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온 경로를 보면 ‘버지니아 센트럴 철도’를 따라 북상했다.
그 때문에 북군은 철도의 연장선인 ‘오렌지&알렉산드리아 철도’를 부근으로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다.
현재 포지션을 보면 원 역사와 다를 게 없다.
남군은 송곳처럼 한곳을 집중해서 올라오고, 북군은 어디로 올지 모를 적들을 막기 위해 병력을 분산시켜 두었다.
그래서인지 군단장들은 자신이 맡은 지역으로 남군이 쳐들어온다고 생각했다.
“셰넌도허 계곡으로 올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포토맥강을 따라올지도 모르죠.”
“아닙니다. 놈들은 철도를 따라 중앙으로 올라올 겁니다.”
막스는 군단장들의 회의를 지켜보며 몇 가지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무기와 보급품, 자금과 병력도 많은 북군이 남군에게 휘둘리는 이유. 남북전쟁 내내 북군이 남군의 전력을 압도했음에도 패배한 이유를.
막스가 보기에 북군은 자신들이 남군을 압도한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패배해도 결국, 이 전쟁은 자신들이 승리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신중함과 굼뜬 행동도 여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물론 시대와 상황을 분리해서 경험한 막스의 오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꽤 신빙성 있는 추론이었다.
풍요로운 북군.
갈수록 고갈되는 자원으로 벼랑 끝에서 발악하는 남군.
이러한 정신력 차이가 북군, 특히 동부 전선의 승패를 갈라놓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이번 전투에서 급격한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렵겠구나.’
막스가 특수부대를 이끌고 전장을 들쑤시던 때는 지났다.
게다가 동부 사령부를 장악하지 못한 이상, 실질적인 전투는 해당 지휘관에게 맡겨야 했다. 사령관이 일일이 참호 깊이와 넓이, 장소까지 일러둘 순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전략과 전술을 잘 세워도 지휘관 한 두명의 실수로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전술과 전략이 내 예상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럼 차라리 원 역사와 똑같이 흘러가게 만드는 건 어떨까.
적과 아군의 움직임을 예측 범위에 두는 것.
총사령관으로서 첫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지휘관 한둘의 실수로 패배할 순 없지.’
생각을 정리한 막스가 군단장들에게 물었다.
“어디로 오든, 지금과 같은 식이면 남군의 병력이 항상 많지 않습니까? 보통 공격하는 적은 가능한 전선을 흩어지게 만들진 않으니까요.”
물론 맥클레란 장군은 리치먼드를 공략하면서도 전선을 여러 개로 나누었다.
막스는 그것도 패배의 요인으로 봤다.
더욱이 남군은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동시 다발적으로 노리는 게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워싱턴 DC. 가는 길목에 방해되는 곳이 공격의 타겟이었다.
“물론 어디로 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우리가 화력을 쏟아낼 곳은 결국 한 곳이 되겁니다.”
“그럼 그곳까지는 길을 터주자 이겁니까?”
존 포프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냥 터주는 건 의미가 없죠. 중요한 건 적들의 움직임에 일일이 대응하다간 끌려다니기만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요?”
‘하 이 자식, 마음에 안 드네.’
“전쟁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적들을 포위하는 겁니다. 그게 되려면 미리 방어선을 구축하고 적들을 유인하는 거죠.”
미래의 지식과 현재 상황을 봐도 남군은 매나사스 정션을 놔두고 갈 수 없었다.
물론 남군의 로버트 리가 갑자기 생각을 바꿔먹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매나사스에 오게끔 만들어야지.’
다음 날 아침.
정찰을 나갔던 대원들 일부가 돌아왔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이 보고 온 병력을 말했는데, 그 숫자에 큰 차이는 없었다.
로버트 리 사령관을 중심으로 세 개의 군단이 있고. 얼추 5만에서 6만 정도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다른 대원들이 와서 알려준 정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오후 늦게, 앨런 핑커톤이 한 남자를 데려왔다.
국립 탐정 경찰국의 수장을 노리는 첩보계의 일인자. 라파예트 베이커가 말하길.
“남군의 숫자는 정확히 11만 3천 5백 2십 3명입니다.”
“......”
막스의 고개가 점차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212 제2차 불런 전투(2)
‘뭐지 이자는.’
막스는 어질어질한 생각들을 밀어내며 입을 뗐다.
“숫자가 꽤 상세하십니다. 어제오늘 병력의 변화도 있었을 텐데요.”
“그것까지 계산한 겁니다. 나름의 방법이 있거든요.”
남군의 병력을 계산하는 수식이 따로 있다고?
막스의 의문에도 라파예트 베이커의 눈빛이 당당하다. 일절 동요하지 않았다.
“...... 그러니까, 남군은 우리 북군과 최소 비슷하거나 많다 이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적들의 이동 경로는 어떻습니까?”
“이변이 없는 한 예측해보면 불런 전투가 있었던 지역으로 올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연방의 보급 기지를 노릴 지도요.”
1차 불런 전투가 있던 곳은 매나사스에서 북동쪽으로 7km 떨어진, 말 그대로 불런 지역. 이후 매나사스에 연방 보급 기지가 만들어지면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라파예트는 남군의 목표를 매나사스로 예측했다. 미래 지식 없이 막스와 같은 분석을 내린 것이다.
‘이런 걸 보면 마냥 사기꾼이라고 보기도 힘드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남군 11만 병력은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들을 가치가 없었다.
“정보는 참고로 하겠습니다. 이만하죠.”
‘나를 의심하는군.’
라파예트의 눈이 가늘어졌다.
“부하들이 남군에서 어렵게 빼내 온 정보요. 사령관의 개인적 판단으로 의심받기엔, 전쟁의 결과가 걱정될 따름입니다.”
“나 역시 목숨 걸고 부하들이 가져온 정보가 있습니다. 당신이 말해 준 절반이더군요. 너무 차이가 크지 않습니까?”
라파예트의 한쪽 입꼬리가 부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는 이를 깨문 채 물었다.
“부하들을 맹신합니까?”
“그건 내가 할 소리고.”
“좋습니다. 서로 부하들을 믿는다 이거군요. 참고로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배신은 곧 죽음이다’. 부하들은 절대 저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막스는 소모적인 이야기에 슬슬 짜증이 났다.
라파예트의 눈을 응시하며 말하길.
“공포와 두려움은 그때뿐입니다, 라파예트. 진정 연방을 위한다면 정보를 다시 확인해요. 어차피 이 전쟁이 끝나면 밝혀질 텐데. 그냥 넘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면, 당연히 책임은 져야죠. 반대로 총사령관의 정보가 틀렸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땐 당신이 아니어도 나를 끌어낼 사람은 많을 겁니다.”
막스를 본 라파예트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미리 총사령관 자리에서 끌려 나온 모습을 상상하는 것 같았다.
“그럼 전투가 끝난 뒤에 찾아오죠. 그때까진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군요.”
“걱정해줘서 고맙습니다.”
등을 돌린 라파예트는 앨런 핑커톤을 힐끔 쳐다본 뒤 천막을 벗어났다.
막스가 앨런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솔직히 나도 혼란스러워. 얼마 전 페닌슐라 전투 이후로 나도 라파예트를 의심하고 있었거든.”
앨런의 말에 막스는 날카롭게 눈을 떴다.
“맥클레란이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을 보면, 전부 남군의 병력이 북군보다 많다고 되어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적을 쫓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죠.”
“...... 문제는 라파예트의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거야.”
라파예트 베이커는 앨런 핑커톤과 유사한 경력을 가졌다.
샌프란시스코의 자경단에서 잠복근무와 변장, 기술을 활용해 범죄를 해결했다.
이후 남북전쟁이 발발한 직후엔 북군 사령관 윈필드 스콧을 찾아가 남군의 정보를 가져다주며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현재는 앨런 핑커톤과 함께 전쟁 기밀 정보국에서 남군의 정보를 다루는 일을 맡고 있었고.
“솔직히 그자를 처음 봤을 때, 자네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 행동하는데 망설임이 없고, 치밀하고 냉정했거든. 부하들을 다루는 것도 마찬가지고.”
성정 자체가 잔인한 라파예트는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근데 나를 닮았다고?’
막스의 얼굴이 시무룩해지자 앨런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좋은 쪽으로는 자넬 닮은 것 같다 이거지···. 아무튼, 나도 이젠 라파예트의 말을 신뢰할 수가 없겠더라고. 그래서 자네가 직접 만나보고 결정하라고 불러온 거고.”
“남군의 첩자일 가능성은요?”
“그건 아닐 거야.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진 자거든. 내가 볼 땐 그래.”
부하들을 맹신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 이를 앨런은 라파예트가 왜곡된 정보를 내밀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라고 봤다.
“뭐가 됐든. 그자의 정보는 틀렸습니다. 경계 주는 빼놓더라도 북군의 인구가 1,850만, 남군이 900만입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노예가 3백 5십만이죠.”
이런 상황에서 남군이 북군과 비슷한 병력을 보유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의심들을 뭉개버린 이유가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징병제를 했으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게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겁니다. 병력을 강제 징집했다 해도 남부 연합이 무기와 물자를 보급할 능력이 있을까요?”
북군도 현 수준에 이르는 병력을 만드는 데 꼬박 1년이 소요됐다. 다행히도 맥클레란의 능력이 그쪽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구와 물적 자원이 부족한 남군으로선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었다.
아무리 미래가 바뀌었다 해도, 남과 북의 병력 차이까지 변하진 않았을 것이다.
‘딱 절반이다. 그 수치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야.’
물론 전체적인 수이지,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또한 전쟁은 때때로 병력과 상관없이 승패가 결정된다.
문제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군대를 배치하고 운용하는가다. 또한 장군들이 남군의 병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 역시 골칫거리였다.
*
- 라파예트의 말이 맞든 틀리든, 작전은 변함없습니다. 남군을 매나사스로 유인해서 전투를 벌일 겁니다.
앨런 핑커톤과 대화를 끝내고, 오후 늦게는 열기구를 만든 자가 천막을 찾아왔다.
네이선 로어가 데려온 이제 갓 30대에 접어든 태디우스 로우. 그는 총사령관이자 동양인 막스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뭡니까?”
“열기구에 관심이 있어서요. 그런데 뭐 안 좋은 일이 있습니까? 심기가 불편해 보이네요.”
“뭐, 그쪽 때문은 아니고.”
태디우스 로우는 화학, 물리, 기상학, 항공 관련 지식을 독학으로 습득한 과학자.
자신이 만든 열기구로 대서양을 횡단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를 시도하기 직전, 남북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꿈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과 전쟁 장관께서 열기구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럼 뭐합니까, 제대로 지원을 안 하는데.”
태디우스를 화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급여 문제였다. 대통령은 그에게 대령 직위를 주고 일단 10달러를 제안했다. 그런데 얼마 전 3달러로 감봉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거기다가 내가 맡기로 한 항공 사단은 어떻고요? 이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기분이 좋겠습니까?”
막스는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에서 패배한 직후라 그럴 겁니다. 뭐, 관리들이 말 바꾸는 건 특별한 일도 아니잖아요?”
“흠. 아무튼, 열기구에 관심이 있다고 하시니 말씀해보시죠.”
태디우스는 조금은 누그러진 표정으로 막스를 쳐다봤다.
어찌 됐든, 북군 총사령관이라면 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자리였으니 말이다.
“일단 이번 전투에서 다섯 개의 열기구를 운용할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음. 아까도 말했듯이···.”
“일당 7달러는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연방에서 안 주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드리죠.”
애초의 10달러엔 못 미치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게다가 이것마저 거부하면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찾아야 할 판이다.
태디우스의 굳은 얼굴이 서서히 풀어졌다.
“뭐, 총사령관님이 약속만 하신다면야. 대신 다섯 개를 동시에 운용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비행사를 교육하고 실전에 투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막스는 미소를 지으며, 지도를 펼쳐 한 지점을 가리켰다.
“일단 이곳에 열기구를 배치할 생각입니다. 필요한 인력을 말해 보세요.”
“보통 열기구 하나당 20명 정도가 필요합니다.”
“그럼 내일 100명을 보낼 테니까, 교육도 같이해주시죠.”
“알겠습니다.”
태디우스 로우가 나가자 네이선 로어가 바짝 다가와 물었다.
“그 백 명, 우리 대원들이죠?”
“당연하지. 할 사람이 누가 있어?”
“...... 제가 백악관에 있을 때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보스.”
“뭔데?”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힌 지 로어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아까 그자가, 작년에 열기구를 타고 오하이오 신시내티에서 워싱턴까지 가는 시험을 했었대요. 근데 실제로 어디에 도착한 줄 알아요?”
“...... 어딘데?”
“사우스캐롤라이나요. 시발, 동쪽으로 가야 하는데 남쪽으로 수백 킬로를 갔다니까요? 그때 남군에 잡혔다가 겨우 빠져나왔다고 들었답니다. 미친 새끼 아니에요?”
막스는 로어를 빤히 쳐다봤다.
“그 얘긴 우리 둘만 알자.”
“예?”
“원래 그런 시행착오를 겪어야 발전이 있는 거야. 리처드 개틀링이 만든 기관총도 처음엔 개판이었잖아. 그리고 다들 한 번쯤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있잖아? 넌 없냐?”
“히콕을 바다로 보내더니, 이번엔 하늘로 보내려고요?”
네이선 로어는 고개를 크게 저었다.
그딴 개꿈을 누가 꾸냐고.
설사 있다 해도 열기구는 아니었다.
뜨끔한 막스는 혀로 입술을 적시며 말했다.
“아무튼, 저 사람도 괜찮다 싶으면 콜로라도로 끌어들일 거니까 잘 구워삶을 필요가 있어.”
“역시 다른 목적이 있었군요.”
태디우스 로우는 열기구를 만들면서 수소 가스를 발생하는 기기를 만들고 이외에도 다양한 발명품을 만든 자였다.
나이는 막스보다 4살 많은 정도. 독학으로 이런 걸 만들 정도면 가히 천재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능력으로만 보면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전쟁터가 아닌 콜로라도였다.
다음 날.
막스의 지시로 특수부대원은 태디우스를 따라 열기구의 원리와 조종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폭우가 심해 날진 못하고 천막에 모여 강의를 들어야 했다.
한편, 매나사스 일대엔 참호가 파지고 개틀링 기관총 3개가 배치되었다. 막스는 이곳을 제2군단장 존 기어리에게 맡겼다.
남군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곳은 제3군단장 존 포프에게 맡겼다. 그러면서 지시하기를.
- 앞으로 놈들을 매나사스까지 끌어들일 겁니다. 교전하면서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금씩 유인해야 합니다.
- ...... 알겠소.
내키지 않았지만, 막스는 원 역사 그대로 존 포프를 최전선에 포진시켰다.
목적은 원 역사와 벗어나지 않는 것.
로버트 리 장군의 전략 전술이 예상 범위에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
남부 연합의 진영.
라파해녹강을 건너려던 로버트 리 장군은 불어난 강 때문에 진군을 멈춰 세웠다.
천막에 머무는 동안 그는 지휘관들과 작전회의를 열었다.
처음에는 맥클라렌이 퇴각하는 사이, 버지니아 북부를 지키고 있는 존 포프를 무찌를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어제.
첩보원이 북군 총사령관이 새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그 정체에 남부 연합 장군들은 경악과 탄성을 내뱉었다.
“북군도 제정신이 아니군요. 동양인을 총사령관으로 내세우면, 군대가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차라리 잘 된 것 아닙니까?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장교들이라면 고분고분 말을 따르진 않을 겁니다. 한 마디로 개판이라는 거죠.”
지휘관들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문제는 상대가 갑자기 튀어나온 동양인이 아니라는 거. 남군에서 누구보다 막스를 잘 아는 젭 스튜어트 준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서부 전선에서 놈의 활약을 잊어선 안 됩니다. 미주리주, 콜로라도, 텍사스, 테네시주를 북군이 장악한 건 전부 그놈 때문이니까요.”
“그건 율리시스와 다른 장군들이 도와서 가능한 거요, 스튜어트 장군.”
“솔직히 신문 기사를 보면 별것 없어 보이던데요? 여론도 좋지 않고.”
문제는 그 여론이 남부 연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북군 스스로 동양인을 내치게 만들려는 계획.
그 시작은 세인트루이스에서 막스의 암살 기도가 실패한 직후였다.
로버트 리와 젭 스튜어트는 동양인에 관한 여론을 악화시키기 위해 인종을 들먹이며 백인들을 자극하는 기사를 종용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대통령과 막스를 피곤하게 만든 측면에선 성공이었다.
턱을 매만지던 로버트 리는 젭 스튜어트의 말에 힘을 실었다.
“여론은 여론이고. 놈의 능력은 우리 생각보다 뛰어납니다. 맥클레란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인 건 분명하죠.”
“그래도 지금은 놈의 신박한 전술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했으니, 일방적으로 당할 이유가 없죠.”
남군은 그동안 개틀링 기관총 열 개를 자체 제작했다. 성능은 떨어져도 파괴력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비단 장비뿐만은 아니다.
그동안 참호를 이용한 전술과 심지어 전문 저격수를 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적의 사령관은 매번 다른 전술을 구사합니다. 교묘한 심리전에도 능하지요. 우리가 필요한 건 놈의 허를 찌르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작전을 고수하기보다 변칙적인 응용이 필요한데. 당장은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폭우가 끝나는 대로, 놈의 반응을 살펴봅시다.”
남군이 움직인 건 이틀이 지난 8월 23일.
라파해녹강을 넘어오자마자 남군은 존 포프의 군대와 마주쳤다.
북군의 군대는 대략 1만. 남군으로선 충분히 밀어낼 수 있는 병력이었다.
‘롱 스트리트 장군은 존 포프를 상대하고 잭슨 장군은 서쪽으로 우회. 그런 다음, 불런 지역에서 만나면 되겠군.’
로버트 리가 지시를 내리려 할 때였다.
롱 스트리트 장군 휘하의 참모가 뜻밖의 소식을 알렸다.
“존 포프의 부대가 그냥 뒤로 빠졌습니다!”
“벌써?”
“옙! 교전도 안 하고 순순히 퇴각했습니다!”
철도를 사수해야 할 병력이 싸우지도 않고 도망친다?
턱을 매만진 로버트 리는 명령을 내리는 대신 고민에 빠졌다.
상대가 동양인이라는 게 그를 신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린 결론은.
‘우리를 유인하려는 함정이다.’
그 장소는 매나사스일 가능성이 크다.
당초 1차 목표 지점으로 삼은 연방의 보급 기지가 있는 곳이었으니까.
뭣도 모르고 갔다간 꼼짝없이 포위당했을 터.
간담이 서늘하다. 한편으론 존 포프의 노골적인 퇴각에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동양인의 단점은 역시 내부에 있구만.’
웃음을 흘린 로버트 리는 잭슨 장군과 롱 스트리트에게 변경된 작전을 하달했다.
그 내용은.
- 철로와 매나사스는 무시하고, 서쪽의 블루릿지 마운틴을 끼고 북쪽으로 진군. 타겟을 하퍼스 페리로 변경함.
#213 제2차 불런 전투(3)
“남군이 라파해녹강을 건넜습니다!”
“존 포프 장군이 적들과 교전을··· 안 하고 퇴각했습니다!”
“음?”
막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보고하는 대원을 쳐다봤다.
“그래도 설마 총은 쐈겠지. 그치?”
“......”
“안 쐈다고?!”
“옙!”
막스의 입에서 장탄식이 흘렀다.
존 포프를 최전선으로 보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원 역사와의 오차를 없애, 예측 가능한 범위로 만들어 남군의 움직임에 대비하려 했다.
그런데 중요한 철도를 지켜야 할 존 포프가 싸우지도 않고 퇴각했다. 적을 유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심을 부추기는 꼴이었다.
티만 안 나지 존 포프의 의도가 빤히 보였다.
‘나를 엿 먹이려고 했다 이거지.’
차라리 아무 말 하지 않았으면 나았을까.
하지만 그랬다면 작심하고 교전 한 존 포프의 군대는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이래저래 도움이 안 되는 자였다.
막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보고하던 대원이 슬쩍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보스, 우리 좆된 건가요?”
“그래 보이냐?”
막스는 팔짱을 끼며 대원을 쳐다봤다.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막스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누가 망했는지는 조만간 알게 되겠지. 가서 태디우스 로우를 불러와. 네이선 로어도.”
막스의 동부 사령부와 로버트 리 장군이 있는 래파해녹강과는 불과 40km로 하루 행군이면 닿을 거리다.
그리고 이 반경 내에 남군과 북군 모두 군대가 몰려 있었는데, 이는 곧 작전 수립과 전투까지 하루면 끝난다는 말이었다.
막스는 지도를 보며 메모를 작성했다.
군단장들에게 전해 줄 지시사항이었다.
잠시 후, 천막 안으로 태디우스와 로어가 들어왔다.
“당장 실전에 투입 가능합니까?”
“교육이 덜 되긴 했지만, 띄우는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런데 다섯 개중 두 개가 말썽이라, 지금 부인이 수선 중입니다.”
전쟁터까지 따라와 남편을 돕는 부인이 얼마나 될까.
태디우스의 부인은 열기구 수리와 운영 보조까지 겸하고 있었다. 막스는 이들 부부가 열기구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매나사스를 중심으로 서쪽 세 곳에 열기구를 띄우면 되겠군요. 목적은 적군의 경로 및 규모 파악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적당할 것 같네요.”
“대원 절반이 정찰병으로 빠졌으니까, 부족한 인원은 곧 채워드리겠습니다. 부인에게도 사람을 붙여 드리죠.”
태디우스가 나가고, 막스는 네이선 로어에게 다음을 지시했다.
“군단장에게 이걸 전해 줘. 봉투에 이름이 적혀있을 거야.”
“옛썰!”
동부 사령부 캠프는 경비를 위해 제2군단 소속의 한 개 사단이 주둔한다.
나머지는 매나사스를 중심으로 적들을 차단하기 위해 퍼져 있었다.
막스는 캠프에 주둔 중인 사단장 조지 미드 준장에게 다음을 지시했다.
“언제든 캠프를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직접 지휘할 생각입니까?”
머리가 희끗희끗한 조지 미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 있으면 소식도 느리고, 그만큼 대처도 굼뜨잖아요. 남군의 진군 경로가 확정되면 곧바로 움직일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캠프가 시끄러운 사이. 존 포프의 퇴각과 남군에 관한 정보가 시시각각 막스에게 전달되었다.
‘오렌지 & 알렉산드리아 철도’에 전신주가 깔려있어 서부 전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는 신속했다.
“존 포프 군단이 철도를 따라 워랜튼 정션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 뒤를 남군이 추격하고 있습니다!”
“남군이 군대를 둘로 쪼갰습니다! 잭슨 장군이 이끄는 군대가 철로가 아닌 그대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막스의 예상대로였다.
존 포프가 후퇴하자 잭슨 장군은 따로 떨어져 북쪽으로 이동. 그곳에서 롱 스트리트 장군과 합류한 뒤 매나사스로 향하는 게 원 역사였으니까.
문제는 다음날 벌어졌다.
흩어졌던 군단들이 막스의 지시로 매나사스에 집결하고 있을 즈음. 직접 열기구를 타고 적들을 정찰하던 태디우스가 뜻밖의 소식을 알렸다.
1차 불런 전투가 벌어졌던 불런 마운틴.
그곳 꼭대기에서 열기구를 띄웠던 태디우스는 잭슨 군대가 매나사스가 아닌 북쪽으로 향하는 걸 목격한 것이다.
‘역시 내 의도를 알아챘구나.’
존 포프의 어이없는 퇴각이 결정적이었을 터.
함정이라는 걸 간파한 로버트 리는 매나사스 대신 다른 경로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곳이 하퍼스 페리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장교들의 비난과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최초 훈련소를 제안하고 위치까지 선정한 게 막스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일부는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 멍청한 동양인! 여기만 뚫리면 바로 하퍼스 페리인데, 대체 뭔 생각으로 거기다 훈련소를 지은 거야? 애초에 남군과 북군 경계에 훈련소를 짓는다는 건 병신같은 발상이라고.
장교들이 막스를 향해 저주를 퍼부을 때.
동부 사령부 캠프는 신속하게 매나사스로 이동했다.
막스와 네이선 로어는 군단장들과의 회의를 위해 따로 말을 탄 채 매나사스로 내달렸다.
‘매나사스가 아니라 하퍼스 페리라 이거지.’
막스 얼굴에 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지만, 언제고 벌어질 일.
막스가 하퍼스 페리에 훈련소를 만든 건 그때를 대비한 방어 용도였다.
‘근데 너무 빨리 써먹게 생겼어.’
막스가 매나사스 지휘소 천막에 도착했을 때.
그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존 기어리가 천막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초조한 듯 막스를 보자마자 말을 건넸다.
“다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총사령관. 하필 하퍼스 페리를 노릴 줄 누가 알았겠어.”
존 기어리가 말하는 와중에도 천막 안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맥클레란 친구 존 포터였다.
장군들이 모인 자리라 욕만 안 할 뿐, 노골적으로 막스를 깎아내렸다.
“일단 들어가시죠.”
막스와 존 기어리가 천막으로 들어서자 흉흉한 눈빛들이 막스에게 쏠린다. 일부 장군의 시선엔 경멸과 조롱이 담겨 있었다.
다만 일을 그르친 존 포프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지 굳은 얼굴이었다.
그는 침묵한 채 막스의 시선을 외면했다.
‘잘못한 건 아는 모양이네.’
막스는 담담한 얼굴로 탁자 앞에 섰다.
그리곤 일곱 명의 군단장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매나사스로 유인하려 했는데, 불행하게도 남군의 표적이 하퍼스 페리로 바뀌었습니다.”
“한가하게 브리핑할 때가 아닙니다. 당장 무슨 대책을 내놔야 할 것 아닙니까?”
존 포터 장군이 눈에 핏대를 세우며 목소리를 높인다. 막스는 슬쩍 그를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그럼 빠르게 갑시다. 제3군단, 제5군단은 당장 남군의 진군 속도를 늦추십시오. 목적은 하퍼스 페리에 방어선을 구축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겁니다.”
제5군단장 존 포터는 미간을 찡그리며 존 포프를 힐끔거렸다. 총사령관 자리를 탐냈던 존 포프는 맥클레란과 존 포터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로지 막스에 대한 반감만 공유하는 사이였다.
존 포터가 불만을 표시하려 하지만 막스는 틈을 주지 않았다.
“두 분이 남군의 발목을 잡는 사이, 제2군단이 하퍼스 페리를 방어할 겁니다.”
“그럼 나머지는요?”
“다른 할 일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두 분께선 서두르시죠.”
존 포터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지휘소를 나갔다. 반면 존 포프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등을 돌려 나가려는 때, 막스가 말을 건넸다.
“이번엔 총을 쏘는 게 좋을 겁니다. 모든 건 기록에 남을 테니까요.”
“......”
이를 깨문 존 포프는 거칠게 의자를 밀어젖히며 천막을 벗어났다.
‘뭘 하든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할 거야.’
막스는 시선을 제2군단장 존 기어리에게로 옮겼다.
“하퍼스 페리에 가면 특수부대 대원들이 있을 겁니다. 2군단 전력으로 그곳을 방어하면 적이 쉽게 함락하진 못할 거에요.”
“저기. 남군 병력이 10만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만.”
존 기어리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하퍼스 페리를 방어하는 병력은 고작해야 1만 5천. 포프와 포트의 군단이 가세해도 4만밖에 되지 않는다.
이 숫자로 10만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다른 장군들 역시 황당한 지시에 탄식을 내뱉었다.
“총사령관께선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상대와의 전력 차이는 생각하고 작전을 세워야죠.”
“이대로 제2군단을 몰살시킬 셈입니까?”
막스는 장군들의 말을 듣곤 고개를 저었다.
“장군들께서 알고 있는 하퍼스 페리와 지금의 모습은 꽤 차이가 있습니다.”
이어지는 막스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현재 그곳엔 개틀링 기관총 10개, 곡사포가 50문, 게다가 주변은 원형으로 100여 개의 참호가 만들어져 있고 무기 역시 충분히 비축되어 있습니다.”
“!?”
“당초 내가 그곳에 훈련소를 만든 건 적들을 유인하기 위한 장소였습니다. 무기가 부족한 남군에겐 반드시 점령해야 할 곳이니까요.”
“그럼 오히려 적들이 함정에 빠졌단 소립니까?”
존 기어리가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다른 장군들의 시선이 막스의 입에 쏠렸다.
“적이 걸려들어야 함정이지, 아직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는 열심히 적들을 유인해야죠.”
원래 하퍼스 페리 자체가 연방의 무기고다.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무기를 적재하고, 이를 기차로 수송하기에 최적화된 곳이었다.
그런데 원 역사에서 남군이 하퍼스 페리를 공격하는 건 제2차 불런 전투가 끝난 직후 벌어질 앤티텀 전투.
북군이 승리했지만 단 하루 만에 양측에서 2만 2천여 명이 죽어 나간 끔찍한 전투였다.
막스는 훈련소 위치를 선정할 때부터 하퍼스 페리를 앤티텀과 게티스버그 전투에 대비한 전략적 방어기지로 만들 셈이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생각보다 앞당겨졌다.
굳이 따지자면 제2차 불런 전투와 앤티텀 전투가 하나로 합쳐진 것과 같은 양상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전투가 많을 텐데.’
지금 하퍼스 페리 전력을 노출하긴 아깝지 않은가.
해서 막스는 다른 전략을 구상했다.
이를 말하려는 때, 때마침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만약, 남군이 하퍼스 페리를 공략하다 또다시 타겟을 바꾸면 어떻게 합니까? 방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선 제대로 막을 수 없을 텐데요.”
얼빈 맥도웰 소장.
제1차 불런 전투를 대차게 말아먹은 당시 총사령관으로 현재는 제4군단장이었다.
과거의 무능력함은 그렇다 치고, 방금은 시기적절한 질문이었다.
막스도 그것 때문에 한참을 고민했으니까.
“지금부터 그런 변수를 막기 위한 전략을 쓰려고 합니다. 제2군단장을 뺀 나머지 장군들께선 저와 함께 갈 곳이 있거든요.”
하퍼스 페리의 전력을 노출하지 않고, 다른 곳 역시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 것.
하지만 그 전에 확실히 해둘 게 있다.
“그동안 남군의 병력에 심각한 왜곡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현재 로버트 리 장군이 이끄는 병력은 우리의 절반 수준입니다.”
“라파예트의 말과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그걸 어떻게 확신합니까?”
군단장들은 믿을 수 없다며 눈을 치켜떴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막스 역시 날카롭게 그들을 쳐다보며 반문했다.
“그러는 여러분은 총사령관의 말보다 라파예트의 말을 맹신하는 이유가 뭡니까? 저는 제 자리를 걸겠습니다.”
‘당신들은 뭐를 걸래?’
막스가 군단장들을 훑어봤다. 입꼬리만 씰룩거릴 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껏 동부 전선은 라파예트가 총사령관에게 정보를 주고 이를 밑으로 뿌리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누구도 의심하거나 확인하려 들지 않았으니, 자기 직을 걸 만큼 확신도 없었다.
막스는 이를 파고들며 말을 이었다.
“그동안 동부 전선이 패배한 건 병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격과 수비, 적들을 추적하고 섬멸할 때를 알지 못한 게 패배의 원인입니다. 해서 우리가 갈 곳은.”
‘갈 곳은?’
장군들의 시선이 막스의 입에 쏠렸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그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남부 연합의 수도 리치먼드입니다.”
“!!”
장군들의 눈이 커지고 입이 쩍 벌어진다.
심지어 존 기어리와 프랜츠 시겔은 벌떡 일어나 막스를 쳐다봤다.
‘압니다, 불가능하다는 거.’
막스가 노리는 건, 그 움직임만으로 로버트 리 장군을 강제 회군시키려는 계획이었다.
물론 이 말을 꺼내진 않았다.
대신 장군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갑시다. 적진의 심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