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5화 (185/360)

“와씨! 대체 이건 왜 챙긴 거예요. 누굴 죽이려고요?”

“..... 옷 입다 보니까 저절로 들어간 거야.”

“이 큰 게?”

30cm는 족히 되는 길이다. 대원들은 질린 표정으로 무기를 얼른 숨겼다. 그리고는 떠밀듯 막스와 피치를 들여보냈다.

“다음 오세요!”

*

파티장으로 들어오는 인종이 다른 남녀 한 쌍.

음료와 다과를 먹던 손이 멈추고,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의 시선이 둘에게 집중되었다.

‘저자가 서부 사령관이구나.’

사람들은 생각보다 어린 모습에 놀라고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에 또 한 번 놀랐다.

조선 시대의 남자 평균이 161cm라는 점에서 180이 넘는 이막산은 확실히 장신에 속한 편이었다.

더러는 비교 대상을 찾기 위해 한쪽 구석에 있던 또 다른 동양인을 쳐다보는 자들도 있었다.

파티에 참석한 일본인 조셉 헤코. 그의 피지컬은 확실히 서부 사령관과 차이가 있었다.

‘빠가야로. 내가 작은 게 아니라, 쟤가 큰 거라고.’

사람들의 눈빛이 짜증 나지만, 겉으론 반가운 동족이라도 만난 듯 웃고 있었다.

일행 중 캘리포니아 전 상원 의원 그웬이 눈을 가늘게 떠 막스를 쳐다봤다.

“설마 그때 일을 문제 삼는 건 아니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기차에서 확실하게 매듭을 지었어야 했는데.”

당시 서부 사령관은 자신을 사칭한 일을 두고 모호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가 남긴 말은 ‘파티에서 보자’라는 말뿐.

정작 그 시간이 되자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다.

“설마 이 자리에서 그걸 따지진 않겠죠. 그 정도로 뒤끝 있는 사람은 아닐겁···?”

프란시스 홀의 말이 끝나기도 전 서부 사령관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리고 하는 말이.

“어떻게 그날 일을 마저 끝내볼까요?”

프란시스의 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다. 뒤끝이 있는 자였다.

더욱이 서부 사령관은 그에게 쏠린 이목을 고스란히 끌고 들어왔다.

정치인, 언론인, 자본가, 군인들의 시선이 자신들에게까지 집중되었다.

만약 이런 분위기 속에 서부 사령관이 기차에서 있었던 일을 말한다면?

전시 상황에 사령관을 사칭했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의 반응은 빤하지 않겠는가.

인맥 쌓으러 왔다가 개망신만 당하고 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막아야 했다.

‘일단 저 입부터 막아야 할 텐데.’

머리를 굴리던 프란시스 홀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막스는 그 모습을 내심 즐기고 있었다.

‘그땐 정보가 없어서 지나갔었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인과 조선 통상을 요구하고 사업을 계획하는 의도를 파악한 이상, 이 상황을 이용하려 했다.

“잠시 대화를 좀 나누고 싶은데.”

“그, 그러시죠.”

“저 친구도 같이.”

막스가 눈짓으로 조셉 헤코를 가리켰다.

프란시스 홀은 순순히 막스의 말을 따랐다.

이들이 사라지자, 무리에서 소외된 그웬은 똥 씹은 얼굴로 경호원과 서 있었다.

한편, 막스와 떨어진 피치는 줄곧 한 여인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여우 같은 게 일부러 내 시선을 피하네.’

파티에 참석한 핑커톤 요원 케이트 와네.

그녀는 피치와 시선이 마주쳤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교계의 여왕인 듯,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물론 피치도 케이트의 상황을 이해했다.

워싱턴의 첩자들을 교란하고 색출하고 있는 게 그녀의 임무였으니까.

그건 그거고. 케이트가 피치를 힐끔거리며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외롭게 혼자 있는 피치의 모습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저게 미쳤나. 그렇게 나랑 경쟁하고 싶냐?’

피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지만, 한편으론 승부욕이 발동했다.

그런데 워싱턴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을 때, 프리덤 에코의 윌슨 섀넌이 다가왔다.

“아니, 누군지 못 알아볼 뻔했잖아.”

“뭐에요. 평소에는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어요?”

섀넌은 모호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때 또 한 명이 다가왔는데, 에드윈 보스 섬너 전쟁 장관이었다.

“온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제야 인사를 하는군요.”

“어머, 장관님. 오랜만에 뵙네요. 웨딩 피치입니다.”

“음?”

잠시 혼란스러워하던 섬너는 이내 의도를 파악하고 미소를 지었다.

피치를 대령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공범이 어디 한둘인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여자를 장교로 임명한 건 생각보다 큰 문제였다.

혹시나 발각될까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기우였다. 뭔가 나사가 빠져 보이는 이름이지만 감출 수만 있다면야.

“안녕하세요. 뉴욕 트리뷴의 리온 기자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담. 워싱턴 헤럴드의 러츠 기잔데, 잠시 인터뷰 가능할까요.”

섀넌과 섬너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피치 주변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서부 사령관과 함께 온 여인. 아름답기까지 한 백인 여성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보고 있나, 케이트.’

피치와 시선이 마주친 케이트가 쳇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파티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마침내 존 브라운이 등장했다.

그는 콜린과 네이선 로어의 호위를 받으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단상으로 올라갈 즈음.

어디론가 사라졌던 막스가 파티장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함께 있던 프란시스 홀과 조셉 헤코는 한결 가벼운 얼굴이었다.

막스는 피치와 합류했는데, 이 자리에는 섬너와 윌슨 외에 링컨도 함께였다. 그는 못 본 사이에 얼굴이 꽤 수척해져 있었다.

“오랜만이군. 바쁜 와중에도 위로의 편지를 보내줘서 고마웠네.”

“별말씀을요.”

지난 2월. 링컨의 셋째 아들 윌리엄 월러스 링컨이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났다.

막스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편지를 보냈다.

어떠한 사심 없이, 슬픔과 비탄에 빠진 링컨을 위로하기 위한 편지였다.

둘이 대화를 하는 동안, 파티장 내에 존 브라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짧은 인사 뒤엔 본격적인 연설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국가가 두 개로 분열되어 서로 총을 겨누는 비극적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연방의 가치가 위협받고 불순한 자들은 우리를 내란이라는 거대한 분열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렇게 우울하게 시작할 거면 파티는 대체 왜 열었나.

존 브라운이 파티장을 무겁게 만들었다.

전쟁에서 희생된 병사들을 추모하는 부분에선 눈물을 훌쩍이는 부인들도 있었다.

“이런 희생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자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잊혀질 테지요. 우리는 그들이 흘린 신성한 피를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해서 존 브라운은 파티의 목적 중 하나인 전사자들을 위한 묘지와 추모 장소를 만들기 위한 기금 마련을 언급했다.

그의 말마따나 파티는 꽤 많은 목적이 담겨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한 가지 이벤트를 열고자 합니다. 얼마 전 정부에서는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자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법률을 마련했거든요.”

‘훈장?’

막스가 눈을 껌뻑거릴 때, 섬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국은 지금껏 훈장이라는 게 없었네. 그런데 작년, 윈필드 스콧 장군의 부관이 전장 장식을 위한 제안을 제출했지.”

당시 윈필드 스콧은 유럽의 전통인 메달 수여를 반대했다. 하지만 그가 은퇴한 직후 해군 장관이 뛰어난 해군을 기린다며 훈장을 채택했다.

이 법안은 작년 말 의회를 거쳐 존 브라운이 통과시키고 서명까지 끝마쳤다.

“사실 이때만 해도 훈장은 해군에만 머물러있었지. 그런데 몇 개월 전 군사 의원장이 육군 훈장을 새롭게 추가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네.”

해서 의회를 거쳐 존 브라운이 사인한 게 불과 며칠 전이었다고 했다. 섬너의 설명을 들은 피치가 막스 옆에 바싹 다가와 속삭였다.

- 훈장 주려고 너 부른 게 틀림없어.

- 그러다 안 주면?

- 내가 만들어 줄게에에.

간지러운 듯 막스가 귀를 후벼파며 피치와 거리를 두었다.

존 브라운의 연설은 계속되었다.

“훈장은 미연방을 위해 공을 세우고 명예를 드높인 분들에게 수여하는 것입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나, 공과 보상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본인의 생각입니다.”

이는 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존 브라운과 눈이 마주친 비서관이 얇고 넓은 나무상자를 가져왔다.

그 안에는 구리와 청동을 섞어 만든 별 모양의 펜던트가 담겨 있었는데, 유독 하나만 모양이 달랐다.

“주인공들을 호명하면, 다들 박수로 맞이해주시길 바랍니다. 데이비드 페러거트, 데오도러스 베일리, 헨리 벨 선장···.”

해군 군복을 입은 장교들이 줄지어 단상 앞으로 걸어 나왔다. 존 브라운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뗐다.

“이 앞에 서 계신 분들은 얼마 전 포트 잭슨과 세인트 필립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들입니다. 뉴올리언스를 함락해 미시시피강을 봉쇄하고 남부 연합에게 회복 불능한 치명타를 남겼지요. 해서 이 메달을 수여하고자 합니다.”

존 브라운은 해군 장교 41명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했다. 일일이 메달을 군복에 달아주고 악수를 나눴다.

해군들의 수여식이 끝나자 상자에는 메달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 메달의 주인공은.”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사람들의 시선이 대통령의 입에 쏠린다. 몇몇은 ‘설마’하는 심정으로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렸다.

“서부 사령관 막스 조. 앞으로 나와 주세요.”

동양인에게 훈장이라니!

파티장 곳곳에 탄성과 탄식이 섞여 나왔다.

더러는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로써 막스는 소장이라는 계급도 서부 사령관의 직책도 모자라 육군 최초의 훈장 수여자가 되었다.

사실상 그에 관한 대부분이 백인 사회에 적지 않게 파장을 미치고 있었다.

-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서 받아 와.

피치가 속삭이며 막스의 허리를 손으로 떠밀었다.

자연스레 걸음을 내딘 막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담담한 표정으로 막스를 응시하던 존 브라운이 장내로 시선을 돌렸다. 호명을 했으니 합당한 이유를 설명할 차례였다.

“말했듯이, 본 메달은 미연방을 위해 헌신하고 공을 세운 분들을 위해 만든 것입니다. 해서, 막스 조 소장의 업적을 열거하자면.”

존 브라운은 종이 한 장을 쫙 펼치더니 일일이 막스의 수훈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미주리주의 윌슨 크릭 전투 승리. 이 일로 미주리주의 남군이 아칸소로 후퇴했었지요.

다음은 콜로라도 방어와 텍사스주 탈환입니다. 놀랍게도 동시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리고 서부 사령관이 되어서는 켄터키에서 남부 세력을 축출하고, 최근에는 테네시까지 점령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지요. 게다가 남부 연합의 서부 사령관과 군단장을 직접 제거하고. 허허. 뭐, 이 외에도 많지만 시간 관계상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단상에 내려간 존 브라운이 메달을 손에 들며.

“이 친구가 파티만 생각했는지 군복을 안 입고 왔네요. 미안하지만 비싼 양복에 구멍을 좀 내야겠습니다.”

“......”

장내에 웃음이 흘러나오고, 존 브라운은 미소를 지으며 메달을 가슴에 매달아주었다.

가벼운 포옹과 함께 그가 속삭였다.

- 약속대로 자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전부 할 생각이네. 나를 잘 활용하게.

- 꼭 연임하셔야겠네요.

존 브라운이 웃으며 막스의 등을 두드렸다.

훈장 수여식이 끝나고, 막스는 덜렁거리는 메달을 잡고 자리로 돌아갔다.

- 항상 멋졌지만, 오늘은 특히 더 멋졌어!

피치는 함박웃음을 짓고, 이미 알고 있었는지 링컨과 섬너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막스가 축하 인사를 받는 때, 존 브라운은 긴급을 다투는 일이 있다며 파티장을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링컨이 섬너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대통령께서 회피하는 기술이 꽤 늘었군요.”

“있어 봐야 빤하지 않습니까.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텐데요.”

특히 정치인과 자본가들은 파티장을 빠져나가는 존 브라운을 쫓아가기까지 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자신들을 위한 법안들이 하루빨리 통과되는 것이었다.

“꼭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모습 같네요.”

“비유가 찰지구만.”

막스의 말에 링컨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때, 나란히 마차를 타고 왔던 큰 키의 남자가 다가왔는데. 링컨과 키가 비슷했다.

남자는 링컨과 섬너와 안면이 있는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막스가 정체를 궁금히 여길 때, 남자가 막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존 피어폰트 모건입니다.”

‘설마, 내가 아는 그 모건?’

미래에도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JP모건체이스의 설립자.

그 JP 모건이 막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 나와 같은 부류 >

“메달이 잘 어울리시는군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건은 악수를 건네며 축하를 전했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건네는 인사치레였다.

‘근데 내가 이자와 무슨 접점이 있었나?’

솔직히 미래의 월스트리트 지배자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막스는 알지 못했다.

모건이 왜 아는 척하는지도 의아했다.

잠시 후,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늘어놓은 모건이 목소리를 죽여 물었다.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시죠.”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둘은 파티장 옆 회의실로 향했다.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하죠.”

의자에 앉기 전, 모건이 명함을 내밀었다.

[던칸, 셔먼 앤 컴파니(Duncan, Sherman & Co.)]

뉴욕시에 있는 금융 회사로 막스도 익히 알고 있는 회사였다.

‘왜 나를 찾아왔는지 알겠군.’

서부 사령관직을 넘겨받을 당시, 막스는 존 프레몬트가 독단적으로 남발한 계약서들을 일부 폐기 처분한 일이 있었다.

그 중엔 무기 매입도 있었는데, 모건이 현재 몸담은 회사와의 계약 건이었다.

그들은 몇 차례 편지로 매입을 압박했지만, 막스의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

- 우리에게 구식 무기는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 JP 모건이 일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그것도 무기와 연결되어 있다니.

‘이거 잘만 하면 일이 술술 풀리겠는데.’

막스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의자에 앉은 모건이 갑갑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그리곤 상체를 내밀어 막스의 눈을 응시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존 프레몬트 소장이 받기로 한 나머지 분량을 예정대로 처리해 주시죠. 다음 달 내로요.”

“불가하다고 말했을 텐데요.”

“사령관이 바뀌었다고 계약을 느닷없이 파기하면 누가 거래를 하겠습니까? 계약의 기본도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전쟁터만 전전하는 무식한 동양인이라면 모를 수도 있으려나.’

모르면 가르쳐야 한다는 신념으로 모건은 계약의 정의에 대해 늘어놓았다.

하지만 들을 생각이 없는 막스는 손을 들어 모건의 말을 끊었다.

“아마 내가 당신보다 더 많은 계약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말이 나왔으니 묻는데,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뭡니까?”

“당연히 신뢰지요.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상호 간의 신뢰.”

“잘못 배우셨네.”

모건이 미간을 찌푸렸다. 기가 막힌 표정을 짓는 미래의 월스트리트 지배자에게 막스가 계약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했다.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명성입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자에게 거짓말로 꼬드겨 사인했다 칩시다. 그게 옳은 계약입니까?”

“지나친 비약입니다. 사기꾼은 논외로 두어야지요.”

“사기꾼의 정의가 저와는 다른 모양입니다. 제가 보기엔 지금 상황과 다를 게 없는데요.”

‘이 자식이 보자 보자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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