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2화 (242/360)

#242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남· 북군의 전사자를 위로하기 위해, 게티즈버그 묘지 헌정식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시대의 명연설가. 에드워드 에버렛의 2시간에 걸친 연설이 끝나고, 마침내 대통령이 단상에 올랐다.

존 브라운은 1만 5천여 명의 시선을 담담히 받아내며 이윽고 입을 뗐다.

[여든 하고도 일곱 해 전, 우리의 선조들은 이 대륙에, 자유 속에 잉태되고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명제에 헌정된 새 나라를 낳았습니다.]

첫 문장을 듣는 순간 막스의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역사는 뒤틀렸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으니. 게티즈버그 연설이 그중 하나였다.

아주 작은 우연은 또 다른 우연으로 상쇄되어 필연으로 된다.

이 과정을 떠올려보면 섬뜩함마저 들었다.

[이제 우리는 그 나라, 혹은 그와 같이 잉태되고 헌정된 나라들이 과연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하는 위대한 내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전쟁의 위대한 격전지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나라를 구하려다가 희생된 분들에게 마지막 안식처로서 그 싸움터의 일부를 바치고자 합니다. 이는 우리

가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 땅을 성스럽게 만든 분들은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아닌, 여기서 싸웠던 용감한 전사자와 생존자들이 이미 이곳을 성스러운 곳으로 만들었

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서 하는 말에 대해 주목하지도 오랫동안 기억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분들이 여기서 이루어 냈던 업적만큼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살아남은 자로서 이곳에서 싸웠던 그분들이 애타게 이루고자 했던 아직 끝맺지 못한 과업을 이루기 위해 마땅히 몸과 마음을 바쳐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

뭔가 없던 문구가 새로 들어간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초반의 부드러움이 점점 과격한 언어로 바뀌어 갔다.

[우리의 상대는 같은 국민이지만 노예를 당연시하는 자들입니다. 선조들이 명시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인간의 권리를 폭력으로 짓밟고 이를 정당하다고 외치는 자들입

니다.

하지만 여러분.

총칼에 흘린 피는 누구나 빨갛습니다.

우리가 지키려는 정의는 피부색에 따라 달라지는 정의가 아닙니다. 권력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신념도 아닙니다.]

문득 막스의 시선이 옆에 있던 링컨을 향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링컨이 담담하게 말했다.

“헌정식 연설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대통령의 원고를 무시할 순 없었네.”

잃어버린 원고에는 줄곧 노예의 편에서 싸웠던 존 브라운의 투쟁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링컨이었다면 굳이 오늘의 연설에서 노예라는 말을 언급하진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원 역사에서 게티즈버그 연설문에는 노예라는 단어는 빠져 있었으니까.

“저는 지금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동감일세. 다만 일부 반대 세력들이 딴지를 걸지 않을까, 걱정은 되네.”

연방을 지키는 것과 노예 폐지는 엄연히 다른 문제. 링컨이 염려한 건 연방 주의자들이 노골적으로 노예 문제를 언급하는 존 브라운에게 등을 돌리는 일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굳이 노예 해방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하네.”

“글쎄요.”

링컨의 말에 막스는 책에서 읽은 일화가 떠올랐다. 물론 전생에서였다.

“과거 독립전쟁 당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고 말한 명연설가가 있었습니다.”

“코네티켓의 유명한 설교자였지. 워낙 유명한 말이라 나도 알고 있네.”

“혹시 그 설교자에게 ‘잭’이라는 노예가 있었다는 것도 알고 계셨습니까?”

“그랬었나?”

링컨이 이채를 띄며 막스를 쳐다봤다.

“주인의 설교를 들은 노예 잭이 감탄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 주인님, 저는 항상 자유에 대한 주인님의 설교를 듣는데. 그 말씀을 듣는 게 너무 좋습니다. 자유는 좋은 것이니까요.

주인님은 설교도 잘하시고 기도도 잘하십니다.

하지만 주인님 한 가지를 기억하셔야 합니다.

가련한 잭은 아직 자유롭지 못합니다.

“...... 흥미롭군. 그래서 잭은 어떻게 됐나?”

“아쉽게도 이후론 들은 게 없습니다.”

링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존 브라운에게 고개를 돌렸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땅의 정의를 지키고자 죽어 간 분들의 큰 뜻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앞에 끝맺지 못한 위대한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노력해야 합니다.]

존 브라운은 장내를 훑어보며 연설의 마지막 더욱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우리가 그들처럼 노력을 기울일 때, 하느님의 보호 속에서 이 나라는 새롭게 보장된 자유를 누릴 수 있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로서 결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막스가 역사를 아무리 뒤틀어도, 후대에 남을 명연설은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막스는 링컨의 담백함과 존 브라운의 직설적인 조합이 더 마음에 들었다.

물론 장내의 반응은 조금 미적지근했다.

연설을 듣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온 사람들은 그 내용이 어떻든 무조건 긴 걸 선호했다.

그런데 존 브라운의 연설은 3분도 안 될 정도로 짧았으니. 이것도 불만이었고, 노예 언급 자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반대로 존 브라운을 추종하는 열렬한 노예제 폐지론자들에겐 최고의 연설이었다.

그들의 박수갈채가 불이 붙듯 주변으로 옮겨갔다. 이에 호응하듯 존 브라운이 한 마디를 이어갔다.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다음을 공표하고자 합니···다.]

순간 단상을 잡던 존 브라운이 휘청거렸다.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존 브라운은 달려오는 경호원에게 괜찮다며 손을 들어 보였다.

“어제 부상 때문일까요?”

미간을 찌푸린 막스는 존 브라운을 바라보며 링컨에게 물었다.

“그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이전부터 대통령께서 몸 상태가 좋진 않았네. 가뜩이나 온갖 스트레스가 집중되는 자리인데, 전쟁 중이라면 오죽하겠나.”

링컨의 목소리에도 근심이 가득했다.

그의 말마따나 존 브라운이 짊어진 무게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견줄 바가 아니었다.

어찌 됐든 이날.

존 브라운은 위태로운 몸을 이끌고 그토록 바라던 노예 해방을 선언했다.

[미합중국에 대하여 반란 상태에 있는 주 또는 어떤 주의 지정된 지역에서의 노예들은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육·해군 당국을 포함하여 미국의 행정부는 그들의 자유를 인정하고 보존할 것이며, 그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고자 노력하는 데 어떠한 제약도 가하지 않을 것이다.

.

.

.

진실로 정의로운 행위로 생각되며, 헌법으로 보증된 이 선언에 대하여 나는 인류의 신중한 판단과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총을 기원한다.

증인으로서, 나는 여기에 내 손으로 미합중국의 봉인을 찍는다.

미합중국 독립 87년, 1863년 9월 5일, 존 브라운.]

오늘은 예비 선언이고, 실제 노예 해방 실제 선언은 내년 1월 1일. 시행 전 유예기간을 두려는 의미였다.

원 역사에선 링컨이 이보다 1년 앞선 1863년 1월 1일, 노예 해방을 선언했다.

존 브라운보다 1년이 빨랐지만, 링컨의 목적은 전쟁 승리를 위한 군사적 필요성 때문이었다.

그는 전쟁에 흑인들의 참여를 이끌고, 연방을 결집해 잇단 패배를 벗어나려 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벌였을 당시. 영국이 ‘영국군에 가입하는 노예를 해방할 것’이라 선언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남부 연합에 똑같이 적용한 것이었다.

여기에서 과연 진정성을 찾을 수 있을까?

실제로 권력을 가진 자들은 노예 해방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는 막스로 인해 뒤틀어졌다.

존 브라운은 승리의 전환점이 된 게티즈버그에서 노예 해방을 선언했다.

군사적, 정치적 목적을 배제한 ‘국민의, 국민에, 국민을 위한’ 대상에 흑인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셈이었다.

물론 이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순 없지만. 막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일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일단 링컨의 반응부터 달라졌다.

“이렇게 된 이상, 노예 해방이 이 전쟁의 결과물이 되어버렸네.”

“흩어진 목적이 하나로 모였으니, 오히려 잘 된 것 아닙니까?”

“잘 되다마다. 대통령은 가장 좋은 시점을 선택했고, 그걸 만들어준 건 자네였네.”

“과찬이십니다.”

막스의 말에 링컨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발발 원인이 노예제인 건 분명하나,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가 지금까진 모호했다.

존 브라운과 막스에겐 명확했지만, 누군가에겐 흐릿한 것으로 보였다.

링컨이 대표적이었다.

초기엔 노예제 폐지보단 연방 유지에 더 관심을 가졌고, 링컨에게 전쟁의 목적은 연방 분리를 막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확실히 바뀌어 있었다.

“온갖 잡다한 이유가 있었지만, 오늘로써 연방에겐 거대한 명분이 생겼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그걸 법으로 현실화시키는 일이겠지.”

노예 제도 금지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

일명 수정헌법 13조에 관한 논의가 게티즈버그를 기점으로 불붙기 시작할 것이다.

한편, 모든 연설을 끝마친 존 브라운은 단상에서 내려가기 전, 갑자기 게릴라 습격과 연설문을 잃어버렸던 상황을 언급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연설문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제가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미처 외우기도 전이었거든요.”

장내에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몸 상태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불안한 눈초리로 대통령을 바라봤다.

“그런데 제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 부통령이신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신 연설문을 써주셨더군요.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굳이 이 자리에서 연설문의 작성자를 밝힐 이유가 있을까. 양심에 찔려서?

아니면 순수하게 고마워서?

‘그것도 아니면···.’

막스는 링컨의 옆모습을 흘겨봤다.

링컨 또한 ‘굳이 저런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얼굴이다.

존 브라운이 자신의 이름을 몇 번이나 언급하고 고마움을 표시할 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막스는 존 브라운에게 직접 물어볼까 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건강 때문이라면, 본인이 직접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않겠는가.

더욱이 지금은 전쟁 중이다.

대통령선거를 언급하기엔 적절하지 않았다.

*

막스는 존 브라운의 연설이 역사에 길이 남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

하지만 신문 기사 반응들은 엇갈렸다.

짧고 성의 없다며 혹평하거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설이라 추켜세우거나.

이런 대조적인 반응과 함께, 에이브러햄 링컨 역시 사람들 입방에 오르내렸다.

다친 몸을 이끌고 연설과 노예 해방 선언까지 한 대통령의 영웅적이고도 감동적이었으며.

그를 위해 연설문을 써준 링컨과의 관계가 훈훈함을 더했다. 부통령의 인기가 덩달아 급상승했다.

존 브라운이 이를 노렸다면 성공한 셈이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뜻밖의 곳에서 부작용이 생겨났다.

남부연합의 수도 버지니아 리치먼드.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슨과 각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었다.

회의 주제는 게티즈버그와 그곳에서 드러난 존 브라운 대통령의 몸 상태.

“이전부터 첩자들이 보내온 정보에도 건강 이상설은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습격으로 인해 심해졌을지도 모르지요.”

“게릴라들이 전멸했어도 의미는 있었군요. 일단 상태로 봐선 차기 재선은 힘들 것 같지 않습니까?”

“흠. 그럼 다음 연방 대통령선거까진 이 전쟁을 어떻게든 끌고 가야겠군요.”

“우리가 승복하면 차기 정권을 또다시 공화당이 가져갈 텐데, 그건 기필코 막아야죠.”

지금은 갈라졌지만, 본래 민주당은 한 뿌리다.

게다가 북부 민주당은 노예제 따윈 별 관심이 없었다. 협상하더라도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여러모로 유리했다.

“그나저나, 가장 큰 골칫거리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다간 동양인이 차기 연방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 설마 그런 일이야 일어나겠습니까. 여론이 절대 그냥 두진 않죠.”

“그런데 그 여론이 지금 제대로 작동하고 있습니까? 죄다 찬양 일색이던데.”

“곧 바뀌게 될 겁니다. 동양인은 결코 이 땅에서 인정받을 수 없을 테니까요. 제아무리 승승장구해도 고작 임시 아닙니까? 동양인의 한계죠.”

그런 점에서 존 브라운은 확실히 특이한 인물이었다. 동양인을 중용하는 건 그만큼 리스크가 따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달리 해석하면 이런 가정도 할 수 있었다.

존 브라운이 죽거나 권력에서 밀려나면 동양인이 지금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한 번의 실수를 대중이 눈감아줄 수 있을까?

여러모로 동양인을 공략하는 건 같은 백인보다 수월한 건 분명했다. 그런데.

“그 쉬운 걸 아직도 못하고 있군요. 조만간 좋은 소식을 기다려보겠습니다.”

제퍼슨 데이비스의 말에 각료들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쉬운데 어렵다는 걸 입 밖으로 꺼낼 상황이 아니었다.

*

게티즈버그 연설이 끝나고, 존 브라운은 곧바로 워싱턴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또 다른 게릴라들의 습격을 방지하고, 몸의 안정을 취하려는 의도였다.

막스가 존 브라운을 찾아갔을 때, 그는 침실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내일이면 멀쩡해질 거야.”

“다행이군요.”

본인이 멀쩡하다는데 대놓고 대통령 재선을 말하기가 뭣하다. 어차피 때가 되면 본인이 어떤 식으로 말하지 않겠는가.

막스가 입안에 맴도는 질문을 삼킬 때, 존 브라운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나저나, 오늘은 뜻깊은 날이었네. 게티즈버그 승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 모두 자네 덕분이네.”

“맨입으로요?”

존 브라운은 힘없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내가 언제 말로만 그친 적이 있었나? 해서 말인데.”

묘한 미소를 지으며 존 브라운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자네를 정식 총사령관으로 임명할 생각이네. 그리고 진급도.”

“?”

“조지 워싱턴 대통령, 윈필드 스콧 장군 이후, 자네가 세 번째네.”

막스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눈이 커졌다.

현재 별 두 개인 소장. 여기서 진급이면 별 세 개, 중장이다.

“...... 너무 나갔는데요.”

“더 가고 싶은데 참았네.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있었네. 서부 사령관을 그만둘 때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면 그야말로 큰일 아닌가?”

그래서 전쟁이 끝날 때까진 막스를 붙잡아두려 마구 퍼줄 셈인 모양이다.

“어, 음. 사실 그만둘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군. 어떻게 그냥 취소할까?”

“굳이요?”

존 브라운은 막스를 보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 시대, 이 나라에서 동양인 총사령관이 된다는 건 확실히 말이 안 되는 일이지.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만들어주고 싶었네. 연설이 연설로만 그치면 되겠는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누린다. 독립선언서에 명시된 핵심 가치.

이를 따른다면, 막스를 임시직과 소장에만 묶어두는 건 그 가치를 부정하는 셈이었다.

막스 또한 욕망에 충실했다.

서부 사령관 때만 해도 율리시스 그랜트를 내세우려 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북군 총사령관이라는 수많은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넘겨줄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나라면 그랜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건 더 쉬운 일일지도.’

존 브라운은 자신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서 막스에게 날개를 달아주려 했고, 막스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만한 일을 했고 앞으로도 할 테니까.

막스가 나가자 존 브라운은 다시금 천장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폭력과 분노, 광기로 물든 자신이 이렇듯 대통령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편으론 전쟁이 자신을 병들게 한 건지, 병든 자신이 전쟁을 일으킨 건지.

모든 게 헷갈리다.

분명한 건 막스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 세상을 바꿀 기회를 준 그에게 더 많은 걸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내 뒤를 이을 사람이 자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며칠 뒤.

워싱턴으로 돌아간 존 브라운은 의회와 각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스 조 장군을 정식 총사령관. 그리고, 미 역사상 세 번째 삼성 장군으로 임명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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