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9화 (149/360)

“이건 일종의 탄창이라고 보면 됩니다. 참고로 여기에 들어가는 총알은 기존의 종이 카트리지를 재사용 가능한 금속 탄피에 넣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참고로 58구경이고요.”

뚜껑을 연 윌슨은 그 안에 총알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손잡이를 돌렸다.

투두두두두두.

“!”

엄청난 속도로 총알이 발사되자 사람들이 경악한다. 심지어 존 브라운과 링컨마저 자리에서 일어나 경이로운 무기에 탄성을 내질렀다.

‘저건 무조건 사야 한다!’

시연회가 끝나고.

크게 감명받은 존 브라운은 그 자리에서 10정을 계약하게 된다. 

가격은 개당 1,300달러.

같은 해,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맥클레란은 훨씬 할인된 735달러에 50대를 추가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실전에는 거의 쓰이지 못했다. 탄약이 걸리고 총열이 과열되는 문제가 빈번했기 때문이었다.

*

다시 미주리주.

콜로라도에서 가져온 열 대의 수레 중 기관총은 3문, 나머지는 탄약이 실려 있다.

막스의 설명을 듣던 리옹 장군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 무기라면 남부를 압도할 수 있을 텐데, 더 안 만들겠다고?”

이 질문에 막스는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일단 탄약 소모가 엄청납니다. 현재 생산 능력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죠. 게다가 기동성도 떨어집니다. 전세가 불리할 경우, 적들의 손에 넘어갈 위험이 크니까요.”

사실 이게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나마 SFBC의 수중에 있으면 안심이라도 되지, 멍청한 지휘관이 무기를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결과는 치명적일 테니 말이다.

리옹 장군은 입맛을 다시며 좀처럼 무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막스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뭐, 만든 사람이 활용하는 것도 결정하는 거지. 나는 자네 의견에 찬성하네.”

“저도 그렇습니다. 저런 가공할 무기가 적들에게 들어가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니까요.”

레인과 율리시스가 막스의 편을 들자, 리옹 장군도 더는 왈가불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 사람은 무기에 대한 비밀 유지를 약속하고 막스는 무기 테스트를 종료했다.

사흘 뒤.

임시로 설치한 캠프를 철수하고 병력의 대이동이 이루어졌다.

목적지는 5km 떨어진 윌슨 크릭.

북군과 남군이 마침내 맞닥트리게 되었다.

*

남부군의 지휘 막사.

미주리주 주도 제퍼슨 시티를 북군에게 빼앗기고 스프링필드마저 넘겨주었지만,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연이은 남부 연합의 승전 소식. 대치하고 있는 적들보다 병력이 많다는 게 심리적 위안으로 작용했다.

미주리주 총사령관 스털링 프라이스 장군은 핵심 지휘관들을 보며 말했다.

“북군을 이끄는 건 리옹 장군입니다. 이미 세인트루이스와 제퍼슨시티에서도 겪어 봤지만, 열정과 의욕만 가득하지 전술은 특출날 게 없는 인물이지요.”

“일리노이에서 온 보병연대는 어떻습니까? 연대장이 멕시코 전쟁에도 참여했던 군인이라 들었는데.”

아칸소주에서 병력을 이끌고 온 니콜라스 피어스 장군이 물었다.

“율리시스 그랜트라고 웨스트포인트 졸업생입니다만. 그 당시 별명이 ‘쓸모없는 샘’이라 불렸다고 하더군요.”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겠군요.”

“중요한 건 율리시스 대령과 함께 움직이는 집단입니다.”

“아, 그 SFBC 말이군요. 그런데 그 숫자로 큰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고작해야 3백 명도 안 된다고 들었는데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놈들의 전술을 경계해야죠.”

벤자민 맥컬록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텍사스 병력을 이끌고 콴트릴과 함께 SFBC를 죽이려다 되려 도망친 자였다.

“윌리엄 콴트릴이 죽었을 때, 놈들은 꽤 먼 거리에서 저격했습니다. 한 달 전 미주리주 북부에서 벌어졌던 전투에서도 같은 피해를 봤었고요.”

“확실히 놈들의 저격이 무섭긴 하지요. 이에 대한 대비는 분명 필요합니다. 해서 제가 구상해둔 것이 있는데.”

스털링이 작전을 설명했다.

장교들은 저격수로부터 노출을 피하고, 교전 이후엔 빠르게 진격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어차피 리옹 장군은 우리가 스프링필드를 점령하지 못하도록 방어에 치중할 겁니다. 교전이 일어나고 근접전에 돌입하면 중요한 건 머릿수죠. 저격수가 제아무리 총을 쏴 봐야 몇이나 죽이겠습니까?”

“제대로 쏠 틈도 없겠지요. 우린 이미 적진을 뚫고 있을 테니까요.”

“맞습니다. 그러니 중요한 건 교전 이전에 저격이 발생해도 절대 동요하지 않는 겁니다. 우리는 병사들에게 이 점을 확실히 알려줘야 할 겁니다.”

이 외에도 스털링과 지휘관들은 포병과 기병, 보병의 활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다음 날.

뿌우우우우.

미주리주 평원에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 진영에선 군악대가 나팔과 북을 치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한쪽은 연방의 깃발, 건너편엔 남부 연합의 깃발이 펄럭거렸다. 그리고 그 깃발 아래 보병들이 밀집 대형을 유지한 채 서로를 노려봤다.

남국은 미주리주 탈환을 위한 진격을, 

북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방어를 유지했다.

그리고.

쾅!

남군 진영 후미에서 굉음과 함께 포격이 시작되었다. 이에 북군도 포격으로 응수했다.

벽처럼 늘어선 남군의 보병들은 총과 검을 장착한 채 걸음을 내디뎠다. 포격 소리에 움찔하는 병사들에게 장교가 고함을 쳤다.

“무조건 앞만 보며 간다! 잠시라도 머뭇거리는 놈이 있다면,  내가 먼저 죽여주마!”

포의 연기가 평야에 흩어지고.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땅이 울리고 나뭇잎들이 떨어진다.

그렇게 양측의 병력의 거리가 좁혀지고, 

이내 사격거리에 들어왔다. 

선두에 있던 병사들이 착검한 총을 들어 상대를 향한다. 손은 땀으로 흥건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이 덜덜거렸다.

“사격 개시!”

탕! 탕!

흑색화약에서 뿜어지는 메케한 연기가 흩어지고, 품고 있던 두려움과 공포도 흩어진다. 

눈빛은 상대를 잡아먹을 듯 번들거렸다.

“적진을 향해 돌격!”

지휘관의 명령에 눈빛과 표정이 광기로 물들고.

하나라도 더 죽이기 위해 칼을 앞세우며 달려갔다.

문득 멀뚱히 서 있는 북군의 병사들이 겁쟁이로 보였다. 반면 자신은 먹잇감을 사냥하는 포식자가 된 기분이다.

‘병신같은 양키 새끼들. 다 죽여주···?’

갑자기 북군의 병력이 갈라졌다.

그 틈에 나타는 여섯 개의 구멍 뚫린 총신이 자신들을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투드드드드.

끝없이 쏟아지는 총탄에 남군의 병사들이 파도에 쓸려가듯 쓰러졌다.

지켜보던 북군과 남군은 눈을 부릅뜬 채 이 처절한 광경에 넋을 잃었다. 

SFBC 대원들도 마찬가지.

소리만 들었지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그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려 막스를 쳐다봤다.

- 대체 뭘 만든 겁니까, 보스?

담담한 얼굴로 손잡이를 돌리는 막스,

총알이 소진되기 전까지 그 손은 멈추지 않았다.

< 미주리주 윌슨 크릭 전투(2) > 끝

< 미주리주 윌슨 크릭 전투(3) >

<나의 발명으로 전사하는 병사가 줄어들 것이다. 전쟁이라는 게 얼마나 쓸모없는 건지 알게 될 테니까.>

개틀링 건을 만든 리처드 개틀링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위력적인 무기로 인해 희생자가 늘어갈수록, 사람들이 전쟁을 피하고 싫어한다 생각했다. 

‘다 개소리지.’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인간의 본성을 간과한 철없는 과학자의 자기 합리화라고나 할까. 

개틀링 건은 유럽에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더 많은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는 데 쓰였다.

미래를 살다 온 막스가 그 증인이었다.

어찌 됐든.

‘지옥이 나를 부르는구나.’

눈이 없는 총알들은 부위를 가리지 않는다.

병사들의 사지에 꽂히는 총탄에 피가 튀기고 쓰러져 신음하는 처참한 광경.

이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막스도 내심은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모습이었다.

총알이 떨어져 갈 즈음. 

대원이 새로운 카트리지를 탄창에 결합하려 했다.

“그만···.”

말과 함께 마지막 총알이 자취를 감추고, 노리쇠에 맞물려 발사된 총탄이 어느 병사의 얼굴에 꽂혔다.

드르르르륵.

막스가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약실이 비워진 여섯 개의 배럴이 회전하며 점차 그 속도가 줄어들었다.

전쟁터가 이렇듯 조용한 적이 있었나.

충격과 경악에 아군과 적군 모두 입을 다문 채 비명과 신음만이 평원을 채웠다.

이를 깬 건.

“전원 돌격!”

율리시스의 커다란 외침이었다.

장교들이 명령에 따라 병사들을 채근한다.

“반란군을 섬멸하라!”

“이대로 적진을 뚫는다, 가라!”

보병들이 총칼을 앞세워 적진을 향해 쇄도한다. 아직 숨이 붙어 헐떡이는 적들에게 총을 쏘고 시체를 밟고 넘어갔다.

“죽어라, 빌어먹을 딕시 새끼들아!”

“죽을 때 양키 새끼 한 놈은 데리고 간다!”

탕! 탕!

총알이 떨어진 병사들은 라이플에 착검된 칼을 앞세워 찌르고 베었다. 

장교들은 검날이 휜 세이버를 휘두르며 백병전을 펼쳤다.

이미 적들의 밀집 대형은 완벽하게 무너졌다.

율리시스는 이틈을 이용해 발 빠르게 기병대를 동원했다. 

소총과 세이버로 무장한 기병들이 달려가자 남군에서도 말을 탄 기병이 튀어나와 교전이 벌어졌다.

전장을 살피던 막스가 말을 내뱉었다.

“우린 측면으로 이동한다!”

기관총이 실린 수레를 두 필의 말에 연결하고, SFBC 대원 전원은 말을 탄 채 전쟁터를 우회했다.

지대가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뒤엔, 말에서 분리된 기관총의 총구를 적진 깊숙한 방향으로 향했다.

“저격수 준비. 표적은 마음껏. 그리고 나머지 대원은 몰려오는 적들을 맞이한다!”

“옛썰!”

총알이 담긴 카트리지를 금속 탄창에 결합.

총알 한 발이 기관총 안으로 사라지며 장전을 끝마쳤다. 

막스가 손잡이를 돌리자 또다시 다연발 총탄이 적들을 휩쓸었다.

투드드드드.

‘으으, 저 빌어먹을 소리.’

남군의 병사들이 흩어지려 하자, 스털링 프라이스 장군은 발작하듯 소리쳤다.

“누구라도 저 악마 같은 총을 없앤다면 포상과 진급이 있을 것이다!”

“아칸소 제2 대대는 나를 따르···!”

탕!

푸슉!

말에 탄 아칸소 장교의 머리에 총알이 관통하고 피를 뿜어냈다.

‘이젠 저격수까지!’

스털링 프라이스는 이를 악물며 장교들을 채근했다. 하지만 그들은 말에서 내린 채 병사들 틈에 뒤섞였다. 

저격수가 쏜 총탄이 언제 자신을 향할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만큼 무능하진 않았다. 병력을 이끌고, 무기를 빼앗기 위해 무모한 돌진도 감행했다.

이를 본 막스는 손잡이를 돌리며 소리쳤다.

“날파리들이 몰려온다. 준비해!”

운 좋게 기관총은 피했으나, 적들은 SFBC 대원들의 정확한 총탄은 뚫지 못했다.

하지만 남군의 장교들은 무기를 지키는 병력이 얼마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더 많은 수를 동원했다.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무기를 빼앗아야 한다!’

“돌격하라! 가서 무기를 빼앗아 와!”

수적 우위를 단숨에 무너트릴 만큼 파괴적인 무기가 아닌가. 게다가 지키는 병력 또한 적기에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엄청 많이 몰려오는데요?”

“그럼 우리도 늘려야지.”

“옛썰!”

막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원 셋이 수레를 끌고 왔다. 그리곤 덮인 천을 벗기자 또 한 대의 기관총이 위용을 드러냈다.

콜로라도에서 온 대원들이 능숙한 솜씨로 탄창을 연결하고, 순식간에 장전을 끝마친다.

“히콕. 연습 많이 했지?”

“당연하지, 보스!”

사실 연습이랄 것도 없다.

히콕은 그저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되었다.

투드드드드.

두 개의 기관총이 쏟아내는 총탄은 빠른 속도로 적들을 쓰러트렸다.

남군의 장교들은 기함하며 병사들에게 후퇴를 명령했다. 빗발치듯 퍼붓는 총탄을 뚫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스털링 프라이스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런데.

“놈들이 조금씩 전진하고 있습니다!”

‘젠장! 이래서는 답이 없다.’

총알을 쏟아내며 다가오는 적을 무슨 수로 감당할까.

더욱이 앞쪽은 북군과 전면전을 펼치고도 뚫지 못했고, 측면은 기관총과 저격수들이 아군의 진영을 붕괴시켰다.

스털링 프라이스와 주지사 잭슨, 맥컬록, 피어스는 결국 후퇴를 결정했다.

다만 어디로 빠질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승리를 당연하게 여겼던 이들에게 후퇴는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결국 논의 끝에 남쪽으로 10km 지점 떨어진 곳에 방어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술상 후퇴다! 전선을 뒤로 물리도록!”

스털링의 지시에 백병전을 펼치던 보병이 썰물 빠지듯 전장을 이탈했다.

시체들을 밟고 도망가는 적들을 본 율리시스는 작심한 듯 소리쳤다.

“적들을 돌려보내지 마라! 반란군은 또다시 반란군이 될 뿐이다!”

“율리시스 대령!”

리옹 장군이 말을 타고 다가와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의 목적은 스프링필드를 사수하는 겁니다!”

“기회가 왔을 때 적을 섬멸해야지요.”

“그렇다고 아군의 피해는 눈을 감을 생각입니까! 무리한 진격은 절대 용납할 수 없소!”

전쟁의 총지휘관 리옹 장군.

그의 명령을 들은 휘하의 지휘관들은 병사들에게 복귀를 명령했다. 

입술을 달싹거리던 율리시스는 침묵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계급을 존중하고 군율을 중요시했다. 고집을 피우기보단 한발 물러서는 걸 택했다.

산발적인 총성이 멈추고 북군은 추격을 멈춘 채 발길을 돌렸다. 이에 맞춰 나팔 부대가 전투의 승리를 알리며 지친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뿌우우우!

병사들은 극심한 피로를 달래고 요동치던 심장을 가라앉히며 착검한 총을 어깨에 걸쳐 맸다. 이때 기병 하나가 연방 깃발을 휘날리며 승리를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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