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신호로.
대원 둘이 빠르게 갱스터들의 틈을 파고들며 손을 휘젓는다. 어느새 뽑아 든 칼날이 달빛에 번쩍이며 상대의 목을 파고들었다.
양손에 보위 나이프를 든 조 짐 주니어는 동시에 양손을 휘저으며 두 명의 목을 베고.
푸아악.
갱스터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하루 먼저 죽었다, 생각해.”
조 짐 주니어는 히죽 웃으며 대원들과 함께 다시금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총성 없는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흩어진 조들이 로잔나 피어스에 모여들 즈음. 그 주변 역시 SFBC를 피할 수 없었다.
본격적인 전쟁이 일기도 전.
뉴욕의 밤거리가 갱스터들의 피로 물들었다.
*
“보스! 피치!”
“오느라 고생 많았다.”
막스와 피치는 비밀통로로 하나둘 들어오는 대원들을 맞이했다.
‘이 사람들이 특수부대원들이구나.’
서부 사령관과 전선을 연전연승으로 이끈 주역들. 하지만 그닥 주목받지 못한 이들이 특수부대원들이었다.
매그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진한 수컷 냄새를 풍기는 자들을 쳐다봤다.
피치와 허물없이 인사하고 농담하는 모습은 부럽기만 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피치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들의 구성원으로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다.
매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때.
바텐더 빌 로리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걱정하지 마라, 매그. 너를 꼭 저기 안에 집어 넣어줄 테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이대로 죽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네가 저들 틈에 있으면 안심할 것 같구나. 뭐, 일을 크게 벌이는 게 불안하긴 하지만.”
매그를 키워준 다섯 명의 갱스터.
그들의 생명을 먹고 자란 만큼 그들에게 행복한 노후를 선물하는 게 매그의 소망이었다.
대원들은 아직 반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지하 술집이 순식간에 꽉 차버렸다.
피치는 어쩔 수 없이 빠르게 방을 배정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차와 함께 수레를 끌고 온 대원들에게도 숙소를 안내했다.
“특별히 시원한 곳으로 준비했어.”
“오오, 역시 피치.”
대원들은 다섯 대의 수레를 끌고 3층을 넘어 옥상에 도착했다.
넓은 공간에 천막이 깔려있었다.
“와 씨, 너무한 거 아냐!? 저거 가져오느라 죽는 줄 알았구만!”
“건물이 좀 협소해서 그러니까, 이해해.”
대원들은 투덜거리면서 천막 위로 짐을 풀기 시작했다.
피곤한 이들은 잠이 들고, 할 이야기가 많은 이들은 막스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중.
“히콕이 딱 그랬지. 뭘 꼴아 보냐고.”
“...... 우리 아버지한테?”
“산초 이 망할 히스패닉 새끼. 말 안 하기로 해 놓고!”
“모르고 한 건데 뭘. 안 그래?”
산초는 이죽거리며 놀려대고, 히콕은 피치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머금으며 실실 웃었다.
가족과 함께 있던 때보다 더 편안한 느낌이랄까.
뉴욕에서 만나니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죽어도 SFBC는 못 떠나겠네.’
피치의 미소를 보던 히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요새 약 먹니?”
“보스, 혹시 피치한테 뭔 짓 한 거야?”
대원들의 반응에 피치가 웃으며 말했다.
“뒤질래?”
“오오. 피치 맞구나!”
“난 또.”
“정상 맞네.”
*
다음 날.
대원 절반이 비밀통로에서 빠져나와 인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일부는 저격수로 나머지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나머지도 주변으로 퍼져 각자 위치를 잡고 잠복에 들어갔다. 정작 로잔나 피어스의 건물을 지키는 건 30명 남짓의 인원이었다.
일대가 석양으로 온통 붉게 물들 즈음.
갱스터들이 로잔나 피어스로 모여들었다.
그 수가 대략 오백.
전쟁에 익숙한 대원들 눈엔 대수롭지 않은 숫자였다. 다들 피식하며 놈들을 지켜봤다.
“오늘 저 안에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동양인을 처단한다! 더불어 로잔나 피어스의 건물도 박살 낸다!”
“우. 우. 우. 우!”
자기들만의 구호가 있는지, 짧게 외치는 소리가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총이 없는 자들은 각양각색의 무기를 높이 쳐들며 소리쳤다. 그리고.
“전부 다 부숴버려!”
“가자!”
광기로 물든 갱스터들이 로잔나 피어스로 달려들 때.
옥상에서 여섯 개의 총구가 달린 기관총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부에서 처음 선을 보이는.
“어서 와, 개틀링은 처음이지?”
대원 둘이 손잡이를 돌리자 총구가 회전하며 이내 총알을 내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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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개틀링 포가 오바스럽긴 하지만,
실제 원 역사에서 신문사 ‘뉴욕 타임즈’ 옥상에 배치된 적이 있습니다.
이듬해 발생하는 징병제 반발 폭동에서 갱단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다른 신문사가 공격받는 대신, 뉴욕타임즈는 안전했다고 합니다.
< 로잔나 피어스 습격(2) >
로잔나 피어스는 파이브 포인츠의 중심에 위치한다.
다섯 개의 길이 만나는 교차로는 종종 광장으로 사용될 만큼 공간이 넓었는데, 로잔나 피어스 건물 옥상에선 이곳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투드드드드.
옥상 양 끝에서 불꽃을 내뿜는 두 대의 개틀링 기관총. 그 여섯 개의 총구들이 주변을 훑으며 피 보라를 일으켰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총알들이 닥치는 대로 몸에 쑤셔박혔다.
“으아악!”
순식간에 수십 명의 갱스터가 썩은 짚단처럼 쓰러졌다. 개틀링 기관총은 악마의 무기가 분명했다.
“뒤로 빼! 뒤로!”
충격과 공포, 전율에 휩싸인 보스들이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그런데 이때.
뚜쿵.
푸슉.
괴이한 소리에 이어 방금 소리친 자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멀버리 스트리트 보이즈의 보스였다.
전방은 개틀링 기관총으로 초토화되고,
후방은 사방에서 괴이한 소리와 함께 하나둘 죽어 나갔다.
파이브 포인츠가를 생지옥으로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분.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오줌을 지리고, 도망가다 부딪치고 넘어지며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그나마 판단이 빠른 보스들은 부하들을 이끌고 저격수를 제거하려 했다.
“셔츠 갱단은 우측 건물로 진입한다!”
“가자!”
중국인들처럼 셔츠를 바지 밖으로 빼입어서 지어진 셔츠 갱단. 그들이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비명을 내질렀다.
탕! 탕!
미리 매복해있던 대원들이 계단을 올라가는 진입하는 족족 머리를 날려 버렸다.
“후퇴다! 놈들이 진을 치고 있다!”
서부 전선의 대평원도 나쁘지 않지만, 특수부대원에게 최적화된 건 시가전이다.
적은 인원으로 공수를 펼치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었다. 참호 대신 매복할 곳이 천지였으니 말이다.
로잔나 피어스의 입구는 한 개가 아니다.
일부는 쪽문을 노려 습격을 시도했다.
“벽에 붙어서 진입한다!”
좁은 골목이라 조건은 나쁘지만 개틀링 기관총의 총알 세례만 피할 수 있다면야.
그렇게 쪽문을 노렸지만.
탕! 탕!
여지없이 지키는 자들과 맞닥트렸다.
대원들과 로잔나 피어스의 늙은 갱스터들.
그들이 쏘아댄 총알에 적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우리 솜씨 어때?”
“아직 녹슬지 않았지?”
“왕년에 한가락 했겠는데요? 대단하십니다.”
은퇴가 가까운 총잡이들은 굳이 자신들의 실력을 물어 확인하려 들고. 대원들은 웃으며 그들의 실력을 칭찬했다.
한편, 로잔나 피어스가 무너지길 기대하던 제이슨 굴드는 덜덜거리는 몸을 벽에 기대어 아수라장을 지켜봤다.
‘내가 미치광이들을 상대했구나.’
그러지 않고서야 뉴욕 한복판에 기관총과 저격수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갱단을 동원했더니, 동양인은 진짜 군인들을 끌고 와 전쟁을 준비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한편으론 의구심이 떠오른다.
대체 언제부터 준비했을까.
갱단의 습격을 결정한 건 불과 이틀 전.
이렇듯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는 건 이미 그 전부터 계획했다는 걸 의미했다.
‘설마··· 덫이었나.’
먹잇감을 잡기 위해 설치해둔 덫.
아마도 그 먹잇감은 뉴욕의 갱단과 타마니 홀이 아닐까.
어쩐지 동양인의 손에 놀아난 기분이다.
제이슨 굴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로잔나 피어스 옥상.
총알도 아끼고, 열도 식힐 겸.
“잠시 휴식.”
막스의 지시에 대원들이 개틀링 손잡이를 돌리는 속도를 줄였다.
드르르륵.
결합 된 탄창을 빼자 회전하던 빈 총구만 요란하게 돌아간다. 회전이 약해지며 완전히 정지된 뒤엔 총구와 약실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기관총과 저격은 멈췄지만, 장내는 여전히 비명과 신음으로 시끄러웠다.
교차로에 남은 자들이라곤 이동이 불가할 정도의 치명상을 입거나 이미 죽어버린 시체뿐이었다.
운 좋게 총알 세례를 벗어난 갱스터들은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골목 사이 사이로 숨어들어 기회를 노렸다.
기관총과 저격수는 두렵지만, 증오와 분노는 더욱 활활 타올랐다.
강도, 절도, 납치, 살인과 협박이 일상이지만, 자신들이 당하는 건 참지 못하는 놈들.
옥상에 있던 막스는 서늘한 눈빛으로 그런 자들을 내려다봤다.
‘밟을 때 확실히 밟아둔다.’
적당히 해서는 독기만 잔뜩 품게 할 뿐, 저런 놈들에겐 보복과 복수는 꿈도 꾸지 못하도록 공포를 심어야 한다.
원 역사에서 뉴욕 갱단 대부분은 징병제에 반발해 폭동을 일으킨 주범들이다.
수많은 자유 흑인들을 살해하고, 그들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백인 여성과 심지어 아이들까지 처단한다.
비록 미래가 바뀐다 한들 그들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교차로와 건물 주변에 쓰러진 갱스터들이 최소 백여 명.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자들은 장내를 벗어나려 꿈틀거렸다.
도망가려는 자와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는 자.
막스가 그들을 향해 외쳤다.
“네놈들은 이곳에서 군사작전을 펼치던 나를 방해하고, 심지어 공격했다!”
그 작전이 뭔지, 당장은 중요하지 않다.
연방의 별 두 개짜리 장군이 그렇다면 그런 거니까.
“오늘 운 좋게 살아나가도 기뻐하지 말아라. 공격에 참여한 놈들은 끝까지 찾아내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
“......”
“다시 공격.”
“!”
막스가 뒤로 빠지자 개틀링 포가 다시금 시동을 걸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뚜쿵.
저격수가 골목에서 고개를 내민 자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날려버렸다.
갱단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깨달았다.
서부 전선을 연전연승으로 이끈 사령관.
뉴욕을 전쟁터로 여기는 미치광이 장군.
그가 이끄는 광기의 특수부대원들.
자신들로는 도저히 비벼볼 상대가 아니었다.
갱단들의 머릿속에 공포와 두려움이 퍼져갈 즈음.
로잔나 피어스와 주변 건물에 잠복했던 대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방어에서 공격으로의 전환.
탕! 탕!
그들이 사냥을 시작했다.
“다, 당장 이곳을 벗어나라!”
“로잔나 피어스는 포기한다! 도망쳐!”
숨어있던 갱스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교차로에 쓰러진 동료는 내버려 둔 채, 복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달렸다.
제이슨 굴드 역시 타마니 홀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숨을 헐떡일 때면 총소리가 그를 채찍질했다.
그렇게 두 블록을 지나던 때.
“굴드씨?”
치채스터 갱단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뉴욕 경찰국의 테론 경위가 굴드에게 다가왔다.
테론의 등 뒤로 길거리를 가득 메운 경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로잔나 피어스.
제이슨 굴드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개입하지 말라던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지금은 제발 개입하길 바라는 처지였다.
제이슨 굴드가 이를 악물며 말을 내뱉었다.
“어서 빨리 미친 새끼들을 잡아요! 개자식들을 절대 그냥 둬선 안 됩니다, 테론 경위!”
“아, 예···.”
‘지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