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 총사령관 암살범
아이는 막스의 손에서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썼다.
이때 피치가 손가락으로 아이가 쥔 칼을 빼앗았다.
찌르고 베는 게 가능할까 싶을 만큼 칼날과 칼끝이 무뎌 있었다. 손잡이에 가까운 칼 면에는 글자가 새겨 있었는데.
“뭐라고 쓰인 거야?”
“동패.”
막스가 대답했다.
순간 바둥거리던 아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는 스카프 위로 드러난 막스를 쳐다봤다.
“네 이름인가?”
조선말에 놀란 아이가 눈을 껌뻑였다.
그리고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동패에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더니 막스에게 물었다.
“조선인이 어째서 서양인 군복을 입고 있죠?”
“서양에서 왔으니까.”
“그럼 이거 놔주세요.”
“물건을 훔치고 칼로 찔렀는데, 놔 달라고?”
“훔치지도 못했고 다치지도 않았잖아요. 더구나 같은 조선인끼리 이러면 되겠어요?”
“아, 맞다. 같은 조선인이었지.”
순간 막스는 오동패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몸이 허공에 떠오르자 놀란 오동패가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가, 갑자기 왜 이래요!”
“잘 됐다. 일이 쉽게 풀리겠어.”
“무, 무슨 소리예요! 어디로 가는데요!”
막스는 오동패의 목덜미를 잡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피치는 포목점에 옷값을 치르고서야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손에는 고유지와 자신이 입을 기모노가 들려 있었다.
피치는 하늘하늘한 옷감을 어루만지며 피식거렸다.
‘하여간 엉큼하다니까.’
그래서 사실 더 좋았다.
피치는 오동패를 끌고 가는 막스의 뒷모습을 보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
요코하마항에서 조금 떨어진 유곽.
번에서 이탈한 사무라이인 떠돌이 낭인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때 방문이 열리며 일본도를 찬 무사가 들어왔다.
“조센징 꼬맹이가 붙잡혔습니다, 사카베라.”
“음?”
“서양 군인의 물건을 훔치려다 걸렸습니다.”
“빠가야로! 멍청한 조센징은 그래서 안 된다니까.”
부하들이 욕하는 동안 두목 사카베라는 말없이 술잔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소매로 입을 닦은 뒤 말을 건넸다.
“눈에 맺힌 독기만큼 머리가 따르지 못한 모양이군. 병신같이 서양군에게 잡히다니.”
사카베라는 일본으로 밀입국한 오동패를 발견하곤 나름 관심을 두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잔뜩 독기를 품은 눈빛과 과감하게 타지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 배포가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조선의 밑바닥, 백정의 자식새끼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마음대로 굴려 먹어도, 자그마한 보상이면 충분했으니 말이다.
해서 낭인 집단에 넣어주기 위해 세 가지를 제시했다.
- 금화 세 냥, 성인 남자의 귀, 서양 오랑캐의 권총. 이걸 가져오면 넌 위대한 사카베라 파의 일원이 된다. 즉, 사무라이로 받아준다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멍청했다.
가장 어려운 오랑캐, 그것도 군인의 권총부터 빼앗으려 했으니까.
‘어차피 쓰다 버릴 패. 능력이 안 되면, 여기까지다.’
두목이 비웃음을 머금자, 수하가 마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군인이 아이를 미국 총영사관으로 데려갔습니다.”
“음.”
두목 사카베라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하필 이런 시국에.’
술잔을 이리저리 기울였다.
잔에서 찰랑거리던 술이 회오리처럼 돌던 때, 옆에 있는 부두목이 칙쇼를 연발하며 소리를 높였다.
“가뜩이나 멍청한 조센징 중에서도 백정의 자식이야. 차라리 문제 생기기 전에 제거하는 게 낫지 않겠어, 사카베라?”
“같은 생각이다. 그런 놈은 키워봐야 걸리적거리기만 하지.”
술잔을 입에 털어 넣은 두목은 보고하던 부하를 쏘아봤다.
“어차피 조센징 애새끼 따위 죽든 말든 누가 상관할까. 꼬맹이가 우리를 걸고넘어지기 전에 제거해.”
“알겠습니다.”
부하가 나가자 다시 술잔이 오고 갔다.
취기가 오를수록 말은 거칠고 허세가 작렬했다.
“상대가 총을 꺼내는 순간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동체시력. 총구가 향하는 곳에서 불이 뿜어지면 초극한의 발검, 이어서 케사기리로 탄환의 정 중앙을 노린다. 그리고 발을 뻗어 역 사선으로 올린 다음, 근접해 내려 벤다. 이게 총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거기에 모로테츠기와 간멘아테를 이어간다면 최소 세 명은 거뜬할 거야.”
시대를 읽지 못한 사무라이.
번에서 버림받은 이들은 이렇게 낭인이 되어 과거의 영광과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나이는 어떻게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만 생각하면 되는 것. 무사답게 싸우다 죽는 게 우리 사무라이들의 운명 아니겠나.”
“그날이 멀지 않았군.”
현재 조슈번, 사쓰마번과 같은 존왕양이 파는 교토의 왕을 내세워 막부를 무너트리려 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막부는 ‘낭인을 낭인으로 맞선다’는 전략을 취했다.
수많은 낭인은 시대에 밀려난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막부의 부름에 응답했다.
“막부와 번들과의 싸움이 벌어지면, 세상은 우리 사무라이들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막부도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게 되겠지.”
사무라이 집단이었던 막부는 정작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무라이의 힘을 빼고 억압하는 정책을 펼쳤다.
지금은 그 모순을 바로 잡을 때였다.
그리고 이들이 싸울 전쟁터는 도막파(천황파)와 막부의 전쟁.
일본을 메이지 유신으로 이끌 보신 전쟁이었다.
가나가와현에 속한 요코하마는 막부의 에도 남쪽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곳은 막부를 위해 싸우려는 사무라이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어 어느 때보다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드르륵.
문을 열고 하얀 분칠을 한 세 명의 게이샤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을 본 두목 사카베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히요코는?”
“죄송하지만, 다른 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히요코는 내 것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게이샤들이 허리를 숙였지만 사카베라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감히 누가 내걸 가져간단 말인가!”
“서양 군인들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칙쇼! 언제부터 일본이 서양 오랑캐들이 우선인 나라가 되었단 말이냐!”
존왕양이 파에 맞서 막부를 택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서양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낭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사무라이로서 싸우다 죽는 것이었다.
술도 얼큰히 취했겠다, 살심이 폭주하며 피가 끓어오른다.
손님이 누가 되었든 칼을 휘둘러야 가라앉을 터.
흥분한 사카베라와 부하들은 일본도를 챙겨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요코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
“하, 하잇!”
게이샤가 앞서고 정원을 지나 외딴 방에 이르렀을 때.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요코짱, 아이시떼루요. 흐흐.”
“야메때요.”
‘말투도 등신 같구나!’
머리 어딘가가 고장난 것처럼 툭 끊어졌다.
사카베라는 화려한 발검술로 칼을 뽑는 동시에 문을 박찼다.
스르릉.
쾅!
“빠가야······!?”
사카베라의 얼굴을 향한 리볼버들.
그 총구가 무려 열 개.
이를 본 사카베라의 몸은 경직되고 술기운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동시에 이만에는 땀방울이 송글 솟아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툭.
“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히콕.
양손에 리볼버를 쥔 채 사카베라를 응시했다.
“뭐 하는 새끼야?”
곧이어 밖에서 철컥, 철컥 소리가 들려온다.
SFBC 대원들이 하나둘 처박혀있던 방에서 기어 나왔다. 그 수가 삼십이 넘어갔다.
“난생처음 여자랑 대화하고 있었는데.”
“누가 우리의 흥을 깨었는가.”
“요 머더 뻐커!”
*
막스는 오동패를 미국 영사관으로 끌고 갔다.
일본인 직원이 어설픈 영어로 말하길.
“총영사관께선 지금 에도에서 오는 중으로. 에, 또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럼 그동안 여기서 기다리죠.”
직원은 막스의 복장을 훑어봤다.
항구에 무려 열 척이 넘는 함선이 도착했다더니, 군인 중 한 명인 듯하다.
‘근데 얼굴은 왜 가린 거야. 수상하게.’
옆에 군복을 입은 백인 여자가 없었다면, 막스의 말을 믿을 수 있었을까.
피치를 힐끔거린 직원은 다른 의미로 침을 꿀꺽 삼켰다.
‘얼굴 몸매 전부 장난 아니네.’
1853년 미국의 매튜 페리 제독이 일본을 강제 개항시킨 뒤.
요코하마는 포경을 위한 중요 항구가 되었다.
서양인들의 상선과 함선들이 드나들며 별 볼 일 없던 어촌 마을도 덩달아 발전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이곳을 찾아오는 건 거친 남자들.
간혹 선교사들 속에 백인 여자들이 있었지만, 피치처럼 젊고 늘씬하고 아름다운 여인은 본 적이 없었다.
‘저런 여자가 동양인을 거들떠나 볼까.’
직원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때 막스가 물어왔다.
“혹시, 밧줄 없습니까?”
“에, 밧줄이요?”
직원이 가져온 밧줄로 오동패를 묶어 두었다. 그리고 줄을 길게 늘어트려 애완견처럼 달아나지 못하게 손에 휘감았다.
피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같은 조선인인데, 영사에게 넘기려고?”
“우리가 언제 같은 미국인이라고 봐준 적 있어?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난 유지라는 아이와 똑같이 할 줄 알았어.”
“걔랑 얘랑은 완전 다르지.”
누군가에게 쫓기는 아이와 누군가를 죽이려는 아이. 둘 사이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피치는 고개를 떨군 오동패를 보며 고개를 절레 저었다. 어차피 막스가 알아서 할 일.
피치는 관심을 거두고 사무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고개를 숙인 오동패가 막스에게 물었다.
“아저씬··· 어떻게 서양 군인이 된 거예요?”
“하다보니까.”
“미국은 어떻게 갔어요?”
“배타고. 이제 질문은 그만.”
“...... 아저씨도 제가 사람같이 안 보이죠? 저도 알아요. 천한 백정 자식이라 아무도 저를 인간 취급 안 하거든요.”
막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맺힌 게 많은 오동패는 상관없다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백정인 아비는 이유 없이 맞아 죽고, 어미는 겁탈당하고, 그걸 막으려 했더니 나한테 칼을 휘두르더라고요. 근데 그 새끼는 나보다 칼 다루는 게 서툴렀어요. 전 세 살 때부터 칼을 잡았거든요.”
오동패는 아이답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비가 못 이룬 꿈을 내가 대신했죠. 칼로 그 새끼를 찔렀거든요.”
백정의 자식이 평민을 죽였다.
잡히면 처절한 죽음밖에 더하겠는가.
곧장 어머니를 떠나 도망 다녔고, 그 끝에 일본 어선에 숨어들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전 여기서 성공하고 싶었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동패는 사무라이가 되려면 세 가지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고 했다.
그걸 들은 막스는 한심한 얼굴로 오동패를 쳐다봤다.
“일본에 와서 머리에 우동 사리만 집어넣었구나. 그걸 믿다니.”
“사카베라는 진짜 실력 있는 사무라이이에요. 칼로 총알도 벤다고요.”
“그런 엄청난 놈이 왜 어린 너를 패거리에 넣어주겠냐?”
“내가 왜 동패인지 알아요? 동쪽에서 당해낼 자가 없어서 동패에요. 제 가능성을 알아본 거죠.”
“아, 네가 그 동방불패였구나.”
천하다면서 이름 하나에 뭔 의미를 그렇게 담는 건지. 고유지도 그렇고, 오동패도 그랬다.
‘근데 이막산은···.’
개똥이 보단 낫지만, 분명 막 지은 게 확실했다.
막스가 혀를 끌끌 찰 때 갑자기 오동패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저 좀 급한데. 뒷간 좀 가면 안 돼요?”
“가자. 볼일은 봐야지.”
막스는 밧줄을 잡은 채 오동패와 뒷간으로 향했다. 영사관을 나와 뒤쪽으로 향할 때.
이를 지켜보는 눈들이 술렁거렸다.
- 조센징 꼬마 때문에 막부와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
- 영사가 돌아오기 전에 처리하자. 군인은 우리가 시선을 끌 테니까, 히코리, 네가 뒷간 창문으로 독침을 쏴.
막스는 뒷간 밖에 서 있었다.
쥐고 있는 밧줄은 길게 늘어져 뒷간 안에 있는 오동패와 연결되어 있었다.
안에서 끙끙거리면서도 오동패는 연신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다.
짜증이 난 막스는 닥치라며 쏘아댔다.
“너 같은 애새끼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니까. 중요한 건 선택이다. 일본까지 와서 네놈이 한 짓을 봐. 내가 볼 땐, 차라리 백정이 낫다.”
“그럼,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뭔데요?”
“모르면 배워. 세상에 무슨 길이 있는지.”
“어디서 배우는데요?”
이때 사무라이 둘이 막스에게 휘적휘적 옷자락을 휘날리며 다가왔다.
그들은 일본말로 소리치더니 다짜고짜 시비를 걸었다. 칼을 뽑을 것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막스는 눈을 가늘게 떠 사무라이들을 응시했다.
요코하마에서 그것도 아무 이유 없이 미국 군인에게 시비를 건다?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더욱이 한 놈이 뒷간 창문으로 접근했다.
이를 노려본 막스가 밧줄을 잡아당겼다.
당황한 오동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콰당.
뒷간 문이 열리고, 오동패가 볼일보다 끊긴 채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막스의 돌발 행동에 놀란 사무라이는 멈칫하며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뒷간 근처에 있던 사무라이가 작은 막대를 입에 가져가려 했다.
방향은 오동패. 그런데 이를 불기도 전.
타앙!
총성이 울리고 사무라이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이내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
막스와 사무라이들의 시선이 부딪혔다.
손으로 리볼버를 백스핀하여 홀스터에 집어넣은 뒤,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자신 있으면 칼을 뽑아보라는 도발이었다.
“칙쇼.”
어금니를 깨문 사무라이들이 두 발을 벌린다.
한 손은 칼집을, 다른 한 손은 손잡이를 잡아 발도술 자세를 취했다.
얼굴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오동패. 자신의 꼴도 잊은 채 숨 막히는 대결에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처음엔 사무라이들이 자신을 구출하러 왔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독침은 분명 자신을 쏘려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을 받아준다던 사카베라 파 사무라이들이었다.
‘사무라이 정신이 이런 거였나.’
고작 아이를 이용해 통수 치는 게?
조선이나 일본이나.
세상에서 완벽하게 버려진 기분이다.
오동패는 입술을 깨물며 사무라이가 아닌 조선인 장교가 그들을 이기길 바랬다.
하지만 총알도 잘라낸다는 사무라이들이라, 가슴이 떨릴 지경이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에 땀이 배었다.
‘거리는 불과 5m. 총을 뽑고 장전하는 동안 두 걸음을 다가가, 놈을 벤다.’
‘지금 필요한 건 극 쾌의 발도술과 사선 베기.’
머릿속 계획은 완성되었다.
남은 건 행동으로 옮기는 것뿐.
사무라이들이 기합과 함께 발도술로 칼을 뽑았다. 아니 뽑으려 했다.
스르···.
타앙!
두 발을 한 발처럼.
시간을 무시한 듯 홀스터를 빠져나오는 엄청난 속도의 패스트 드로우. 이어 해머를 젖혀 코킹, 방아쇠를 당기는 두 번의 연속된 패닝.
총탄이 사무라이들의 이마를 관통하는 때, 그들이 뽑은 칼날은 고작 10cm에 멈춰 있었다.
쿵!
털썩.
휘리릭.
막스는 화려한 백 스핀으로 리볼버를 홀스터에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무기 단가를 올려야겠다.’
남군이 쓰던 중고 라이플과 리볼버들.
막스가 조선인 꼬맹이를 데려온 건, 막부에 무기를 팔아먹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방금 2달러 올라갔네.’
그런데 가끔은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SFBC 대원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쓰러진 사무라이를 잠시 응시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저기, 총사령관님?”
“뭐야, 이 술 냄새는. 그리고 오늘따라 왜 이렇게 공손해? 불안하게 시리.”
막스가 얼굴을 일그러트리자, 대원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저기 그게 말입니다. 유곽에서 싸움이···.”
“미쳤구나.”
방금 올려놨던 단가를 이런 식으로 떨어트리다니.
막스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물었다.
“그래서?”
“어, 음. 낭인 새끼들이 갑자기 칼을 들고 방을 쳐들어오는 바람에 히콕이 아주 작살을···.”
“낭인?”
“사카베라 파라고 아주 잔학무도한····.”
“잠깐!”
막스가 고개를 돌려 오동패를 향했다.
얼굴에 흙이 묻은 채 눈빛은 요동치고 있었다.
“야, 총알 자른다던 놈이 누구라 그랬지?”
“예? 아, 사, 사카베라 두목이요···.”
막스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새끼 잡아 와. 총사령관 암살범이다.”
“오오. 뉴욕 재탕인가요!?”
대원은 반색하며 뛰어갔다.
그런데 분위기를 떠보려던 것인지, 유곽에 있다던 SFBC 대원들이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사무라이 대여섯을 끌고 왔는데, 유독 히콕에게 목덜미가 잡힌 놈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두목 사카베라였다.
그는 붓고 멍든 눈으로 바닥에 쓰러진 부하들을 망연자실 쳐다봤다.
그러다 시선이 오동패로 향했다.
‘망할 조센징 새끼.’
사카베라는 모든 걸 오동패의 탓으로 돌렸다.
분노와 증오의 눈빛을 그에게 쏟아냈다.
이가 갈리는 듯 오동패를 노려봤다.
그런데 정작 오동패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백인들에게 소리치는 조선인 장교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