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8화 (278/360)

#278 못 본 사이 악마가 되었군

콜로라도로 향하는 길목에 세인트루이스가 있다. 그곳에서 미주리와 캔자스주의 경계인 캔자스 시티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야 했다.

남북전쟁 중에 공사가 시작된 이 노선은 홀리데이가 언급한 UPED라는 캔자스 노선과 맞닿아 종국에는 콜로라도까지 이어지게 될 노선이었다.

어찌 됐든, 기차를 갈아타려면 일행은 기차역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그러는 동안 함께 탔던 핑커톤 탐정 하나가 세인트루이스 지부를 찾아갔다.

“신입 탐정 조지 월링입니다···!”

“어, 얘기는 들었어. 일단 거기 좀 있어 봐.”

조지 월링은 나중에 일하게 될지도 모를 세인트루이스 지부를 찾아와 인사를 할 참이었다.

그런데 힘차게 인사를 건넸지만, 수석 팀장 스티븐 토디는 건성으로 대답할 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뻘쭘해진 조지는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었다.

“다들 바쁘시네요. 무슨 일 있습니까?”

“말도 마. 지금 연방 보안관이 함정에 빠졌어. 큰일 났다고.”

한쪽에선 전보를 치고, 다른 쪽에선 지도와 서류를 뒤적거린다.

여직원까지 거드는 탓에, 열차 호송을 맡은 탐정이 와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거 섭섭한데.’

조금이나마 관심을 끌기 위해, 조지 월링이 말을 툭 내뱉었다.

“내가 열차에서 내가 누구 만났는 줄 알아요?”

역시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다.

대통령을 만났다고 해도 같은 반응일 것 같다.

김이 빠진 조지 월링은 입맛을 다시며 자문자답했다.

“놀라지 마세요. SFBC 보스를 만났어요. 전 총사령관.”

툭.

티디디디.

일제히 동작을 멈춘 탐정들의 시선이 조지를 향한다.

누군가는 서류를 떨어트리고.

누군가는 전보를 누른 채였다.

‘와우, 총사령관이 이 정도였나!’

관심 끌기 성공. 으쓱해진 조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때였다.

수석 팀장 토디가 어깨를 흔들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 SFBC 보스 어딨어?!”

“······”

“어딨냐고!”

*

세인트루이스 기차역으로 핑커톤 탐정들이 몰려왔다.

‘수석 탐정 토디, 포터···.’

과거 존 크렌쇼라는 노예 상인을 제거하는 데 공조했고, 이후 콜로라도 금광 경비를 했던 탐정들이다.

막스는 다급한 토디의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짐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라이언 홀드가 함정에 빠졌습니다.”

막스의 얼굴이 구겨졌다.

토디가 얼마전 일어난 살인 사건을 언급했다.

막스도 신문을 통해 봤던 동일 사건이었다.

라이언이 굳이 이 사건에 뛰어든 건, 막스가 내린 지시 때문이었다.

- 당분간 강도나 살인범을 잡으면, 모조리 KKK단으로 둔갑시켜.

막스는 KKK단이 스스로 해체할 때까지 이미지를 바닥으로 끌어내릴 생각이었다.

해서 연방 보안관이 미 전역으로 퍼질 때 가방 속엔 KKK단의 상징인 고깔모자가 가득했다.

라이언 홀드는 살인범들에게 고깔모자를 씌워주기 위해 이번 사건에 개입한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포터 탐정이 여관에 있던 살인범들을 발견했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SLMPD 경찰이 여관을 들락거리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경찰?”

“예. 라이언과 처음 탐문 수사를 벌였던 밀턴 순경이라는 잡니다. 그런데 포터가 우리에게 이걸 알리러 왔을 땐, 이미 라이언이 정보를 받고 사라진 뒤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여관에 갔을 땐, 놈들도 사라졌구요.”

이는 한 가지 추론이 가능했다.

밀턴 순경이 라이언과 살인범을 한 곳으로 유인했다는 것.

“그래서 제가 밀턴 순경을 찾아갔습니다.”

토디와 라이언 홀드는 한때 친구였던 사이다. 다들 세인트루이스에서 자라난 탓에 밀턴 순경과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

“라이언의 행방을 추궁했더니, 입을 꾹 다물더군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탐정이라.”

토디가 말끝을 흐리자, 듣고만 있던 막스가 무거운 입을 뗐다.

“SLMPD의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라이언 홀드를 유인했다 이거군요. 그게 밀턴 순경이고.”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막스는 토디에게 다음을 요청했다.

“미안하지만, 밀턴을 잡아 와 주세요. 책임은 내가 지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막스는 계획 변경이라며, 일행들을 세인트루이스 숙소에 머무르게 했다.

자신은 핑커톤 사무실로 향했다.

*

세인트루이스 남서쪽, 중심에서 17km 떨어진 맬빌.

라이언 홀드는 말에 탄 채 통나무집을 응시했다. 그 안에선 과거 자신이 데리고 있던 부하들, 아니 이제는 살인범이 된 놈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떠들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 지만 살겠다고 홀랑 사라져?”

“그래놓고 연방의 개가 되서 왔다 이거지!”

라이언은 대충 한 귀로 흘리고, 통나무집 주변을 훑었다. 주변에 깔린 놈들이 제법 있는 것 같은데, 그 수는 가늠이 안 되었다.

‘보스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 쪽수가 많다? 그럼 일단 기회를 만들어야지. 가장 좋은 방법은 비겁하게 숙이고 들어가는 거다.

- !

- 시간을 벌고 놈들에게 최대한의 정보를 빼내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거야. 무릎 꿇더라도 목숨이 우선 아니냐?

- 충격적입니다! 남자로서 수치고요!

- 꼿꼿하게 서서 자존심 세워봐야 총알만 잘 맞지, 그게 뭔 도움이 되냐. 가능한 대화를 유도하고, 정보를 얻기 위한 계책이다. 단 1분이라도 더 사는 게 어디야.

대충 생각을 정리한 라이언은 짐짓 태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웨이드, 데커, 하워드. 내가 세인트루이스에 온 이유가 뭔지는 일단 들어보는 게 어때?”

“지랄 마.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왜들 날 경계하는지 모르겠네. 연방 보안관이 되면 여러 이점이 있다. 그만큼 앞으로 우리가 손잡고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지.”

꿀 발린 말로 꼬드겼지만, 통나무집 안에선 닥치라는 소리만 연거푸 들려왔다.

라이언은 코트를 젖혀 리볼버를 빼 들었다.

그리고는 보이도록 손을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내 던졌다.

“나는 너희들과 대화를 하러 온 거다. 나 같은 놈이 연방 보안관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라이언은 여유 있게 웃으며 통나무집으로 말을 움직였다.

무장도 해제한 데다, 뭔가 달콤한 말이라도 할 것처럼 굴었으니. 제지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그런데 통나무집을 다가가던 순간 라이언이 멈칫했다.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한 곳을 응시했다.

그곳엔 시체 몇 구가 포개져 있었다.

무슨 짓을 했는지 여자들은 알몸으로, 남자들은 아이가 뒤섞여 있었다.

‘여기 살던 가족들인가···.’

시체는 겨울이라 그대로 얼어붙은 상태였다.

‘못 본 사이 악마가 되었군.’

라이언의 굳은 표정을 봤는지, 통나무집 창문으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시체 보니까 겁나?”

“전쟁 동안 우리가 뭘 했는지 알아? 네 놈이 빌어먹을 연방에 붙어 개 노릇을 할 때, 우린 게릴라가 됐거든.”

“우리 손으로 죽인 북군 만 수십 명이야, 이 배신자 새끼야.”

라이언은 다시금 통나무집으로 천천히 말을 몰았다.

“뭐, 그건 그거고. 내가 원하는 건 미주리주 광물 때문이다. 너희들이 한 사람만 제거해 준다면 꽤 짭짤한 돈을 만질 수 있을 거야.”

“그것보다 널 죽이는 게 더 짭짤할걸? 네 놈 목에 걸린 돈이 얼마인 줄 알아?”

“그래봐야 푼돈이겠지. 가렌 경감이 아무리 뒷구멍으로 돈을 벌어봤자, 만 달러를 줄 순 없을 걸?”

‘만 달러?’

통나무집 안이 조용하다. 역시 라이언의 짐작대로 가렌 경감이 배후였다.

‘한심한 새끼들.’

어릴적 부패 경찰 가렌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또 이용만 당하고 있으니. 머리가 장식품인 게 틀림없다.

라이언이 가까이 다가가자 통나무집 밖으로 세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산탄총, 리볼버, 라이플 등 다양한 화기가 쥐어져 있었다.

그들은 이죽거리며 라이언을 쏘아봤다.

“만 달러라니. 죽기 직전에 하는 말 치고는 너무 뻥이 심한 거 아냐?”

“겁쟁이 새끼. 살려고 별지랄을 다하는구나.”

“그만큼 광물이 값어치가 있다는 거지. 직접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이 철광석은 보통 철광석이 아니거든.”

라이언이 품속에서 묵직한 것을 꺼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쥐어진 물건에서 슬쩍 핀을 뽑은 뒤.

“봐라, 이게 뭔지.”

놈들에게 투척했다.

텅, 텅 데구르르르.

거무튀튀한 게 나무 바닥을 구른다. 놈들의 시선이 함께 움직였다.

“이게 철광석이라고?”

웨이드가 수류탄을 밟고는 확인하려 허리를 숙였다. 동시에 라이언이 말머리를 틀어 안장에 발을 건 뒤, 허리를 반대로 숙였다.

콰아아앙!

굉음과 동시에 파편이 튀고, 후폭풍에 말이 밀려났다. 말에서 떨어진 라이언은 귀가 멍멍하고 어지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품속에서 연막탄을 꺼내 핀을 잡아당겼다.

팅.

발밑으로 떨구자, 이내 푸스스스 소리가 나며 연기가 피워 오른다.

라이언은 쓰러진 말에서 저격 라이플과 여분의 리볼버, 그 외 보조 무기로 가득한 무기 가방을 챙긴 뒤 통나무집으로 내달렸다.

이때 상반신이 날아간 웨이드가 땅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들어왔다.

귀는 여전히 먹먹하다.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탄이 통나무집에 박히기 시작했다.

주변에 퍼져있던 놈들이 총을 쏜 모양이다.

나무 파편이 튀는 모습을 본 라이언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포복으로 기어갔다.

피떡이 된 데커와 하워드가 신음하며 숨을 헐떡인다. 이들을 지나칠 때, 데커가 피를 토하며 말을 내뱉었다.

“개··· 새끼···.”

탕! 탕!

포복 도중, 라이언은 리볼버로 마저 숨통을 끊은 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연기는 이내 집까지 집어삼켰다.

하지만 바람이 심한 탓에 금방 사라질 연기다.

주변을 포위한 놈들이 통나무집으로 몰려들고, 라이언은 침착하게 라이플을 감싼 천을 풀었다. 그런 다음 가방에서 파츠를 꺼내.

드르륵.

끼이익.

저격 준비를 마친 뒤, 장전까지 완료.

집 한가운데에 선 채 창문을 응시했다.

자욱했던 연기가 희미해지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놈이 스코프에 들어온다.

이를 조준한 뒤, 살며시 방아쇠를 당겼다.

뚜쿵.

머리에 피가 터지며 달려오는 속도만큼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드르륵, 철컥.

시선을 돌려 또다시 다가오는 표적을 물색.

또다시 방아쇠를 당겨 다가오는 놈들을 제거해갔다.

*

세인트루이스 핑커톤 사무실.

밀턴이 잡혀들어온 건 막스가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왜 필요한지 모르지만, 핑커톤 지부에 지하실이 있었다.

머리에 두건을 벗겨내고 입에 묶인 천을 제거하자 밀턴이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경찰이라는 거 잊었어!”

핑커톤은 사설 기관.

공권력을 가진 경찰을 추궁하고 심문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탐정들은 탁자에 앉아 있는 막스만 쳐다봤다.

눈치 빠른 밀턴은 앞에 앉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자가 이 일의 주동자라는 걸 파악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쏘아보며 소리쳤다.

“감히 경찰을 납치하다니, 이대로 무사할 줄 알아!”

“불안하면 대게 소리를 지르던데, 딱 그러고 있네.”

“이 개자식! 라이언이 어떻게 되든, 내 입에선 아무 소리도 못 들을 줄 알아!”

“착각은.”

막스는 악에 바친 밀턴을 보며 피식거렸다.

“라이언이 돌아오면 너는 걔 손에 죽고. 돌아오지 않으면 너는 내 손에 죽는다. 그게 네 놈이 붙잡혀온 이유야.”

“...... 미친놈! 이러고도 네 놈이 무사할 줄 알아!?”

“라이언이 너를 꽤 좋아했다고 들었는데. 배신한 놈들은 보통 두 가지지. 돈을 바라거나 혹은 약점을 잡혔거나. 어느 쪽이든 네 놈은 잘못된 선택을 한 거야.”

막스는 이죽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잘 감시해요.”

“알겠습니다.”

막스가 자리를 떠나자 당황한 건 밀턴 순경이었다. 고문이나 심문해서 정보를 얻어낼 거라 여겼는데, 상대는 그럴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의 말마따나 오로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잡아 온 것처럼 여겨졌다. 은근한 두려움이 밀려오자, 감시하는 탐정을 다그쳤다.

“맨긴, 우리가 이런 사이는 아니잖아. 어서 나를 풀어 주라고!”

“......”

“설마 내가 라이언을 함정에 빠트렸다고 생각하는 거야?”

“......쩝.”

“뭐라고 말 좀 해봐, 맨긴!”

“아 씨, 말 섞지 말라고 했는데.”

맨긴은 미간을 찡그렸다.

밀턴과는 같은 세인트루이스 출신이라 인연이 작지 않다. 그동안 핑커톤과 SLMPD의 공조 수사도 있었고, 밀턴은 특히 탐정들과 나름 교류가 있던 사이였다.

“밀턴, 옛정을 생각해서 하나만 말해줄게요. 이번엔 상대를 잘못 건드렸어요. 무모했다고.”

“라, 라이언을 말하는 거야?”

“아니. 방금 당신이 마주친 사람.”

“시발, 대체 그 자식이 누군데?”

“······ SFBC 보스. 전 미국 총사령관.”

“!”

밀턴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남북전쟁을 종식시킨 전쟁 영웅.

그보다 앞서 밀턴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뉴욕 갱단을 박살 낸 일화였다.

NYPD조차 몸을 사렸던 갱단을 개틀링 기관총까지 동원해서 단 며칠 만에 초토화한 경악할 사건. 미국 경찰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설 같은 이야기였다.

“왜··· 그런 자가 여기에 온 거지?”

“그야, 라이언이 SFBC 대원이니까 그렇지.”

밀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연방 보안관이 왜 또 SFBC 대원이란 말인가.

사실 연방 보안관을 함정에 빠트린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이건 몇 명만 입을 맞추면 넘어갈 일이었다.

그런데 SFBC가 엮였다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전 미국 총사령관과 엮인다는 뜻이었다.

‘젠장!’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맨긴, 그 사람 다시 만나게 해줘. 다 말할 테니까!”

“흠. 잠깐 기다려봐.”

맨긴은 다른 탐정과 감시를 교대한 후, 막스를 찾아갔다. 그런데 반응이 의외였다.

“필요 없다고 전하세요.”

“뭔가 내막을 알려줄 것 같은데···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도 아니고.”

‘존나 특이하네.’

부하가 함정에 빠졌으면, 고문이라도 해서 정보를 빼내는 게 정석 아닌가.

자긴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SFBC 보스의 행동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안 됐지만, 밀턴 SFBC 보스가 거절했어요.”

“뭐?”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답니다.”

“라, 라이언을 함정에 빠트린 자를 말해준다니까!? 위치도!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다급해진 건 밀턴이었다. 그는 몸까지 파르르 떨며 두려워했다.

‘이거 흥미로운데.’

고문과 심문을 안 하고도 상대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맨긴은 턱을 매만지며 밀턴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했다.

어떻게든 정보를 알려 주려 안달이 났으니 신기한 일이 아닌가.

한편 막스는 수석 탐정 토디와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밀턴 순경이 납치되었다는 정보를 SLMPD에 흘리세요. 내가 원하는 건 법적인 절차 없이 관련자들을 제거하는 겁니다.”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SFBC 대원들이 연방 보안관의 임무를 위해 미 전역으로 흩어졌습니다. 이번처럼 우릴 우습게 보는 놈들이 어디 세인트루이스만 있겠습니까.”

워낙 연방 보안관이 소수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더욱이 사건을 은폐, 축소, 협박, 공갈을 일삼는 경찰들에게 연방 보안관이란 존재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깟 연방 보안관 한둘이야 충분히 제거해서 덮을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게 지금 라이언 홀드에게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본보기로 삼는단 말씀이군요.”

“경고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마침 라이언이 그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SLMPD와 어떤 일이 엮였는지 중요하진 않다.

막스에게 중요한 건 이번을 계기로 토대로 다른 대원들의 활동에 힘을 싣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라이언을 구하러 가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이미 구할 시간은 지났습니다.”

“조금 냉정하시군요.”

“뭐, 라이언이 이 정도로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반대로 스스로 빠진 함정도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같은 식으로 죽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막스가 등을 떠밀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 연방 보안관이 부담스럽다면, 지금이라도 말해. 콜로라도, 뉴욕, 캔자스에서 SFBC 대원으로 계속 남아 있으면 되니까. 누차 얘기했지만, 연방 보안관은 거쳐가는 과정일 뿐. SFBC가 우리의 진짜 모습이다.

분위기 때문에 억지로 동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비난받을 일이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며 결과는 오롯이 본인의 책임이니까.

물론 막스는 라이언 홀드를 믿었다.

무기만 제대로 챙겼다면 절대 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덜컥.

라이언 홀드가 핑커톤 사무실에 나타났다.

놀란 토디의 시선이 빠르게 그의 몸을 훑었다.

코드에 묻은 피와 흙먼지가 치열한 전투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그걸 혼자서 뚫고 나왔다고?’

토디가 손으로 입을 훔칠 때.

막스를 본 라이언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보스가 왜 여기 있어요?”

“그냥 가다 들렀다. 임무는?”

라이언이 웃으며 양쪽 어깨를 으쓱거렸다.

“보다시피, 연방 보안관 일이 쉽지는 않네요.”

범죄자 때문이 아니라 뒤통수치는 놈들 때문에 일이 힘들었다. 이를 알고 있는 막스는 다가가 라이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럼 연방 보안관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이제 보여주자고.”

소름이 돋은 토디는 몸서리를 치며 둘과 함께 지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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