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적인 의견을 나누고 월러스와 포드는 레인저스 대원을 이끌고 캠프를 이탈했다.
무리에는 히스패닉인 산초와 동료들도 함께였다. 마찬가지로 텍사스에 거주하는 테야노스를 포섭하는 게 주 임무였다.
‘적들이 콜로라도에 도착하려면 최소 보름.’
천 킬로에 달하는 거리로. 보병과 포병부대를 이끌고 움직이기엔 꽤 먼 거리였다.
“기관총과 탄약은 사두마차에 싣고, 전원 말을 타고 이동한다.”
막스는 몇 가지 일을 처리한 후 대원들과 함께 남서쪽으로 진격했다. 그 수는 200이 채 되지 않았다.
*
캔자스와 미주리 경계의 포트 스콧.
의원과 군인의 겸임으로 논란에 서 있는 제임스 헨리 레인에게 SFBC 대원 버팔로 빌 코디가 찾아왔다.
“막스 장군님이 보내신 서찰입니다.”
“장군이라니. 도통 적응이 안 되는구만.”
레인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편지를 뜯었다. 그리고 읽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놀라 뒷걸음질 치는 코디는 아랑곳하지 않고 레인이 분노의 포효를 터트렸다.
“망할 놈들이 감히 콜로라도를!”
자신의 정치 자금줄이자,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의 자산이 있는 곳.
레인은 마치 자신의 집이 습격이라도 당한 듯 천막 밖을 향해 소리쳤다.
“참모들을 소집하라! 당장 콜로라도를 사수한다!”
“저기, 끝까지 편지를 읽으셔야···.”
목적지가 잘못되었다.
코디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린 레인은 다시금 편지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이내 눈을 껌뻑거리며 코디를 쳐다봤다.
“...... 텍사스?”
“옙.”
막스의 작전대로라면, 적들이 회군을 택할지 그대로 콜로라도로 진격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전자라면 전쟁터는 텍사스가 되겠지만, 후자의 경우 콜로라도가 쑥대밭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막스가 누구인가?
이런 작전을 구상했다는 건, 콜로라도가 쉬이 함락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깔려있을 테고.
설령 빼앗기더라도 수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도 보인다.
‘역시 배포가 달라.’
언제부턴가 막스가 일을 벌이고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막스 장군에게 전하게. 텍사스에서 보자고.”
레인은 무모하지만 발칙한 작전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그렇게 캔자스 의용군 4천 명을 이끌고 남쪽 텍사스로 진군했다.
레인에게 편지가 도착하고 이틀 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연방군 요새에도 다음의 명령을 담은 서신이 도착했다.
콜로라도를 남군으로부터 지켜내라는 것.
더불어 작전 지휘권을 막스 조 준장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다.
‘콜로라도를?’
가장 크게 반응한 건 뉴멕시코의 포트 유니온 사령관. 서부 개척 영웅 키트 카슨이었다.
그는 즉시 병력을 집결시켰다.
“전 군은 요새를 비우고 콜로라도로 진격한다!”
어차피 텍사스를 손에 넣으면 뉴멕시코를 지킬 이유가 없다. 이는 콜로라도가 먹혀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터. 요새를 버리고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로 밀려나는 것이었다.
뭐가 되었든 키트 카슨이 할 수 있는 건 전 병력을 이끌고 막스가 텍사스를 점령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
댕. 댕. 댕.
요새에 우뚝 솟은 종이 울리고 콜로라도의 핵심 도시 준투에 비상이 걸렸다.
“정녕 막스가 콜로라도를 버렸단 말입니까!”
“버리긴 뭘 버렸다고 그래요. 우리를 그만큼 믿는다는 소리죠!”
“이게 믿음으로 될 일입니까? 다들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막스에게 뭘 잘못했는지. 섭섭하게 한 게 무엇인지를!”
“......”
요새 내 준투 도시를 이끌던 자들의 한탄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대부분 미네랄 익스플로러의 주주들.
콜로라도를 잘 부탁한다는 막스의 서신에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막스 대신 광산과 도시 행정을 떠맡은 블러드 역시 초유의 사태에 부쩍 초췌해진 모습이다. 다들 전투와는 무관한 자들이라 이런 엄청난 일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막스가 오늘따라 더 보고 싶구나.’
행정가들이 막스를 그리워할 때.
준투 도시에 있던 한 교회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 교회 첨탑에는 남부 연합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콜로라도 내부에서도 북군과 남군으로 갈려 분열과 갈등은 존재했다.
다만 도시를 장악한 광산 회사와 SFBC가 북군이라는 걸 알기에 남군 동조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남군이 콜로라도로 진군한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숨어 지낸 놈들이 하나둘 튀어나오기 시작하고.
라이언 홀드는 막스가 일러준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 누군가 선동해서 사람을 모으고 조직화하면 그게 바로 군대다. 남군 동조자들이 세력을 만들지 못하도록 철저히 짓밟아.
“빌어먹을 양키 새끼들! 전부 지옥으로 꺼져라!”
“알았으니까, 너부터 보내준다고!”
탕! 탕!
SFBC 대원과 남군 동조자들의 대치.
곧이어 교회 안에 섬광탄이 터치고 내부로 진입한 대원들의 총성이 잇달았다.
잠시 후.
라이언 홀드가 선동한 자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밖으로 나왔다. 그는 구경꾼들을 향해 소리쳤다.
“남부 연합이 주장하는 논리는 전부 다 개소리다! 놈들이 콜로라도를 공격하는 건 오로지 금광! 우리가 일궈 놓은 도시다! 이런 탐욕스러운 집단의 병신같은 헛소리에 선동당할 시간에 금이나 더 캐는 게 이득이 아닌가!”
라이언 홀드가 일갈한 뒤, 붙잡힌 자들은 SFBC 대원들에 의해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그렇게 수십 명을 잡아 가두지만 동조자들은 계속해서 선동하며 반란을 획책했다.
이러다 여기저기 남군의 깃발에 잠식당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반대급부적으로 콜로라도를 지키기 위한 북군 동조자들도 덩달아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목숨 바쳐 연방과 콜로라도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콜로라도 요새에는 무기와 탄약이 넘칠 만큼 풍족하다. 그렇게 순식간에 2천 명의 병력을 내부에서 충당하고, 라이언 홀드는 마침내 도시 최남단에 전선을 구축.
적들과의 대치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 콜로라도의 위기 > 끝
< 남부 연합도 전략은 있다 >
로키산맥 부근.
여러 부족의 족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 짐 주니어는 중대한 담판을 짓고 있었다.
“보스께서 여러분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과 북. 인디언이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남의 땅에서 저들끼리 싸우는 모습도 꼴 보기 싫고.
다만.
“다른 주는 상관없다. 하지만 콜로라도면 이야기가 다르지.”
“이미 체로키 멍청이들이 남군에 협조했다. 그들이 인디언들의 대표처럼 구는 건 용서할 수 없지. 반대의 모습도 보여야 한다.”
“북군이나 남군이나. 누가 이기든 의미는 없지만 콜로라도는 확실히 다르지.”
체로키족의 경우엔 예전부터 백인에게 우호적이었고 그만큼 혼혈들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인디언들은 그들과 다르다.
백인들의 동화정책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고수했다.
하지만 막스가 내세운 인디언과의 공존.
이는 백인들이 말로만 지껄이던 것과 달랐다.
골드러시의 광풍 속에도 인디언은 안전했고, 추운 겨울은 따뜻하고 배부르게 보낼 수 있었다.
광산의 금은 백인들이 차지했으나 여기서 파생되는 이익은 인디언에게도 돌아왔다.
막스의 말이 단순한 말뿐이 아님은 족장들도 인정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이 내려진 때.
‘작은 갈까마귀’ 족장이 감았던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우리 아라파호족은 전쟁에 참가한다.”
“샤이엔도 마찬가지. 콜로라도 방어전에 힘을 보태겠다.”
뒤이어 우테, 아파치, 나바호까지.
콜로라도가 지금처럼 유지되기를 염원하며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
준투 도시의 최남단.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라이언 홀드는 막스가 전해준 <방어선 구축을 위한 메뉴얼>을 참고로 지시를 해나갔다.
“넓이는 사람 둘이 이동할 정도, 깊이는 서 있을 때 가슴까지 가려져야 합니다! 총 세 개의 저지 라인을 만들고, 퇴각 시 빠질 수 있도록 서로 이어지도록 좌우 날개를 파내 통로로 이용할 겁니다.”
“뭐, 간단하구만.”
“곧바로 작업 들어가자고.”
광산에 있어야 할 광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금을 캐야 할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판다.
도시에 거주하던 이주자들은 이들을 보조하며 식량과 식수, 의복을 보급했다.
그리고 이를 적들의 정찰병들이 보지 못하도록, 3km 밖까지 경계망을 넓혔다.
*
서부의 개척로는 보통 탐험가들이 이동한 경로를 따르게 된다. 인디언과 야생 동물, 척박한 땅을 피해 가능한 안전한 곳을 가기 위해 사람들은 정해진 길로 이동했다.
이는 콜로라도로 진격하는 남군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정해진 길을 따라 스프링스와 푸에블로 마을을 거쳐 좌로는 로키산맥을 끼고 이동했다.
준투 도시로부터 30km 떨어진 캐슬 록.
남부 연합의 서부 사령관은 윌슨 크릭 전투의 패배를 문책 삼아 맥컬록 대신 미시시피 민병대 준장 얼 반 돈 준장을 내세웠다.
북부보다 진급이 후한 남군은 얼 반 돈을 즉시 소장으로 임명하여 콜로라도 공습의 총지휘권을 맡겼다.
체로키 병력과 뉴멕시코 남군의 합류를 위해 설치된 임시 막사.
공격을 앞둔 시점에서, 얼 반 돈 소장은 주변 상황에 촉각을 기울였다.
“놈들의 경계 상태를 봐선 도시 초입에 방어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큽니다. 병력은 대략 5천 정도로 추정되고요.”
“뉴멕시코와 애리조나 전 병력을 긁어모았으면 얼추 맞겠군.”
“어차피 콜로라도를 빼앗기면 놈들이 있을 곳은 캘리포니아뿐이니까요.”
예상대로라 놀랄 일은 아니다. 얼 반 돈은 고개를 끄덕인 뒤 미주리주 상황을 물었다.
“미주리주 병력은 현 위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리옹 장군은 스프링필드, 헨리 할렉은 아칸소주 접경에 주둔하고 있고. 유일하게 움직임을 보이는 병력은 일리노이 제21 보병연대 쪽입니다.”
“거긴 특수부대와 함께 카이로로 향하는 병력 아닙니까. 당초 콜로라도로 방향을 틀 거라 여겼는데 예상이 빗나갔군요.”
아니면 남군의 병력을 얕봤거나?
핑커톤의 정보요원이 파악한 규모는 1만 2천.
하지만 실제 병력은 1만 6천을 넘어갔다.
‘우리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콜로라도는 남부 연합의 차지다.’
참모들의 말에 얼 반 돈 소장이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캔자스는 어떻습니까? 가짜 군인이 이끄는 병력이 오클라호마에서 목격되었다죠?”
남군은 레인 상원의원을 두고 가짜 군인이라며 조롱했다.
“캔자스로 가면 될 걸 오클라호마로 온다? 이거 목적이 너무 빤하지 않습니까. 우리 후미를 노리는 거죠. ”
“양쪽에서 우릴 공격하겠다는 건데, 그것도 병력이 얼추 비슷해야 가능하죠.”
“어디 그뿐입니까. 놈들이 오클라호마에서 목격된 시간을 따지면, 우리와 만날 때는 이미 콜로라도에 우리 남부 연합 깃발이 휘날리고 있을 겁니다.”
“가짜 군인의 한계죠. 뒤통수도 합이 맞아야지, 일이 다 끝난 다음에 뭘 하겠다는 건지 원. 내가 다 안타깝네요.”
참모들의 비아냥과 웃음이 회의실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위화감이 없었다.
얼 반 돈은 손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자, 얼추 그림은 그려졌군요. 방어하는 병력은 5천. 캔자스가 우리 후방을 노린다 해도 3천을 넘지 못할 테고. 망할 특수부대는 콜로라도 대신 카이로로 가고 있는 게 현 상황입니다. 여기에 추가할 내용 있습니까?”
“특수부대가 카이로로 향하지 않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합니다. 워낙 소수라 이동했다 해도 티가 안 날 수도 있거든요.”
남부 연합에서 첩자들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특수부대의 인원은 3백을 넘지 않는다.
더럽게 넓은 땅에 작심하고 시선을 피하면서 이동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흠. 그게 변수로 작용한다 치면 어떤 위험이 있겠습니까?”
“캔자스 병력과 합류해서 후방을 노리는 거죠. 그 악마 같은 기관총이 있다면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기관총···.
장내의 분위기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고작 5천밖에 되지 않는 병력 앞에서 이렇듯 주변 브리핑하고 있는 것도 기관총의 압박 탓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 반 돈은 대수롭지 않은 듯 참모들을 향해 말을 던졌다.
“이미 대응법은 마련됐습니다. 추가로 이번 작전의 선봉은 체로키 부족에게 양보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7대 3의 비율로, 적진을 향해 아주 용맹하게 달려 나갈 겁니다.”
체로키가 7, 남군의 백인 병사들이 3이다.
얼 반 돈은 체로키 부족에게 콜로라도에 기관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추후 체로키에서 따진다 한들,
인디언을 선봉에 세워 아군의 희생을 줄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작전이 아닌가.
얼 반 돈은 백인들만의 내부 작전을 끝내고, 이내 체로키 부족과 조금은 다른 회의를 이어갔다.
다음 날 오전.
얼 반 돈이 이끄는 남군은 얼마 가지 않아 좌우로 길게 늘어선 콜로라도 군과 맞닥트렸다.
두 진영 간의 거리는 3km 내외.
폭은 8백 미터가량의 개활지에 좌우로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주변으론 풀과 숲이 많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다.
얼 반 돈은 즉시 진지를 구축하고 병력을 배치했다. 이에 장교들은 작전대로 공격대형을 만들어갔다.
“텍사스 제1, 2보병연대, 체로키 전 보병연대는 3열 밀집 대오로 집결하라!”
“옛썰!”
3천여 명의 병력이 먼지를 일으키며 대열을 이루기 시작한다.
“야포 부대는 후방에서 선두와 함께 보조를 맞춘다.”
기병은 보병들이 돌격하여 적들과 전투를 벌일 때 투입된다. 그리고 얼 반 돈은 최근 만들어진 부대를 별도로 소집했다.
“기관총이 나타나는 즉시 사수를 제거하는 게 자네들의 임무네.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제거하느냐에 따라 아군의 희생이 줄어들겠지. 그만큼 막중한 임무라는 걸 명심하게.”
“알겠습니다!”
남부 연합은 각 부대에서 사격에 재능있는 대원들을 차출하여 저격수를 대폭 증원했다.
윌슨 크릭 전투의 충격적인 패배가 원인이었다.
남군의 저격수가 사용하는 라이플은 영국에서 수입된 58구경의 1853년 엔필드 라이플.
반면 북군은 최신식 소총 1861 스프링필드가 이제 막 보급되고 있었다.
저격수들은 좌·우측에 배치되고, 보병들을 선봉으로 세워 공격대형을 끝마쳤다.
장교들은 명확한 목표를 심어주려 목소리를 높였다.
“개활지가 좋은 점은 돌격할 때 걸리적거리는 게 없다는 것이다! 만약 너희들의 발길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빌어먹을 양키 놈들의 시체다. 그게 아니라면 겁먹은 놈들이 흘리고 간 총이겠지!”
천 킬로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지만, 눈빛은 피곤함이 아닌 비장감이 서려 있었다.
체로키족 병사들의 특징이 있다면 인디언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혼혈이 많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선동이든 아니든.
이도 저도 아닌 그들에겐 차라리 남군의 편에서 위안을 찾으려 한 걸지도 모른다.
백인이 되고픈 인디언 혼혈의 욕망.
혹은 그 안에 속하고자 하는 열망이 죽음을 밀어낸 것이리라.
“선두 전진하라!”
뿌우우우.
나팔이 울리고 북소리가 들리며 병사들의 심장박동을 조절한다.
거리가 가까워지고, 야포의 사정거리가 다가오자 북소리가 빨라졌다. 이윽고.
펑!
병사들의 후방에서 고막이 터져나갈 것 같은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이를 신호로 적군에서도 포성이 울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포탄이 떨어지고 순식간에 화약 내음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포탄이 아군과 적군에 떨어지는 동안 보병들의 진격 속도가 빨라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벽처럼 서 있던 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응수하기는커녕 도망가는 듯 보였다.
‘뭐지?!’
당혹감에 남군의 병사들이 멈칫거렸다.
장교들은 이를 허락하지 않으며 소리쳤다.
“멈추는 즉시 내 총이 뒤통수에 구멍을 낼 것이다! 전진하라!”
“적들이 있든 없든! 우리가 점령해야 할 땅이다. 멈추지 마!”
장교들의 채근에 병사들은 총을 앞세우고. 걸음이 아닌 뛰듯이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