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 게티즈버그 전투(2)
로버트 리는 북군 진영을 오판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두 개의 능선에 북군의 병력이 집중되어있고, 중앙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고 여긴 것. 그 중앙만 뚫는다면 북군을 궤멸시킬 거라 여겼다.
첫 번째 실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실수는 돌파 임무를 롱스트리트 장군에게 맡긴 것이다. 둘은 게티즈버그 전투 내내 로버트 리와 충돌했다. 이번 역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작전에 소
극적이었다.
동료이자 친구였던 조지 에드워드 피켓은 로버트 리의 작전을 옹호했다. 그는 아미스테드, 페티그루, 앤더슨 부대와 함께 평원을 가로질러 과감한 돌격을 강행했지만 조
금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로버트 리는 돌격에 적극적인 장군에게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
로버트 리 최악의 세 번째 실수는 그동안의 승리에 취한 나머지 능선을 지키는 북군을 퇴각하는 잔당쯤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능선에 파놓은 참호에서 튀어나온 공포의 무기를 본 순간 로버트 리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투드드드드드.
분당 450여 발을 내뱉는 개틀링 기관총 10문이 총구에 불을 뿜으며 남군을 쓸어버렸다.
이틀 동안 보이지 않던 악마의 무기가 드디어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고지가 코앞이다! 물러서지 마라!”
탕! 탕!
피켓은 탈영병들에게 총을 쏘며 병사들을 채근했다. 그들에겐 오로지 전진만이 있을 뿐.
죽음만이 전장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회색 물결의 1만 2천 보병들.
개틀링 기관총이 내뱉는 탄환들이 몸에 박히고, 쓰러지는 동료를 밟으며 앞으로 꾸역꾸역 돌격한다.
빗발치는 총탄과 대포들을 뚫고, 1마일(1.6km)에 달하는 평야를 내달렸다.
그렇게 사선을 뚫고 능선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 땅은 오로지 연방의 것이다! 목숨 바쳐 지켜라!”
피켓의 돌격을 저지하는 북군 지휘관은 윈필드 스콧 핸콕. 피켓과는 웨스트포인트 동기이자 멕시코전쟁의 동료인 그가 돌격을 저지했다.
핸콕의 외침에 호응하며 우레와 같은 함성이 평원에 울렸다. 곧이어 능선 뒤에 있던 북군 보병들이 물이 넘치듯 흘러 내려왔다.
“페닌슐라 전투의 복수다!”
“페닌슐라!”
7개월 전 북군이 대패한 전투. 그때의 맥클레란은 사라졌지만, 병사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증오와 분노로 몸을 태운 그들이 총검을 앞세우며 돌격했다. 그리고 갓 자대 배치받은 이등병들과 자원입대한 동부의 흑인 부대가 과감한 돌격 대열에 합류했다.
게티즈버그 마을 남쪽, 리틀 라운드 탑의 능선 아래 처절한 혈투가 벌어졌다.
사선을 뚫고 겨우 도달한 악밖에 남지 않은 남군 병사들. 그들은 자신의 모든 걸 불살라 총검을 휘두르고 찔러댔다.
그러나 쪽수에 밀린데다, 지쳐있는 몸으로 제대로 된 백병전을 펼칠 수가 없었다.
능선 초입에 세워진 돌담을 넘은 병사들 역시 딱 거기까지였다.
북군 보병들이 총을 쏘고 칼로 찌르고, 기병대가 말로 휘젓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이 시대 남군과 북군의 중대원 구성은 마을 단위를 기초로 한다.
작은 마을에서 모집된 아버지와 아들, 삼촌과 형제, 친구들이 곧 동료이자 전우다.
그런데 방금 수십 개의 마을이 날아가 버렸다.
단 10분.
광기로 물든 피켓의 돌격은 처참한 시체만 남긴 채 끝이 났다.
제2차 세계대전 집단 광기에 사로잡혀 반자이 돌격을 외친 일본군이 이걸 보고 배운 게 아니었을까.
투둑, 투둑.
때마침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점점 굵어져 시체들의 핏물을 씻어냈다.
포성과 총성이 사라진 게티즈버그.
양측 군인들은 멍하니 평원에 널부러진 시체들을 응시했다. 충격적인 광경에 고요함이 더해지자 스산한 느낌이 평원을 휘감았다.
투둑, 투둑.
막스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보며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도 비가 오던 날이었다.
- 에릭, 차에 우산 있지?
- 남자 새끼가 우산은 무슨 우산이야. 비는 맞으라고 내리는 거야, 인마!
에릭과 동료, 정확히는 서양 백인들은 비를 흠뻑 맞으며 길을 걸어갔다. 에릭은 뒤를 힐끔 바라보며 ‘이게 남자다’라며 막스를 비웃었다.
- 그냥 대가리가 없는 건가.
막스는 혼자 어이없이 웃으며 우산을 쓰고 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
평원에 누워있는 시체와 에릭이 묘하게 겹쳐 보인다.
무모한 백인들의 마초적 기질. 이성적으론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는 감히 막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남군 진영.
다리를 절고 몸이 엉망인 병사들이 로버트 리를 찾아왔다. 이번 돌격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장교와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죄라도 지은 듯 얼굴을 떨구었다.
이를 본 고결한 로버트 리는 자신의 책임을 시인하며 입을 뗐다.
“이건 자네들의 잘못이 아닐세. 모두 내 잘못이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병력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에는 기필코 능선을 점령할 수 있습니다!”
“아니, 자네들은 충분히 싸웠네.”
사령관의 기대를 저버린 군인들은 다시 돌격을 시도하겠다며 소리쳤다. 하지만 로버트 리는 이걸로 충분하다며 몸을 돌렸다.
그런데 이때.
뒤늦게 후방을 공격하기로 했던 젭 스튜어트가 기병대를 이끌고 복귀했다.
북군 기병대에 놀아나 이틀이나 시간을 허비했던 그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했다.
해서 피켓이 돌격하면, 반대쪽에서 북군을 뚫고 중간 지점에서 만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도하기도 전 작전은 끝이 나버렸다.
잽 스튜어트는 꼭지가 돌 지경이었지만, 진짜 위험은 지금부터였다.
“북군이 공격해오고 있습니다, 사령관님!”
‘올 것이 왔구나.’
기세를 몰아 공격하는 건 기본 중 기본.
굳은 얼굴의 로버트 리가 젭 슈트어트에게 지시를 내렸다.
“...... 잭슨 장군과 롱스트리트 장군에게 아군의 퇴로를 확보하라고 하게!”
“퇴, 퇴각입니까?”
로버트 리 장군은 잠시 젭 스튜어트를 응시했다. 울화가 치밀지만, 화낼 기력도 없었다.
“가서 전하기나 하게.”
“...... 알겠습니다.”
*
시체가 쌓인 평원. 그 감상을 짧게 끝낸 막스는 곧바로 다음을 지시했다.
레이놀즈, 핸콕, 미드, 세지윅 장군들은 남군을 추격. 나머지 존 기어리, 프랜츠 시겔 등에겐 리치먼드로 남하하며 적의 퇴로를 중간에서 끊으라고 지시했다.
“전투는 이제 시작입니다! 적들이 온전히 리치먼드로 퇴각하는 건 기필코 막아야 합니다!”
사흘 동안 남군의 병력을 갉아먹었지만, 단 한 군데 예외가 있다.
‘남군의 명장. 스톤월 잭슨의 병력 손실이 너무 적어.’
게티즈버그 북쪽을 두드렸던 잭슨은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잭슨은 병력 손실 없이 3만이 넘는 병력을 이끌고 로버트 리와 합류를 시도했다.
전투에 승리했다는 타이틀따윈 관심 없다.
막스는 본격적인 섬멸전에 돌입. 상대의 전투 의지를 박살 내고 복구 불능한 상태로 몰아넣으려 했다.
“혹여 망설이는 장군들이 있다면, 그 책임을 물을 테니 적당히 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킨 전략 전술의 귀재.
총사령관의 명령에 누가 토를 달 것인가.
군단장들이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천막을 벗어났다.
막스는 나가는 존 레이놀즈를 멈춰 세워 따로 지시를 내렸다.
“잭슨 장군과는 무리한 교전 대신 조금씩 힘을 빼는 전술을 써야 합니다. 상대의 지휘가 능수능란해 자칫 쫓는 아군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가 있습니다.”
“깊이 침투하지 말라는 말씀이군요.”
“우리 목표는 리치먼드에 도착할 때까지 남군 병력을 10분의 1로 줄이는 겁니다.”
게티즈버그 전투 시작과 함께 죽었어야 할 존 레이놀즈 장군. 그가 지금은 잭슨 장군을 추격하는 선봉대를 맡고 있었다.
존 레이놀즈가 나간 직후. 이번엔 기병대 지휘관들을 불러 다음을 지시했다.
“남군 장군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퇴각하는 중에도 매복과 기습을 시도할 겁니다. ”
그럴수록 기병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막스는 존 뷰포드 기병 1사단장에게도 별도의 지시를 내렸다. 그는 젭 스튜어트를 도발해, 남군의 눈과 귀를 막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
“장군께서는 적군이 마을에서 식량과 보급을 채울 수 없도록 손을 쓰셔야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란 말씀이시군요.”
“말을 따르지 않으면, 불태우셔도 됩니다.”
막스는 눈이 커진 존 뷰포드를 향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알량한 동정심으로 식량이 남군에게 넘어가는 것보다는 낫지요. 전쟁을 끝내는 게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니, 장군께서는 민간인들이 다치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천막을 벗어난 존 뷰포드는 기병대를 이끌고 남쪽으로 향했다. 남군이 지나칠 만한 마을에서 식량과 보급을 싹쓸이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승리에 취한 남군의 사기는 꺾였고, 굶주림과 극도의 피곤함이 그들을 지치게 만들 터.
여기에 한 가지 쐐기를 박는 사건만 더해지면 완벽한 승리로 가져올 수 있었다.
‘빅스버그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군.’
막스가 서부 전선 전황을 기다리는 사이.
로버트 리는 롱스트리트와 잭슨을 좌우 날개로 하여 남쪽으로 남하했다. 북군은 이를 추격하며 남군에게 더 큰 피해를 입혔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메릴랜드 캐탁틴 산까지 밀려난 남군은 숲에서 휴식을 취했다.
깊은 밤.
심각한 얼굴을 한 잭슨 장군은 부대를 둘러보기 위해 야영지를 거닐었다. 그러던 중, 연락병 하나가 젭 스튜어트 막사에서 나오더니 급히 말을 타고 서쪽으로 내달렸다.
이를 본 잭슨이 슬쩍 천막을 열어 물었다.
“방금 연락병은 무엇이오, 젭 장군?”
얼굴이 벌게진 젭 스튜어트. 눈에 독기를 가득 품은 채 이를 바득 깨물었다.
“동양인 새끼를 이대로 놔두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서요.”
“그래서 무엇을 하겠단 말입니까?”
“..... 동양인의 근거지, 로렌스를 공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잭슨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해서 무엇이 달라집니까?”
“놈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닙니까? 판단이 흐트러지고, 분노에 날뛰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기겠지요.”
마치 본인의 상태를 고백하는 것 같지 않은가.
‘미쳤군.’
잭슨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젭 스튜어트는 전투의 책임을 북군 총사령관에게 전가하고 있다. 분노와 울분은 열등감과 맞물려 전투와는 상관없는 민간인 마을에 분풀이를 하려 했다.
잭슨은 로버트 리 장군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가뜩이나 롱스트리트 장군은 낮의 무모한 돌격을 비판하며 또 다른 내분에 불씨를 피웠다.
이런 상황에 자신과 젭 스튜어트까지 사이가 틀어지면 되겠는가.
잭슨이 허탈한 표정을 지을 때, 이번엔 로버트 리 사령관 천막에서 연락병이 튀어나왔다.
말에 오른 그는 이내 남쪽인 리치먼드로 향했다. 품속에 있는 편지의 수신자는 남부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
총사령관에서 물러나겠다는 사직서였다.
*
북군이 남군을 추격하는 동안, 게티즈버그 평원에는 수십 여대의 마차가 늘어서 있었다.
구급차 군단을 이끄는 레터맨 군의관은 참혹한 광경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너무 끔찍하군요.”
“그래서 전쟁인 거죠. 아군과 적군 가리지 말고, 치료에 전념해주십시오.”
병 주고 약 주는 변태적 행동은 물론 아니다.
어차피 전쟁이 끝나면 미국의 시민이 될 자들, 부상에서 회복한다 해도 수용소에 갇히기 때문에 남군 북군 구분 지을 이유가 없었다.
레터맨이 사라지고 잠시 후. 시체 사이를 걷던 막스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아는 사람이냐?”
시체에서 손을 뗀 남자가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눈을 크게 떴다.
“보, 아니 총사령관님!”
“오랜만이네, 듀들리.”
일리노이 의대생 존 듀들리. SFBC 대원이기도 한 그는 코닐과 함께 훈련소에 입대 후, 의무관이 되어 구급차 군단에 배치되었다.
“충성!”
눈시울을 붉힌 듀들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경례했다. 주변 사람들이 뭔 일인가 싶어 쳐다보지만, 이내 마차에 시체를 옮겨 싣는 일에 열중했다.
“근데 손에 든 건 뭐야?”
“아, 훈련소 동기 브레일이라는 남잔데. 이 사람 폼에 있던 지갑이에요.”
능선을 넘어온 남군을 저지하기 위해 총검을 든 북군 보병. 듀들리는 부상자를 살피던 중, 시체가 된 훈련소 동기를 발견했다.
“일리노이 출신이라 훈련소에서 저랑 말을 많이 나눴었거든요. 안타깝지만 지갑이라도 나중에 유품으로 전해줄 수 있을까 해서요.”
듀들리가 지갑을 들어 올리자,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막스가 떨어진 편지를 주워 훑었다.
봉투도 주소도 없는 편지였는데, ‘사랑’으로 시작되는 여성이 쓴 연애편지였다.
교양있고 예의 바른, 관계가 그리 깊어 보이지는 않은 내용이었다.
남의 연애편지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문득 한 문구가 막스의 눈을 사로잡았다.
[내가 싫어하는 노바스씨가 버지니아 전투에서 당신이 나무 뒤에 숨어 있다는 걸 봤다고 하지 뭐에요. 저한테 거짓말을 해서 당신을 모욕하려는 것 같은데, 저한테는 안
통하죠. 사랑하는 군인의 죽음은 감당할 수 있어도, 전 비겁함은 견딜 수 없거든요.
.
.
.
1862년 7월 9일. 일리노이 클린턴. 메리 셀리아.]
‘......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군.’
시체들 품속 어딘가에 이런 편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누가 여자를 나약하다 했는가.
멀리서 보낸 편지 한 장으로 남자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데.
막스는 문득 전생에 읽었던 책을 떠올렸다.
남북전쟁을 실제로 겪은 북군 장교가 쓴 자전 소설이었는데, 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전쟁이 끝나고 몇 년 후, 죽은 동료가 품고 있던 편지를 당사자에게 전해줄 일이 있었다.
매우 아름다웠던 여인은 피 묻은 편지를 보더니, 갑자기 불결하다며 벽난로에 던져버렸다.
자신의 편지를 간직하고 장렬히 싸운 군인의 ‘피’가 불결하다니···.
- 그는 어떻게 죽었죠?
여인에게 중요한 건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명예로운 죽음이었다.
나는 아름답지만 불타는 편지가 일렁이는 그녀의 눈빛이 혐오스럽다고 생각했다.
여인에게 굳이 자랑스러움을 안겨줄 필요가 있을까. 그게 죽은 동료를 위한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 뱀에 물려 죽었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한편, 아군조차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벌어진 게티즈버그 작전은 하루가 지나서야 기자들도 알게 되었다.
“오 마이 갓!”
“왓더 뻑!”
평야에 가득한 시체를 본 기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뒤에야 현장을 사진에 담고 스케치하며 이를 기사화했다.
워싱턴 DC 백악관.
“한낱 동양인이 이 나라를 말아먹게 생겼습니다! 언제까지 지켜만 볼 생각입니까!”
“검토해보겠다는 장군마다 퇴짜를 노면 대체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입니까!”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보세요!”
대통령 존 브라운과 전쟁장관 섬너는 오늘도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닦달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슬슬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의원들은 집요하고 귀찮게 굴었다.
‘전부 다 전쟁터로 끌고 갔으면 좋겠구만.’
존 브라운과 섬너의 눈 밑 다크서클이 입가에까지 내려오던 때.
집무실 밖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게티즈버그에서 대승을 거뒀다고 합니다!”
“?”
“펜실베이니아에서 쫓겨난 남군이 메릴랜드에서도 도망가고 있답니다!”
“......?!!”
집무실 밖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방금까지 닦달하던 의원들은 눈을 껌뻑이며 안과 밖을 번갈아 쳐다봤다.
‘제대로 당했구나.’
게티즈버그 전투는 생각지도 못한 일.
승리의 기쁨보다 무안함이 그들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존 브라운과 섬너는 서로 시선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존 브라운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게티즈버그에 갈 생각인데, 함께 가실 분?”
“......”
승자의 여유랄까.
미소 짓는 존 브라운의 얼굴과 달리 의원들은 똥씹은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거렸다.
단 한 번의 전투로 남군에게 궤멸적인 타격을 안겨준 연방 총사령관.
소식은 삽시간에 미 전역에 퍼져나가고, 한동안 북부엔 막스 조의 이름은 광풍처럼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