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8화 (158/360)

놈들의 이동 경로를 살피던 주니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인디언들을 집결시킨 뒤, 적당한 장소에서 진을 쳤다.

그리고 남군이 이곳을 지날 즈음.

인디언들이 거대한 함성을 내질렀다.

“아루루루루!”

“이, 인디언들이다!”

휘이이익.

탕! 탕!

순식간에 로키산맥의 산등성과 절벽에서 활과 총알이 동시에 날아드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당황하지 마라! 우리 정도면 인디언 부족 하나는 멸망시키고도 남는 화력이다!”

“놈들을 향해 총을 쏴!”

탕! 탕!

명령은 내렸으나 지휘관들은 극도로 혼란스러워했다.

보통의 인디언들이라면 자신들의 병력을 봤으면 도망을 갈 것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되려 공격을 하고 있었다.

“이럴 게 아니라, 존 메이스. 자네가 저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게!”

존 메이스는 체로키족의 지휘관으로 얼마 전 죽은 조엘 메이스의 형이었다.

그는 동생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오클라호마에서 노예를 소유한 가문으로서 남부 연합을 위해 이번 전투에 참여했다.

병력을 뒤로 물린 존 메이스는 홀로 말을 탄 채 로키산맥으로 다가갔다. 

교전이 멈추고 찾아온 적막함.

말발굽 소리가 그치자 존 메이스는 인디언 언어로 소리쳤다. 

“나는 체로키족으로 이름은 짜와각스키라 합니다! 우리 남부 연합은 형제들과 아무런 감정도 없을 뿐더러 공격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럼 여긴 왜 왔나!”

“쥐새끼처럼 북군과 결탁해 악마의 무기를 만드는 무리를 응징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우리 남부 연합은 반드시 그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게 누군데?”

“그건···.”

존 메이스가 대답을 머뭇거렸다.

문득 불안감이 느껴졌다.

오클라호마, 특히 인디언들 사이에선 콜로라도에 인디언과의 공존을 꿈꾸는 자가 있다는 소문이 퍼진 적이 있었다.

물론 메이스는 그 소문을 비웃었다.

- 인디언과 공존? 지랄하네. 내 장담하는데 인디언한테 뒤통수를 맞던가, 아니면 자기가 뒤통수를 칠걸? 근본적으로 다른데 무슨 공존을 하겠다는 거야.

공존은 없다. 동화만 있을 뿐.

메이스는 이를 신념처럼 여겼다. 

그 때문에 체로키족 혼혈로서 메이스는 힘의 우위에 선 백인 사회에 철저히 동화되어 살아가길 선택했다.

“메이스. 어서 대화를 이어가게. 여기서 언제까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남군 지휘관의 채근에 정신을 차린 메이스는 다시금 산을 향해 소리쳤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콜로라도 요새와 그 안에 있는 SFBC 대원들입니다! 인디언들인 당신들과는 전혀 상관없···.”

존 메이스가 말하던 때, 산등성에서 여섯 명의 인디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본 메이스의 동공이 크게 출렁거렸다.

‘아라파호, 샤이엔, 우테, 나바호, 거기에 아파치까지···!’

그 숫자만 해도 무시하지 못할 터.

더구나 그들 족장이 나서서 외치는 말은 메이스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SFBC의 적은 우리의 적이기도 하지!”

“콜로라도 요새는 우리의 요새이기도 하고!”

“인디언과 SFBC의 공존은 여전히 유효하다!”

존 메이스는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자 지휘관이 물었다.

“인디언들이 모습을 드러낸 걸 보니, 얘기가 잘 된 모양이군. 이대로 가면 되는 건가?”

“......”

< 공존은 여전히 유효하다 > 끝

< 다들 알지 않습니까 >

1만 6천 명의 병력을 이끌고 콜로라도로 북진한 남군. 하지만 그들을 막아선 건, 

전대미문의 악마 같은 무기와 참호전이었다. 

이 앞에 번뜩이는 대응 방법이 하루아침에 떠오를 리 없고. 당황한 지휘부는 머리를 쥐어 짜낸 끝에 우회하여 적의 뒤통수를 노리기로 했다.

좌로는 로키산맥, 우로는 기병이 갈 수 없는 험준한 지형을 두 개의 보병연대가 침투하는 작전이다.

- 좌, 우측을 공략하는 동안 우리는 시간을 끌어야 한다. 적당히 포를 쏘고 사격으로 놈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그렇게 간접교전으로 남군은 또다시 하루를 까먹었고, 이는 콜로라도 정벌대가 조직되고 텍사스에서 떠난 지 20일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규모가 큰 부대에겐 치명적인 일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식량이 줄어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텍사스가 있어 다행이군요. 보급만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야, 기회는 언제든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캔자스 병력이 뒤에서 보급을 노린다면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애초 계획대로 우리는 준투 도시 일부라도 점령해 식량을 조달해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 당장은 우회한 병력이 좋은 소식을 가져오길 기다려 봅시···.”

얼 반 돈 사령관이 말을 끝내려 하는 때,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난 지휘관들이 막사 밖으로 향했다.

다그닥, 다그닥.

말들이 다가올수록 그 위에 탄 기수들을 본 지휘관들의 눈동자가 크게 출렁거렸다.

지옥을 뚫고 온 듯 온몸을 피로 적신 악귀.

과연 저들의 입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올까.

지휘관들의 눈동자가 흔들릴 때.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병사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다그닥, 다그닥.

히이이잉.

말이 멈추고 선두에 있던 기수가 얼 반 돈 사령관을 향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인디언과 대화를 나누었던 체로키족의 존 메이슨이었다.

“로키산맥에서 인디언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인디언!? 그래서?”

“사방이 포위되어 당장 돕지 않으면 몰살당할 겁니다. 서둘러 지원을···.”

“6천 명의 병력이 고작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아 몰살당한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란 소린가?!”

얼 반 돈 사령관이 발작하듯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인디언 부족에서 전사들을 긁어모아 봤자 얼마나 되겠는가. 

이미 텍사스에서 인디언과 여러 차례 전쟁을 겪은 얼 반 돈이라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 인디언들이 연합했습니다.”

“연합?!”

원 역사를 놓고 보면. 인디언들이 백인들에 맞서 연합 전선을 구축한 건 그들이 척박한 뉴멕시코로 완전히 밀려나서였다. 그 시기는 남북전쟁이 끝난 뒤에야 벌어질 일들이었다. 

막스는 인디언 연합을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목적 역시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얼 반 돈은 아군의 구출을 놓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인디언 병력은?”

“최소 1만입니다.”

“허.”

경악과 탄성이 섞인 가운데 얼 반 돈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아군을 구출하기 위해 더 큰 희생을 치를 순 없다. 오히려 이곳에서 승리하는 게 그들을 위한 길이다.”

“......”

여기서 승리하는 게 그들에게 어떤 위안을 준단 말인가. 

장내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간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의 눈빛에 허탈감과 불신이 새겨졌다. 이를 의식한 얼 반 돈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우리는 콜로라도를 점령하기 위해 왔지, 인디언들과 싸우러 온 게 아니다! 구출을 위한 죽음보다 놈들의 악마 같은 기관총을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단 말이다!”

“전부 해산! 별도의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각자 화기를 정비할 수 있도록!”

“오늘 듣고 본 것은 잊어라!”

장교들이 병사들을 해산시키고 얼 반 돈은 경멸의 시선으로 존 메이스를 쳐다봤다.

작전에 실패하고, 이렇듯 군의 사기까지 떨어트렸으니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결국엔 로키산맥으로의 우회 작전을 선택한 자신의 책임이 아닌가.

화를 삼킨 얼 반 돈은 존 메이스를 지휘 막사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인디언들이 연합한 이유를 듣고는 깊은 신음을 토해냈다.

‘존스턴 장군이 콜로라도를 너무 우습게 봤구나.’

남군의 서부 사령관 알버트 시드니 존스턴.

그가 캘리포니아에서 버지니아로 오던 중, 콜로라도 요새에서 리처드 개틀링의 정보를 얻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성급한 작전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하긴, 1만 6천이면 웬만한 서부 지역은 점령하고도 남긴 하지.’

빌어먹을 개틀링 기관총만 아니었다면 콜로라도는 이미 점령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얼 반 돈이 착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우울해할 때, 심해까지 끌어당기는 사건이 벌어졌다.

“우측으로 우회한 병력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작전이 실패한 것 같습니다!”

잠시 후. 

두 개의 보병연대를 이끌던 지휘관이 막사로 돌아왔다.

그나마 몰골은 존 메이스보다 깔끔했다.

그렇다고 희망이 있을까 싶지만.

“키트 카슨과 맞닥트렸습니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에 있던 병력이 거기 있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피해는?”

“...... 절반을 잃었습니다.”

키트 카슨은 라이언 홀드와 같은 작전을 구사했다. 

차이가 있다면 가까이 갈 때까지 참호와 기관총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거. 

그 때문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얼 반 돈은 지휘부를 소집해 남은 병력과 보급물자를 점검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병력은 절반으로 줄고, 보급물자는 이틀분만 남았군요.”

“지금이라도 식량 배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텍사스에서 추가 보급이 이루어질 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텨야죠.”

“지금 먹는 양도 적은 편입니다. 게다가 보급이 제때 도착한다 해도 일주일은 기다려야 하는 데다. 그마저도 캔자스 병력이 길목을 막고 있으면 어쩌시렵니까?”

옥신각신하는 틈에, 한 참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차라리··· 퇴각은 어떻습니까?”

장내에 침묵이 흐른다.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령관인 얼 반 돈 역시 퇴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남부의 전략은 방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키기만 해도 이기는 전쟁이니까.’

그런데 서부의 경우 비교적 소규모 병력으로 영토를 빼앗을 수 있기에 남부 연합은 방어가 아닌 공격을 택했다. 그 결과 무리한 콜로라도 작전이 지금의 참극을 불러온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그렇다 한들, 퇴각은 쉽게 결정 내릴 수 없었다.

“일단 하루 더 두고 봅시다. 뾰족한 수가 생겨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날따라 오후부터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밤에 이르러선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굵어진 빗줄기는 남군의 천막을 거세게 두드리고, 바람은 천막 기둥이 뽑혀 나갈 정도로 휘몰아쳤다.

‘이 정도면 태풍인데!’

남군의 지휘관들은 병사들과 함께 진지를 수선하고 안정을 도모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콜로라도 측은 삽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구덩이에 물이 찬다! 흙이 무너지고 있어!”

“나도 눈 있어 새끼야! 말할 시간에 얼른 푸기나 해! 적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행동은 최대한 작게 한다!”

“시발, 삽질도 맘대로 못하는구먼!”

라이언 홀드와 키트 카슨이 급조해서 만든 참호는 빗물에 취약했다. 콜로라도의 붉은 토양은 곧 진흙이 되어 쓸려 내리고, 땅 구덩이를 늪지대로 만들었다.

만약 남군의 얼 반 돈이 참호에 대한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이 기회였을 텐데.

햇볕이 짱짱한 날 서로 마주 보고 싸웠던 전쟁의 역사. 그 낡은 전략과 전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얼 반 돈에게 승리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한편,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수천의 무리가 줄지어 준투 외각을 따라 동쪽으로 향했다.

이들은 인디언들과 싸우다 생포된 포로들. 

그 수가 무려 4천에 달했고, 1만여 명의 인디언 전사들에게 포위된 채 수용소로 끌려가고 있었다.

존 메이스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인디언들은 압도적인 수를 이용해 전멸이 아닌 생포에 초점을 두었다.

이에 불만을 가진 퓨마 대가리를 모자처럼 쓴 아파치 인디언. 고야슬레가 조 짐 주니어에게 볼멘소리로 말했다.

“포로라니 어이가 없어서 원. 이런다고 저들이 고마움을 알까? 그런 알량한 믿음이 우리 아메리카 선주민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언젠가 오늘날을 후회하게 될 거야. ”

“나는 보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쟁이 끝나면 남군의 패잔병들도 결국 다른 백인들과 섞여 살아갈 거고. 저 중에 일부라도 우리 편을 들어주면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을 테니까.”

“현실을 직시해야지, 불확실한 미래를 대체 왜 따지고 앉아 있냐고.”

“올바른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실에 대응하는 거다. 보스는 줄곧 그렇게 해왔고, 틀린 적이 없었거든.” 

“쳇. 그놈의 보스, 보스.”

고야슬레는 아직 막스를 본 적이 없다. 

엄청난 무기와 전략 전술을 보면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대단하지만, 한편으론 주변에서 그를 추켜세울수록 깎아내리고 싶은 반발심도 생겨났다.

“넌 보스 만나면 그 말투부터 조심해야 할 거야. 얻어터지는 수가 있으니까.”

“풋.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것 같냐?”

조 짐 주니어 한심한 눈빛이 고야슬레를 향한다.

“나부터 이기고 말하는 건 어떠냐.”

“...... 썅, 오늘따라 비가 더럽게 많이 오네.”

고야슬레는 애꿎은 날씨를 탓하며 투덜거렸다.

훈련소 초기. 자존심 강한 아파치족 고야슬레는 포토와토미족 혼혈 조 짐 주니어에게 밀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훈련 중 몇 번 박살이 난 뒤에는 자존심보다 실력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어찌 됐든, 비가 유난히 퍼붓는 날. 

남군의 포로들은 인디언들에게 둘러싸여 콜로라도 동쪽에 급히 지어진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

다음 날.

비가 그치자마자 라이언 홀드는 기관총부터 살폈다.

무게는 더럽게 많이 나가 물에 떠내려갈 걱정은 없었으나, 질퍽한 땅에 박힌 수레바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라이언이 기관총 위를 덮은 천을 벗기자, 총열에서 물방울이 똑똑 흘러내렸다.

과연 이게 제대로 작동할지 전전긍긍하며 대원들을 동원해 천으로 기관총의 물기를 제거했다.

한편,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진 데다 물 폭탄까지 맞은 남군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 방금 뭐라고 했나!”

“...... 병참기지인 포트워스가 북군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댈러스는 물론, 샌안토니오, 휴스톤, 오스틴까지 적들이 장악했습니다.”

“그게 말이, 아니 맥컬록 준장은 대체 무엇을 했단 말이냐!”

얼이 빠져나간 얼 반 돈이 발작하며 소리쳤다.

그가 텍사스에 남겨둔 병력은 고작해야 천 명.

하지만 맥컬록은 이마저도 도시로 분산시키고 연방주의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또다시 쪼개기까지 했다. 그 결과.

“맥컬록 준장은··· SFBC 리더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고 들었습니다. 주요 도시는 캔자스 병력이 점령하고 있고요.”

“캔자스!?”

오클라호마에서 관찰된 캔자스 병력의 목적지가 자신들의 후미가 아닌 텍사스였다니!

이마를 짚은 얼 반 돈은 아스라이 멀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고는 참모들을 쳐다봤다. 착잡하다 못해 생기를 잃은 얼굴들을 보자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럴수록 냉정해야 한다.’

전쟁에서 퇴각은 다음을 위한 작전 중 하나.

지금까지 얼 반 돈의 발목을 잡은 건 압도적인 병력으로 적들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 따질 게 무엇인가.

생각하는 사이 적진에서 기관포 소리가 들려온다. 악마 같은 소리를 듣자 반쯤은 정신이 돌아온다.

어쩌면 지금 있는 병력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이 병력으로 텍사스를 탈환하려니 보급물자도 부족하고. 

얼 반 돈은 그렇게 자위하며 소리쳤다.

“당장 오클라호마를 통해 아칸소까지 퇴각한다!”

잠시 후.

망원경으로 남군을 정찰하던 콜로라도 측 병사가 소리쳤다.

“어어. 저 새끼들 짐 싸는데요?”

간밤의 폭우에도 무리 없이 작동되는 기관총에 흡족해하던 라이언 홀드. 갑자기 들려온 소식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라이언은 서둘러 망원경을 꺼내 적들을 확인.

천막이 걷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확실히 철수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속임수일 수 있다. 끝까지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라.”

하지만 이날 썰물처럼 빠져나간 남군은 다시 오지 않았다. 

1만 6천의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도 준투 도시에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사건은 두고두고 남부의 치욕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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