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 설마 뭔 일이 생긴 건가
1862년 9월.
뉴욕에서 출항한 배는 태평양을 건넜다.
그리고.
“드, 드디어 일본인가!”
바다에 처음 나온 열 명의 특수부대 대원들은 저 멀리 육지를 보며 환호했다.
그동안 내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토악질하고, 흔들리는 배에 정신마저 아득히 날아갈 것 같은 고난의 나날들. 마침내 그것도 끝이었다.
그런데 조셉 헤코의 말이 충격적이었다.
“하와이데쓰요.”
“......(흠칫) 뭐라고?”
“하와이라고요. 아직 아직 반도 안 왔으무니다.”
"그럴리가 없다. 이제 하와이라고?"
“...... 뻐어어억!!”
탕! 탕!
하와이는 현재 카메하메하 5세 왕이 통치하는 왕국.
수십 년 전,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이 이곳에 도착한 이후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이 방문하는 일들이 잦아졌고. 이런 이방인들로 인해, 질병에 면역력이 없던 하와이 원주
민 절반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프란시스 홀은 연료 보급을 위해 하와이에 단 이틀만 머물렀다.
석탄과 고래기름, 식량과 각종 보급품을 실은 뒤 다시금 여정이 시작되었다.
모처럼 땅을 밟았던 대원들은 점점 작아지는 하와이를 떠나간 고향 보듯 쳐다봤다.
이와 반대로 조셉 헤코의 설명이 이어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홍역으로 하와이안 5분의 1이 죽어 나간 일도 있었어요. 그리고 그거 알아요? 하와이로 처음 이주한 이민자가 중국인이래요.”
헤코는 하와이에 나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대원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지금 그게 중요해? 일본은 언제 도착하는데?”
“앞으로 4개월 데쓰···.”
“그러니까, 진짜 내가 진짜 데스당하겠어.”
“...... 차라리 가는 동안 저와 일본어 공부하는 건 어떻쓰무니까.”
“공부?”
대원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부보다 총을 더 가까이 두고 살아온 인생 아닌가.
“일본 여자들과 대화라도 나누려면, 몇 마디 정도는···.”
“곤니찌와. 센빠이, 야메때 데스요!”
아이 말문 터지듯 히콕이 소리치자, 헤코의 눈이 커진다.
“그, 그건 조또.”
“왜. 막스 보스가 오기 전에 알려준 건데. 이거면 끝이라던데?”
옆에 있는 코디는 자신도 할 수 있다며 따라했다.
총사령관은 대체 어디서 저딴 단어들을 배운 걸까.
헤코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데 여자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겼는지, 대원들은 일본어 공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이라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뭘?”
“솔.로.탈.출. 새끼들아.”
“!”
가도 가도,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늘뿐.
망망대해에서 할 일이 뭐가 있을까.
그냥 공부나 하고, 심심하면 갈매기를 향해 총이나 쏘는 게 대원들의 일과였다.
그리고 가끔은 헤코에게 일본에 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었다.
“일왕을 덴노라고 부르는데, 실질적인 통치는 무사들의 정점인 막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 수장이 쇼군이고, 그 밖에 영주들을 다이묘, 번주라고도 하죠.”
“...... 겁나 복잡하네.”
“복잡해도 꼭 알아야 해요. 그리고 제가 일본을 떠나기 전, 열도를 떠들썩하게 한 운동이 있었습니다.”
일명 ‘존왕양이(尊王攘夷)’ 운동로 왕을 받들고 외세를 몰아내는 의미였다.
“원인은 미국과 맺은 미일 수호 통상 조약이 결정적이었죠.”
매튜 페리 제독이 일본을 강제 개항시키고, 첫 총영사관이 된 타운센드 헤리스가 협상한 조약. 5개 항을 개항하고, 무역에 관한 관부의 간섭 배제, 자국민에 관한 영사 재
판권, 관세 인하, 최혜국 대우 등이 그 내용이었다.
“이 조약 이후로,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이 비슷한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연히 불평등한 조약이라면서 반발이 일어났죠.”
그중 조슈번과 사쓰마번이 존왕양이파로 적극적이었다.
한참 설명하던 조셉 헤코가 대원들을 쳐다봤다. 다들 눈이 게슴츠레했다.
가장 나이 어린 코디는 이미 눈을 감고 실실 쪼개고 있었다.
배에서 그렇게 자고도 잠이 올까.
아니면 일본 얘기가 그렇게 재미없나.
조셉 헤코는 마저 몇 마디를 한 뒤에 본인도 달빛에 파뭍혀 스르르 잠이 들어 버렸다.
어느 날, 히라가나 시험에서 낙제 점수를 받은 히콕이 물었다.
“근데, 헤코.”
“하잇.”
“우리가 가는 곳에 조선인도 있다 그랬지?”
“당연히 있습니다. 야마구치현은 조선과 엄청 가깝거든요. 특히 제주도, 부산이랑요.”
“뭐, 거기가 어딘지 말해도 몰라. 아무튼, 조선인이 있으면 됐어.”
“맞다. 우리 보스 조선 이름이 뭐라 그랬지?”
대화를 듣던 한 대원이 불쑥 끼어들었다.
뉴욕에서 떠나기 전, 히콕은 막스에게 진짜 이름을 물은 적이 있었다.
- 내 조선 이름? 대봐야, 아무도 모르겠지만. 뭐, 알아두는 것도 나쁘진 않지. 참고로, 원래 성은 이씨다.
성을 바꾼 이유는 딱히 말해주진 않았다.
어찌 됐든 그렇게 해서 알려준 이름은.
“막산 리라고 그랬던 것 같은데.”
“...... 로버트 리와 무슨 관계인 거야?”
“시발, 그걸 말이라고 하냐.”
하와이에서 떠난 지 석 달.
거친 파도와 풍랑에 휩쓸려 배가 반파될 정도의 위기도 몇 번 겪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모든 걸 헤치고 일본에 도착했다.
시모노세키 항구에 유럽에서 몰려온 상선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돛대엔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깃발이 걸려 있었다.
배가 항구에 정착하자 사업을 주도하는 프란시스 홀이 히콕에게 말을 건넸다.
“일단 무기들은 화물창 깊숙이 감춰뒀어. 당분간은 정보를 수집하고, 마땅한 사람을 물색해 보자고.”
“경호는 두 명이면 되겠어?”
“너무 많아도 눈에 띄잖아. 우선 숙소부터 알아볼게.”
존왕양이 운동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프란시스 홀과 조셉 헤코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했다.
“근데 죄다 애들밖에 없냐.”
“어른들은 단체로 어디 전쟁터라도 끌려갔나?”
항구 주변으로 다니는 일본인들은 키가 작고 왜소한, 더욱이 수염도 없이 매끈했다. 대원들의 눈엔 전부 애들처럼 보였다.
“저를 보시면 알잖아요. 대체로 우리 일본인들이 좀 작습니다.”
“보스는 크던데. 조선인이랑은 또 다른가 보네.”
“뭐, 좀 그렇긴 하죠.”
일행은 항구와 인접한 곳에 숙소를 마련하고 다른 백인들과도 왕래하며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며칠 뒤.
바라고 바라던 조선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셋이나.
“오오! 드디어!”
기모노 일색인 일본인들과는 다른 복장.
이마에 흰 두건을 두르고, 흰색 한복에 대나무를 엮어 만든 패랭이 모자를 뒤집어쓴.
울퉁불퉁한 나무 지팡이를 짚고, 무거운 봇짐을 짊어진 보부상이었다.
확실히 일본인들보단 덩치가 커 보였다.
“헤코! 가서 말 좀 걸어 봐.”
“하잇!”
헤코가 쫄래쫄래 달려갔다. 조선인들과 몇 마디 말을 나누는 사이, 대원들도 잔뜩 경계하며 다가갔다.
조선인에 대한 기준이 막스인 탓에 대원들은 그들의 숨겨진 무장 상태부터 체크했다.
- 모자 이상 무.
- 옷이 좀 헐렁한데, 안에 감춘 무기는 없어 보임.
- 등짝에 맨 짐도 별거 없는 듯.
- 흠. 나만 지팡이가 라이플로 보이는 건가.
히콕이 날카롭게 지팡이를 쏘아본다.
대원들이 ‘과연’이라며 지팡이에 집중할 때, 헤코가 말을 건넸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온 보부상들인데, 자기들한테 뭔 볼일 있냐고 물어보는데요?”
조선의 보부상들이 대원들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니넨 뭔데?’라는, 눈빛이 꽤 도전적이었다.
히콕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두유 노 막산 리?”
“막걸리?”
“노노, 막산 리.”
“막산리? 막산이?”
몇 번 말을 되뇌더니, 조선인들은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헤코에게 묻는듯했다.
“제주도 사람이면 당연히 아는 이름인데. 당신들이 막산이를 어떻게 아냐는데요?”
“왓더! 보스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어?”
놀란 대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었는지 물었다.
이를 헤코가 다시 일본어로 말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상관없다. 태평양을 건너 보스의 흔적을 찾은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릴 일이었으니.
잠시 후.
헤코가 대원들에게 조선인들의 말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막산이가 힘이 장사였다네요.”
“맞아! 보스가 힘이 좀 세지. 그리고?”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 먹는 양이 엄청 났대요.”
“와씨, 방금 소름 돋았네.”
“그러니까. 보스 먹는 거 존나 집착하잖아.”
대원들은 맞장구치며 다시금 헤코의 말에 집중했다.
“그런데 막산이가 원래 비천한 노비 출신이었대요. 노비는 말하자면, 노예라는 거죠.”
“헐. 시발, 전쟁에 적극적인 이유가 있었구나.”
“동양인이 노예해방 거리길래, 뭔 오지랖인가 했는데. 어흑.”
“그럼 노예에서 탈출하려고 캘리포니아에 왔다가 또 노예 계약서 사인했다는 거네?”
그렇게 멍청한데, 언제 갑자기 바뀐 걸까.
아무튼 노예 출신이라는 말에 대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데 조선인들의 말을 듣던 헤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근데 막산이가 먹성이 너무 좋아서 주인한테 쫓겨났대요. 감당이 안 돼서요. 그리고 ··· 굶어 죽었다는 대요?”
“뭔 개소리야. 멀쩡히 살아있구만.”
헤코가 그 말을 전하자, 조선인들도 개소리 말라는 얼굴로 대원들을 쳐다봤다.
알고 보니, 막산이는 제주도 서귀포의 설화에서 나오는 인물이라고 했다.
“설화? 전설?”
“예. 먹성 때문에 굶어 죽은 막산이를 기리기 위해 죽은 곳을 ‘막산이구석’이라고 부른대요. 서귀포 중문에 있답니다.”
“...... 뻑뻑.”
*
일본에 왔지만, 대원들은 조선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리 오래되지 않아 조선에 대해 결론 내리길.
‘하이테크놀로지 조선은 없다’였다.
아무리 정보를 조합해봐도, 조선은 리볼버 한 정 만들 수 없는 나라였다.
지하에 숨어 있는 도시가 있다면 모를까, 현재 조선의 기술력은 일본과 차이가 없었다.
“대체 보스는 어떻게 그런 지식을 얻은 거지?”
“이제 그만하자, 조선이 어떻든. 그딴 게 뭐 중요하냐?”
“아무튼, 보스가 조선인도 몇 명 데려오라 했는데 그거나 신경 쓰자.”
대원들이 조선에 관한 궁금증을 일단락할 때, 프란시스 홀이 굳은 얼굴로 돌아왔다.
“덴노가 막부에게 존왕양이를 실천하라고 지시했대. 마지못해 그 기한을 5월로 정했다는군.”
덴노는 일왕. 그가 머무는 교토로 수많은 사무라이가 몰려와 존왕양이를 외쳐댔다.
이에 화답하며, 일왕은 막부에게 존왕양이 실천을 주문했다.
해서 왕과 사무라이들의 압박에 막부는 기한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양이, 즉 외세를 몰아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막부는 미적거리며 은근슬쩍 넘어가려했다.
히콕이 프란시스 홀에게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지?”
“5월 6일.”
“...... 날짜가 애매하네?”
프란시스 홀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5월 말까지인지, 아니면 중순인지. 언제 양이를 하겠다는 건 알 수가 있나. 다만.
“이곳 항구가 존왕양이파 조슈번의 힘이 미치는 곳이라. 상황이 언제 뒤바뀔지 알 수가 없어.”
히콕은 미간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 우린 막부와 일왕을 적절히 이용해야 해. 양쪽에 라인을 만드는 게 히콕 네가 할 일이야.
그래서 오긴 왔는데, 아무래도 태풍의 중심에 와있는 것 같다.
“프란시스, 아무래도 위치를 옮겨야겠어.”
“나가사키는 어때? 어차피 다섯 개 항구가 열려서 한 번씩은 방문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럼 나가사키로 가자.”
둘은 그렇게 결론 내리고, 이곳 시모노세키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배를 점검하고 숙소를 정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배에서 숙소를 들락거릴 때, 마침 미국에서 상선 하나가 도착했다.
대원들이 득달같이 달려가 물었다.
한 가지 내기 때문이었다.
“맥클레란이 혹시 전투에서 이겼습니까?”
“뭐, 페닌슐라 전투요? 해상으로 이동해서 리치먼드까지 접근하고. 그다음.”
대원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상대 입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는 곧바로 배를 타고 나왔습니다만.”
"아이 씨."
대원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긴 도착한 날짜를 보면 고작해야 며칠 차이였다. 여전히 그들의 머릿속 북군 총사령관은 맥클레란이었다. 그를 막스가 대체했을 거라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저 팸브로크호가 당신들 배요?”
미국 상인이 물었다.
“맞습니다.”
“떠나려는 걸 보니 온 지 오래된 모양이네요.”
“그건 아니고.”
같은 미국인끼리 위험한 정보는 나눠야지.
히콕은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해줬다.
그랬더니.
“고, 고맙습니다! 그럼 다른 항구에서 볼 수 있으면 봅시다!”
재빨리 배에 올라탄 상인이 이윽고 선원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는 신속하게 항구를 빠져나갔다.
“뭔, 새가슴들이여.”
대원들은 혀를 차며 마저 배에 짐을 실었다.
얼추 이동 준비가 완료될 즈음.
콰아앙!
포성과 함께 항구 뒤쪽에서 칼을 찬 무리 수백이 모습을 드러냈다.
“존.왕.양.이!”
“왕을 받들고 야만인을 몰아내라!”
조슈번의 사무라이들이 긴 칼을 뽑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바다 한쪽에 있던 유럽 건조식 함선이 또다시 함포 사격을 가했다.
펑!
펑!
항구를 떠난다는 걸 인지해서였을까.
재수 없게 대원들의 배 ‘팸브로크(Pembroke)’가 타겟이 되었다.
육지로는 사무라이들이, 바다에선 조슈번과 손잡은 함선이 일행들을 공격했다.
“젠장! 얼른 배에 올라타!”
“출발해라, 출발!”
퍼엉!
촤르르르.
해안가에 떨어진 포탄이 물보라를 일으킨다.
배가 흔들리고, 팸브로크호는 사력을 다해 정박한 곳을 탈출하려 했다.
콰아앙! 파직!
갑판에 포탄이 떨어지며 파편이 튀었다.
“이 개새끼들. 히콕! 개틀링 꺼내 말아!?”
“일단 여기서부터 벗어나자.”
히콕은 이를 바득 갈며 포격을 가한 함선을 노려봤다. 그나마 팸브로크가 떠날 준비를 끝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배는 박살나고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항구에서 점점 멀어지자, 포격 대상이 다른 나라 상선으로 향했다.
딱히 국적을 가리지 않고, 존왕양이파 사무라이들은 서양인이면 무조건 타겟으로 삼았다.
팸보로크호는 시모노세키에서 분고 해협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일행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히콕은 프란시스 홀에게 제안을 했다.
“나가사키 말고, 영사관으로 가자.”
“에도로?”
“받은 만큼 돌려줘야지. 해군 맥두걸 대령이 근처에 있으면, 그자도 만나봐야겠어.”
맥두걸은 태평양을 순항하며 해적과 남군의 함선으로부터 미국 상선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떠나기 전 막스가 말하길.
- 만약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맥두걸 대령을 찾아가. 그가 가진 전력이면 충분하니까.
프란시스 홀은 사업가일 뿐.
히콕이 말하는 인물들은 알지 못했다.
사흘 뒤.
팸브로크 호는 일본 남쪽을 돌아 에도 부근의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히콕은 배에서 내린 즉시 프란시스 홀과 함께 영사관을 찾아갔다.
“총영사관님께서 잠시 손님과 미팅중이어서요.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런데 한 시간이 넘도록 총영사관을 만날 수 없었다. 몇 번을 요청해도 미팅중이라는 말 뿐이었다.
참다 못한, 히콕이 신분증을 꺼내 내밀었다.
“연방 특수부대 소속 히콕 대령이요. 자국민이 포격 당해서 죽을 뻔했는데, 미팅이 대순가? 당장 군사작전을 펼쳐도 부족할 판에!”
“...... 자, 잠시만요.”
영사관 직원은 영어를 좀 하는 일본인이었다.
특수부대가 뭔지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글거리는 눈빛, 대령이라는 직함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곧장 달려가 미팅중인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안으로 들어간 뒤엔.
“뭐! 연방 특수부대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안에서 한 중년인이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히콕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초, 총사령관의 그 특수부대?”
‘뭔 시바, 특수부대가 언제부터 맥클레란 소속이었어?’
설마 뭔 일이 생긴 건가?
히콕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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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제주도 서귀포 막산이 이야기는
지금도 내려오는 전설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