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 (141/360)

민병대 소집 -> 연방과의 전쟁 대비로 짐작.]

지금까지 있었던 일 이후, 새로운 사건이 추가되었다.

[세인트루이스 무기고 사건.

북군 나다니엘 리옹 대위와 민병대 간 전투 발생. 28명이 사망, 100명이 부상.

주지사 잭슨이 스털링 프라이스 장군을 민병대 사령관으로 임명]

‘여기까지 왔다 이거지.’

막스는 지금껏 캔자스 민병대가 미주리주를 공격할 명분이 생기길 기다렸다.

그 시점은 미주리주 주지사가 해임되고, 이에 저항한 민병대와 연방군이 출동을 일으켰을 때로. 

‘마침내 조건은 충족되었다.’

막스가 생각에 잠긴 사이 피치가 다가와 종이를 내밀었다.

“이건 율리시스 그랜트 소식이야.”

“내용은?”

“정규군으로 안 받아줘서, 일리노이주 의용군 제21보병연대 대령으로 들어갔대. 현재는 스프링필드 인근에서 병사들과 훈련 중이고.”

율리시스가 군을 제대할 때 계급은 대위.

하지만 제대 사유가 알코올 중독이라, 아무도 정규군으로 받아주질 않은 모양이다.

어찌 됐든, 율리시스는 의용군 연대를 이끌게 되었다.

원 역사와 다른 게 있다면 SFBC 대원들 10명이 율리시스 그랜트의 연대에 함께 있다는 점이랄까.

“이제 슬슬 전선이 동부와 서부, 두 개로 나뉠 시간이구나.”

“네 말대로면 이제 곧 미주리가 전쟁터가 되는 거야?”

피치의 말에 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지도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미주리주, 켄터키, 매릴랜드, 델라웨어. 이 네 곳은 북부와 남부의 경계 주들이야. 이중 매릴랜드와 델라웨어는 북군이 점령했지만, 미주리와 켄터키는 아직이거든.”

링컨의 고향 켄터키는 중립을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은 어느 쪽으로든 결판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치상 켄터키는 중심지역이기 때문에 남부든 북부든 반드시 손에 넣으려 했으니까.

미주리주의 경우.

남과 북, 동과 서를 잇는 가장 중요한 미시시피강이 동쪽을 가로지르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주였다.

남부와 북부의 주요 보급로가 되는 강이기에 이를 둘러싼 전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섬터 요새의 포격으로 시작된 남북전쟁은 이제 곧 전 방위적으로 확대되어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이중 막스가 활약할 곳은 미주리주.

본격적인 전투에 끼어들 때가 되었다.

“나 토피카에 갔다 올게.”

막스는 피치와 헤어진 뒤 코디와 함께 토피카로 향했다. 

그곳에서 주지사 찰스 로빈슨을 만나고, 민병대 장교들을 만나 회의를 열었다.

목적은.

“이제부터 미주리주를 공격할 생각입니다.”

“!”

눈이 커지고 입이 쩍 벌어졌다.

다들 미주리주를 자극하다 캔자스로 불똥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눈초리였다.

이에 막스가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콴트릴이 기다리는 남쪽 병력.

그들은 바로 텍사스에서 올라온 남부군들이었다.

“텍사스?”

“그렇습니다. 그들이 지금 미주리로 올라와 합류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 어느 정도 수를 줄여놔야 미주리주를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연방을 탈퇴했으나 워낙 서부 끝 쪽이라 주목받지 못하는 텍사스.

그게 서글펐는지, 미주리주를 남부 연합으로 만들어 함께 전선을 유지하고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

탕! 탕!

“오늘은 못 참는다, 콴트릴 쫄개 새끼들아!”

미주리주 평원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히콕과 대원들은 그간 반응하지 않던 도발에 넘어가 게릴라들을 쫓고 있었다.

‘저 새낀 여전하구만.’

말 먼지를 일으키며 쫓아오는 무리, 그 선두에 있는 자를 확인한 콴트릴의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가 그려졌다. 

그는 둔덕 뒤에서 병력과 함께 매복 중이었다. 

“히콕. 저 새끼는 총만 잘 쏘지, 대가리는 여전히 장식품이구만.”

“내가 보기에도 그렇군. 자 그럼 SFBC 대원들부터 전멸시켜볼까.”

망원경을 보며 대답한 남자의 이름은 벤자민 맥컬록. 텍사스 레인저스의 지휘관 중 하나였던 자로, 미주리주 민병대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자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의 뒤로 매복해 있는 병력 역시 멕시코 전쟁과 인디언 전쟁을 거쳐온 전투 경험 많은 레인저스였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곧 마주칠 적중엔 한때 한솥밥을 먹던 레인저스가 있다는 걸.

“월러스, 포드 대위. 오늘은 SFBC 입사 테스트 날이라고 생각해. 그동안 훈련을 제대로 받았는지 한번 보자고.”

막스의 말에 둘은 비장한 눈빛을 보인다.

그런데 그 옆쪽엔 덩달아 눈꼬리를 파르르 떨며 전의를 불태운 자가 있었으니.

캘리포니아 레인저스였던 해리 러브 대위였다.

“레인저스 하면 캘리포니아지.”

“아하, 그 텍사스 짝퉁.”

“훗. 방금 그 말 책임 질 수 있나.”

‘애들도 아니고 쓸데없는 부심은.’

“다른 건 모르겠고. SFBC가 짱이지. 다들 준비나 해.”

막스의 말에 다들 입맛을 다시며 전방을 쳐다봤다.

잠시 후.

콴트릴과 병력이 숨죽이며 적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돌연 쫓아오던 히콕과 대원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히이이잉.

말들이 일제히 멈춰서고 선두에 섰던 히콕은 말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소리쳤다.

“콴트릴, 내가 속을 줄 알았냐!?”

“...... 뭐라는 거야, 저 병신이.”

“이래서 정보가 중요한 거다, 콴트릴. 이 사이코패스 새끼야!”

히콕의 웃음이 평원에 울려 퍼졌다.

콴트릴은 미간을 찌푸리며 망원경을 쳐다봤다.

말 먼지가 사라지고 히콕과 대원들 뒤로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서, 설마.’

콴트릴의 눈이 커질 때, 전방에서 고성과 함께 굉음이 들려왔다.

“사격 개시!”

펑! 펑!

천둥과 같은 포성이 울리고, 이내 포가 떨어진 곳에 땅이 파이고 파편들이 튀었다.

동시에 말발굽이 진동하고 수많은 병력이 좌우로 흩어지며 쇄도했다.

“시발, 당했다!”

“당장 뒤로 빠져!”

콴트릴과 메이슨이 튕기듯 일어나고, 텍사스 레인저스 맥컬록 역시 황급히 일어나 뒤를 달리기 시작했다. 

말이 있는 곳까지 사력을 다해 뛰던 중 이상한 소리도 들려왔다.

뚜쿵.

뚜쿵.

대체 저게 뭐길래. 

소리가 날 때마다 하나둘 쓰러져갔다.

< 미주리주 전쟁 개시 > 끝

< 메이플 슬래쉬 전투 >

펑!

묵직한 포성과 총성이 뒤섞인 미주리주의 서쪽 평원. 양 날개를 펼치며 쇄도하는 SFBC와 캔자스 민병대를 피해 적들은 후퇴를 선택했다.

콴트릴은 후방 병력에게 대응 사격을 지시하지만, 도망가면서 내뱉는 지휘는 씨알도 안 먹혔다.

후퇴 시, 전방의 병력이 뒤로 빠질 수 있도록 후방의 지원 사격은 필수 요건이다.

이미 몇 차례 훈련도 했고, 이번 작전 역시 만약을 대비한 후방 병력도 배치해 두었다.

그러나 대열은 대포 소리와 함께 한순간에 무너졌다.

‘멍청한 새끼들.’

물론 콴트릴은 이번 작전 실패가 자신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동요했고, 가장 먼저 도망쳤으니까.

최악의 패전으로 기록될 오점. 

하지만 이를 후회하기엔 당장 목숨을 건지는 게 우선이다.

병사들이 미친 듯이 뒤를 향해 달리는 건 오로지 말을 타기 위함이었으니, 콴트릴도 다르지 않았다.

‘말이 부족하다는 게 이런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줄이야.’

콴트릴의 부대와 텍사스 부대는 보병과 기병이 뒤섞여 있다. 

보병은 문제가 안 되지만, 기병의 경우 매복을 한답시고 멀찌감치 말을 뒤에 감춰둔 게 화근이었다.

결국, 천 7백 명의 병력이 4백 마리의 말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졌다.

그나마 먼저 도착한 콴트릴이 말에 올라탔지만, 다른 사람들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말을 차지하고도 뒤늦게 따라온 자들이 고삐와 안장을 잡으며 놓아주질 않았고. 서로 전장을 빠져나가려 필사적이었다.

‘SFBC. 다음엔 반드시 없애 버리마.’

콴트릴이 이를 갈며 뒤를 노려봤다. 치밀어오르는 분노의 눈빛. 

이를 막스는 스코프로 마주 응시하고 있었다.

‘다음 기회가 있을 것 같지?’

원 역사에서 로렌스 대학살을 주도한 놈을 오래도 살려뒀다. 

콴트릴이란 이름이 아까울 정도로 싱거운 죽음이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막스의 검지가 살며시 방아쇠에 올려졌다.

하지만 당기지 못하고 멈칫했다.

‘뭐야 저건.’

갑자기 말을 탄 한 남자가 콴트릴 옆에 바짝 다가왔다. 

무슨 말을 걸더니 느닷없이 코트 자락에서 번쩍이는 빛이 콴트릴의 복부를 향했다.

‘지금 칼로 쑤신 거?’

총성이 울리는 난장판 속에 벌어진 일이라 막스 외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봤다 하더라도 총에 맞아 쓰러진 걸 부축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남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복부를 쑤신 것으로도 모자라 말 위의 콴트릴을 끌어당기며 가슴에 또다시 칼을 찔러넣는 교묘함을 보였다. 

막스조차 혀를 내두를 솜씨였다.

‘...... 뭐지 저놈은?’

털썩.

말에서 떨어진 콴트릴을 차갑게 노려본 남자는 이윽고 자신의 말 허리를 박차곤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재빨리 콴트릴이 타고 있던 말 위에 올라타 전장을 이탈했다.

막스의 스코프로는 더이상 바닥에 쓰러진 콴트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앤더슨. 그 개자식이 나를 배신할 줄이야.’

콴트릴의 허망한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흰자위는 시뻘겋게 피로 물들어 있었다.

고개를 힘없이 옆으로 돌리자 아비규환이 펼쳐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말을 탄 자와 빼앗으려는 자. 

아군들 사이에 총질이 오고 가고, 고삐와 안장을 잡았던 이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일부는 손에 묶인 채 질질 끌려가기도 했다.

‘나도 저 병신들 중 하나였구나. 크큭.’

시야가 점차 흐릿해지고, 대기를 울리는 포탄의 묵직한 굉음과 총성도 점점 멀어졌다.

‘... 시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도망은 왜 다니고 훈련은 왜 한 건지.

아수라장이 펼쳐진 지옥도에서 눈을 감은 콴트릴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것도 믿었던 아군의 칼에.

*

캔자스에서 32km 떨어진 미주리주의 대평원.

원 역사에도 없는 메이플 슬래쉬(지역명) 전투는 불과 30분 만에 싱겁게 끝이 나버렸다.

“투항한 자들의 무기를 빼앗고 포박하라!”

막스의 말이 울려 퍼지자 수백 명에 달하는 포로들이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월러스와 포드는 착잡한 눈으로 포로들을 쳐다봤다. 시선이 훑어간 자들은 불과 몇 개월 전까지 함께 임무를 수행했던 텍사스 레인저스 대원들이 있었다. 

가장 화나는 건, 정작 이들을 선동하고 끌고 온 리더 벤자민 맥컬록이 전장을 빠져나갔다는 사실이다.

어찌 됐든, 동지였던 레인저스가 변변한 전투도 못한 채 포로가 되어 있었으니.

월러스와 포드의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이해도 안 가고.

“어떻게 생각하냐?”

“뭐가.”

“아무리 상대가 병신들이라도 이렇게 싱겁게 끝나는 게 말이 되냐고.”

“직접 봤으면서 뭘 물어.”

포드와 월러스는 오늘의 전장 상황을 곱씹어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눈길은 상황을 수습하는 막스를 향했다. 

그런데 이때, 눈꼬리가 축 처진 남자가 시야를 가로막았다. 

“정보를 토대로 은밀히 움직이는 게 막스 보스의 특징이지.”

캘리포니아 레인저스 출신 해리 러브.

불쑥 끼어든 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천 명이 넘는 병력을 은밀히 이동시키고. 포트 리븐워스에서 야포 3대를 투입한 것. 히콕과 대원들이 미끼에 물린 척 적들의 시선을 잡고 있을 때 정확히 그 뒤를 따라 전술 이동한 병력 라인들. 자네들은 뭐가 가장 인상 깊었나?”

“...... 굳이 말하면 나는 병력 이동.”

“나도.”

해리 러브는 시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연기를 깊이 마신 뒤 내뱉었다.

“그게 자네들 수준인 게지. 병력 이동은 적들이 파악할 수 있는 시야 거리와 방향을 계산하면 가능하거든.”

“말이야 쉽지, 실제로 행동하는 게 어려우니까 하는 소리잖아.”

“말 그대로 어려운 거지 대단한 건 아니야, 안 그래?”

“시비 거는 거야 뭐야.”

“서로 전략을 분석해보자는 거지.”

막스의 전술을 두고 또다시 신경전이 벌어졌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레인저스 사이의 쓸데없는 경쟁심이었다.

참다못한 포드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야포 3대가 대단한 이유가 뭔데? 들키지 않고 가져온 거?”

“아니지. 야포가 대단한 건 고도의 심리전에 이용했다는 거지. 매복해있는 적들의 머릿속엔 오직 기습할 타이밍만 가득하거든. 이때 갑자기 포성이 울렸다고 생각해 봐.”

당황, 혼란. 뒤이어 떨어진 포탄은 공포심까지 부추길 것이다.

“이때 날개가 펴지듯 기병들이 쇄도하니까 매복해있던 놈들이 되려 퇴각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지.”

어디 그것뿐인가.

“상대는 미주리주 게릴라군과 텍사스 레인저스가 뒤섞여 있었다. 지휘계통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전투 시작 전에 막스가 한 말을 생각해 봐.”

- 말 숫자를 뺀 만큼 죽거나 포로로 잡히겠지. 그걸 적들이 알고 있으면 더 쉽게 무너질 거고.

그땐 분명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 진짜 말 그대로 됐네.”

“보스가 정보의 중요성을 언급한 게 이런 전술을 펼치기 위해서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밀한 작전을 세운 거거든.”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는 압도적 승리.

캔자스 1,200명, 미주리주 1,700명의 충돌.

사망자가 172, 부상자는 275명이 발생했지만 이중 캔자스의 피해는 부상자 14명뿐이었다. 

정보를 토대로 만든 막스의 전략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은 것이다.

감탄을 내뱉는 월러스와 포드.

한편으론 이를 분석한 해리 러브도 대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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