠르게 남부 군의 게릴라 부대로 변화했다.

이때 남부군의 게릴라를 흡수하며 세력을 넓혀가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윌리엄 콴트릴이었다.

그는 미주리주에서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커다란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쾅!

“콴트릴! 적들이 리치 힐을 점령했어!”

“뭐? 북군 새끼들은 제퍼슨 시티에 있을 텐데?”

부하가 고개를 저었다.

“SFBC야. 놈들이 본격적으로 미주리를 넘어왔다고!”

콴트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콜로라도에 있어야 할 놈들이 미주리에 나타났다.

"근데 놈들이 SFBC인걸 어떻게 알았어?"

"노래를 불렀데."

"뭔 노래?"

미주리주의 리치 힐.

마을을 점령한 SFBC가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른다.

"꼭꼭 숨어라, 콴트릴 새끼 머리카락 보일라!"

< 북군과 남군으로 모여드는 의용군 > 끝

< 미주리주 전쟁 개시 >

- 캔자스·미주리주 국경에 게릴라들이 노예 탈출을 막고 있습니다. 이미 마을에 억류된 자들도 꽤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 흑인 노예들은 로렌스에 도착하자마자 국경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성토했다.

이에 막스는 주지사 찰스 로빈슨에게 SFBC와 캔자스 민병대로 하여금 접경 마을의 사수를 요청했다.

- 지금 미주리주를 건드리면 되겠나? 이제 거기도 겨우 연방 잔류를 택했는데···.

- 겉으로 보기만 그렇지,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 아닙니까. 당장은 캔자스 국경을 지키고 게릴라들의 습격은 막아야죠. 단, 전면전은 피하고 가능한 적들을 미주리주로 밀어내는 데 치중해야 합니다.

아직은 남북전쟁 전선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

노예제 폐지론자와 옹호론자들로 내분에 휩싸인 미주리주를 자극해봐야 득보단 실이 컸다.

하지만 수시로 캔자스를 넘어오는 게릴라들을 억제하고 놈들의 움직임과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선제 행동은 필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막스는 조만간 미주리주에서 커다란 일이 터진다는 걸 알고 있기에 제안한 일이었다.

그렇게 막스의 지시를 받은 히콕은 SFBC 대원들과 캔자스 민병대 제1보병대대를 이끌고 캔자스-미주리 국경 사이의 마을들을 하나둘 접수해갔다.

그러던 중, 히콕은 미주리주 리치빌에 게릴라들이 붙잡은 흑인 노예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추가로 국경에서 교전하던 게릴라 세 놈을 붙잡아 정보도 얻었다.

- 니들 리더가 윌리엄 콴트릴이라고?

- 그, 그렇다!

- 호오. 그 자식이 여기에 짱박혀 있었다 이거지. 콴트릴스 레이더스? 웃기고들 있구만.

탕!

살려줘 봐야 다시 적으로 만나게 될 터. 

히콕은 게릴라들을 죽인 뒤 국경을 넘어 노예들이 붙잡혀있는 리치빌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잔류해있던 게릴라들을 쫓아내고 마을을 점령했다.

“지들이 노예 사냥꾼이야 뭐야.”

마을에 억류된 흑인 노예들은 성인 남자가 셋, 여자가 한 명. 아이들이 셋이었다.

“당신들 캔자스로 넘어갈 생각이었지?”

공포에 질린 흑인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 시기 미주리 총인구는 118만.

그중 노예가 9.7%, 11만 4천 명으로, 대부분 도시가 아닌 시골의 농장에 살았다.

붙잡힌 노예들은 전쟁이 시작되고 비교적 빠르게 탈출을 감행한 부류에 속했다.

히콕은 초췌한 흑인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마을에 있는 마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달려. 막을 사람도 없을 테니, 한 시간이면 로렌스에 도착할 수 있겠지.”

“마차까지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로렌스에서 보자고.”

연신 허리를 숙인 흑인 무리가 마차를 타고 사라진다. 

히콕은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막스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국경을 넘어가지 말라 했었다. 

만약 넘어갈 일이 생기면 민병대가 아닌 SFBC만 움직이라고도 했었고.

‘꼭 필요한 일이라 국경을 넘긴 했는데, 콴트릴은 어떻게 할까.’

자칫 놈을 잡겠다고 미주리주 깊숙이 들어가는 건 화를 자초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닐, 일단 정찰대원들과 인근 마을을 살펴보고 와. 결정은 그다음에 하도록 하자.”

“오케이.”

정찰대를 보낸 히콕은 분노로 가득 찬 마을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들의 눈빛은 두려워하면서도 은근한 분노를 내비치고 있었다.

“왜, 노예들을 보내준 게 못마땅하나?”

히콕이 냉소하며 물었다.

미주리주의 리치빌 사람들은 노예제 옹호론자들로 캔자스 유혈사태 동안 보더 러피안을 돕거나 지지했던 자들이다. 

또한 전쟁이 시작되자 같은 마을의 노예제 폐지론자들을 쫓아내기도 했고.

‘뭔 말을 해도 들어 처먹질 않겠지.’

그렇다고 굳어진 신념을 총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막스가 말하길.

- 미주리주 사람들은 아마도 남북전쟁 내내 양 진영으로부터 시달릴 거야. 그러면서 깨닫겠지, 신념보다 전쟁이나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야. 그러니 괜히 건드려봐야 놈들의 결속만 더 강하게 만들 뿐이야.

결국 막스는 민간인은 건들지 말고 게릴라들만 후방으로 밀어내라 지시했다.

“잠시 이곳에 머무는 것뿐이니까,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죽여서 나무에 걸어둘 생각은 없거든.”

히콕이 총구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으르렁거리자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

미주리주 리치빌로부터 50km 떨어진 킹스빌.

“콴트릴, SFBC 놈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

짧은 머리에 맷집 좋아 보이는 남자가 콴트릴에게 물었다.

조엘 브라이언 메이스라는 스코틀랜드/아이랜드에 체로키 부족의 피가 섞인 복잡한 혈통을 지닌 혼혈로, 체로키 연합부족에서 자라난 자였다.

콴트릴은 SFBC가 리치 빌에서 자신의 이름이 섞인 노래를 부른다는 말에 흥분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였다.

콴트릴은 시거를 문 채 입을 열었다.

“오클라호마에서 내가 했던 말 기억합니까?”

“벌써 1년이 다 된 얘기군.”

당시 콴트릴은 텍사스에서 무법자 톰 벨을 이용해 막스를 제거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미주리로 넘어가던 중 오클라호마에서 조엘 메이스를 만나게 된다.

“당신은 내게 체로키족의 오랫동안 축적된 전투지식을 전수해 줬죠.”

주로 인디언들이 쓰는 매복 전술, 위장과 기습에 관한 훈련이었다. 또한 메이스 개인의 전투 능력 또한 탁월해 콴트릴은 부족한 부분을 상당수 채울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전면전을 치르고 싶다, 이 말인가?”

메이스의 말에 콴트릴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곧 남쪽에서 병력이 몰려올 겁니다. 쪽수가 늘어나는 데 참을 이유가 없죠.”

“흠. 그럼 병력이 합류되는 시기를 봐서 놈들을 유인하는 편이 좋겠군.”

메이스의 말에 콴트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하지만, SFBC 리더는 괴물 같은 놈입니다. 리치빌에 있든 없든, 기회가 왔을 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써서라도 제거해야 합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하니 더더욱 만나고 싶군. 그나저나 미주리 주지사가 언제 움직일지 아직 소식은 못 들었나?”

“연락이 오기 전에 SFBC를 제거한 뒤에 직접 주지사와 합류할 생각입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미주리주 주지사 클레이본 잭슨은 비밀리에 민병대를 소집했다.

말은 연방을 위해서라지만, 주지사는 골수 분리주의자다. 

미주리 헌법으론 연방 잔류를 택했지만, 그가 바라는 건 강제 분리였다. 

그 때문에 은행가들과 함께 자금을 빼내어 게릴라를 동원해 무기고를 점거하고 민병대를 조직했다. 그리고 곧.

연방과의 충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콴트릴의 시선이 서쪽을 향했다.

“우선 SFBC 놈들부터 제거할 준비나 하죠.”

현재 콴트릴 휘하의 게릴라 병력은 백 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곧 남쪽에서 합류할 병력을 생각하면 SFBC 따윈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캔자스 로렌스.

막스는 히콕이 보낸 연락병, 버팔로 빌 코디에게서 콴트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미주리에 있을 거라 짐작하고 있었기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히콕과 대원들이 흥분해서 놈을 쫓아갔다면 그건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히콕은 히콕이었다.

“보스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다고 했어요. 오기 직전에도 놈들이 나타나서 교전이 벌어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히콕은 쫓아가지 않았거든요. 다시 캔자스로 돌아오라고 할까요?”

막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차피 때가 됐거든.”

막스는 콴트릴의 의도를 알고 있다.

어떻게든 유인해서 제거하려는 콴트릴과 버티는 히콕의 신경전.

그리고 콴트릴이 기다리는 남쪽 병력이 어디인지, 그들과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 막스는 짐작하고 있었다.

“잠시 갔다 올 테니까, 기다려 코디.”

“옙!”

SFBC 정보 및 첩보 사무실.

피치와 정보요원들이 각 지역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곳이다.

덜컥.

막스가 들어왔지만, 살짝 눈길만 줄 뿐 저마다 일하느라 분주하다. 워낙 정국이 어수선해 날아오는 정보는 하루마다 갱신이 필요할 정도였다.

막스는 보드에 덕지덕지 붙여진 종이들을 살펴봤다. 그곳엔 주요 사건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1861년 5월 24일.

북군이 남부군의 로버트 리 장군의 고향 알링턴을 점령. 

뉴욕에서는 부통령인 링컨의 친우 엘머 에스워스 대령이 한 여관의 지붕에 걸린 남부 연합 깃발을 제거하다 총에 맞아 사망.]

[1861년 6월 3일.

버지니아 서부의 필리피 근처에서 북군과 남군의 충돌이 일어남(최초). 총 30명이 사망하고 이 중 26명이 남부로 파악됨.]

존 브라운은 취임사에서 연방 탈퇴는 명백한 범죄며 이를 무력으로 진압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백악관과 워싱턴 정계는 전쟁이 속전속결로 끝날 거라 여겼다.

존 브라운 역시 90일 내로 끝내겠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북부의 수도는 워싱턴 DC, 남부의 수도는 버지니아의 리치몬드. 

둘 사이의 거리는 고작해야 154km밖에 되지 않았고, 객관적 지표 역시 북부가 남부를 압도했으니 말이다. 

막스의 시선이 두 개의 전력을 분석해놓은 표로 향한다.

[인구]

북부 : 2,200만.

남부 : 900만(이중 350만이 노예)

[경제]

북부 : 철도(70%이상 차지), 무기 제조시설(90% 이상 차지), 군복, 식량. 

경제 규모는 대략 남부 8배 수준.

이주민들과 자유 흑인들이 의용군에 합류하여 인력도 풍부함.

남부 : 목화 생산 및 농업에 치중. 

전통적인 문화와 귀족적 관습이 고착화되었음.

[군사력]

북부 : 정규군 1만 이상. 해군 보유.

남부 : 정규군 5천 이상.

객관적 수치로만 보면 절대 질 수 없는 전쟁이 아닌가. 때문에 그 누구도 남북전쟁이 4년이나 지속될 거라 예측하지 못했다.

오로지 막스만이 그 시간 동안 벌어질 참상을 알고 있을 뿐.

막스는 시선을 옮겨 미주리주의 사건만 따로 모아둔 보드판을 주시했다.

[미주리주 주지사 클레이본 잭슨. 

은행가들과의 밀약. 

은행 자본과 무기로 게릴라를 동원하여 리버티 아스날(무기고)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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