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신선조 3번대 부장
사이토 하지메는 이제 갓 20대에 접어든 청년 무사.
신선조 최강의 검사 중 한 명으로 ‘무적의 검’이라 불린 사무라이로, 조직 내 첩자를 색출하고 숙청과 척살을 도맡은 인물인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자였다.
가쓰 가이슈가 통역하긴 했지만, 사이토 하지메의 말투는 도전적이고 오만했다.
막스 역시 그를 오시하며 입을 열었다.
“미국 총사령관 막스 조다.”
“당신이 이 자를 죽였나?”
“왜, 복수라도 하려고?”
사이토 하지메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막스를 노려봤다. 분노보단 호승심, 투기에 가까웠다.
‘그나저나, 신선조가 여기 올 줄이야.’
가쓰 가이슈의 호위 때문이라면 며칠 전에도 왔어야 했다. 더욱이 신선조의 임무는 교토 치안과 일왕 덴노의 경호다.
그런데 행동대원이 아닌 부장급이 요코하마에 나타난 건 확실히 뜬금없는 일이었다.
막스가 가이슈에게 물었다.
“신선조가 어쩐 일입니까?”
“지금 아이즈번 번주께서 요코하마에 와 있습니다. 항구에서 배를 타고 교토로 가기 위해서죠.”
아이즈번의 9대 번주, 마츠다이라 카타모리.
실질적 신선조의 우두머리이자, 막부가 임명한 교토의 치안 책임자다.
“사이토는 마츠다이라 번주를 호위하던 차에 잠시 여기 들른 겁니다. 총사령관님을 보고 싶다고 해서요.”
“미국 총사령관이 무슨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더욱이 일본어는 몰라도 상대가 반말로 지껄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소. 고작해야 신선조 조장이 그럴 깜이나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 그럴 리가요.”
당황한 가이슈가 거듭 고개를 숙였다.
막스는 냉소하며 건방지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사이토 하지메에게 말을 건넸다.
“가쓰 봉함과 이야기가 끝나면, 너는 시간을 좀 내줘야겠다.”
가오슈에게 조금은 긴 메시지를 전달받은 사이토 하지메가 미간을 찡그렸다.
“안 될 건 없지···요.”
막스는 신선조 무리를 놔둔 채 영사관 회의실로 향했다.
*
첫 대화는 죽은 낭인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가쓰 가이슈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간밤에 자객들이 아이를 납치했다 이겁니까?”
“아마도 막부에서 풀어주라던 낭인들이 데려갔겠죠. 아주 개판입니다, 개판.”
막스는 잘못을 막부 탓으로 돌렸다.
그러자 가이슈의 시선이 어느 한 방향을 응시한다. 함선들이 정박 된 항구 쪽이었다.
‘눈치는 더럽게 빠르구만.’
막스는 시치미를 뚝 떼며 말을 이었다.
“자객이 암살범까지 데려갔습니다. 이걸 어찌할 생각입니까?”
“어차피 거래가 우선 아니었습니까?”
“상황이 이런데, 거래만 따질 땝니까? 봉함께선 사태의 심각성을 못 느끼는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 아이가 진짜 납치되었다면, 이미 죽었을 겁니다. 그러니 총사령관께서는 거래만 신경 쓰시면 된다, 이 말이지요.”
의심 많은 가쓰오는 여전히 가정법을 썼다. 상대가 미국 총사령관이 아니었다면, 날카롭게 추궁하고 따져 물었을 것이다.
막스는 이쯤에서 선심 쓰듯 화제를 넘겼다.
“그래서 거래는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쇼군께서 말씀하시길, 제시한 조건에 응하라 하셨습니다. 무기를 인도받는 즉시 대금은 금으로 지급하게 될 겁니다.”
“나도 곧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내친김에 내일 일을 끝냅시다. ”
거래는 싱겁게 끝이 났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막스는 프루인 총영사에게 이후 처리를 부탁했다.
이와는 별개로 슬쩍 가이슈에게 물었다.
“어떻게, 조슈번 토벌 계획은 잘 되어갑니까?”
“아직 덴노께서 허락을 안 하셨습니다.”
“조슈번에게 시간을 준 셈이군요.”
“그래봐야, 의미 없습니다. 막부의 힘은 조슈번을 능가하니까요.”
“그러다 조슈번이 다른 곳과 손을 잡으면요?”
막스는 번끼리 동맹 가능성을 물었다. 가이슈는 대답 대신 막스를 빤히 쳐다봤다.
‘일본 내정에 관심이 많은 자군.’
가이슈는 총사령관의 일본 방문을 조선 개항과 무기 판매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일본 내 정보도 빠삭했다.
총영사에게 들었다 해도, 그만큼 관심이 있으니 알아본 것일 터였다.
상대는 미국 총사령관, 더욱이 조선인이라 가이슈는 바짝 경계심을 끌어 올렸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조슈번과 사이좋은 번은 없거든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도 있지요. 그나저나, 예전에 암살을 당할뻔했다고요?”
“아, 그 이야기를 들으셨군요.”
“암살하러 온 자객이 오히려 가쓰 봉함의 제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감명 깊었습니다.”
“오해에서 비롯된 거니까요.”
자객은 단순히 막부의 요인을 암살하기 위해 가쓰 가이슈를 노렸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신의 사상에 감복했다는 것이다.
“저도 그 사상이 궁금하군요. 감복할 준비는 되었습니다.”
“...... 별것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전 미국의 법과 정치 시스템에 관심이 많을 뿐입니다.”
“민주주의를 말하는 거군요. 그런데 그건 막부와 배치되지 않습니까?”
“······ 막부 체제에서도 어느 정도 도입할 요소는 있지요.”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 말하긴 곤란합니다. 아직 언급할 단계도 아니고요.”
가쓰 가이슈는 어정쩡한 대답으로 넘어가려 했다. 막스도 슬쩍 화제를 정치가 아닌 사람으로 비틀었다.
“근데 자객도 보통 사람은 아니군요. 암살하러 왔다가 미국 시스템을 이야기하다 감복을 했다니. 그 정도면 낭인이 아니라 학자 아닙니까?”
“낭인이라고 칼만 휘두르는 건 아닙니다. 저 역시 한창때는 도장 깨기를 하고 다녔지만, 학문에도 관심이 많았으니까요.”
“도장 깨기라니. 보기완 다르시군요. 그나저나, 자객이지만 미국 정치에도 관심이 있다니. 저도 그 사카모토 료마라는 자를 만나고 싶군요.”
구체적인 이름이 언급되자 가쓰 가이슈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그렇다고 이상할 건 없다.
술자리에서 떠들고 다녔으니까.
하지만 요즘 같은 혼란한 시기에 사카모토 료마와 엮이는 건 조심스러웠다.
가쓰 가이슈는 말을 아끼려 입을 닫아버렸다.
‘하여간 능구렁이구만.’
쓴웃음을 지은 막스는 가쓰 가이슈에 이어 사이토 하지메와 머리를 맞대었다.
자리엔 총영사와 막스, 사이토 셋뿐이었다.
총영사 프루인이 막스 옆에 앉아 통역을 이어갔다.
“그래서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는 뭡니까?”
“아이즈번 번주를 만나고 싶다.”
사이토는 코웃음 치며 반문했다.
“번주께서 당신을 만날 이유가 있습니까?”
“안 만날 이유도 없지.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야.”
“도움이라. 당신이 진정한 무사라면 생각해보겠지만, 고작 총에 의지하는 자라면 번주를 만날 자격이 없습니다.”
“감히 나를 도발하는 건가?”
“당신의 지위로 나를 누를 생각이면, 대화는 이만하지요.”
‘하, 이 새끼.’
시대를 읽지 못한 사무라이.
산에서 칼만 휘두르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들에게 칼은 무사의 상징이자 사내다움의 증표였다.
사이토는 그런 허세에 잔뜩 취한 젊은 사무라이였다.
“총은 겁쟁이들이나 사용하는 무기. 살인을 어찌 도구에 의존한단 말입니까.”
“칼도 도구야, 인마.”
총영사는 흠칫하며, 언어를 순화해 통역했다. 총사령관에 비할 바는 아니나, 신선조 조장 또한 결코 낮은 직위는 아니었다. 게다가 살인이 익숙한 자라 상관이 아니면 태도는 뻣뻣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토가 가르치듯 말을 이었다.
“내 몸을 수련하는 게 바로 도구고, 그게 칼이요. 반면 총은? 어떤 육체적인 수련이 필요합니까?”
“그런 게 필요 없으니까 좋은 무기인 거야. 근데 갑자기 왜 칼과 총 이야기냐.”
“당신과 붙어보고 싶었습니다. 낭인을 죽인 건 분명 총이 아닌 칼이었으니까.”
총영사는 통역할까 말까, 흔들리는 눈빛으로 막스를 쳐다봤다. 하지만 결국 꾸역꾸역 통역을 이어갔다.
사이토 하지메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막스를 응시했다.
“나와 겨뤄봅시다. 총, 칼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젊은 혈기, 그동안 사람을 죽이며 쌓아 온 광기.
그나마 좋게 보면 그 정도고, 막스의 눈에는 그저 겉멋이 잔뜩 든 사무라이로만 보였다.
유치한 대결에 응할 이유는 없지만.
‘얻어낼 게 있다면야.’
막스는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렸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삭제하기 위한 장치. 그중 하나로 신선조는 좋은 패였다.
그런 의미에서 막부를 최후까지 지키려 한 아이즈번의 번주를 만나는 건 의미가 있다.
막스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건넸다.
“그냥 겨루면 재미없지. 나와 내기를 하자.”
“내가 지면 손가락 세 개를 자르겠소. 대신 내가 이기면.”
사이토가 이죽거리며 말하길.
“개틀링 기관총을 파시오.”
“음?”
지금까지 총을 비겁하다고 말한 놈이 내기 조건으로 개틀링을 원한다?
막스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노리는 게 이거였군.’
사이토를 부추긴 건 가쓰 가이슈일 가능성이 크다.
목적은 개틀링 기관총의 복제.
막스를 도발하고 내기라는 얄팍한 수를 써서 개틀링을 얻으려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꽤 그럴듯한 추론이었다.
뜬금없는 신선조의 등장. 더욱이 조직 내에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이토 하지메가 나타난 건 다분히 의심해볼 만한 일이었다.
‘나를 우습게 봤구만.’
아무래도 내기 조건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겠다.
가쓰 가이슈의 음흉한 속내에 막스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네 손가락 따윈 관심 없고. 내가 이기면 비밀리에 번주와 자리를 마련해라. 그리고 너는 내 부탁 한 가지를 들어줘야 한다.”
“내기 조건을 두 가지씩이나?”
“일국의 총사령관이다. 그 정도 조건 없이 대결을 청해?”
“그럼 그 부탁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결정하겠소.”
“미리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가 되진 않을 거야.”
눈알을 굴린 사이토 하지메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면 응하겠소. 더욱이 나를 이겼다면, 번주를 만날 자격은 충분하오.”
“이미 총사령관이라는 자리만으로도 자격은 넘쳐나는데. 감히 번주 따위가 나한테 자격을 따져?”
“흠흠.”
프루인이 헛기침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도저히 통역을 못 하겠군요. 번주는 결코 낮은 지위가 아닙니다. 그런데, 진짜 대결에 응할 생각입니까? 명색이 미국의 총사령관이신데···.”
“불안하십니까?”
끄덕끄덕.
“영사께서도 저와 내기를 해야겠군요.”
“...... 그럼, 뭐를 걸까요?”
“!”
‘총사령관이 전략 전술, 총기 다루는 솜씨가 미국 최강이라 했지만. 상대는 신선조다.’
일본에 있는 동안 프루인은 사무라이들의 칼 솜씨는 충분히 지켜봤다.
일본도를 휘두르며 거침없이 상대를 베는 모습은 야만스럽지만, 한편으론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맨손으로 싸운다면 총사령관이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백 달러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대신 나는 다른 걸 원합니다. 내가 본국으로 돌아가도, 히콕 대령과 일부 대원이 남을 테니, 그들을 도와주세요. 물심양면으로.”
“음. 뭐, 그 정도라면야.”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막스가 일어나자 사이토 하지메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신선조의 체면을 봐서, 총영사만 참관하도록 하지.”
“우리가 아니라 미국의 체면이 신경 쓰이는 건 아닙니까? 아니면 조선이던가?”
사이토의 비아냥을 총영사는 통역하지 않았다.
*
영사관 뒤뜰.
아무도 모르는 신선조 3번대 부장과 미국 총사령관의 대결이 벌어졌다.
털컥.
신장은 대략 15cm 차이.
둘은 무장을 해제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마주 섰다.
문득 사이토의 눈이 막스의 발을 향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서 있었다.
‘신발 무게까지 줄여, 힘보다는 속도에 집중한다 이거군. 고작 그걸로 나를 상대하겠다니.’
사이토는 가소롭다며 한쪽 입꼬리를 꿈틀거렸다.
칼만 안 들었지, 대결에 들어간 사이토 하지메는 발도술 자세와 차이가 없었다.
반면 별다른 자세 없이 사이토를 내려다본 막스는 덤비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오만한 조센징!’
사이토 하지메는 막스를 보며 가쓰 가이슈의 말을 떠올렸다.
- 미국 총사령관이란 남자는 오만하고 자신감이 대단한 자요. 그자 부하의 말을 빌리면 싸움 실력도 상당하다더군. 조금만 도발해도 넘어올지도 모르오, 사이토 부장.
- 고작 무기 때문에 나보고 그런 유치한 짓을 하란 말입니까?
- 어차피 요코하마에 가는 길, 도발해서 안 넘어오면 그만이지. 그리고 개틀링은 그저 그런 무기가 아니요.
네덜란드, 프랑스, 심지어 영국까지 개틀링 기관총을 사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판매 권한이 총사령관에게 있으니,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고 했다.
- 사이토 부장이 하나라도 빼앗아 온다면, 일본에 막강한 전력이 될 터. 이미 마츠다이라 번주께서도 허락한 일이오.
마지못해 수락했지만, 내키진 않았다.
그런데 막상 영사관 앞에 낭인 시체를 본 뒤론 생각이 바뀌었다.
더욱이 미국 군인의 정점에 선 남자가 조센징이라니. 개틀링 기관총을 떠나 겨루고 싶은 투지가 꿈틀거렸다.
‘전형적인 오랑캐들의 싸움 자세로군.’
자세가 딱히 없는 게 서양 오랑캐들의 자세.
처음엔 자신들을 깔보나 싶었는데, 서양인은 체계적인 기술 자체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총이 없으면 나약하기 짝이 없는 몸둥아리에 불과했다.
평생을 수련하며 몸과 마음을 정진한 사무라이, 사이토 하지메에겐 가소로울 뿐이었다.
‘단 한 번이다.’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다. 칼을 뽑은 이상 상대는 반드시 죽는다. 그 때문에 필살기를 아낄 이유가 없었다.
총사령관을 죽이진 않겠지만, 그와 맞붙는 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터.
일본 사무라이의 긍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단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사이토는 일정 거리를 두어 막스를 탐색했다.
허술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대책 없이 파고들기엔 나름의 벽이 느껴졌다.
사이토는 그걸 파고들 허점을 노리려 막스를 맴돌았다.
“어지럽다. 이것도 기술인가?”
막스가 입을 연 순간 사이토 하지메가 발을 구른다.
도움닫기에 이은 돌진. 거리를 좁혀 공격 범위에 들자 왼팔을 빠르게 뻗었다.
하지만 진짜는 오른손.
왼팔을 그대로 둔 채, 기를 모으듯 뒤로 젖힌 오른팔을 섬광처럼 뻗어내고. 쫙 펴진 손날 끝이 막스의 목을 노려왔다.
‘손끝 수평 찌르기.’
슈우우욱.
바람을 가르고 쇄도하는 사이토의 손끝.
막스는 허리를 슬쩍 숙이며 몸을 틀었다. 왼쪽 팔꿈치로 사이토의 궤적을 밀치고, 오른손으론 기모노의 앞섬을 움켜잡았다.
“!”
놀란 사이토가 손을 회수하며 뒤로 빠지려 했다. 막스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잡았던 기모노 앞섬을 끌어당겼다.
이를 뿌리치기엔 힘 차이가 현격하다. 막스의 힘이 압도적이었다.
빨래 짜듯 기모노 앞섬이 뒤틀리고, 막스가 몸을 회전시키자 사이토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들어 메치기로 던져진 사이토는 두어 번 땅을 굴렀다.
나름의 낙법을 시전한 뒤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몸을 세운 순간.
어느새 다가온 총사령관의 돌려차기가 사이토의 오른뺨에 작렬했다.
빡!
털썩.
사이토 하지메가 그대로 땅에 쓰러지고. 다가간 총사령관은 쭈그려 앉아 검지로 사이토의 이마를 꾹 눌렀다.
“お前はもう死んでいる(오마에와 모 신데이루-넌 이미 죽어 있다).”
사이토의 동공이 미친 듯 요동쳤다.
모든 걸 지켜본 총영사 프루인도 격랑에 휘말린 듯 눈빛이 흔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