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5화 (155/360)

너무 쉬운 길은 의심부터 가게 마련이다.

프레몬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따져봤다.

서부의 총독(주지사)들이 많은 병력을 자신에게 보냈지만, 정작 그들을 무장시킬 무기가 부족했다.

군복과 장비는커녕 병사들은 식량 배급과 교통, 급여 부족에 시달렸다.

물론 프레몬트 본인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사령관이면 당연히 이 정도는 대접받아야지.’

그런데 이게 뭐라고, 못마땅하게 여긴 놈들은 자신을 비난하고 정치적 공세를 퍼부었다.

덕분에 삐끗하는 순간 자리에서 밀려나는 건 각오해야 했다. 그리고 그중엔 바로 턱 밑에서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장군들도 있었다.

‘특히 헨리 할렉. 내 자리를 노리는 게 눈에 보인단 말이지.’

그러니 실수하면 나락이다.

프레몬트가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막스가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 율리시스 대령은 공을 세워도 준장입니다. 사령관의 자리를 위협하진 않을 겁니다.

‘!’

커다란 깨달음을 얻은 프레몬트는 흔쾌히 율리시스에게 카이로를 넘겨주기로 했다.

이런 상황을 모른 채, 부들거리던 할렉은 신경질적으로 자리에 앉아 천장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를 본 막스는 내심 혀를 차며 프레몬트로 시선을 돌렸다.

‘독재자처럼 굴었다더니, 진짜네.’

뻔뻔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치지 않는가.

한편으론 자신이 역사를 얼마나 틀어 놨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원 역사에서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총사령관 계보는 다음과 같다.

윈필드 스콧 중장. 

그 뒤를 이어 존 맥클레런 소장.

그다음이 바로 헨리 할렉이다.

할렉은 경질된 프레몬트의 자리를 이어 서부 사령관이 되고, 이후 맥클레런 역시 경질되면서 북군 총사령관으로서 2년 동안 남북전쟁을 이끌게 된다. 그리고 또한 율리시스와 사이가 좋지 않아 잦은 마찰도 일으켰었다.

하지만 오늘의 상황을 두고 보면, 헨리 할렉의 위치가 단단히 꼬인 것만은 분명하다.

율리시스는 막스가 풀어주기라도 하지, 

과연 할렉은 누가 풀어줄 것인가?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겠구나.’

막스의 입가가 꿈틀거리다 율리시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카이로를 맡게 되어서인지, 율리시스의 눈빛엔 의욕과 열정이 충만해 보였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율리시스.”

“각오는 되어있네.”

하지만 둘의 동행을 깨는 움직임이 있었으니.

그 발원지는 저 멀리 떨어진, 

남부 연합 수도 리치몬드였다.

국방부에 남군의 장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

윌슨 크릭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미주리주 주지사 잭슨을 죽인 특수부대 때문이었다.

회의를 주도한 건 포토맥 기병여단장.

포트 리븐워스에서 섬너 장군 밑에 있던 젭 스튜어트였다. 얼마 전 불런 전투에서 승리에 일조한 공으로 현재 계급은 준장이었다.

“SFBC를 알려면 캔자스 로렌스의 초기인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보안관의 이름이 막스 조였는데, 소문 그대로 동양인이었습니다.”

“동양인이 캔자스의 보안관이라니.”

일부 장교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어진 젭의 브리핑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막스 조의 행적을 살펴보면. 최초 캘리포니아 갱단 파이브 호아킨스 3명 사살. 이후 보더 러피안 15명 사살. 로렌스 습격 당시 스트링팰트 형제 저격으로 사살, 레콤프턴 사무엘 잭슨은 불에 태워 죽였습니다.”

“.......”

“이후 잭슨의 후임인 윌리엄 쉐라드 역시 괴한의 총에 맞았는데, 이 죽음 역시 막스가 개입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엔 게릴라 전투를 이끌었는데, 연전연승을 기록. 이때 존 브라운과 긴밀한 관계를 만든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이력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게 끝이 아닌 모양이다.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해 젭의 목소리만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어느 순간 로렌스에서 모습을 감추었다가, 느닷없이 콜로라도 광산에서 등장. 이후 광산 회사는 물론 도시 전체를 장악하며 SFBC를 창설. 당시 몰몬교에서 저지른 학살범 수십 명을 몰살시키고 일부는 포로로 압송하는 동시에 17명의 생존자 아이들을 구출했습니다. 이 효과로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의 무리한 몰몬교 전쟁 비난이 수그러졌을 겁니다.”

젭 스튜어트가 힐끔 한 남자를 쳐다봤다.

최근 대통령 데이비스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알버트 시드니 존스턴.

3년 전, 제임스 뷰캐넌의 명령으로 몰몬교와 전쟁을 지휘한 군인으로 혹한의 겨울 보급로가 끊겨 부대원을 이끌고 로키산맥을 탈출했던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말한 인물이 바로 저와 알버트 장군이 조사한 SFBC의 리더이자 특수부대의 리더 막스 조란 인물입니다.”

“......”

“그리고 우리가 모인 건. 바로 이 무지막지한 동양인의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섭니다. 알버트 장군이 한 말씀 하시죠.”

회의장에 있던 장교들의 시선이 알버트 존스턴에게 쏠렸다.

남북전쟁 발발 전까지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사령관이었던 알버트는 최근에야 리치몬드에 도착했는데, 주목할 건. 

그가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한 경로였다.

“이곳에 오는 동안 콜로라도에 며칠 묶은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요새에 잠입은 실패했지만, 뜻하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곳에 리처드 개틀링이 있다는 겁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납치된 리처드 개틀링이 콜로라도에 있다니. 

장교들의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굳이 개틀링 박사가 필요합니까? 얼마 전 함께 작업한 인물들을 포섭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들의 지식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번 작전의 핵심은.”

알버트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개틀링 박사뿐 아니라 콜로라도 요새 자체를 점령하는 겁니다.”

“흠. 그런데 거긴 너무 서쪽으로 치우쳐있지 않습니까? 병력을 이동하려면···.”

“SFBC의 주력은 현재 미주리주에 있습니다. 그 말은 요새는 의외로 허술하단 소리죠. 참고로 습격에 동원될 병력은.”

알버트의 시선을 받은 젭 스튜어트가 마저 말을 이었다.

“텍사스의 전 병력 플러스. 미주리주와 오클라호마에 있는 체로키 부족이 참여하게 될 겁니다.”

“인디언을?”

“호오, 괜찮은 발상이군요.”

인디언이야 죽든 말든.

젭 스튜어트와 알버트가 세운 작전은 장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 역시 둘을 극찬했다.

그렇게 콜로라도 요새 점령을 위한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비슷한 시기 율리시스와 막스 부대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남쪽으로 235km 떨어진 카이로로 캠프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콜로라도 요새는.

“열려라, 짠!”

“헉! 쓰, 쓰레기통 뚜껑이 저절로?!”

알프레도는 리처드 개틀링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막스의 발명품들을 본 개틀링은 요새에 가족들을 부르기로 결심했다.

‘여기서 뼈를 묻으리!’

한편 SFBC 대원들은 떠났지만, 훈련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아루루루루루.”

“각. 개. 전. 투!”

“목소리가 그것밖에 안 되나! 더 크게!”

조 짐 주니어와 라이언 홀드는 열심히 훈련병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 헨리 할렉과 율리시스 > 끝

작가의말

남북전쟁으로 오면서

다루어야 할 내용과 인물, 정보들을

제대로 추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쓰고 지우고 수정해도 복잡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읽으시다 걸리시는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콜로라도의 위기 >

일리노이주의 카이로는 미시시피강이 오하이오강으로 갈라지는 지류에 위치한다.

그리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일리노이주, 켄터키, 미주리주가 둘러싸여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였다.

막스와 율리시스가 세인트루이스의 캠프를 정리하고 카이로로 향할 때. 서쪽에서 말 한 필이 빠른 속도로 군 행렬에 접근했다.

텍사스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눈치챈 핑커톤 요원이 소식을 가져온 것이다.

“텍사스 내 최소 병력을 제외하고 전부 콜로라도 방향으로 북상 중입니다!”

막스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 시점에 콜로라도라니.’

설마 금광을 손에 넣으려는 걸까?

실제로 원 역사에선 콜로라도 금광을 두고 북군과 남군이 전쟁을 벌이기도 했었다.

더구나 현재의 콜로라도는 준주도 아닌 영토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 때문에 영토를 장악하는 쪽이 모든 걸 가져갈 수 있었다.

“텍사스 병력은 어느 정도 됩니까?”

“일만 이상으로 추정됩니다만. 문제는 오클라호마 쪽의 움직임입니다.”

“오클라호마?”

핑커톤 요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결한 체로키 인디언들이 공교롭게도 콜로라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첩첩산중이라더니 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독립전쟁 당시 영국을 편들더니, 이제는 남부 연합을 선택한 것이다.

‘그걸 그렇게 못 맞추나.’

물론 모든 체로키 부족이 남부에 동조한 건 아닐 것이다.

“부족 상황을 좀 아십니까?”

“듣기로는 북부와 남부 지지자들로 분열되어 갈등이 심각해졌다더군요.”

다른 부족과 달리 체로키족은 한때 흑인 노예를 거느릴 정도로 부유한 부족이었다.

하지만 30년 전. 

‘인디언 법’이 제정되고 조지아주에 정착하던 체로키 부족은 일명 <눈물의 길>이라 불리는 강제 이주를 겪으면서 고난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들에게 북부와 남부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막스는 생각을 정리한 끝에 율리시스에게 말을 건넸다.

“아무래도 카이로는 혼자 가셔야겠습니다. 기관총 2문과 SFBC 대원 20명을 남겨두겠습니다.”

“흠. 그건 그렇다 해도, 콜로라도는 어떻게 막을 생각인가?”

“이 일은 프레몬트 사령관과 이야기를 나눠봐야죠.”

SFBC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율리시스에게 몇 가지 당부를 건넨 막스는 대원들을 이끌고 서부 사령관을 찾아갔다.

*

막스의 말을 듣는 내낸 프레몬트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콜로라도 금광은 연방의 든든한 자금줄이요

훗날 자신의 사업을 위해서도 중요한 곳이었다.

프레몬트 역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서쪽으론 캔자스와 오클라호마라네. 합치면 얼추 오천은 되겠지.”

남북전쟁을 틈타 인디언들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의 인원은 남겨두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막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

“뉴멕시코와 애리조나 병력은요?”

“뉴멕시코 남쪽은 이미 남군이 장악한 상태네. 병력을 빼기엔 위험부담이 크지.”

“콜로라도를 빼앗기면 그게 더 위험할 텐데요.”

“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보게. 여기저기 병력을 끌어모으고도 실패하면 그건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네.”

궁극적으론 동쪽 버지니아에서 서쪽 캘리포니아까지 남쪽 전부를 남부 연합의 거대한 벨트가 형성될 수도 있었다.

“콜로라도를 막겠다고 무리수를 두었다간 전부를 잃을 수도 있네.”

“그게 바로 적들이 지금 벌이고 있는 짓입니다. 콜로라도를 먹겠다고, 텍사스의 전 병력을 끌고 왔지 않습니까.”

음? 프레몬트는 팔짱을 끼며 대답을 기다렸다.

이에 막스는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뉴멕시코, 애리조나는 콜로라도를 지원하고. 캔자스와 오클라호마 병력은 저를 따라 움직일 겁니다. 어디로? 여기로···.”

막스가 지도 남쪽을 가리킨다. 

그 위치를 본 프레몬트가 팔짱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의 눈빛이 심하게 출렁거렸다.

“테, 텍사스!?”

“빈집은 털라고 있는 겁니다.”

흔들리던 눈빛이 진정되자 프레몬트가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남군의 허리가 잘리는 셈이로군!”

어쩌면 당황한 놈들은 콜로라도 진격을 멈추고 회군할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적들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 있다면 막스의 작전은 충분히 해볼 만했다.

“자넨 콜로라도가 적들의 공세를 얼마나 버틸 거라 보나?”

“도시를 버리고 요새 공성전만 돌입한다면 최대 보름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나? 흠. 만약 도시를 지킨다면?”

“최대 사흘 이상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변수는 적들이 콜로라도를 공격하는 의도.

금광을 노린다면 기반 시설은 그대로 놔둘 가능성이 크고, 특수부대인 SFBC와 막스 자신이 목적이면 모든 걸 파괴할 공산이 높다.

‘나를 목표로 했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막스와 회의를 끝낸 프레몬트는 즉각 뉴멕시코와 애리조나에 작전을 하달하기로 했다.

“지휘권은 막스 장군에게 위임하도록 하겠네. 내 비록 몸은 여기 있으나, 자네와 함께한다고 생각하게나.”

독재자처럼 행동하고 사치와 탐욕으로 성공과 실패의 극적인 삶을 살다간 프레몬트. 

역사가의 평가가 어떻든, 

죽이 잘 맞으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막스 입장에선 파트너로서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막스의 신경을 건드린 건 이 작전을 두고 제정신이 아니라며 비판한 헨리 할렉과 리옹 장군이었다.

‘리옹을 괜히 살려줬어.’

윌슨 크릭 전투에서 죽게 놔뒀어야 했나 후회가 되었다. 물론 그렇게 되었다면 미주리주에서 남부 연합을 몰아내기 위해 더 많은 피를 흘렸어야 했을 테지만.

서부 사령부의 본부에서 빠져나온 막스는 SFBC 대원들을 소집했다.

“현재 텍사스 상황을 아는 사람은 말해 봐.”

가족이든 친구든, 텍사스를 탈출한 사람들에게 전해진 소식들이 몇 명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대부분은 텍사스 레인저스였다.

“남부의 충성 서약을 거부한 샘 휴스턴 주지사가 쫓겨났다더군요.”

“최근엔 독일계 이주민들과 전투를 벌였다고 들었습니다.”

“연방주의자들을 감옥에 가두고, 일부는 현장에서 즉결 처형도 했다더군요.”

히스패닉인 테야노스와 일부 연방주의자들은 숙청을 피해 멕시코와 콜로라도로 피신했다. 

미주리주 못지않게 분열된 텍사스는 권력을 잡은 남부 연합 옹호론자들의 횡포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섬터 요새 폭격이 일어난 직후 막스가 텍사스에 있던 제재소와 목장을 철수시킨 것이었다.

새삼 막스의 선견지명이 놀라울 따름이다.

SFBC 대원들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뒤로하고,

막스는 월러스와 포드에게 다음을 지시했다.

“먼저 가서 내부에서 포섭 가능한 인물들을 추려봐. 텍사스를 장악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동조자가 필요해.”

텍사스처럼 더럽게 넓은 땅덩어리를 장악하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막스가 노리는 건 핵심 지역을 점령하고 그 자리에 연방주의자들을 심어놓아 다시금 반대파를 숙청하는 일이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내 텍사스 지분도 덩달아 늘어나겠지.’

남북전쟁 이후 대부분 영토가 박살 난 남부가 빠르게 재건될 수 있던 이유는 간단하다.

텍사스의 풍부한 유전과 자원.

이것만으로 전쟁에 쏟아부은 돈을 뽑고도 남았으니. 전쟁은 스쳐 가는 것 중 하나일 뿐, 이후의 대비도 철저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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