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9화 (249/360)

#249 마지막 확인이 필요하다

[UNION

VICTORY!

PEACE!

Surrender of Lee!]

[GREAT ! GRAND ! GLORIOUS!

The Death Blow of the Rebellion!

SURRENDER of GENERAL LEE and His ENTIRE ARMY !]

[Surrender of Lee and his Whole Army to Gen. Jo.

Lee Sues for Peace!]

로버트 리의 항복 소식이 미 전역을 강타했다.

3년을 끌어온 남북전쟁의 종식.

비록 워싱턴은 공식적으로 선언하진 않았지만,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연방에 평화를!”

“위대한 군인들을 위하여!”

그리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제네럴 조’를 외치는 소리가 미 전역에 울려 퍼졌다.

북군 총사령관 막스 조는 이제 어린 아이들조차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막스는 버지니아 매나사스 사령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황은?”

“조셉 존스턴 장군과 셔먼 장군이 항복에 관한 협정을 조율중입니다.”

남군 최후의 보루.

노스캐롤라이나의 더럼 부근에서 저항했던 조셉 존스턴이 교전 중인 셔먼에게 전령을 보냈다.

로버트 리가 항복한 지 사흘 째 되는 날이었다.

“항복 조건은 똑같겠지.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겠군.”

“그리고 앨라배마와 미시시피주에 있던 남군은 계속해서 서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텍사스를 통해 멕시코로 가려나.”

최근 멕시코에선 유럽 강대국의 지지를 받은 오스트리아 대공, 막시밀리안 1세가 황제로 등극했다.

원래 멕시코는 미국이 밀고 있던 후아레스라는 대통령이 있었지만, 유럽은 그를 밀어내고 막시밀리안을 황제로 만들었다.

미국이 내란에 휩싸인 틈을 이용해, 멕시코를 군국주의 국가로 되돌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막시밀리안 황제는 남부 연합과 친분이 두터워 남군 장군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했다.

이에 ‘파이팅’ 조 쉘비, 에드먼드 스미스, 존 매그루더, 알렉산터 터렐, 스털링 프라이스, 그리고 젭 스튜어트 장군 등이 멕시코로 향했다.

“멕시코의 지원을 받아 남군 장군들이 재기를 노린다면 또 다른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참모들의 말에 막스는 고개를 저었다.

“멕시코로 도망간 패장들이 뭘 하겠어. 그냥 보내는 편이 나아.”

“그러다 멕시코 황제가 돕기라도 한다면···.”

“글쎄. 앞으로 멕시코 황제는 자기 밥그릇 지키기도 힘들걸?”

유럽은 미국의 내전을 틈타 막시밀리안을 황제로 내세웠다. 그런데 그 내전이 끝나간다.

그것도 연방의 승리로.

미국은 멕시코 황제를 내치고, 미국으로 망명한 후아레스 대통령을 다시 내세우려 할 것이다.

과연 멕시코 황제가 버틸 수 있을까?

더욱이 유럽도 곧 전쟁을 앞두고 있었다.

오스트리아-프로이센의 전쟁.

이때가 되면 유럽은 멕시코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을 터. 막시밀리안 황제는 혼자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결과야 빤하지.’

원 역사에서 막시밀리안 황제는 후아레스에게 밀려 총살을 당한다. 이변이 없는 한 운명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멕시코로 간 장군들보다 더 급한 문제가 있습니다.”

남부 게릴라들과 레인저스 대장 존 싱글턴 모스비. 그자를 붙잡아야 했다.

“현재 버지니아 윈체스터에서 윈필드 핸콕 소장이 추격 중입니다.”

“그자의 처우는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나?”

“예. 대통령을 습격했던 포터스 스테이션 습격도 모스비의 계획이었으니까요.”

막스는 팔짱을 낀 채 고민에 잠겼다.

모스비는 그동안 악랄한 게릴라 전술을 사용해 북군의 원성을 샀다.

그 때문인지 그의 목엔 현상금 5천 달러가 걸리기도 했다.

사실 모스비에게 명령을 내린 건 로버트 리와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 대통령이다.

그에게만 죄를 묻는 건 형평성에 어긋났다.

이렇게 의견이 엇갈린다면, 총사령관 선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모스비는 다른 장군과 마찬가지 조건을 내건다. 핸콕 장군에게 전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네이선 로어가 신문 한 다발을 들고 집무실로 들어섰다.

“그거 아십니까?”

로어가 신문들을 책상 위에 올려두며 물었다.

“뭘?”

“지금 북부가 발칵 뒤집혔답니다.”

“태풍이라도 왔냐?”

“예. 제네럴 조라는 태풍이 아주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답니다.”

로어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막스가 손바닥을 휘이 저었다.

그러자 로어가 휘청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여, 역시 태풍이 장난 아니네요!”

“······ 너 손발 멀쩡하냐? 안 오그라들어?”

“전혀요.”

막스는 고개를 절레 저으며 신문을 펼쳤다.

온통 로버트 리 항복 선언과 연방 승리에 관한 소식이었다.

막스는 대충 눈으로 쓰윽 훑어보곤 뒷장을 넘겼다. 거기도 마찬가지.

원하는 기사는 두 장을 넘기고서야 볼 수 있었다.

엄청 중요한 기사가 로버트 리 항복에 묻혀버린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국민연합당 전당대회,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기어리의 압도적인 승리! 존 브라운 대통령과 북군 총사령관의 지지를 등에 업은 둘은 다른 후보들을 큰 표차로 따돌리며 

당선이 확정 되었다.]

기사를 읽는 내내 막스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예상대로 ‘로버트 리 항복 선언’에 참가한 존 기어리가 전당대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유력했던 앤드류 존슨은 존 기어리에게 밀려나,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막스는 이어서 다른 신문도 훑어보았다.

그중 관심을 끌만한 건 대륙횡단철도에 관한 기사였다.

[전쟁 종식으로 대륙횡단철도 급물살!

태평양 철도법이 통과되면서 두 개의 컨소시엄 탄생!]

캘리포니아에서 유타까지는 센트럴 퍼시픽 철도(CPR),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부터 유타까지는 유니온 퍼시픽 철도(UPR) 회사가 만들어졌다.

존 브라운이 통과시킨 철도법에 따라 지분은 10%를 초과할 수 없다.

막스는 두 개의 지분을 전부 갖고 있었는데, 훗날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CPR은 주주인 홀리데이에게 묻어갔다.

반면 UPR은 막스가 새롭게 만든 M&S(Max and SFBC) Investment의 이름으로 지분 10%를 보유했다. 이는 밴더빌트와 제이 굴드와 같은 최대치였다.

정치든 경제든. 아직은 막스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단 한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덜컥.

피치가 집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제네럴 조.”

“······”

둘의 시선이 부딪히자, 피치의 눈이 촉촉해진다. 마치 몇년 만에 만난 사람처럼 반가움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책상에서 일어난 막스가 천천히 피치에게 다가갔다.

“여긴 어쩐 일이야.”

“보고 할 일이 있어서.”

“다른 사람 보내지. 위험하···.”

피치가 눈을 흘기자 막스가 입을 닫았다. 그리곤 잠시 눈알을 굴리다 피치를 안아 주었다.

“뜬금없긴.”

“잘 왔어. 나도 보고 싶었거든.”

“...... 진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점점 가까워질 즈음.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둘은 재빨리 떨어졌다.

그런데 발걸음이 문 앞에서 잠시 멈추더니 ‘이따 다시 올게’라고 말한 뒤 멀어졌다.

“방금 콜린 맞지?”

“쳇. 분위기 다 깼네.”

입을 삐죽 내민 피치는 다시 막스를 빤히 쳐다봤다. 어정쩡하게 있던 막스가 아하 하며 다가가자 피치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아니라 그냥 쳐다봤어. 우리 위대한 북군 총사령관님을 신문으로만 봐서 그런지, 실감이 안 났거든.”

“위대하긴 무슨.”

“아니. 이번엔 그런 말 들을 자격 있어.”

막스가 머리를 긁적거리자 피치가 다가와 팔짱을 꼈다. 그리곤 얼굴을 가까이했다.

“존경해. 진심으로.”

피치의 입술이 닿을 즈음. 또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덜컥.

“왓더······ 설마 지금까지!?”

나름 배려한다고 시간을 줬는데.

콜린은 둘을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적당히 해.”

“하긴 뭘 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피치는 눈을 가늘게 떠 콜린을 노려봤다.

*

로버트 리의 항복 이후, 알링턴의 주요 임무는 가석방 허가증을 만드는 일이었다.

반란군이라는 죄는 있지만, 육체를 구속하지 않겠다는 증서. 이걸 특수 작전 행정병들이 밤낮으로 찍어대고 있었다.

그 결과 허가증은 어제까지 3만 개가 발행됐다.

첩보부 소속인 피치는 막스를 보러 오기 위해 행정부 말을 대신 전했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었다.

“골든 써클 나이트라는 단체 말야.”

“정보 좀 알아냈어?”

“비방디에르 한 명이 한 가지 정보를 가져왔는데. 의외로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더라고.”

골든 서클 나이트는 라파예트를 통해 부각된 조직. 남부와 남아메리가 일대를 노예주로 만들기위해 조직된 그들은 게티즈버그에서 암살을 시도한 바 있었다.

KKK단의 전신이자 링컨 암살과도 연관이 있던 조직인 만큼, 막스는 그들의 회원 명부를 입수하려 했다.

피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일단 제퍼슨 데이비스도 골든 서클 나이트였던 것 같아. 그 외에 의사, 변호사, 농장 지주, 정치인, 배우도 있대.”

‘배우?’

순간 막스의 머릿속에 한 인물이 스쳤다.

원 역사에서 링컨의 암살범.

존 윌크스 부스.

그는 연극배우였다.

그리고 그 역시 골든 써클 나이트의 일원으로 의심받았다.

막스는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존 윌크스 부스를 콕 짚어서 특정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그자의 행적을 감시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연극배우가 마음먹고 암살을 시도하면, 막기 힘들 거야.”

“흠. 그래도 배우가 좀 많아야지.”

“워싱턴과 대도시를 순회하는 배우 명단부터 추려봐. 그럼 좀 더 범위를 좁힐 수 있을 거야.”

원 역사에선 로버트 리의 항복 선언 이후, 5일 만에 링컨이 암살당한다.

하지만 지금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방 대통령 존 브라운은 건재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존 브라운은 재선을 포기했다.

그리고 국민연합당 경선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이 차기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었다.

올해로 임기가 끝날 존 브라운.

아직 선거를 치르지도 않은 링컨.

누구를 암살할 건지, 그 대상조차 모호했다.

막스가 원 역사보다 1년 앞서 로버트 리에게 항복을 받아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다고 암살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쩌면 링컨이 당선된 직후, 혹은 일 년 뒤에 벌어질 수도 있었다.

피치에게 골든 써클 나이트에 관한 임무를 맡기고, 막스는 남부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처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조셉 존스턴 장군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뒤이어 게릴라 대장 모스비도 항복했다.

그의 나이는 이제 31살.

항복하기 직전 부하들은 리치먼드 남부연합의 백악관을 점거하고 북군 장교들을 제거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모스비는 단호히 거절했다.

- 너무 늦었다. 그런 계획은 강도짓에 불과하다. 우리는 군인이지 노상 강도가 아니다.

물론 모스비의 마음을 돌리게 한 건, 그의 머리에 붙은 현상금이 철회되었기 때문이었다.

로버트 리가 항복한 지 두 달.

멕시코로 도주한 남군을 빼고 대부분 항복을 선언했다. 게릴라들의 저항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존 브라운 대통령은 미뤄둔 화려한 행사를 계획했다.

“영웅들에겐 그에 걸맞는 대우가 필요하지.”

남북전쟁 종식과 함께, 전쟁 영웅들을 워싱턴으로 초대했다.

행사 이틀 전.

매나사스 캠프 인근의 한 바위.

막스는 그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확인이 필요해.’

막스는 자신을 이 시대로 보낸 문제의 팬던트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고민 끝에 그때와 똑같은 행동을 했다.

‘설마 남북전쟁 때문에 날 보낸 건 아니겠지.’

조금이라도 더 일찍 끝내라.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을 살려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의문이 들 만큼, 마음이 불안했다.

별들이 가득한 하늘을 팬던트 사이로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을 응시한 끝에 팬던트를 다시금 꼭 쥐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눈을 뜬 막스는 여전히 매나사스인 걸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젠 피치에게 말을 해야 할 것 같네.’

막스는 쥐고 있던 팬던트를 힘껏 집어 던져, 언제 다시 사라질지 모를 불안감을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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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본격적인 서부 무법시대로 접어들기 전.

미뤄둔 일을 끝내고자 합니다.

길고 긴 남북전쟁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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