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7화 (147/360)

사무엘은 노새를 이끌고 SFBC 일행과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의 예상과 달리 방향이 플로리다 마을이 있는 동쪽이 아닌 남쪽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사무엘이 막스에게 물었다.

“플로리다는 안 가요?”

“게릴라들도 없는데 가서 뭐 해.”

“아, 맞다. 계획이 들통났지.”

“들통?”

막스가 피식거렸다.

적이 알든 모르든 무슨 상관인가.

애초에 막스와 율리시스의 목적은 미주리주에서 민병대와 게릴라를 몰아내는 것.

그런데 저들이 알아서 플로리다 마을에서 철수하고 제퍼슨시티로 남하했으니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미주리주 주지사의 실책은 병력을 분산시켜 게릴라 전술을 펼치려 한 것이다. 

그렇게 쪼개진 병력은 SFBC의 먹잇감이 되어 300명에 가까운 게릴라들을 궤멸시킬 수 있었으니까.

막스가 대꾸가 없자 사무엘은 뒤로 돌아가 노새 고삐를 쥐고 길을 걸었다.

이를 힐끔 쳐다보던 피치가 막스에게 다가와 물었다.

“굳이 저 사람을 달고 다니는 이유가 뭐야?”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미국 문학의 아버지. 

문학계의 링컨.

촌철살인, 풍자 문학의 대가.

다만 이런 엄청난 수식어가 붙는 건 먼 미래의 일. 지금은 남군에 입대한 지 2주 만에 뛰쳐나온 탈영병일 뿐이다.

그럼에도 막스가 마크 트웨인에 관심을 보이는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미래의 대문호를 신문사 <프리덤 에코>에 묶어두는 것. 그리고 전생부터 마크 트웨인을 좋아했다는 일종의 팬심···.

하지만 이를 피치에게 설명할 수 없어 늘 하던 대로 전가의 보도를 휘둘렀다.

“고향 사람이랑 닮아서 애착이 가네.”

“조선에 사무엘을 닮은 사람이 있다고? 아, 맞다. 거긴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사는 지상 낙원이랬지.”

“...... 그럼.”

설마 피치와 조선에 갈 일이 있을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조선이 들어가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이 얼마나 편한 일인가.

제퍼슨 시티와의 거리는 120km.

SFBC는 율리시스 부대가 전진할 수 있도록 길을 트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해가 진 저녁, 사무엘은 그나마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막스 옆에 찰싹 붙어 다녔다.

그런데 모닥불에 둘러앉아 식사할 때, 사무엘은 보고야 말았다.

“쿠, 쿨···. 아니, 동양인이었어!?”

“신기하냐?”

스카프를 풀어 헤친 막스는 빵을 오물거리며 사무엘을 쳐다봤다.

“SFBC 리더가 동양인이라는 소문은 들었거든. 근데 다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 나도 그랬고!”

“그래서 어쩌라고? 보스가 동양인이라 티껍냐?”

정작 보스는 가만히 있는데 대원들이 으르렁거린다. 

사무엘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전 피부색으로 사람을 따지진 않습니다.”

“오이구. 그래놓고 남군에 입대하셨쎄요?”

“그러게. 넌 대체 왜 입대한 거야?”

월러스가 고기를 자르던 칼로 사무엘을 가리키며 물었다. 잔뜩 위축되었으나 사무엘의 입만큼은 살아서 파닥거렸다.

“그땐 연방에서 미주리주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노예제를 떠나서, 주의 자치권을 연방에서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실제로 사무엘처럼 노예제와 상관없이 총을 든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들의 주된 신념이라면, 주를 하나의 국가로 보고 연방과 동등한 관계로 여겼다는 거.

그 때문에 자신들을 빼앗긴 국가의 주권을 되찾으려는 투쟁가로 생각했다.

물론 사무엘의 신념은 그조차도 희미해 보였지만.

“그럼 탈영은 왜 한 건데?”

“그냥 전쟁하는 의미가 없어 보여서요.”

“어이구. 2주 만에 그걸 느끼셨어요?”

대원들이 비아냥거리자 사무엘은 자신이 경험했던 일을 설명했다.

자신의 부대가 적으로 오인하고 사람을 죽였는데, 오히려 자신이 사병에서 장교로 승진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대원들은 다른 것에 주목했다.

“이 쉐끼, 너 장교였어?”

사무엘이 손가락으로 입을 틀어막자 다들 낄낄거리며 웃어넘겼다. 장교든 뭐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사무엘에겐 그조차 무식해 보였다.

‘이야기의 핵심을 모르네. 하여간 무식한 놈들이라 말이 안 통한다니까.’

사무엘이 이런 생각을 하는 때.

막스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떤 방법으로 미래의 대문호를 <프리덤 에코>로 끌고 갈까 고민하던 중, 그 틈을 발견한 것이다.

‘모름지기 자신의 말로 되돌려줄 때 가장 무너지기 쉬운 법.’

“그러니까 사무엘, 네 입장은 뭐야? 노예제는 폐지되어야 하지만 주의 법은 존중받아야 한다, 이런 건가?”

“뭐, 대충은···.”

“나랑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편하게 네 생각을 말해 봐. 고작 토론으로 옹졸하게 굴진 않을 테니까.”

아직 젊긴 하나 기질은 본래 타고나는 법. 

막스가 아는 마크 트웨인은 논쟁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의 논리를 비집고 후벼파는 걸 즐겨하는 인물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사무엘이 물 만난 고기처럼 입을 열기 시작했다.

“독립선언문에 담긴 평등은 비단 인권만이 아니야. 연방과 주의 관계 역시 같은 맥락이거든. 그런데 주에서 정한 노예제를 연방이 끼어들어 폐기한다? 이건 이후에 다른 문제 역시 연방의 권력을 행사한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거야. 물론 본인들이야 아니라고 하겠지. 근데 그걸 누가 믿을까? 거짓투성이인 연방은 자신들의 욕심을 노예 해방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내가 비판하는 건 바로 그런 점이지.”

‘속이 후련하구만.’

마음의 평온을 느낀 사무엘은 콧수염을 다듬으며 긴 이야기를 끝냈다.

하지만 다음 말을 듣는 순간 콧수염이 부들거렸다.

“사무엘, 다수의 편에 서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땐, 네가 변해야 할 시점이라는 거야. 유럽에서 노예제가 폐지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다수가 항상 옳은 건 아니지.”

“말 잘했다. 네가 속한 다수는 틀리거든. 그러니까 네 생각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거지.”

막스가 말한 다수는 미주리주를 뜻했다.

미시시피강과 미주리주에서 인생을 보내온 사무엘의 다수는 그곳에 머물러있으니 말이다.

‘이 동양인은 뭐지?’

사무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말의 깊이가 다르다고 할까.

더럽고 무식하고, 영어도 못 한다는 쿨리의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럼 너는 연방이 힘으로 주를 굴복시키는 게 옳다는 거야?”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진 말아야지. 네가 입으로만 평등을 외치지 않는다면 흑인 노예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건 바로 오늘이 될 수도 있거든. 그걸 방해하는 게 바로 남부 연합이고. 아닌가?”

사무엘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어째선지 막스의 말에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사무엘은 자신의 논리를 보강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이때, 막스가 듣기 싫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중요한 건 미주리주의 법이 아니야. 그 법이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평등과 인권이지. 어리석은 사람하고 논쟁하다 보면, 나도 그 수준으로 떨어지는 법. 더는 말을 섞지 말아야겠다.”

‘젠장, 내가 이런 말을 듣다니···.’

사무엘의 눈가가 경련을 일으키며 푸들거렸다.

그렇다고 분노 때문은 아니다.

막스의 말을 곱씹을수록 자신의 논리적 허점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단 몇 마디에 가슴을 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막스는 성공했다.

그것도 젊은 마크 트웨인을 말이다.

물론 이게 가능한 이유는 막스의 말 대부분이 마크 트웨인 본인이 했거나 혹은 할 말들이기 때문이었다.

역사에 남을 마크 트웨인의 명언들.

막스는 이를 응용해 본인에게 돌려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막스는 빵을 든 채 멍하게 있는 사무엘에게 물었다.

“너 증기선 타기 전엔 뭐 했어?”

“...... 인쇄소와 신문사에서 기고문을 작성했지.”

“신문사?”

막스의 눈빛이 반짝였다. 드디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낼 타이밍이 찾아왔다.

“사무엘, 나도 한때는 너처럼 말과 글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어. 펜은 총보다 강하다는 게 내 신념이었거든.”

“서, 설마, 에드워드 불워 조지 리튼의 ‘리슐리외 추기경’을 읽은 거야?”

‘그 말이 거기서 나왔구나.’

막스는 뜨끔했지만, 짐짓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하지만 난 생각보다 글의 재능이 없더라. 그래서 대신 신문사를 차렸지.”

“신문사? 솔직히 SFBC랑 전혀 안 어울리는데?”

“그게 뭔 상관이야. 아무튼, 워싱턴과 뉴욕에 있는 <프리덤 에코>라고 들어는 봤나 모르겠네.”

사무엘의 눈이 커질대로 커졌다.

“설마, 헤리엇 비쳐 스토우 부인이 최근 연재를 시작한 곳!? 거긴 거야?”

‘좋아, 거의 넘어왔어.’

막스는 확신했다. 미래의 마크 트웨인이 낚시에 걸렸음을.

<톰 아저씨의 오두막> 작가 헤리엇 비쳐 스토우. 

훗날 <톰 소여의 모험>을 집필할 마크 트웨인. 

이 둘이 프리덤 에코에서 연재할 날을 떠올리면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만, 아직은 뭔가를 제안하기엔 다소 뜬금없다. 몇 마디 나눴다고 덜컥 신문사에 고용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네가 신문사에 기고문을 올렸다니까 한 소리야. 아쉽다, 우리 신문사랑 너랑은 좀 성향이 틀리거든.”

“나도 노예 해방엔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그렇구나.”

막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사무엘의 머리는 복잡할 대로 복잡했다.

막스가 한 말들과 신문사, 그리고 헤리엇 비쳐 스토우란 이름이 그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

제퍼슨시티를 코앞에 두었을 즈음, 양쪽 진영에 커다란 변화가 생겨났다.

먼저 연방군의 병력 증강이 이루어졌는데.

율리시스 연대뿐 아니라 캔자스에서 제1, 2보병연대가 합쳐져 4천여 명의 병력으로 대폭 늘어났다. 

게다가 최초 미주리주 주지사의 음모를 분쇄하여 세인트루이스의 무기고를 지킨 리옹 대위는 중대에서 대대로, 다시 연대로 병력을 불려 율리시스와 합치게 되었다.

- 제퍼슨시티에서 버티는 건 무모한 짓입니다.

- 차라리 더 남쪽으로 가서 아칸소주의 병력과 함께 싸우는 편이 낫겠습니다.

제퍼슨시티에 있던 주지사 잭슨과 스털링 프라이스 장군은 전선을 더욱 아래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북군의 병력도 병력이지만, 공식적으로 파면된 주지사가 버티기엔 제퍼슨시티 내부의 적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남군은 민병대와 게릴라들을 이끌고 제퍼슨시티에서 남서쪽으로 200km 떨어진 스트링필드로 병력을 이동시켰다.

막스의 고민은 원 역사에서 패배할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었다.

< 마크 트웨인 > 끝

작가의말

마크 트웨인은 나중에 등장시키려 했는데,

하필 막스와 동선이 겹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촌철살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을 

막스가 그의 명언으로 되돌려 주는 

부분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몇번을 고쳐써도

뭔가 아쉬움이 있네요.

아무쪽록 즐겁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미주리주 윌슨 크릭 전투(1) >

존 브라운 대통령은 남부군의 공세에 대비해 워싱턴 주변을 요새화 했다.

남부 연합의 수도 리치몬드가 가깝다는 게 결코 이롭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백악관 길 건너에 있는 전쟁관. 

“맥도웰 장군이 퇴각과 연이은 패배로 민심이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포토맥 사령관이 필요해요.”

“윈필드 스콧 장군께서 더는 야전을 지휘하지 못하니 적임자를 얼른 내세워야지요.”

“그래서 누굴 추천하시겠습니까?”

존 브라운의 말에 몇 명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최종적으론 조지 맥클레런이 물망에 오르게 되었는데, 링컨이 변호사로 있던 ‘일리노이 센트럴 레일로드’의 부사장이었다.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장교로 멕시코 전쟁에서 복무했고 몇 개의 주지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인물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없단 말인가.’

존 브라운은 이번 임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거 당시 맥클레런은 스티븐 더글라스를 전폭적으로 도왔던 민주당 지지자다. 하지만 현재 더글라스는 북부 주를 돌아다니며 열렬히 병사들을 끌어 모으는데 힘을 보태고 있었다. 실제로 그의 영향력이 실로 대단하여 공화당에 비협조적인 주에서도 의용군 모집에 적극적이었다.

더글라스의 태세 전환은 당을 살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연방 탈퇴를 주도한 남부 민주당과 한 뿌리라는 것.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고, 이는 곧 북부 민주당이 와해까지 불러올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었다.

 전쟁장관 에드윈 섬너 역시 맥클레런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침묵하고 있는 건 대통령인 존 브라운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현재 사령관 임명은 전쟁과는 상관없는 정치적 알력 싸움이기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추천인들이 입에 오르내리는 중, 재무장관 살몬 체이스가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불런 전투에서 패배한 맥도웰 장군을 추천한 자가 이번에는 맥클레런을 밀고 있었다.

“북부 민주당의 추천과 뉴욕,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주지사들이 맥클레런을 추천했습니다. 이를 묵살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의용군 모집에 헌신하는 민주당을 생각하면 그들이 원하는 인물을 내세우는 것도 방법이지요.”

‘한심한 노릇이군.’

존 브라운은 내심 화가 치밀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정치에 뛰어든 뒤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능숙해졌다는 점이었다.

존 브라운은 서류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맥클레런이 윈필드 스콧 장군에게 제안한 전략이 전부 거절되었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하는 겁니까?”

“스콧 장군 본인이 제안한 아나콘다 작전 역시 거절당했습니다. 전략은 쉽게 평가할 게 아니라는 이야기죠.”

“거시적인 전략 보다는 당장 포토맥 강을 사수할 사령관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결정을 내리셔야죠.”

관료들이 재촉하지만 존 브라운은 선뜻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의 시선이 부통령 링컨에게로 향했다.

“맥클레런과 일해본 경험이 있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전쟁을 함께 치뤄보진 않아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군요. 다만 멕시코 전쟁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었고, 한 회사의 부사장으로서도 나름 역할은 충실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관계를 따진다면 링컨과 맥클레런의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오만하고 자기 중심적인 맥클레런은 링컨과 성향 자체가 틀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잣대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웨스트포인트 출신의 멕시코 전쟁 영웅. 그를 변호사였던 링컨이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대안이 없던 존 브라운은 각료들의 추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맥클레런 장군을 소장으로 봉하고, 포토맥 사령관으로 임명하도록 합시다.”

회의가 끝나고 존 브라운은 전쟁장관 섬너와 독대를 하였다.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던 존 브라운은 갑갑했던 타이를 풀며 말을 꺼냈다.

“서부 사령관은 정치 장군이라 불리는 프레몬트가 맡고 있고, 동부는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맥클레란이 되었군요. 로버트 리 장군이 남부로 간 게 가장 뼈아픈 일입니다.”

존 브라운과 섬너는 로버트 리 장군을 북군의 사령관으로 임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향 버지니아와 총칼을 겨눌 수 없다며 남부를 택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연이은 북군의 패배였다.

섬너 장관 역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장은 맥클레런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길 바라는 수밖에요. 지금 중요한 건 승전 소식 아니겠습니까.”

“흠. 그럼 서부 전선은 어떻습니까?”

“막스의 요청대로 율리시스 부대를 미주리주 남쪽으로 배치시켰습니다. 프레몬트 장군을 설득하느라 애를 좀 먹었죠.”

존 프레몬트는 1856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자다. 서부의 탐험가, 인디언과 멕시코 전쟁에서 공을 세웠지만 그는 다분히 정치적인 인물이었다.

원 역사대로라면 율리시스는 프레몬트 휘하의 미시시피강 유역을 담당했어야 했다. 하지만 막스는 미시시피강보다 미주리주 반란군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했다.

“맥클레란이 군을 정비하고 작전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 전에 우리가 기댈 건 서부 전선 밖에 없죠.”

“장관께서는 막스의 의도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턱수염을 매만지던 섬너는 고심끝에 대답했다.

“우리가 고민하는 걸 막스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장군들 중 옥석을 가리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할 텐데. 보기에 막스는 그 전환점을 미주리주 전선에서 찾은 것 같거든요.”

“흠. 확실히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면 여러 의미가 있겠군요.”

섬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분명한 건 막스가 율리시스 대령과 함께 움직인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막스의 성향을 보건데 절대 그냥 하는 행동은 아니거든요.”

“율리시스에게 뭔가를 봤다 이겁니까?”

“그게 뭐든. 우리가 할 일은 짐작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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