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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전투로 143명의 갱스터 사망]
[갱단의 종말인가? 20여 개의 아지트 초토화]
헤드라인은 갱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내용에는 빠짐없이 남부 연합 첩자 이야기가 실렸다. 일부 신문사는 이를 헤드라인에 내 걸기도 했다.
[갱단을 이용해 연방 장군을 암살하려 한 남부 연합의 추악한 음모.]
여기서 더 나아가, 프리덤 에코는 대놓고 타마니 홀을 언급하며 갱단과의 유착관계를 다루기까지 했다.
하지만 일부 신문사, 특히 타마니 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문사들은 군인의 과도한 폭력을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처참한 광경에 치를 떨며 군인들을 악마로 묘사하기도 했다.
타마니 홀은 그런 자들을 선동해 시위를 유도했다.
“이곳이 무슨 전쟁터냐!”
“악마들은 뉴욕에서 물러가라!”
로잔나 피어스 앞에는 피켓 들고 소리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시끄러워 죽겠네. 언제까지 저럴까?”
커튼 사이로 밖을 내다본 피치가 물었다.
신문을 훑어보던 막스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코를 찡그렸다.
“타마니 홀의 선동이 먹히지 않을 때까진 계속되겠지.”
뉴욕 거리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꼈을 때, 막스를 옹호하는 단체들도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생겨나길 기다리진 않았다.
“여기서 시위하는 놈들은 전부 남부 연합이 심어놓은 첩자들이다!”
“갱단이 없어지면 기뻐해야지, 왜 시위하냐? 누가 시킨 거야?”
대니 패럴과 매그의 정보원들이 시민인 척, 시위하는 자들을 첩자로 몰아세웠다.
결국 시위는 이틀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한편, 갱단을 여럿 박살 냈지만 여전히 잔당들은 남아 있다. 그들은 아지트 대신 로잔나 피어스와 같은 울타리로 숨어 들었다.
그곳은 들어가기가 까다로운 곳이었다.
해서 특수부대원은 지극히 평범한 옷차림과 최소한의 무장을 한 채, 울타리로 스며들었다.
매그는 이런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진짜 씨를 말릴 생각이에요?”
“설마, 이런다고 다 없어지겠어. 그냥 타마니 홀을 압박하기 위해서 그런 것뿐이야.”
막스는 그들이 먼저 제안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계속해서 숨통을 조일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옥상에 개틀링 기관총은 어쩔 거에요? 사람들이 지나가다 한 번씩은 다 쳐다보잖아요.”
“당분간 놔둘 거야. 저걸 고작 갱단하고 싸우려고 그 먼 거리에서 들고 왔겠어?”
“음?”
며칠 뒤.
로잔나 피어스로 몇 사람이 찾아왔다.
드디어 타마니 홀에서 손을 내미나 싶었는데.
전혀 의외의 인물들이었다.
입구를 지키는 바운서에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길.
“영국의 무기상입니다. 막스 장군을 만나고 싶습니다만.”
이들을 필두로 뉴욕을 오가는 유럽의 무기상들이 로잔나 피어스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202 열 명의 대원들
뉴욕 타마니 홀 본부.
리더 윌리엄 트위드와 핵심 관계자들의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놈은 정신병잡니다! 이러다가 우리까지 죽이려 들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래서 어쩌자고요? 총잡이를 또 고용할까요?”
“지금 그런 농담이 나옵니까!”
타마니 홀 위원들이 이렇듯 발작하는 건 어젯밤 특수부대가 울타리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놈들은 운영자 조 에리히를 납치했는데. 그는 타마니 홀의 일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조 에리히가 막스를 암살하기 위해 총잡이를 고용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결국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정보가 어디로 향할지는 빤한 일이었다.
“그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단 제이슨 굴드의 말을 들어봅시다.”
리더 윌리엄 트위드는 이미 굴드와 모종의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다만 자신의 입으로 내뱉기엔 부담스러워 슬쩍 굴드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굴드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뗐다.
“냉정하게 보면,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없습니다. 믿었던 뉴욕 시장도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니까요.”
타마니 홀 출신인 뉴욕 시장은 대통령에게 막스의 징계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그런데.
“며칠 전 워싱턴에 남부 연합의 첩자 몇 명이 교수형을 당했답니다. 그런 이유로 대통령과 전쟁장관은 되려 특수부대를 도우라는 요청을 했다고 하더군요. ”
“허.”
회의장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놈의 인맥은 뉴욕을 넘어 연방의 대통령과 부통령까지 닿아있습니다. 게다가 전시 상황에 무슨 수로 장군을 처벌하겠습니까.”
“그렇게 비관적인 말만 하지 말고, 대안을 말해 보게.”
“대안이라는 건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한 뒤에야 나오는 겁니다.”
애초에 총잡이만 보내지 않았어도 여기까지 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을 결정한 자들이 지금은 대안을 요구하고 앉아 있었다.
‘멍청한 작자들.’
제이슨 굴드가 화를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현재 로잔나 피어스를 찾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무기상들이라고 들었소만.”
“맞습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에 이어 러시아까지 개틀링 기관총을 구매하려고 혈안이 되었다더군요.”
“설마 그자가 판권까지 가지고 있단 말인가?”
“아니면 그렇게 찾아갈 이유가 없겠죠.”
리처드 개틀링이 콜로라도에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단순히 이름만 개틀링으로 지어졌을 뿐, 모든 권한이 막스에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암살의 이유가 철도 이권 때문이었는데, 정작 동양인은 무기 사업을 하고 앉아 있으니.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더 이상 그자를 상대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없습니다. 오히려 수족처럼 부리던 갱단들이 박살 나면서 우리의 입지만 줄어들게 생겼으니. 힘 빠진 맹수를 노리는 하이에나들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 그래서 어쩌자는 말인가.”
제이슨 굴드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그자와 협상을 해야지요.”
“협상?”
“원하는 게 있으면 들어줘야지 않겠습니까.”
타마니 홀 의원들의 탄식 뒤에 격렬한 논쟁이 회의장을 다시 한번 달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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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나 피어스.
범죄자들의 은닉처였던 울타리가 지금은 무역업자들과 사업가들이 몰려드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2층 회의실.
원래는 객실이었으나 현재는 외부 고객과의 미팅 장소로 바뀐 상태였다.
“개틀링 기관총은 아직 제대로 된 제조 설비 시설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공장을 세우고 납품까지 하려면 최소 6개월은 예상하셔야 합니다.”
“구매만 가능하다면야 기다리는 게 대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따로 답을 드리도록 하죠.”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평소와 달리 오늘 찾아온 손님은 무기상이 아니었다. 이들은 뉴욕 타임즈의 설립자 헨리 자비스 레이몬드와 조지 존스였다.
개틀링 기관총에 매료된 이들은 자신들의 사옥 옥상에도 방어 체계를 갖추길 원했다.
수시로 쳐들어 와 깽판 치는 갱들에게 기관총은 가장 강력한 억제 수단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원 역사에서 뉴욕 타임즈는 개틀링 기관총을 옥상에다 비치해두었다.
이는 이듬해 벌어진 뉴욕 징병제 폭동에서 신문사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폭도들은 개틀링 기관총이 무서워 표적을 뉴욕 트리뷴으로 바꿔야 했고, 건물을 습격해 모든 인쇄기와 집기류를 박살 내 버렸다.
어찌 됐든.
뉴욕 타임즈 설립자들과 미팅이 끝나고, 두 명의 익숙한 남자들이 응접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일본과의 무역을 준비하는 프란시스 홀과 일본인 조셉 헤코. 소문을 들어서인지 막스를 대하는 행동에 조심성이 묻어났다.
“앉아요.”
“하이!”
빠릿빠릿하게 자리에 앉은 둘은 경직된 자세로 막스를 쳐다봤다.
“총기는요?”
“라이플 2,500정을 전부 배에 실었습니다. 화약과 탄알은 10만 개 분량이고요.”
“다른 물품들은요?”
“서적하고 식료품 정도만 실었습니다.”
처음 프란시스 홀은 일본에 있는 식물과 실크, 도자기 등을 미국에다 팔려는 게 목적이었다.
통상적으로 한 나라를 강제 개항시키면 그 나라에 물건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프란시스 홀은 반대로 일본에 있는 물건을 미국에 가져다 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는 ‘뉴욕 트리뷴’의 기자 출신인 프란시스 홀이 미국 본토의 물건들을 가져올 마땅한 루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무기뿐만 아니라 품목을 늘려야겠네. 조만간 뉴욕에 공장을 세울 거니까 그걸 갖다 팔아 봅시다.”
“공장이요?”
“뭐, 생활용품부터 시작해서 잡다한 품목을 만들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갈 때 저것도 가져가요.”
막스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벽을 뜯어가라는 건가? 프란시스 홀과 조셉 헤코가 천장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
“개틀링 기관총.”
“!”
“다른 무기상한테 밀리면 되겠습니까. 이왕이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죠.”
미국은 일본을 강제 개항시켰지만, 정작 다른 나라들이 꿀을 빨고 있었다.
‘이런 거 보면, 일본은 운이 참 좋아.’
남북 전쟁만 아니었으면 미국의 식민지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입맛을 다신 막스가 프란시스 홀에게 물었다.
“출항이 언제라고 했죠?”
“이틀 뒤요.”
“그럼 약속대로 내일 대원 열 명을 보내죠.”
“...... 알겠습니다.”
“그리고 계획이 약간 수정됐습니다.”
막스는 얼굴을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
“개틀링 기관총은 막부에게만 보여주고. 라이플은 계획대로 그 반대 세력인 사쓰마번과 조슈번에게 판매할 생각입니다.”
“양쪽에서 의심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둘러대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우리 대원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막스는 시선을 조셉 헤코로 옮겼다.
“헤코, 요코하마에 조선인도 있지?”
“하이. 조또, 무역하느라 많이 이쓰요 데스.”
“친한 조선인은?”
“...... 네버 데스.”
‘그놈의 데스는.’
어찌 됐든.
막스의 일본 진출이 가시화됐다.
직접 갈 순 없으나 그 발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번 여정은 의미가 컸다.
‘누굴 보낼까.’
가고 오는 데만 일 년.
가서도 제대로 대응하려면 대원들을 신중히 뽑아야 했다.
문제는 강제로 할 사안이 아니라는 거.
스스로 자원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
로잔나 피어스 옥상.
특수부대원이 아닌, SFBC로서 대원들이 집결했다.
막스는 며칠 동안 벌어진 일을 총평하며 대원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분위기를 띄운 뒤.
본론을 꺼내 들었다.
“나는 평소 배를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손?”
대원들이 뭔 개소리냐며 동료들을 힐끔거렸다.
반응들이 없자 막스가 재차 말을 이었다.
“다들 꿈이 없구먼. 며칠 고생했으면 갑갑한 도심을 떠나 푸르른 바다도 보고 싶고, 막 그러지 않아? 난 그렇던데···.”
막스가 말끝을 흐리자 대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 말려들면 좆된다. 정신 똑바로 차려.
- 아냐, 진짜 뭔가 있는 거 같은데?
- 혹시 휴가 주는 거 아냐? 그동안 한 번도 없었잖아.
- 에이, 설마.
하지만 휴가라는 말이 마음을 흔들어놨다.
한두 명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막스가 그걸 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워워, 너무 많이는 안 돼. 딱 열 명만 보내줄 거니까.”
- 이건 진짜다!
“저 갑니다!”
“저도요!”
“내가 먼저 들었습니다!”
웃기게도 콜린, 히콕, 산초, 조 짐 주니어까지 전부 손을 들었다.
‘일본 여정은 최소 일 년. 이 임무에 적당한 사람은···.’
“이렇게 치열해서야 원.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낸 문제를 맞힌 사람들이 가는 걸로.”
“콜!”
다들 긴장한 눈빛으로 막스의 입을 쳐다봤다.
“내가 히콕을 처음 만난 곳은?”
“......”
“로렌스 기지?!”
히콕과 코디가 동시에 대답했다.
당연히 야유가 쏟아졌다.
“시벌, 이게 뭐여!”
“너무 편파적인 거 아냐?”
“보스가 히콕을 어디서 만났는지, 우리가 알 게 뭐냐고!”
막스는 대원들을 진정시키며.
“미안하다, 문제가 조금 그렇긴 했네. 그래도 일단 히콕과 코디는 맞췄으니까, 당첨. 다음 문제 나간다. SFBC 창립일은?”
“1858년 1월 27일!”
“이야.”
“미쳤네, 이 새끼.”
대원 중 길버트 에머슨만이 대답했다.
사실 막스도 정답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날짜를 머릿속에 새기며 말을 이었다.
“다들 길버트를 본받을 수 있도록. 자, 다음 문제. SFBC 풀네임은?”
“......”
“이걸 모른다고!?”
치열하게 진행된 문제 풀이가 끝나고.
히콕과 코디를 필두로 열 명이 당첨됐다.
내일 당장 떠난다는 소리엔 다들 부러움과 질투, 시기의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갈 때, 이 개틀링 기관총도 가져가.”
“......?”
“풉!?”
히콕과 대원들이 욕을 퍼붓고, 나머지는 그들을 조롱하며 환호했다.
“니들 기관총으로 갈매기 잡으러 가는구나!”
“이거 노래가 절로 나오는구먼.”
막스는 얼굴이 일그러진 열 명을 따로 불렀다.
그리고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놀라지 마라. 너희들이 갈 곳은, 그토록 궁금해했던 내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