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8화 (218/360)

#218 제1 캔자스 유색부대

남북전쟁에서 활동하는 게릴라들은 크게 세 부류다.

첫 번째는 일반 민간인이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자들을 공격하는 경우. 가장 까다로운 유형으로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해당 정부에 고용되거나, 같은 목적으로 반대파를 공격하는 활동을 한다.

무기로 무장하고 훈련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민간인과 구분된다.

끝으로 세 번째는 군에서 조직한 군인들이다.

이들은 군사작전과 맞물려 주요 다리와 요새를 파괴하고 포로들을 해방하는 일을 하는 게릴라들이었다.

현재 남과 북의 경계주는 위 세 가지 형태의 게릴라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며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번 캔자스 유색 부대가 상대할 게릴라들은 두 번째 유형. 남부 연합의 의지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무장 단체였다.

캔자스-미주리 경계와 맞붙어있는 마운트 베이츠 카운티.

제1 캔자스 유색 부대는 이곳 아일랜드 마운드에 게릴라 본부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유색 부대는 별도의 기병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기동성이 떨어져 정찰은 제5 캔자스 기병 연대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중 백인에 동화된 체로키 부족 인디언이 제1중대장이자 SFBC 대원인 데니스 헤인즈에게 정보를 넘겨줬다.

“적들은 미주리 민병대에서 활동했던 시드니 잭슨 대령이 이끄는 부쉬웨커입니다. 캔자스 오사와토미를 비롯해, 인근 마을을 습격하고 민간인을 처형한 놈들이죠.”

부쉬웨커의 뿌리는 미주리주에서 활동한 보더 러피안이다.

남북전쟁 발발 후 미주리주에서 시작한 게릴라 전술이 확대되면서, 남군의 게릴라들을 부쉬웨커(Bushwhacker)라 불렀다. 그 반대인 연방의 게릴라 무장 단체는 여전히 제이호커스였다.

체로키 인디언이 말을 이었다.

“게릴라 수는 400명 정도고. 본거지는 호그 아일랜드에 있는 ‘에녹 투쓰먼’이 운영하는 농장입니다. 현재는 백 명이 주둔하고 나머지는 외부로 나갔습니다.”

어디선가 또 마을을 약탈하고 있을게 빤하다.

정보를 얻은 헤인즈는 중대장들을 불러 작전 회의를 열었다.

제1 캔자스 유색 부대 지휘관은 따로 있다.

SFBC와는 상관없이 제임스 헨리 레인이 발탁한 장교로, 원래는 제5 캔자스 기병 연대 소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름만 올릴 뿐, 실질적인 작전은 SFBC 대원인 중대장들이 계획하고 실행했다.

그리고 중심은 데니스 헤인즈 대위가 이끌었다. 그가 부대의 지휘관이 되지 못한 건 순전히 계급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놈들이 있는 미주리주 베이츠 카운티까지 하루거리야. 한꺼번에 이동하면 적들이 눈치채니까, 중대 단위로 시간을 두고 움직이자.”

“오케이.”

만나는 포인트를 정해둔 뒤, 중대장들은 부대로 돌아갔다. 이들은 6개의 중대, 240여 명의 흑인 대원들을 미주리주로 이끌었다.

“미주리주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 어때?”

헤인즈가 부대원들에게 물었다.

노예 탈출을 위해 몸부림친 끝에 빠져나온 미주리. 다시 돌아가는 그들의 어깨에 걸린 총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이 한 몸 바쳐 싸우다 죽겠습니다!”

헤인즈는 피식 웃으며 소리쳤다.

“용감한 건 좋다. 다만, 죽는다는 생각은 버려. 이제 시작인데 죽긴 왜 죽냐.”

“그럼 살겠습니다!”

“그래. 살아서 자유를 누리다 죽어야지. 훈련처럼 하라고.”

자유를 찾아 탈출한 흑인이 전쟁터에 목숨을 내던진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그 결정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었다.

싸우다 죽어도 후회는 없었다.

해가 진 미주리주 호그 아일랜드의 에녹 투스먼의 농장. 그곳에서 동쪽으로 2km 떨어진 곳에 한 무리가 모닥불을 피워 버팔로 고기를 굽고 있었다.

허허벌판인 평원이라 그 연기는 멀리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의도대로 농장 주변을 정찰했던 게릴라 대원이 이를 망원경에 걸려들었다.

“저, 저거 미친 새끼들이네?”

너덜너덜한 옷차림의 도망 노예들이 버젓이 모닥불에 고기까지 구워 처먹고 있다. 그것도 남부군 게릴라 근거지 코앞에서.

‘어이가 없구만. 너넨 다 뒤졌다.’

게릴라 정찰대원은 말을 몰아 농장으로 향했다.

모닥불을 피워 개념 없이 고기를 구워 먹는 도망 노예는 제1중대 소속의 흑인 대원들.

입으로는 고기를 질겅질겅 씹지만, 눈알은 쉴새 없이 좌우로 굴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동료들을 믿자고.”

“니가 더 긴장했구만. 고기 좀 익혀 먹어. 피 떨어진다.”

“헛, 시발. 쓰읍.”

남자가 소매로 입을 훔칠 때였다.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한 흑인 대원들은 고기를 든 손을 후들거렸다.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더니, 공포와 두려움이 이들의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나무 타는 소리가 말발굽 소리에 묻힌다.

적들이 가까워질수록 몸은 얼어붙은 듯 숨도 턱턱 막혀왔다.

농장에서 연기를 보고 꼬여 든 게릴라들.

잔뜩 무장한 놈들이 육안으로까지 확인이 되었을 즈음. 선두에 있는 남자가 소리쳤다.

“어떤 미친 새끼들이, 여기서 고기를 쳐먹···!”

타앙!

느닷없이 터져 나온 총성을 신호로, 주변 풀숲이 번쩍거리며 총탄이 쏟아진다.

매복해있던 유색 부대원들이 쏜 총탄이 게릴라들의 몸에 꽂혔다.

털썩, 털썩.

사방에서 번쩍이는 불꽃이 멈추었을 때, 말 위에 있는 놈들은 전부 죽어있는 채였다.

문제는 주인을 잃은 말들. 본거지인 농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뒤처리한다!”

풀숲에서 뛰쳐나온 대원들은 게릴라들의 숨통을 마저 끊어 놓는 동안 중대장 한 명이 죽은 놈의 옷을 빼앗아 입었다. 제2중대장이자 SFBC 대원 제이미 헌트. 그가 소리쳤다.

“내가 놈들을 꼬여낼 테니까, 방금처럼만 해!”

제이미 헌트는 서둘러 말을 타고 농장으로 질주했다. 적진으로 향해 뛰어드는 뒷모습은 용맹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흑인 부대원들은 그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자신들이 쏜 총이 적들의 몸에 관통했을 때의 전율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사람을, 아니 백인을 쏴서 죽였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비현실적이었다.

이때 제1중대장 데니스 헤인즈가 소리쳤다.

“다들 원위치로 돌아간다!”

풀숲으로 몸을 숨긴 유색 부대원들.

좀 더 적들을 꼬이기 위해 일부는 허공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 마치 교전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

한편, 평원에 울려 퍼진 총성은 농장에까지 들려왔다. 게릴라들이 총을 들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중 우두머리가 정찰한 대원을 쏘아봤다.

“시발, 흑인 새끼들이라며? 무장도 안 했다며, 병신아!”

“우, 우리가 쏜 거겠지···.”

“총소리가 수십 발인데, 그걸 전부 우리 애들이 쐈다고? 죽고 싶냐?”

우두머리가 정찰대원을 족치려 할 때.

주인을 잃은 말들이 달려왔다. 그리고 그 뒤로 게릴라 대원 한 명이 소리쳤다.

“제이호커스 새끼들이 노예들을 탈출시키고 있다! 많지 않으니까, 얼른 지원해줘!”

그렇게 멀리서 말만 던진 채 다시 사라졌다.

근데 방금 누구였지? 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건 찰나일 뿐. 날도 어두운데다 제이호커스라는 말이 게릴라들의 이성을 날려버렸다.

“이런 개새끼들이 감히 미주리까지 넘어와!?”

“전부 잡아서 껍질을 벗겨버리자고!”

무장이 미흡한 게릴라들은 집안으로 뛰쳐들어가고.

“제이호커스 사냥이다!”

준비가 끝낸 대원들은 분분히 말을 타고 내달렸다. 그 수가 족히 50명은 넘어갔다.

- 유인이든 매복이든. 전투는 심리전이다. 적들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면, 아군의 희생을 줄일 수 있다.

적들을 꼬이는 데 성공한 제이미 헌트는 힐끔 뒤를 쳐다보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게릴라들이 만만히 여기는 도망 노예로 유인.

더 많은 놈들을 꼬이기 위해 적으로 분장.

끔찍이 싫어하는 제이호커스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일련의 작전들.

전부 혹한기 훈련 당시 막스 보스가 알려준 여러 사례 중 하나를 응용한 것이었다.

“모두 준비해!”

제이미 헌트가 도착했을 땐, 모닥불만 타닥타닥 타고 있을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매복이 완벽하다는 말이었다.

잠시 후, 게릴라들이 말을 박차며 몰려왔다.

“제이호커스를 죽여···!”

타앙!

또다시 농장 주변으로 총성이 일제 울려 퍼졌다.

운 좋게 총알을 비켜 간 놈들은 일이 잘못되었음을 눈치채곤, 서둘러 농장으로 말 머리를 틀었다. 하지만 흑인 대원들은 그들을 놓치지 않았다.

타앙!

푸슉.

게릴라의 등에 피가 튀고 이내 말에서 떨어졌다.

매복하고 포위하는 데 동원된 부대원들이 160.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적들을 순식간에 궤멸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80명. 두 개 중대는 총소리와는 정 반대쪽에서 낮은 포복으로 농장에 접근하고 있었다. 이 역시 막스 보스의 게릴라 전술에 따른 것이었다.

- 세상에서 가장 쉽고 짜릿한 게 빈집털이다. 그게 불가능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들을 밖으로 유인해 숫자를 줄여놔. 그게 아군의 희생을 줄이는 방법이니까.

흑인 대원들을 이끄는 SFBC 중대장들은 막스의 전술을 응용했다. 그 결과 게릴라 절반 이상이 농장 밖으로 빠져나가고, 나머지 역시 그 준비를 하느라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허리까지 오는 풀들이 점차 줄어들었을 즈음.

5중대장 조지 그렉이 왼손을 들어 올렸다.

이를 신호로 농장까지 근접한 캔자스 유색 부대가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 전부 건물 벽으로 붙는다.

흑인 부대원이 일사불란하게 농장 뒤쪽에서 건물로 접근했다. 이들은 벽에 붙은 채 분주하게 움직이는 게릴라들의 뒤를 노렸다.

이미 적들과 총격전을 벌인 동료들과 달리 이들은 첫 경험이다. 숨 막히는 긴장감에 라이플을 쥔 손은 땀으로 흥건했다.

눈으로는 중대장 그렉의 신호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오른손이 내려졌을 때.

게릴라 뒤에서 뛰쳐나온 흑인 대원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타앙!

“이 새끼들은 또 뭔데!”

게릴라들을 향해 총을 쏘는 동안, 조지 그렉은 안전핀을 뽑은 섬광탄을 창문 안으로 내던졌다.

펑!

“으악, 뭐야!”

“시발, 내 눈!”

일부는 밖에 있는 게릴라에게, 일부는 건물 안에 총구를 집어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에녹 투스먼의 농장에 울려 퍼진 총성과 비명.

집 안으로 진입하고 나서야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리고 이 모든 소란이 사그라졌을 때.

게릴라들을 유인했던 데니스 헤인즈가 대원들을 이끌고 농장에 도착했다.

눈먼 총탄에 맞은 대원이 셋.

다행히 그 상처가 심각하진 않았다.

게릴라 백 명을 상대로, 더군다나 백인들에게 철저히 무시 받던 도망 노예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였다.

유색 부대를 이끄는 중대장들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원들을 쳐다봤다.

다들 입가가 씰룩거리고 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 터질 것 같은 흥분과 기쁨을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데니스 헤인즈가 손을 들며 외쳤다.

“기쁠 땐 소리쳐도 된다. 모두 뒤로 돌아! 전방을 향해 5초간 함성!”

“...... 그아아아악!”

억눌린 무언가가 터져버렸다.

함성은 5초를 훨씬 넘어서도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속엔 흐느낌도 섞여 있었다.

제1 캔자스 유색 부대.

며칠 뒤 그들의 첫 전투의 결과가 미연방을 강타했다. 지휘관들의 전술이 만든 결과지만, 대중의 관심은 흑인부대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캔자스 유색 부대의 완벽한 승리! 누가 흑인들을 무시했는가?]

[캔자스 유색 부대! 미주리주 게릴라 본거지를 점령하다!]

백 단위의 병력이 맞붙고도 부상자는 셋.

반대로 적들을 몰살시킨 경이로운 기록.

연방에 있는 흑인들은 가슴이 뜨거워지고, 이내 그들의 발걸음을 군대로 인도했다.

유색 부대에 비판적이거나 미온적이던 자들 역시 태도를 바꾸었다. 동부 주에서 유색 부대 창설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매나사스의 동부 사령부.

데니스 헤인즈의 편지를 읽은 막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유색 부대는 게릴라 근거지를 점령하고 그곳을 전진기지로 삼았다. 그리고 새롭게 이름 짓기를 ‘포트 아프리카’로 명명했다.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막스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감상에 젖어 있을 때.

천막이 젖혀지며 앨런 핑커톤이 들어왔다.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길.

“라파예트가 남부 연합에 붙잡혔네.”

‘이건 또 뭔 소리야.’

라파예트는 직접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부하를 찾아갔다. 그곳은 남부의 심장 리치먼드.

지금까지 정보를 제공한 부하를 만나기 위해 그곳까지 침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하의 목을 잘라버렸다더군.”

그래서 잡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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