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4화 (244/360)

#244 한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미시시피 남부 존스 카운티.

우거진 숲속에서 남군과 반란군들의 교전이 벌어졌다.

쉽게 처리할 줄 알았던 남군 장교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를 깨물었다.

‘빌어먹을 새끼들. 북군하고 싸울 때나 이렇게 할 것이지!’

반란군들은 쓸데없이 잘 싸웠다. 탈영병들 주제에 전략 전술은 어찌나 교묘한지 남군을 철저히 농락하고 있었다.

아군 숫자는 눈에 띄게 줄고, 적들은 여러 곳에 포진되어 있어 숲에서 빠져나오는 것조차 힘들었다. 오합지졸들치고는 체계적이고 훈련도 잘되어 있었다.

‘뉴튼 나이트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리가 없다. 누군가 도와준 게 분명해.’

혹시 북군의 도움을 받은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총알이 팔을 관통했다. 들고 있던 리볼버를 떨어트리자, 누군가 불쑥 튀어나오며 총구를 겨누었다.

“뉴, 뉴튼 나이트?”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부 연합에는 감자 하나도 내줄 수 없다.”

“... 자, 자네는 징수에서 제외···.”

탕!

장교의 이마가 뒤로 젖혀지며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제외는 개뿔. 거머리처럼 늘어 붙어서 피까지 빨아먹을 놈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가족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악랄한 거머리들.

시체에 침을 뱉은 뉴튼 나이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70명 가까이 있던 남군 병사 중 서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뉴트 나이트의 눈이 스카프를 두른 남자들로 향했다. 그들은 그동안의 전투를 완벽하게 승리로 이끈 게릴라 전투의 귀신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두 남자의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뉴튼 나이트가 양쪽 입꼬리를 올릴 때, 그 두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왔다. 자신을 텍사스에서 온 칸초라고 소개한 남자가 말을 건네왔다.

“뉴튼, 이미 이곳은 노출이 됐으니까, 챙길 건 모조리 챙기고 자리를 떠야 해.”

“알았어.”

뉴튼은 주변 반란군들에게 즉시 시체를 털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흡족한 듯 칸초에게 말을 건넸다.

“남군에 반기를 든 탈영병만 3백 명이 넘어갔어. 모두 너희 덕분이다.”

“그걸로 만족하면 안 되지. 남부연합을 뒤집어엎으려면 적어도 만 명 단위는 모집할 각오를 해야 해.”

이번엔 인디언 혼혈 막 짐이라는 남자가 대답했다.

뉴튼은 그 어마어마한 숫자에 혀를 내둘렀지만, 어쩐지 이 둘이 돕는다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리고 이때.

“와우. 북부에서 동양인을 정식 총사령관에 중장으로 임명했대.”

누군가 죽은 남군 병사의 짐에서 신물을 찾아냈다.

“진짜? 북부도 그냥 미쳐 돌아가는구나.”

“동양인이 총사령관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야? 남이든 북이든, 아주 시발 이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다니까.”

탈영병들은 입은 거침없었다.

하지만 한 집단만큼은 동작을 멈춘 채 하늘을 응시했다.

미시시피주까지 흘러 들어간 SFBC 대원들.

그들은 보스의 진급 소식에 격동하는 감정을 다잡으며 다시금 시체를 털기 시작했다.

버지니아 리치먼드.

탈영병들과 반 연방 분리주의자들이 뭉치며 세력을 확장한다는 소식이 대통령에게까지 전해졌다.

“반란군들의 세력 확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군대를 동원해서 뿌리를 뽑지 않으면 더 많은 자들이 가세할 겁니다.”

“지금 동원할 군대가 어디 있습니까?”

리치먼드 북쪽엔 언제 진격할지 모를 북군 13만이 진을 치고 있고, 서부는 딥 사우스로 진입하지 못하게 채터누가를 포위하여 길을 막고 있다.

더욱이 미시시피주를 횡단하며 가는 곳마다 쑥대밭을 만드는 미치광이 셔먼을 남군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만큼 병력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작 반란군 따위에 병력을 쪼개야 하는가.

“그렇다고 그냥 놔두면 남부 전역으로 확산할 위험이 있고.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장군.”

제퍼슨 데이비스 대통령이 로버트 리에게 의견을 구했다.

“아무래도 북군이 우리를 교란하려는 것 같은데. 정식 군대를 보내 막는 건 현실적으론 무립니다.”

“그럼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그럴 리가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지요.”

비대칭 전력의 상황에서, 로버트 리는 반란군을 남부 게릴라로 맞서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 일을 젭 스튜어트에게 맡기자, 그는 게릴라 총지휘관으로 존 싱글턴 모스비를 지명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수용소에서 라파예트를 이용해 북군 정보를 캐내고, 연방 대통령이 탄 기차 습격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했다.

모스비는 곧바로 휘하의 게릴라 지휘관들을 소집했다. 하나같이 원 역사에서 남부군 게릴라로 악명을 떨치는 자들이었다.

“북군의 교활한 새끼들이 미시시피주에서 이간질하고 분탕질을 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반란 세력을 제거하고 동시에 북부에도 무차별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존 브라운 기차 습격에서 살아남은 프리메이슨 존 맥닐.

연합군 복장으로 민병대 행세를 하며 인디애나 뉴벌리 마을을 점령한 ‘스토브파이프’ 존슨.

SFBC 부하 둘을 죽이고 막스에게 능지처참당한 퍼거슨의 뒤를 이은 테네시 게릴라 마르셀러스 제롬 클라크.

입대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연합군들을 잔인하게 처형한 19살의 존 모벌리.

그리고 미주리주 블러드 빌이 죽은 뒤, 게릴라들의 새로운 리더가 된 제임스와 영거 형제들.

그 외 조지 토드와 콴트릴, 앤더슨을 두루 거친 총잡이 윌리엄 맥워터까지.

남부 전역에서 활동하던 게릴라 리더들이었다.

흩어지기 전, 모스비가 짧은 말을 남겼다.

“이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우리가 모일 일은 없다. 각자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게릴라들이 이끄는 병력은 많아 봐야 백 단위.

그들이 아무리 들쑤시고 돌아다녀도, 주요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데는 결국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젭 스튜어트는 고심 끝에, 기병 연대를 이끌던 자를 찾아갔다.

네이선 배드포드 포레스트.

기병들을 이끌고 서부 전선에서 북군을 괴롭힌, 율리시스 그랜트가 두려워한 ‘유일한 남부 기병’이라 불리는 자였다.

하지만 포레스트는 최근 채터누가 전투에서 지휘관 브래그와 사이가 틀어져 뒤로 빠져있는 상태였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건 꽤 갑갑한 일이지. 이젠 자네 마음껏 활동하는 건 어떤가, 포레스트 준장.”

“방금 그 말도 내게 지시하는 것 같은데요.”

넓은 이마, 정수리와 옆머리만 수북한 포레스트가 감정이 실리지 않은 듯 대답했다.

젭 스튜어트가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길.

“자네에게 병력과 독립 지휘권을 주겠네. 할 말은 이게 끝이네.”

“흠. 나쁘지 않군요.”

그날 네이선 포레스트는 기병 천여 명을 이끌고 미시시피주로 향했다.

상대는 탈영병, 세금 징수에 반발한 민간인, 숨어 있던 반 연방 분리주의자들이었다.

반란군을 게릴라로 제압한다는 로버트 리의 전략. 이는 남부를 극도의 혼란으로 몰고 가 붕괴를 앞당겼다.

“가질 수 없다면, 모두 태우고 부숴버려!”

마을은 불타고 주요 산업 시설은 파괴되고.

극성 남부 지지자들조차 살 수 없을 만큼, 남부 경제는 추락하고 삶의 터전은 황폐해졌다.

‘몰래 움직이는 흑인이 북쪽을 보고 있으면, 십중팔구 도망 노예다’라는 말이 남부에서 유행처럼 번진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어느 순간 열성적으로 노예제를 옹호했던 백인들이 북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든 재산을 마차와 수레에 싣고 북으로 향했다. 부디 남군 게릴라들과 만나지 않길 기도하면서.

1863년 겨울.

딥 사우스로 향하는 관문,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북군 장군 로즈크랜스 장군은 내부에서 공성전을 벌이고, 주변을 포위하던 남군을 북군 조지 토마스 장군이 휘저었다.

“여기만 뚫으면 조지아다! 전군 돌격하라!”

그랜트 본대가 동쪽에서부터 밀고 들어가고, 버지니아의 애팔래치아산맥을 넘고 온 존 기어리 군단이 북쪽에서 파죽지세로 남군을 밀어붙였다.

그랜트는 사흘에 걸친 전투 끝에 채터누가 포위망을 무너트리고, 남군을 테네시에서 조지아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마침내 딥 사우스로 향하는 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북부에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하면서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북군이 채터누가에서 겨울을 보낼 때, 남군은 조지아 북부 치카마우가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버지니아 매나사스.

남부가 따뜻하다고는 해도 버지니아 북부의 추위는 매섭고 날카로웠다.

병사들이 옷깃을 여민 채 바들바들 떨며 경계를 섰다. 추위를 잊기 위해서라도 입을 잠시라도 놀려야 했다.

“겨울도 벌써 세 번째네. 대체 언제쯤 끝나게 될까.”

“난들 아냐. 따뜻한 수프에 이불 돌돌 말아서 잠이나 실컷 잤으면 소원이 없겠구만.”

“그것도 좋지만. 난 제일 보고 싶은···.”

“누구, 여자친구?”

얼굴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경계병들은 뒤로 튕기듯 물러나며 총을 들었다. 하지만 상대를 알아보곤 재빨리 총을 내려놓았다.

“그, 근무 중 이상 무!”

“이상 무가 아니라, 근무 중 다이지 다이. 너희 둘은 나한테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죄,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막스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사형감이다. 잊지 말도록.”

“옛 썰!”

조금은 누그러진 얼굴로 막스가 물었다.

“그나저나, 고향 가면 누가 제일 보고 싶다고?”

생각만 해도 울컥한 지, 둘은 말하기도 전에 눈시울부터 붉혔다.

“...... 두 딸이 보고 싶습니다!”

“결혼했어? 나보다 낫구나. 그럼 너는?”

“부모님이 가장 보고 싶습니다!”

막스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두 병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과 보낼 수 있을 거다. 조금만 참자.”

“옛 썰!”

가족은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는 곳.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라고도 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인 이들을 언제까지 전쟁터에 붙잡아둘 것인가.

‘일 년 안에 이 전쟁을 끝낸다.’

그렇게 다짐하며 거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

크리스마스를 즈음해서 매나사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중엔 워싱턴에 있어야 할 인물.

프리덤 에코에서 날카로운 기사와 해학이 넘치는 칼럼으로 주목받은 마크 트웨인도 있었다.

그는 깐족거리며 막스의 어깨에 달린 별을 문질러댔다.

“이야, 어깨에 달린 별 세 개가 아주 잘 어울리는데? 늦었지만 진정한 총사령관으로 거듭난 걸 축하해, 막스.”

“축하는 무슨. 그나저나 내가 너를 만나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칼럼니스트 이전에, 마크 트웨인의 또 다른 신분은 남군의 탈영 장교다.

“너까지 그럼 안 되지. 가뜩이나 며칠 전 손가락 잘 못 놀렸다가, 아주 평생 들을 욕을 다 먹고 있다고.”

“그러게 왜 그런 기사를 썼어.”

얼마 전 마크 트웨인은 기사에 자신의 경험담을 쓴 적이 있었다. 단 2주간의 짧은 남군을 회상하면서 쓴 건데, 이게 이슈가 되면서 남부와 북부 양쪽에서 공격받고 있었

다.

그런데 마크 트웨인 성격상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늙은 낙관주의자를 빼고, 젊은 비관주의자보다 더 슬픈 건 없거든. 우울하게 있어봐야 나만 손해지.”

“그럼 조만간 늙은 낙관주의자가 되겠구나.”

“왜 이래. 고작해야 너보다 한 살 많은 것뿐이야. 아직 창창하다고.”

막스의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올 때. 마크 트웨인과 함께 온 일행들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신문으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얼굴들로, 흑인과 백인이 뒤섞인 사회 운동가들이었다.

탈출 노예로서 이 시대에 가장 유명한 흑인 인권 운동가 프레드릭 더글라스.

얼마 전까지 남부 스파이로 활동했던 해리엇 터브먼. 유색 부대 3개 연대를 모집하는 데 힘을 쓴 에이브러햄 겔로웨이.

그리고 ‘톰 아저씨 오두막’의 저자 해리엇 비처 스토우 부인과 사회 운동가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튼 등.

막스가 면면을 확인할 때, 프레드릭 더글라스가 말을 건넸다.

“존 브라운 대통령 만나 뵙고 총사령관이 너무 궁금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영광이지요. 막스 조입니다.”

“만날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하는군요. 그때완 또 다른 분위기네요. 진짜 총사령관 같아요.”

어쩌면 남북 전쟁의 원인 제공자일지도 모를 해리엇 비처 스토우 부인. 그녀가 미소를 머금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총사령관님의 지원 덕분에 포로와 노예들을 탈출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드려야지요.”

해리엇 터브먼은 막스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막스는 엘리자베스 스탠튼, 겔로웨이 등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더글라스의 말을 빌리면, 이들이 찾아온 건 변화의 상징. 유색인종으로 총사령관까지 올라온 막스를 만나고 응원과 격려를 보내기 위함이라고 했다.

막스는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자리를 옮겨 오찬을 가졌다. 군 캠프라 마땅히 먹을 건 없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나저나, 마크 트웨인은 이 자리에 왜 끼워주신 겁니까? 함께 있으면 위험할 텐데요.”

“자꾸 그럴래.”

마크 트웨인의 입이 튀어나오자,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막스의 질문을 ‘프리덤 에코’의 또 다른 칼럼니스트, 스토우 부인이 대답했다.

“다들 마크 트웨인의 재치 있는 글을 좋아하거든요. 모레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던가, 정치인과 기저귀는 여러모로 자주 갈아줘야 한다는 거.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하지만 마크 트웨인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건.

“‘남북 전쟁은 우리 역사의 오점이지만, 흑인 영혼을 사고파는 것만큼 큰 오점은 아닙니다.’ 이 짧은 문장이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물론 중간층까지도, 깊이 생각하게 했죠

.”

스토우 부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당사자인 마크 트웨인도 뻔뻔하게 남 이야기하듯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그가 막스를 걸고 넘어졌다.

“여러분은 모르시겠지만, 총사령관 말발도 장난 아닙니다. 처음 미주리주에서 만났을 때 저한테, ‘어리석은 사람하고 말하다 보면, 자기 수준도 떨어지는 법’이라고 했다

니까요.”

“...... 근데 사실 아닌가?”

막스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마크 트웨인은 그날의 복수를 하려는 듯, 집요하게 공격했다.

“오늘도 한마디 해주세요, 총사령관님. 딱 한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잖아요.”

‘오늘따라 엄청 깐족되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이 멍석을 깔아둔 덕에 사람들의 시선은 막스를 향하고 있었다.

그 기대감을 굳이 충족시킬 필요는 없었지만.

‘마크 트웨인 쯤이야.’

“바보와 논쟁하다 보면 보는 사람들도 헷갈려서 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바보와 논쟁하지 마세요.”

“...... 뭐야, 나 또 먹인 거야? 까는 말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구만.”

사실 막스가 한 말 또한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었다. 어찌 됐든, 마크가 또다시 입을 삐죽 내밀자 사람들은 재미있는 말이라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때 막스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막스는 미국의 대문호를 상대하기 위해, 또 다른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짧지만 강력한 문장을 꺼내 들었다.

“한 번도 안 신은 아이 신발 팝니다.”

“......?”

“아···.”

뒤늦게 의미를 파악한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이내 가슴이 먹먹한 듯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때 막스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아이든, 부모든. 이번 전쟁으로 더 많은 사람이 그런 처지에 몰렸을 겁니다. 저는 하루빨리 이 비극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눈가가 촉촉해진 스토우 부인이 감동의 박수를 치자 사람들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마크 트웨인은 입을 벌린 채 막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천잰데? 저런 능력으로 총사령관이라니!’

“안 되겠다. 그냥 나랑 글이나 쓰자. 군대는 무슨 군대야? 같이 프리덤 에코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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