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5화 (145/360)

“이 새끼 죽은 척은.”

꿈틀거리는 놈들을 확인 사살하고 일층과 이층을 샅샅이 수색한 끝에 작전을 마무리 지었다.

“내부 9, 외부 12. 총 21명 사살했습니다.”

“전리품은?”

“리볼버 9정, 라이플 3정, 칼이 5자루입니다!”

“표시 나게 묻어. 뒤따라오는 율리시스 대령이 회수해 갈 테니까.”

“옛썰!”

집 밖으로 나오자 밖에 있던 피치와 저격수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밖으로 도망치거나 외부에서 다가오는 적들을 정찰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자, 다음은 스타우츠 마을인가?”

막스는 대원들과 함께 서쪽으로 이동했다.

다른 네 부대 역시 가는 길목에 있는 게릴라들을 처리했다.

*

삼면이 커다란 호수로 둘러싸인 플로리다 마을. 민병대와 게릴라들이 뒤섞여 있는 곳으로 이들은 연방군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휘관들이 머리를 맞대며 회의가 이루어졌다.

“이쯤이면 연방군이 몰려온다는 소리가 들려야 할 텐데, 왜 소식이 없는 거지?”

“정찰대를 보냈으니 곧 알 수 있겠죠.”

윌리엄 앤더슨이 대답했다. 

그는 콴트릴 죽음 뒤, 그 병력을 고스란히 흡수해 게릴라군을 이끌고 있었다.

“마을마다 정찰하라고 박아놨더니, 죄다 뭘 하고 있는지 원. 자네가 보낸 정찰대는 어디쯤 있을 것 같나?”

“세 곳으로 나눠서 보냈으니까, 여기쯤 있겠네요.”

앤더슨이 지도를 가리킨 곳 중엔 막스가 향하는 마을. 스타우츠도 있었다.

*

“지도를 보면, 여기서 멀지 않은 것 같아.”

“근데 형. 진짜 신기한 게 뭔지 알아?”

“또 뭔데.”

“예전엔 밤이 무서웠는데, 신기하게 총을 들고 있으니까 하나도 안 무서운 거 있지?”

“총 잘 못 들다가 지 발에 쏜 놈들도 있대. 조심히 들고 다녀.”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야.”

형제는 앤더슨이 보낸 정찰대원으로 스타우츠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보름달이 훤히 떠오른 밤.

SFBC 대원들은 그림자에 스며들며 적진을 침투했다. 다른 곳과 달리 게릴라들은 뿔뿔이 흩어진 건물 네 곳에 진을 치고 있었고, 밖은 다섯 명의 보초들이 오가며 경계를 섰다.

스슥.

막스가 보초 하나를 암습, 입을 막고 목에 칼을 쑤셔 넣었다. 막스가 경비들을 제거하자 SFBC 대원들이 각 건물에 붙어 공격을 준비했다.

막스 역시 한 건물 담벼락에 붙어 기습을 준비했다.

이때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대화가 들려왔다.

밤에 딱히 할 일이 없는 터라, 게릴라들은 등잔불 아래 포커를 하거나 의미 없는 잡담을 나누었다. 

그런데 대화 내용이 막스와 대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콴트릴을 죽인 놈들이 SFBC라던데, 사실이야?”

“그걸 이제 알았냐? 걔들 지금 콜로라도에 없어.”

“그럼?”

“어차피 그 새끼들 뿌리가 제이호커스잖아. 당연히 캔자스 민병대에 있겠지.”

“근데, 그것도 들었어? SFBC 리더가 동양인이라는 소리.”

“헉, 진짜?”

호기심이 가는지 사람들의 귀가 쫑긋한다.

반대로 소문을 들은 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그 쿨리 새끼 소문은 예전부터 있었어. 로렌스 보안관이었고 사무엘 존스랑 스트링팰트 형제도 죽였다고 들었거든.” 

“그니까 그게 진짜냐고.”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당연히 지어낸 거지. 캔자스 놈들이 뻥이 좀 심하냐.”

“그럼 진짜 SFBC 리더는 누군데?”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와일드빌 히콕.”

“헛, 그 세븐스트롱 중 하나?”

“그렇지. 실제로 예전에 그 자식 총 솜씨 본 놈이 있는데, 장난 아니라더라. 동양인은 그냥 위장한 거야.”

‘흠. 히콕.’

벽에 기대어 대화를 듣던 막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코트 속을 뒤적거렸다.

그리고는 섬광탄을 꺼내 입으로 핀을 잡아당겼다.

삐걱.

창문을 좀 더 크게 열자 안에서 들리던 대화가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이어 섬광탄이 통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지자 집안은 침묵에 휩싸였다.

그리고.

펑! 소리와 함께 섬광이 번쩍거렸다.

“으악! 내 눈!”

“뭐, 뭐야! 앞이 안 보여!”

눈뽕에 신음하는 적들에게 선물은 총알뿐.

막스가 양손에 리볼버를 들고 창문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탕! 탕!

대원들도 가세하자 순식간에 집안은 파편과 피들이 튀며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이런 광경은 인근에도 펼쳐졌다. 게릴라들이 있는 건물 네 곳에 동시 공격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피치와 저격수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피치의 눈에 검은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음?’

그림자는 적진으로 향하다 총소리를 듣고 도망가는 것으로 보였다.

놈이 숲으로 뛰어들기 전 피치가 방아쇠를 당겼다.

탕!

푸슉.

맞은 것 같긴 한데, 풀숲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확인이 불가능하다.

거리는 대략 50m.

피치가 놈에게 다가갈 즈음.

숲에 쓰러진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때, 오른쪽에서 낙엽이 바사삭거린다.

피치는 반사적으로 리볼버를 뽑아 총구를 겨누었다. 하지만 상대를 본 순간. 

‘... 소년병?’

세인트루이스로 향하는 배에서 짧게 마주친 소년병들.

방아쇠에 닿은 검지가 마비된 듯 멈추고,

그 찰나에 상대의 리볼버 총구에 불이 뿜어졌다.

탕!

피치가 쓰러지자 소년이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

“혀, 형. 방금 봤어? 내가 양키놈을 맞춘 거!?”

“지금 자랑할 때가 아냐, 얼른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바닥에서 일어난 형은 어깨에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동생이 다가가 어깨를 부축한다.

“얼른 가자, 제시.”

“알았어! 가서 앤더슨 대장한테 자랑해야지!”

프랭크 제임스와 제시 제임스.

이 형제는 서부 역사의 전설적인 제임스-영거 갱단으로서 명성을 떨칠 새싹들이었다.

두 형제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 미친 듯 달려오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 피치 > 끝

작가의말

콴트릴스 레이더스에서 앤더슨으로 이어지는 계보에서

그들 휘하에 유명한 무법자들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군인이 되지 못한 소년들이 대부분이었고,

이 당시 프랭크 제임스는 18, 제시 제임스는 14살이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가 알아요! >

타앙!

대원들이 교전하는 틈을 삐집고 들려온 소리.

막스의 고개가 훽 하니 돌아갔다.

‘이 묵직한 소리는.’

적의 진지 밖에서 난 총성은 SFBC에서 사용하는 총탄과 달랐다. 격발하는 소리 역시 분명 연식이 오래된 콜트 패터슨으로 보였다.

막스는 밖에서 정찰 역할을 하는 저격수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들 역시 멍하니 총이 난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피치가 보이질 않는다. 

이때 막스와 시선이 마주친 저격수 대원이 흠칫하더니 소리가 난 곳으로 헐레벌떡 달려갔다.

‘설마.’

막스는 그제야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심장박동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막스는 튕기듯 총성이 난 곳으로 달려갔다.

“어떻게 된 거야!?”

“피치가 이쪽을 향해 총을 쏜 다음, 확인하려고 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단, 피치부터 찾아.”

풀숲을 헤치며 피치를 부르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멀쩡하다면 침묵할 이유가 있을까. 

최악의 상황을 머리에서 떨쳐낼수록 막스의 눈이 충혈되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런데 이때. 

수풀 사이로 달빛에 반사된 뭔가가 반짝거렸다.

‘...... 브로치?’

미친 듯 풀숲을 헤치며 달려갔다.

그곳엔 브로치에 박혀있던 루비가 똑 떨어진 채 반짝거렸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엔.

피치가 눈을 뜬 채 누워있었다.

“피··· 피치?”

막스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린다. 

정신없이 무릎으로 기어갔다. 

그리곤 떨리는 손으로 피치의 코에 대려할... 

“나··· 안 죽었는데.”

막스는 털썩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멍하니 하늘을 보는 피치, 고개조차 돌리는 게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살아있는 게 어디인가.

시뻘게진 막스의 눈가엔 희색이 번져갔다.

그제야 피치의 몸 상태를 살필 여유도생겨났다.

‘총알이 브로치에 맞은 건가?’

루비가 박혀있던 뒤판과 테두리가 심하게 일그러져있다. 브로치에 총탄이 맞으며 생긴 충격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도 천만 다행이다.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있을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어떤 놈이 이랬는지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흥분을 가라앉힌 막스는 주먹을 움켜쥐고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다.

이때 저격 대원이 다가와 쓰러진 피치를 보며 경악을 토해낸다.

“헉! 피, 피치!”

“마빈. 여기서 잠시 피치랑 있어. 난 어떤 놈들인지 잡으러 갈 테니까.”

막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였다.

힘없는 손가락이 막스의 바지를 스쳤다.

고개를 돌리자 피치가 힘들게 입을 뗐다.

“배에서 만난 소년병···.”

‘설마, 그놈들이 총을 쏜 건가.’

막스의 눈빛이 더욱 스산해졌다.

“넌 말하지 말고 누워있어. 소년병이든 뭐든···.”

“알아. 너는··· 나처럼 망설이지 말고, 쏘라고.”

막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한마디로 상황을 전부 짐작할 수 있었다.

어찌 됐든, 말하는 걸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막스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수색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핏자국은 서쪽으로 향해있었다. 

게릴라들이 모여있는 남쪽으로 갈 줄 알았는데 허를 찌르듯 서쪽으로 향한 것이다.

‘이쪽으로 가면 강이 나타날 텐데.’

막스의 예상대로 소년병들의 흔적은 강둑에서 끊겨 있었다.

뒤늦게 게릴라들을 처리한 대원들이 가세하고 강줄기를 따라가 훑어봤지만, 소년병들은 발견할 수 없었다.

*

게릴라들이 있는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SFBC는 집 하나를 비워 하루 묵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피치가 눈을 뜨자마자 이를 지켜보던 막스가 물었다.

“몸은 좀 어때?”

“..... 요기가 쿡쿡 쑤셔.”

말로 해도 되는데 피치는 굳이 옷을 살짝 젖혀 살갗을 드러냈다. 피부가 워낙 하얘서 그런지 쇄골이 만나는 가운데 멍이 선명했다. 

“...... 그 외에는?”

피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나저나 브로치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어. 짜증 나게.”

“브로치야 또 사면 되지.”

“그럼 똑같은 걸로 또 사주는 거야?”

“브로치가 네 목숨을 구했는데, 당연히 또 사줘야지.”

앨런 핑커톤에게 어디서 샀는지, 만나거든 물어봐야겠다. 

피치는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막스를 빤히 쳐다봤다.

“그거 알아? 총 맞는 순간 너밖에 생각 안 나더라. 근데 또 의외로 마음이 편한 거야.”

“죽을지도 모르는 데 마음이 편해?”

막스는 어이가 없었지만, 피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라면 내 복수는 확실하게 해주겠다 싶더라고.”

막스는 담담한 투로 대답했다.

“네 복수라면 당연히 하겠지. 죽여달라고 애원할 만큼 처참하게. 하지만 그것보단.”

막스는 피치의 눈을 응시하며 마저 입을 뗐다.

“죽긴 왜 죽어. 그냥 지금처럼 내 옆에서 있었으면 좋겠어.”

“언제까지?”

“...... 평생.”

살짝 입을 벌린 피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부끄러운지 잽싸게 담요를 끌어 올려 얼굴을 가렸다. 이게 가슴 통증을 자극했는지 끙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이내 피치의 상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 맞은 보람이 있네. 나쁘지 않아.”

“그런 소린 하는 거 아냐.”

“응. 알았어.”

손으로 눈을 훔친 피치는 뭔가 생각났는지 다시 담요를 내리며 말했다.

“나를 쏜 애들 말야. 배에서 만났던 형제였는데, 동생 이름이 제시랬어.”

“제시?”

“어. 그리고 나를 쏜 게 뿌듯했는지, 앤더슨 대장한테 자랑한다고 그러더라.”

‘어린놈이 사람을 쏘고 뿌듯해해?’

앤더슨과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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