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7화 (157/360)

일부는 떨어지는 포탄에 맞아 볼링핀처럼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적들은 속도를 높여 거리를 좁혀갔다.

그리고 이 모습을 참호에서 본 라이언 홀드는 새삼 무식함에 치를 떨었다.

‘병신들인가. 왜 저렇게 무모하지.’ 

생각 없는 인형들을 거인이 막대기로 밀어내듯. 포탄에 맞기 좋게 다닥다닥 붙어서 달려오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 불가였다.

SFBC의 훈련으로 다져진 그에게는 낡은 병법의 무식함으로만 여겨졌다.

‘뭐, 저렇게 죽고 싶다는 데 할 말 있나.’

어느새 사정거리로 좁혀졌을 때.

참호에서 허리를 숙이고 라이플을 쥔 라이언은 주변의 병사들이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소리쳤다.

“지금이다, 전원 사격 개시!”

말이 끝남과 동시에 땅속에서 머리와 총이 불쑥 튀어나오고. 일제히 총구에서 불을 뿜기 시작한다.

탕! 탕! 탕!

남군 병사들이 대응 사격을 하려 해도 적은 머리통밖에 보이질 않는다. 

그냥 쏴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무기. 

적을 맞출 자신감도 떨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마의 무기가 뱀 대가리처럼 땅에서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이내 전면부의 총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투드드드드.

여기서 전진을 강요할 수 있을까.

이미 위력을 알고 있기에 장교와 병사들은 황급히 땅에 배를 깔고 엎드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빗발치는 총탄을 피해 머리를 땅에 처박고. 아군의 저격수가 기관총 사수의 머리통을 날려주길 기다렸다.

그러나.

‘...... 젠장!’

남군의 저격수들은 망연자실한 채 망원경을 보고 있었다. 기관총에 달린 철판에 가려 사수가 보이질 않았다.

“이래서는 맞출 수가 없잖아!”

“시발, 흑인인지 인디언 새낀지도 모르겠네.”

실제로 기관총을 쏘는 사람은 흑인 알프레도.

리처드 개틀링은 옆에서 탄약을 보급하고 있었다.

‘이처럼 완벽한 무기가 또 있을까.’

개틀링은 연신 감탄을 터트리며, 소음 속에서도 크랭크축과 톱니바퀴가 맞물려 여섯 개의 총열이 회전하는 소리를 감지하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신 차려요, 개틀링씨!”

“어! 어어, 미안.”

개틀링은 서둘러 탄창에 탄약을 보충했다.

*

콜로라도에 전투가 개전했을 즈음.

오클라호마 경계를 지나 남쪽으로 10km 떨어진 텍사스 북부의 게인스빌 마을.

입구의 커다란 고목 나무에 걸려 있는 두 구의 시체에선 총에 맞은 피가 발가락 끝에 맺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미리 정찰을 끝낸 텍사스 레인저스 포드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저 둘은 독일계 이주자들이다, 히콕. 텍사스 병력이 빠지면서 남아있는 자들이 쥐잡듯이 반대파들을 숙청하고 있거든.”

집을 지키는 병력이 적을수록 적대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텍사스를 지키는 소수의 남군은 자신들의 두려움을 억제하기 위해 이렇듯 민간인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했다.

“마을의 리더는?”

“에드워드 디제너. 독일에서 온 이주자야.”

히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원들을 쳐다봤다.

이전 게릴라 전술을 펼치던 것처럼, 막스는 부대를 일곱 개의 소대 단위로 쪼개어 텍사스로 진입했다.

“지금부터 텍사스 남군의 씨를 말리자고.”

“오케이! 가자!”

히콕은 월러스와 대원들을 이끌고 텍사스에 잔존하는 반분리주의자이자 연방주의자들을 포섭하고 구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다른 다섯 개의 SFBC 소대 역시 텍사스의 북부에서부터 시작해 남쪽으로 밀고 오며 적들을 제거해 나아갔다.

한편, 막스는 텍사스 북부의 대도시 댈러스로 향했다.

목적지는 인근의 포트워스.

연방의 기지였다가 남군에게 빼앗긴 군 기지를 탈환하기 위해서였다.

월러스가 말하길.

- 반분리주의자들이 포트워스에 갇혀있어. 대략 이백 명 정도 있다고 들었거든.

- 병참 기지는?

- 걸어서 10분 거리.

- 그럼 인질 구출 후 병참 기지까지 장악하는 거로.

원 역사대로라면 샌안토니오에 있어야 할 병참 사령관. 그런데 그는 운이 나쁘게도 남부 연합의 급조된 콜로라도 진군을 위해 포트워스에 머물고 있었다.

어찌 됐든 보급은 전쟁의 핵심이다. 

일만 이상의 대군을 끌고 콜로라도로 떠난 이상 일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군 사기에 영향을 끼치게 될 터. 동시에 감옥에 갇힌 연방주의자들을 꺼낼 수 있으니.

‘이게 일타쌍피지.’

계획을 수립한 막스는 포트워스에 도착한 즉시 일대를 관찰했다.

‘하퍼스 페리 무기고와 비슷하군.’

보통 서부 개척의 시작은 연방이 해당 지역에 전초기지를 만들고 이에 따라 사람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마을이 들어서게 된다.

포트워스 역시 기지 주변으론 크고 작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콜로라도 요새가 높은 담벼락에 성처럼 지어졌다면, 포트워스의 병참 기지는 낮은 담벼락에 건물조차 듬성듬성 지어졌다.

물자 운송의 편리를 위해 병참 기지는 상당히 개방된 곳이었다.

“지키는 병력이 많지는 않아. 다만 대놓고 총격전이 벌어지면 놈들이 숨어 버릴 거야.”

“그럼 더 골치 아프겠네.”

피치의 말에 막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원들에게 다음을 지시했다.

“저격수 셋이 지원하고, 나와 다섯 명만 진입한다.”

“옛썰!”

습격은 훤한 대낮에 이루어졌다.

피치와 저격수 둘은 소음기를 장착한 채 감옥 주변을 조준하고, 막스와 대원들은 칼을 든 채 잠입을 시도했다.

< 남부 연합도 전략은 있다 > 끝

< 공존은 여전히 유효하다 >

포트워스의 감옥 주변을 지키는 건 다섯 내외.

막스와 대원들이 놈들을 제거하는 데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웁···!”

입을 막자마자 보위 나이프를 목에 찌르고.

그렇게 적들을 제거한 막스는 사람들이 갇힌 거대한 창고의 문을 열었다.

드르르륵.

뻑뻑한 문이 열리자 그 안에는 칙칙한 낯빛의 사람들이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힘없이 고개를 돌려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막스를 쳐다보았다. 시선은 이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보위 나이프로 향한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눈빛이 위태롭게 흔들거릴 때, 막스가 말을 건넸다.

“연방에서 왔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자유요.”

믿어도 되는 걸까. 일부는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나 막스에게 다가온다.

반분리주의자로 남부 연합에 대항했던 자들.

텍사스 남부 연합 주의자들에게 감금당한 이들은 대부분 텍사스 의회의 의원이거나 유력한 사업가들이었다.

“이제 곧 댈러스를 탈환하고 텍사스 전체를 연방이 차지하게 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텍사스를 장악하기 위해선 반분리주의자들을 복권하고 요직에 앉혀 빠르게 주를 안정시켜야 한다. 

막스가 군인, 정치인, 사업가들을 빼내는 동안 대원들은 남아있는 남군을 제거했다.

병참기지까지 완전히 손에 넣은 막스는 감옥에 있던 요인을 불러 다음을 지시했다.

“텍사스 병력 대부분은 콜로라도에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없을 때, 당장 군을 모으세요. 연방의 병력으론 부족합니다.”

텍사스가 미주리주와 다른 점은 국민 대다수가 남부 연합에 동조한다는 사실이었다.

소수의 핵심 인물이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기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병기고의 무기를 불출하여 민병대를 무장시키기고 힘으로 반대파들을 누르는 방법이 유일했다.

“텍사스를 남부 연합으로부터 해방하려는 자들은 우리를 따르시오!”

감옥에 있던 사람들은 총으로 무장한 채 수십 명씩 조를 이루어 거리를 활보했다.

그들이 외치는 선동에 동조하는 자들이 하나둘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남부 연합의 횡포에 숨죽이던 자들이 속속 모여드니, 덩치를 불린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내 댈러스로 향했다.

모름지기 변화는 그 구성원에 의해서 일어나야 하는 법. 자유를 되찾은 자들은 텍사스를 손에 넣기 위해 필사적으로 행동했다. 

“보스, 병참 사령관을 붙잡았는데 어떻게 할까?”

월러스가 중년 남성을 끌고 왔다.

그는 분노의 눈빛으로 월러스를 노려봤다.

“텍사스를 버리고 연방의 개가 되다니. 콜로라도에서 군이 돌아오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알았으니까, 입 닥치라고 필립 루켓.”

“아는 사이야?”

막스의 물음에 월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의 의사였거든. 그리고 골든 서클 기사단이기도 하고.”

“누, 누가 골든 서클 기사단이냐! 모함하지 마라, 월러스!”

‘이름 참.’

막스는 잠시 팔짱을 낀 채 한심한 표정으로 필립 루켓을 응시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움찔한 그는 이내 고개를 내리깔았다.

“데려가서, 감옥에 가둬.”

대원들이 필립 루켓을 데려가자, 막스가 월러스에게 물었다.

“골든 서클 기사단이 뭐야?”

“보스도 모르는 게 있구나. 뭐, 간단히 말해서 노예제를 원하는 새로운 국가를 만들려는 단체야.”

골든 서클 기사단(Knights of the Golden Circle)이 목표로 하는 나라는 미국 남부를 시작으로,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북부, 쿠바, 아이티와 카리브해 대부분의 섬을 포함한다.

“그런 병신같은 단체를 누가 만든 거야?”

“조지 비클리. 텍사스에서 그자를 전폭적으로 밀어줬거든. 그래서 텍사스에만 지부가 32개가 넘어.”

“다른 지역은?”

“남부에 많다고 들었어. 일리노이나 오하이오, 인디애나 같은 곳도 있고. 비밀결사 조직인데, 요즘은 소문이 퍼져서 다들 알던데.”

노예제를 유지하려는 조직이 이렇듯 곳곳에 퍼져있으니. 그 뿌리를 송두리째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은 필연적이었다.

문제는 전쟁으로 조직이 와해 되어도 그 구성원은 또 다른 목표를 자양분으로 독버섯처럼 퍼져나간다는 점이었다.

골든 서클 기사단의 예로 들면, 후에 KKK단(Ku Klux Klan)이라는 백인 우월주의 집단이 만들어지는 데 영감을 주게 된다.

물론 막스는 이 사실까지 알진 못했다.

텍사스 북부의 대도시 댈러스. 

불과 몇 시간 만에 이곳을 접수한 막스는 의회 구성원을 연방주의자들로 채우고 남군의 잔당들을 붙잡거나 가두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얼추 마무리되었으면 다음은 오스틴이다. 여긴 20명이 남아서 수습해.”

댈러스에 일부 대원을 놔둔 채, 막스는 다음 도시로 향했다. 빈집털이라기엔 텍사스의 땅덩어리가 너무 컸다. 도시 간 이동만도 며칠이 걸려야 했다.

*

콜로라도 준투 도시 남쪽.

양측에서 쏴대는 포성과 기관총이 만들어낸 전투의 거친 소음은 남군의 병사들을 공포와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다.

납작 엎드려 손으로 머리를 감싼 병사들.

그중 재수 없는 자들은 날아오는 포탄에 몸이 터져나가기도 했다.

투드드드드.

개틀링 기관총은 손잡이를 돌려 발사속도를 조절한다.

1분간 대략 4백 발을 퍼부은 뒤, 알프레도의 손이 느려지고 완전히 멈추자 바닥에 엎드린 적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총알이 떨어졌구나!’

고개를 쳐든 병사들에게 장교들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려 할 때. 또다시 기관총 총구가 돌아가며 총알을 퍼붓기 시작했다.

후방에서 이를 지켜본 얼 반 돈 사령관은 이를 바득 갈며 소리쳤다.

“저격수들은 대체 뭣들 하는 건가!”

“사, 사수가 철판 뒤에 숨어 보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 다른 방법을 강구 해야지. 저렇게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하는데 어쩌란 말인가!”

참모들이 모여 의논한 끝에, 결국 병력을 뒤로 빼기로 했다.

남군이 뒤로 빠지자 기관총과 포성이 멈추고 휴식기가 찾아왔다.

참호에 있던 라이언 홀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알프레도를 찾아갔다. 기관총에서 막 손을 뗀 그에게 라이언이 물었다.

“너 일부러 안 맞춘 거지? 죄다 총알을 허공으로 날려버리던데.”

“그, 그럴 리가.”

“아니야. 고의로 안 맞춘 게 틀림없어.”

알프레도가 시선을 내리깔자, 라이언이 피식하며 어깨를 토닥거렸다.

“너를 탓하는 게 아니야. 어차피 실전에서 직접 써보고 개선할 게 있는지 알아본다며.”

“흠. 분명 그게 목적이긴 하지.”

옆에 있던 개틀링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요새에 있어야 할 둘이 직접 온 건 기관총의 파괴력과 성능, 개선점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무기를 사용해볼 기회는 흔치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위력을 체감한 뒤엔 둘 다 말수가 급격히 줄어 있었다.

만들기만 했지, 실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으니 말이다.

“싸우는 건 우리에게 맡기고, 이제 둘은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 라이언. 그리고 쏘면서 느낀 건데, 정확도는 확실히 개선할 필요가 있겠더군요.”

알프레도의 말에 개틀링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탄이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건 구조상 어쩔 수 없을 거야. 더구나 좌우로 총구를 틀기까지 했으니 더 흩어질 수밖에.”

“뭐, 저격할 게 아니라 밀집대형에선 이것만으로 효과는 충분하긴 하죠. 다만 회전 때문에 탄환이 영향받는 거라면 결국 총열의 내구성도 문제가 될 거예요.”

“흠, 탄환의 마찰이 발생하면 열이 발생할 테고 총열이 버티기 힘들다 이 소리군.”

“보스가 수랭식을 채택한 것도 그것 때문이거든요.”

둘의 대화를 듣던 라이언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둘이 가면서 얘기하면 안 될까.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네.”

“그럼 우린 이만 요새로 돌아가겠네.”

알프레도와 개틀링은 기관총 이문과 총알 1만 5천 발을 놔두고 갔다. 요새에는 그보다 더 많은 양이 있지만, 최악의 경우 요새를 방어하기 위해 남겨둬야 했다.

남군이 기관총을 무시하고 돌격한다면 전선은 후퇴할 수밖에 없으며 최후의 보루는 요새가 될 테니 말이다.

라이언 홀드는 땅 구덩이 속에서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적들의 후퇴로 안심하면 안 된다! 휴식을 취해도 이 참호 속에서 적들의 움직임에 시선을 떼지 말아라!”

“옛썰!”

라이언 홀드는 등을 기댄 채 하늘을 쳐다보았다. 

알프레도가 허공을 향해 난사했다 해도 평원엔 적들이 회수하지 못한 시체가 수십 구나 된다.

그리고 그걸 먹잇감으로 여긴 독수리는 하늘을 활공하며 호시탐탐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네.’

아일랜드 이주자로 핍박받으며 증오만 키워왔던 세인트루이스의 뒷골목 파이터. 

좀도둑을 모아 세상에 반기를 들려 했던, 치기 어린 생각을 떠올리자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때 보스를 만난 게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 놓을 줄이야.’

지금은 적군을 상대로 콜로라도 방어라는 막중한 책임까지 짊어졌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라이언 홀드는 망원경을 들어 적진을 살펴봤다. 보병 대열은 그대로지만 당장에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저 많은 병력이 고작 2천 명에게 발을 묶였다니.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대체 보스의 머릿속엔 뭐가 있는 거냐.’

기관총과 참호를 본 적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라이언 홀드는 적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참호 속에서 꽤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해야 했다.

대치 상황 이틀째.

남군은 총 세 번의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기관총의 위력 앞에 장교들은 퇴각 명령을 내렸고 그럴 때마다 의미 없이 죽어가는 병사들이 늘어만 갔다.

사기가 꺾이고 탈영 조짐까지 보이자, 지휘부는 새로운 작전을 꺼내 놓았다.

“놈들이 땅을 파두기까지 했으니, 기관총이 아니더라도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니 방법은 우회해서 놈들의 뒤를 치는 수밖에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우측으로는 개활지라 훤히 보일 테고, 차라리 좌측으로 병력 일부를 우회시키는 겁니다.”

한 참모의 말에 얼 반 돈 사령관의 눈이 반짝였다.

“좌측이면 로키산맥인데. 거길 통해서 후방으로 침투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요.”

결정은 신속했다.

4천 명의 보병과 1천의 기병을 편제해 로키산맥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는 얼 반 돈 사령관의 패착이었다.

남군 병력이 로키산맥에 도달했을 때.

그들을 발견한 조 짐 주니어는 의외의 상황에 눈을 껌뻑거렸다.

‘기회를 봐서 뒤를 치려 했는데, 알아서 찾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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