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5화 (235/360)

#235 로렌스 대학살 사건

“진짜 네가 연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헌신해라.”

희망이라도 생겼는지, 라파예트는 체념한 듯 많은 정보를 쏟아냈다.

그 중엔 변명과 자기반성도 빼놓지 않았다.

“나도 처음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연방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내 모든 걸 바칠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가진 힘에 취한 것 같다···.”

“응. 그딴 말은 듣고 싶지 않아. 너 같은 놈들은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콜린은 팔짱을 낀 채 라파예트의 이야기를 곱씹어봤다.

골든 써클 기사단 음모는 흘려들을 수 없는 정보였다. 존 브라운 취임식 당시 콜린은 핑커톤과 함께 그들의 음모를 분쇄하고 제거하기까지 했으니까.

‘거기다 프리메이슨이라.’

라파예트는 진짜 정보와 자신의 추론, 기타 자질구레한 정보까지 토해냈다. 필사적인 몸부림 끝에 지금은 초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게 가식이든 진심이든.

‘알게 뭐냐.’

“북부로 다시 오고 싶은가?”

“기회만 준다면 연방을 위해 다시 일하고 싶다. 내 능력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능력이라.”

콜린은 허리춤에서 30cm에 달하는 보위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그걸 본 라파예트의 동공이 미친 듯 요동쳤다. 하지만 이내 눈을 감았다.

쩌억.

콜린은 가차 없이 라파예트의 목을 쳤다.

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말 대신 칼로 비교적 고통 없는 최후를 선물한 셈이었다.

사실 말로 사지를 찢어 죽이는 건 콜린 역시 꿈자리에 나올 만큼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기도 했다.

“대충 묻어두자고.”

특수대원들이 땅을 파고 이내 라파예트의 흔적이 말끔히 지워냈다.

“우리 휴식은 다음에 하고, 어서 이동하자.”

“오케이.”

한편, 라파예트를 처리하는 동안 해리엇 터브먼은 오랜 수용소 생활로 병들고 허약해진 군인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나마 걷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행군이 불가할 정도로 몸이 망가진 자들이 상당수였다.

“그냥 놔두고 가십시오. 차라리 이곳에서 먼저 죽은 동료들을 따라가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살 수 있다면, 뭐든 해봐야지요.”

사람들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굵은 나뭇가지를 엮고, 밧줄로 말에 묶어 이동할 수 있도록 들것을 만들었다.

콜린과 대원들이 돌아왔을 땐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뭐야, 다들 안 쉬고 있었어?”

백인 병사들과 흑인 탈출 노예들이 힘을 합쳐 들것을 만드는 광경이라니.

하지만 마냥 감동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시간을 끌다간 남군에게 추적당할 수 있었다.

“다들 서둘러. 10분 뒤, 이동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해리엇 터브먼은 무리하게 이동하지 않은 콜린에게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콜린은 가당치도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변이 없다면, 접선 포인트에 우리 측 배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앞으로 두 시간만 걸으면 되요, 터브먼. 그리고 감사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 받아야죠. 터브먼이 아니

었으면, 누가 이들을 신경이나 썼겠습니까?”

자신을 낯선 땅의 이방인이라 말한 해리엇 터브먼. 그녀는 어릴 적 금속 추에 맞아 머리에 외상을 입었다.

화가 난 노예 관리자가 다른 노예를 맞추려고 던진 것인데. 이후 어지러움, 통증, 수면과다증이 일생에 걸쳐 그녀를 괴롭혔다.

그런 터브먼이지만, 탈출 노예의 신분에서 지하철도 지휘관, 전사, 정찰, 때로는 간호사를 넘나들며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같은 지하철도 동지로서 콜린이 그녀를 존경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터브먼은 칭찬이 어색한 듯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제 터무니없는 작전을 받아준 총사령관에게 감사하기로.”

“..... 그건 좀.”

‘아직 막스를 모르는구먼.’

결코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작전은 아니다. 포로와 노예들을 구출하기 위해 자기를 보내진 않았을 터.

막스 성격상 몇 가지 수를 노린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터브먼의 환상을 깨고 싶진 않았다.

어찌 됐든 작전을 지시하고 지원한 건 막스였으니까.

“총사령관에게 감사합시다.”

잠시 후.

들것이 준비되고, 거동이 불편한 병사들이 그 위에 몸을 눕혔다. 말들이 이를 끌며 행군이 시작되었다.

*

예정대로 북군의 증기선이 접선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들것에 실린 병사들은 자신들을 버리지 않은 콜린과 동료들에게 눈물로 감사를 전하고.

탈출 노예들은 배에 오른 뒤에야 긴장을 풀었다. 털썩 주저앉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하늘을 보며 눈물을 떨구었다.

“어서 갑시다.”

콜린의 재촉에 선장이 배를 출발했다.

애슐리강을 따라 강하한 증기선이 찰스턴 항구에 도착할 즈음. 북군의 해군 사단이 요새를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찰스턴 항구와는 불과 5km 떨어진 요새.

다름 아닌 남북전쟁의 시작을 알린 섬터 요새였다. 그 처음은 남군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북군이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 섬터 요새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이번 작전에서 그곳을 초토화하면 나름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해군 제독 데이비드 딕슨 포터는 총사령관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그는 30여대의 함선을 이끌고 섬터 요새에 집중 포격을 가했다.

해군이 시선을 끄는 사이 콜린은 찰스턴 항구에서 배를 갈아탔다. 수용소에서 탈출한 군인들과 노예들은 내리는 대신 그대로 워싱턴 DC로 향했다.

그들과는 노선이 갈라진 콜린과 무장한 병력을 태운 배는 섬터 요새를 포격하는 북군 함선의 뒤를 돌아 남쪽, 콤바히강으로 향했다.

“작전은 간단하다. 함대 포격이 시작되면 우리는 콤바히강 광산을 장악한다. 총을 든 놈들은 전부 쓸어버려!”

“옛썰!”

콜린을 태운 증기선 뒤로 두 대의 북군 함선과 다섯 대의 건 보트가 따라붙었다.

약 2시간 뒤.

복잡하게 수로가 얽힌 콤비강하류에 도착.

함대가 광산 앞 요새를 향해 포격을 가했다.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터브먼이 육지로 상륙하는 병사들에게 축복을 내렸다.

배에서 내린 콜린과 대원들은 파죽지세로 광산에 밀고 들어가 관리자들을 쓸어버렸다.

상대는 군인들이 아닌 광산 관리자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광산을 점령하고 노예들을 빼내는데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섬머빌 수용소, 콤바히강, 섬터 요새.

훗날 기록될 세 개의 습격이 단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그 결과 북군 포로 1,321명. 흑인 노예는 광산에서만 750명을 구출해내, 전체적으론 천여 명에 육박하는 노예들을 북부로 탈출시켰다.

게티즈버그 대패.

빅스버그 함락.

사우스캐롤라이나 포로수용소와 광산 습격.

섬터 요새 포격!

단 며칠 간격으로 벌어진 잇단 충격적인 소식이 남부 전역을 뒤흔들었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항복에 관한 논쟁을 불거지게 만들었다.

막스가 꽁꽁 숨겨둔 금단의 단어를 강제로 끄집어낸 셈이었다.

남부 연합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는 로버트 리의 사직서를 두고 고심했다.

이미 대세가 기울었음을 깨달았을까.

그동안 추앙받았던 장군, 스톤월 잭슨과 롱스트리트가 총사령관직을 고사했다.

감당할 수 없는 직책이라며 거부했다.

게티즈버그 대패에도 불구하고, 남부연합은 로버트 리 체제로 전쟁을 이끌어가야 했다.

*

펜실베이니아주의 게티즈버그.

총사령관 막사로 전투상황들이 속속들이 전해졌다.

“잭슨 장군이 레이놀즈 군단의 포위망을 뚫었습니다! 현재 2선으로 물러 피해를 줄이고 있습니다!”

“핸콕 장군이 아미스테드 사단을 궤멸시켰습니다! 존 뷰포드 기병대장이 젭 스튜어트를 셰난도아 산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밀고 밀리는 접전. 퇴각하는 남군과 그 뒤를 쫓는 북군의 치열한 교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루어졌다.

로버트 리는 리치먼드로 향하는 최단 거리를 택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북군의 추적을 피해 셰난도어 산맥을 타고 웨스트버지니아 경계를 타고 남하하는 걸 택했다. 그런데 이 또한 자충수였다.

남부 연합 수도, 리치먼드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이다.’

막스는 참모들에게 다음을 지시했다.

“적들을 교란할 최소한의 병력만 빼고, 전부 컬페퍼로 집결한다. 이제 우리가 갈 곳은 리치먼드야.”

동부 전선은 병력을 모아 적들의 심장을 향한다. 그리고 서부 전선은.

“미시시피, 앨라배마,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까지 총력전을 펼친다.”

일명 바다로의 진군.

그랜트는 셔먼을 앞세워 지나가는 남부 지역을 초토화한다. 그게 막스의 명령이었다.

원 역사에선 남군과의 대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바다로의 진군을 써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필요 없이, 리치먼드를 압박하여 그랜트와 셔먼이 마음껏 남부 영토를 짓밟도록 판을 깔아줄 셈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남부는 로버트 리와 잭슨 장군과 같은 전쟁 영웅들을 우상화할 것이다.

이는 재건 시대를 역행하는 백인 우월주의, 인종차별, 분리주의의 근간이 되어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터.

‘남부 연합에 명장 따윈 없다.’

막스의 세상에선 ‘동양인에게 쳐발린’ 패장만이 있을 뿐. 남부엔 전쟁 영웅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우상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뭉개버릴 생각이었다.

막스가 결의를 다질 때, 네이선 로어가 막사로 들어왔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찾아왔는데요?”

“주지사?”

역대급 사상자를 남긴 게티즈버그.

그 전후처리가 워낙 심각해 주지사까지 마을을 찾아온 모양이다.

막스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대면했다.

“총사령관님 덕분에 펜실베이니아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다시 한번 주민을 대표해 감사를 전하고 싶군요.”

“별말씀을요. 오히려 적들이 여기까지 넘어오는 걸 막지 못한 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첫 만남이 어색했던 주지사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딱딱하고 뭔가 중국스러울 것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외모와 말투가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주지사가 막스에게 물었다.

“대통령께서 방문하신다는 걸 만류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곳부터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지 않겠습니까. 지금 상황으론 최소 한 달 이상은 걸릴 겁니다.”

시체더미에서 무슨 연설을 하고 축하를 한단 말인가. 이에 주지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찾아온 것도 이와 관련된 이유 때문이었다.

“이곳에 군인들을 위한 국립묘지를 만드는 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쁘지 않군요. 크게 보면 남군이든 북군이든 전쟁이 끝나면 미국의 군인 아니겠습니까.”

주지사는 게티즈버그 추모비와 묘지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막스의 의견을 물었다.

“묘지와 기념관이 완성되면 그때 대통령과 저명한 인사들을 초청할 생각인데, 어떻습니까?”

“그거야, 주지사님께서 결정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되겠습니까?"

‘이 양반이 왜 이러지.’

한쪽에선 전투가 한창이다. 굳이 상의하지 않아도 될 일을 주지사는 총사령관에게 의견을 묻고 있었다.

막스는 모르고 있지만, 신문에서 언급되는 횟수, 노골적인 찬양까지 북부에서 그의 존재는 대통령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주지사에 이어 펜실베이니아 의원들과 지역 유지들이 눈도장이라도 찍으려 총사령관을 찾아왔다.

동부 사령부를 다시 매나사스로 옮길까 고민하던 막스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굴러 들어온 인맥들을 굳이 걷어찰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얘들은 어디쯤 갔을까.’

1863년으로 해가 넘어갔을 때, 막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그중 가장 마음을 무겁게 만든 건 바로 로렌스 대학살 사건이었다.

원 역사에선 윌리엄 콴트릴이 남부 게릴라들을 이끌고 로렌스에서 대학살을 벌인다.

그런데 그 시점이 공교롭게도 게티즈버그 전투가 끝난 뒤였다.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게티즈버그 전투 패배로 남부 게릴라들이 분노하고 공격성이 더욱 짙어진다는 것.

그런 그들이 노리는 곳이 있다면, 남북전쟁 이전부터 자유주의 심장이자 제이호커스 근거지인 로렌스가 될 것이다.

더욱이 남부 연합의 증오를 한 몸에 받는 총사령관의 뿌리 역시 로렌스.

윌리엄 콴트릴이 아니더라도 로렌스를 습격할 게릴라들이 널렸다는 말이었다.

‘공격해온다면 규모가 장난 아니겠지.’

원 역사에서 윌리엄 콴트릴이 4백 명의 게릴라를 끌고 쳐들어갔다면, 그 배는 되지 않을까 싶다.

*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무장한 백여 명의 남자들이 세인트 조셉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승객들의 시선이 좌석에 나란히 앉은 두 남자에게 쏠렸다.

하나는 인디언, 하나는 히스패닉.

좀처럼 보기 힘든 조합이다.

조 짐 주니어가 창문을 보며 말했다.

“하퍼스 페리는 얼마나 복구됐을까.”

“아직 멀었지. 남군 새끼들이 다 때려 부숴났다던데.”

“건물들이야 다시 짓는 데 얼마나 걸리겠어.”

“그래도 최소 한 달은 걸릴걸?”

남군이 하퍼스 페리를 쑥대밭으로 만든 덕분에 현재 훈련소는 워싱턴 부근의 포토맥으로 옮긴 상태다.

처음 남군이 북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막스는 하퍼스 페리의 전 병력과 장비, 무기들을 배에 실어 철수를 명령했다. 포토맥강을 타고 가면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총사령관은 그동안 훈련소를 책임졌던 특수부대원에겐 생뚱맞은 지시를 내렸다.

- 훈련소는 당분간 존 기어리 군단장 휘하에서 관리한다. 너흰 그동안 로렌스로 가 있어.

- 로렌스요?

뜬금없는 지시를 그냥 듣고만 있을 산초가 아니다. 당연히 이유를 물어봤다.

- 이번 전투 결과에 따라 로렌스가 위험해질 수 있거든.

당시엔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게티즈버그에서 그런 식으로 박살 낼 줄 누가 알았겠냐. 남부 게릴라 새끼들이 발광할 만하지.”

“애들이 좀 단순한 것 같아. 그렇게 당하면서도 정신을 못 차리잖아.”

“원래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지. 너도 용감하잖아?”

“무슨 소리야. 네가 더 용감하지.”

“아니 네가 용감해. 유치한 인디언 새끼야.”

“멕시코 칠리나 처먹어라.”

조 짐 주니어가 막스와 함께 보더 러피안과 전쟁을 치른 것도 어느덧 8년이 다 되어간다.

새삼 그 시간을 떠올리던 주니어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보스는 남북전쟁을 예견했던 것 같아.”

“너무 나갔어, 그건. 나도 보스를 볼 때마다 감탄하고 놀라지만, 그렇다고 신은 아니다.”

“그야 그렇지. 근데 9년 전, 로렌스 보안관 사무실에서 보스가 나랑 피치한테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

“?”

조 짐 주니어가 산초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게티즈버그 가봤냐?”

“....... 시발, 그래서?”

“피치랑 나는 당연히 안 가봤다고 그랬지. 그랬더니 글쎄.”

조 짐 주니어가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깔았다.

“기다려, 언젠가 가게 될 테니까.”

“와, 소오름···. 근데 틀렸네?”

“...... 그렇긴 하지.”

피치와 조 짐 주니어는 아직 게티즈버그를 가지 못했다. 그걸 떠나 산초가 몸을 부르르 떨며 소매를 걷었다.

“쓰읍. 여기 팔뚝에 소름 돋은 거 보이냐?”

“엉. 나 돈데.”

서로 팔뚝을 매만지자, 반대편에 있던 승객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특수부대원들을 태운 기차가 미주리주 세인트 조셉을 향하는 동안.

또 다른 무리가 미주리 평원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질주했다.

미주리주에서 활동한 남북전쟁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악명 높은 남부 연합 게릴라 리더 블러드 빌 앤더슨. 휘하에 5백 명의 게릴라들을 이끌고 미친 듯이 서쪽으로 질주

했다.

그들 중엔 자라나는 새싹, 무법자로 악명을 떨칠 제시 제임스와 콜 영거도 함께였다.

로렌스로 모여드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아칸소, 루이지애나, 텍사스의 게릴라들.

오클라호마의 체로키 부족 전사들이 로렌스를 공격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9시 방향의 콜로라도에서도.

“우룰루루루루!”

아파치, 나바호, 우테, 샤이엔 등.

인디언 부족은 아파치의 젊은 족장 고야슬레를 필두로 구름떼처럼 평원을 질주했다.

이들을 움직인 건 단 한 통의 편지.

- 라이언 홀드. 콜로라도는 알프레도에게 맡기고 로렌스를 사수해라. 쳐들어오는 건 모조리 박살 내.

모처럼 콜로라도를 벗어난 라이언 홀드.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로렌스로 말을 달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