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 이렇게 당하는구나
SLMPD의 한 회의실.
‘일이 이렇게 꼬이다니.’
며칠전 밀턴과 한 이야기를 떠올린 갈렌 경감은 탁자를 내려다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 꼭 라이언을 제거해야 하는 거야?
- 앞으로 우리 발목을 붙잡을 게 빤한데, 놔두자고? 인생이 빚 투성였던 시궁창이 그리운 모양이지, 밀턴?
- ......
- 그리고 놈이 내 과거를 알고 있다고 해서 이 일을 벌이는 건 아니야. 내가 그렇게 단순한 놈인 것 같아?
연방 보안관이 되어 나타난 라이언 홀드.
문제는 놈이 나타난 시점이었다.
흑인 둘이 죽은 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이 일의 뒤엔 미시시피강을 잇는 이즈 브릿지 교량 건설과 관련이 있었다.
키스톤 브릿지와 세인트루이스 브릿지 컴파니가 맡은 이 공사에서 갈렌은 자재납품을 위해 공갈과 협박, 살인 사건까지 일으켜 회사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갈렌은 그린백 위조지폐와도 관련이 있었다.
이는 미국 비밀 경호국에 넘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연방 보안관의 주 업무였다.
갈렌이 라이언 홀드를 제거할 이유는 차고 넘칠 만큼 많았다.
어찌 됐든,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밀턴은 납치되었고 라이언까지 함정을 빠져나간 상황.
난관에 부딪힌 갈렌은 사태 해결을 수습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이런 위기는 지금까지 숱하게 겪었다.’
오늘이 있기까지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어디 한 둘인가. 남들이 승진에 집착할 때, 갈렌은 돈에 매달렸다.
그깟 SLMPD 국장도 욕심내지 않았다.
돈 몇 푼 쥐어주면 오히려 매달리는 쪽은 간부들이었으니까.
세인트루이스 사업가와 의원들도 마찬가지.
이래저래 갈렌이 입을 열면 다치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이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뭐가 있을까.’
갈렌이 고민하고 있을 때.
회의실로 들어온 부하가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지금 세인트루이스에 전 총사령관이 와 있답니다.”
“전 총사령관?”
“동양인 막스 조요.”
의외이긴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찾으라는 밀턴과 라이언은 안 찾고, 뜬금없이 총사령관이라니.
갈렌은 짜증 나는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정보인가?”
“문제는 그자의 위치에요. 핑커톤 사무실에 있답니다···. 아마 라이언 일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요.”
갈렌의 얼굴이 짜증에서 당황스러움으로 바뀌었다.
‘동양인 총사령관과 라이언 그 자식은 또 무슨 관계지? 설마 둘 다 연방 보안관인가?’
침을 꿀꺽 삼킨 갈렌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머릿속엔 세인트루이스에서 있던 사건을 떠올렸다.
서부 사령관이었던 막스 조의 암살 시도.
게릴라들이 세인트루이스의 서부 사령부에 쳐들어갔다가 몰살당한 경악할 사건이었다.
갈렌은 당시 경위였다. 폭살당한 시체들이 실려 나왔을 때의 현장 모습을 또렷이 기억했다.
‘내 인생 최대 위기인가.’
갈렌은 일이 더럽게 꼬였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가 총사령관이라면 쓸 수 있는 카드가 현저히 줄어든다.
초조한 듯 이마를 벅벅 긁적대던 갈렌이 부하를 쳐다봤다.
“근데 그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거야?”
“핑커톤 탐정입니다. 신입이라더군요.”
“그놈 일단 잡아 둬. 여차하면 총사령관을 제거해야 할지도 몰라.”
지시를 내린 갈렌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직 미국 총사령관이라는 거물을 상대하려면 그에 맞는 급이 필요했다.
‘그 자가 요즘 돈이 궁하지 아마.’
*
세인트루이스 페디스 바.
신입 탐정 조지 월링은 바에 앉아 담배만 뻐끔댔다.
“왜 이렇게 찝찝하냐. 미치겠네.”
한 시간 전에 만난 SLMPD 경찰.
자신이 핑커톤 탐정인 줄 어떻게 알았는지 은근슬쩍 접근했다.
- 연방 보안관 실종된 거 알지?
-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난리던데요.
- 오호, 핑커톤에서도 찾는 모양이지?
- 뭐, 그래서 지부에 전 총사령관까지 왔거든요.
- 뭐? 누가 와?
- 그거 알아요? 나랑 그 사람이랑 같은 기차 타고 온 거?
- 아니, 그것보다 그 총사령관이 누군데?
- 막스 조요.
‘시발, 하여간 이놈의 주둥이가 문제라니까.’
무릇 탐정이란 입은 무겁고 눈은 가벼워야 한다고 했는데. 상대가 경찰이라는 이유로 쓸데없는 말까지 해버렸다.
조지의 가장 큰 문제는 관심받는 걸 즐긴다는 거. 핑커톤 탐정이 된 것도 남들에게 뭔가 그럴듯하게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내일 있을 호송 업무나 신경 쓰자.’
위스키를 들이킨 조지는 이내 몸을 일으켜 바를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 뒤를 남자 셋이 따라붙었다.
구름이 달까지 가려, 더 으슥해 보이는 골목.
뒤따르던 그림자들이 속도를 높이자, 골목에 울리는 발걸음 수도 늘어났다.
‘음?’
술기운에도 이상한 낌새를 차린 조지 월링.
총을 뽑는 동시에 몸을 돌렸다.
“어떤 새끼야!”
순간 멈칫한 그림자들. 눈의 초점이 맞질 않는지 조지 월링은 총을 든 채 눈을 비벼댔다.
그리고는 골목을 향해 소리쳤다.
“시발, 내가 이래뵈도 게티즈버그 커프스 힐에 제일 먼저 도착한 병사야. 대포와 총알도 나를 무서워했다고! 어디 좆만한 강도 새끼들이 나를 노려!”
잔뜩 허세를 부린 조지는 으르렁거리듯 총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림자들을 훑어봤다.
그런데 이때 구름이 걷히며 달빛에 그들의 모습이 얼핏 드러났다.
‘왓더 뻑! 경찰이잖아!’
낮에 자신에게 접근했던 경찰이 분명 그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순간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다.
“아무튼, 사람 잘못 골랐어 새··· 강도들아.”
나름 머리를 굴린 조지는 뒷걸음질 쳐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리곤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황급히 골목에서 튀어나온 그림자들이 쓰읍하며 탄식을 내뱉었다.
“술 취한 새끼가 눈치는 더럽게 빠르네.”
“그래도 우리가 누군지는 모르는 것 같은데.”
“일단 어떻게 할 거야. 쫓아가 말아?”
“일 더 커지기 전에, 그냥 놔두자.”
“갈렌 경감한테는 뭐라고 할 건데?”
“뭐, 핑곗거리야 많지.”
셋은 서로 입을 맞춘 뒤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도망친 조지 월링은 사람들이 붐비는 대로만 이용했다. 그러다 종국에는 핑커톤 지부로 방향을 틀었다.
‘이거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조지는 미행이 있는지 확인하며 은밀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입이 싼 것 빼고, 나름 탐정의 감은 있었다.
*
“갈렌은 생각보다 더한 쓰레기였군요.”
“······ 미안하네.”
모든 걸 실토한 밀턴이 고개를 떨구자, 테이블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라이언은 착잡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한번 사는 인생 똑바로 살라더니, 그 당당했던 모습을 더는 찾아볼 수가 없다.
민간인 가족을 거리낌 없이 죽이던 놈들처럼 밀턴도 변한 것이다.
‘SFBC가 되지 않았다면, 나도 이랬을까.’
막스와 토디는 올라갔지만, 라이언 홀드는 한동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밀턴을 지켜봤다.
그리고 얼마 후.
조지 월링이 핑커톤 사무실을 찾아왔다.
막스를 본 조지는 식겁한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시선을 회피했다. 그는 수석 탐정 토디의 팔을 잡아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자네 술 마셨나? 그리고 이 늦은 시간에 여긴 왜 찾아온 거야?”
“저기, 수석 탐정님. 방금 경찰들이 저를 미행, 아니 납치하려고 했거든요?”
“뜬금없이 경찰이 자네를?”
이 새끼 술 취했나, 하는 얼굴로 토디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런데 쭈뼛쭈뼛거리며 하는 말이 가관이다.
“경찰한테 막스 조가 여기 왔었다는 걸 알렸다고?”
“......네.”
“이 미친 새끼! 너, 탐정의 기본이 뭐야?!”
“.......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아무리 신입이라도 그렇지! 술까지 처먹고, 핑커톤이 경찰들한테 정보나 주는 조직이야?!”
“절대 아닙니다.”
얼굴이 벌게진 토디가 흥분을 가라앉히려 시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칙.
“후. 그래서 다른 건?”
“그게 답니다···.”
조지가 울쌍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때 누군가 조지의 어깨를 토닥였다.
고개를 돌리자 전 총사령관, 막스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를 이해해주시는구나.’
뭔가 안도감을 느낀 조지의 입꼬리도 덩달아 올라간다. 그런데.
“지금 내가 웃는 거로 보여?”
“!”
재빨리 조지가 입꼬리를 끌어내리자, 어깨가 부서질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다.
“자신 없으면, 차라리 혀를 잘라. 그게 오래 살 방법이니까.”
무심히 내뱉은 말과 달리 눈빛은 이미 자신의 혀를 자르고도 남았다.
조지의 등줄기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이내 어깨를 짓누르던 압박이 사라졌다.
막스는 아무일 없다는 듯 말을 건넸다.
“경찰들이 움직이는 걸 보니까, 갈렌도 상황을 짐작한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막스의 목적은 갈렌 뿐 아니라, 함께 행동하는 경찰 카르텔이었다.
밀턴을 증인으로 내세워도 놈들은 견고하다.
그렇다고 막스가 찾아가 갈렌을 죽이는 것도 마땅한 명분이 없었다.
‘방법은···.’
늘 그렇듯 막스가 음모를 구상하고 있을 때.
갈렌 경감을 감시하던 탐정 한 명이 돌아왔다.
“갈렌이 SLMPD를 빠져나왔습니다. 누군가를 찾아갔는데···.”
토디를 향하던 시선이 막스에게로 옮겨진다.
“이전 서부 사령관 존 프레몬트를 만나려 찾아갔습니다.”
‘존 프레몬트?’
막스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만났습니까?”
“아니요. 프레몬트는 지금 은행장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은행장?”
“프레몬트는 지금 태평양 철도(Pacific Railroad)를 인수하려고 혈안이 되있거든요.”
토디가 설명을 덧붙였다.
태평양 철도는 미주리주 동쪽 세인트루이스를 시작으로 캔자스주 경계인 캔자스시티까지 운행하고 있다. 콜로라도로 가기 위해 막스가 기다리던 기차 노선이기도 했다.
“미주리주가 투자하고 경영한 철도지만, 남북전쟁 이후 자금난에 허덕여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틈에 존 프레몬트가 노선을 인수하려고 뛰어들었죠.”
‘이것 봐라.’
막스는 뉴욕에서 홀리데이와 한 대화를 떠올렸다.
- 미주리에서 콜로라도까지 이어진 철도를 집어삼키려면 태평양 철도를 얻어야 해. 지금 미주리주 재정이 좋지 않아서 나도 뛰어들려던 참이거든. 근데 로비가 쉽지 않네.
‘쉽지 않은 이유가 있었군.’
서부 개척 영웅.
서부 사령관.
전 공화당 대표.
전 공화당 대선 후보.
명성이 예전만 못하지만, 존 프레몬트의 커리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런 존 프레몬트가 과거 막스에게 홀리데이와 같은 생각을 피력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서부 사령관이었던 그는 궁극적으로 이 노선을 대륙횡단 철도로 연결할 구상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획이 아무리 좋아도 실행하려면 자본이 따라야 하는 법.
프레몬트는 자금이 넉넉하지 못했다.
은행장을 만난 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거 잘하면 일타쌍피도 가능하겠는데.’
“갈렌과 프레몬트는 어떤 관계입니까?”
막스의 물음에 토디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프레몬트가 서부 사령관에서 경질된 일은 잘 아시죠?”
“물론입니다. 그 뒤를 내가 이었으니까요.”
존 프레몬트는 전전 서부 사령관.
막스는 전 서부 사령관.
존 브라운 대통령과 갈등도 있었지만, 존 프레몬트가 경질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인 비리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비리는 당시 서부 사령부가 있던 세인트루이스에서 벌어졌다.
“아마 갈렌이 프레몬트를 여러모로 도와줬을 겁니다. 둘 다 나랏돈 빼먹는 데 거리낌이 없으니까요.”
수석 탐정답게 토디는 세인트루이스에 벌어진 일들을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었다.
“갈렌이 프레몬트를 찾아간 건 아마 힘을 필요로 해서일 겁니다.”
프레몬트도 나름 적이 많다.
그 때문에 주변에 늘 경호를 달고 다녔는데, 헝가리와 프랑스 출신의 군인들이었다.
막스는 서부 사령관직을 이어받을 때도, 그들이 프레몬트 곁을 지킨 걸 본 적이 있었다.
“나를 제거하는데 프레몬트를 이용한다 이거군요.”
“정치적인 영향력은 줄었어도, 프레몬트 명성은 여전하니까요. 이래저래 거물은 거물이죠.”
말끝에 토디가 막스를 빤히 쳐다본다.
거물로 치면 눈앞의 남자가 더 할 텐데,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동양인이라 그런가.’
총사령관이라는 직책과 그간 벌였던 어마어마한 사건 때문이지 막스 자체의 영향력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미국 최고의 커리어지만, 좀처럼 합쳐지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토디의 속내를 읽은 듯 막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토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 그렇군요.”
‘하여간 눈치는 귀신이라니까.’
토디는 내심 혀를 내두르며 입맛을 다셨다.
잠시 고심하던 막스가 입을 뗐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존 프레몬트를 만나야겠습니다.”
“은행장들과 함께 있을 텐데요?”
“상관없습니다. 내가 만나고 싶다고만 전해 주세요.”
*
늦은 밤.
은밀한 장소에서 회동이 이루어졌다.
중요한 미팅을 강제로 끝낸 프레몬트는 짐짓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
“갑자기 이 늦은 시간에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뭔가? 세인트루이스엔 또 어쩐 일이고?”
“잠시 볼 일이 있어서 들렀습니다.”
“흠. 총사령관을 그만뒀다 들었는데.”
“그래도 이것저것 바쁜 일이 많네요. 사업도 마찬가지고.”
사업이라는 소리에 프레몬트의 눈이 반짝인다.
“그래서 요즘은 무슨 사업을 하고 있나?”
“어디 한두 개라 야지요. 참, 이번에 태평양 철도 노선을 인수한다면서요?”
“예전에 자네에게 한 말이 있는데, 기억하나?”
“물론입니다. 콜로라도 준투에 철도를 놓겠다고 하셨죠.”
“지금 인수하려는 것도 그 일환이네.”
프레몬트는 막스의 표정을 관찰하듯 응시했다.
늦은 시간 자신을 만나고 싶다고 한 건, 분명 철도 인수 건과 관련이 있을 테니까.
예상대로 막스가 먼저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자금이 부족하다 들었습니다만.”
“뭐, 상황이 그렇네.”
갈증나는 듯 프레몬트는 막스의 입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런데 그 입에서 예상 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차라리 지분을 저랑 나누는 건 어떻습니까?”
“별로 달갑지 않은 소리군.”
“이번 인수 건도 그렇고, 추후 캔자스와 콜로라도까지 노선을 인수하려면 자금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그건 그때 생각하면 되네.”
욕심 많은 프레몬트는 금광이 있는 콜로라도 준투까지 이어지는 철도를 이전부터 욕심냈다.
그리고 종국에는 대륙횡단 철도까지 맞닿은 공사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확신이 지나치군.”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 공사중인 캔자스 노선에 제 지분이 상당하거든요. 내가 망하지 않는 이상, 당신이 지분을 차지할 일은 없을 겁니다.”
“......”
프레몬트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런데 까놓고 계산을 해보면 자신도 밀릴 게 없었다.
“태평양 철도를 내가 인수하면, 자네나 나나 다를 게 뭔가.”
“그건 인수를 했을 때 이야기죠.”
“걱정하지 말게. 이미 이야기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니까.”
원 역사에선 실제로 프레몬트가 태평양 철도를 인수한다. 다만 미주리주에 지급해야 할 분납금을 내지 못해 단 일 년만에 소유권은 연방에 압류된다.
물론 막스는 이것까지 알진 못했다.
그것과 상관없이 막스는 이미 태평양 철도를 욕심내고 있었다. 방법으론 갈렌과 엮어 프레몬트를 압박하는 것이었다.
“내가 세인트루이스에 온 건 한 사람을 잡기 위해섭니다.”
“잡다니, 누굴 말인가?”
“SLMPD 갈렌 경감이요.”
“...... 자네에게 그럴 권한이 있나? 심지어 경찰을?”
프레몬트가 미간을 좁히며 막스를 응시했다. 이때 슬며시 탁자에 배지 하나가 올려졌다.
그걸 본 프레몬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갈렌은 내 동료인 연방 보안관을 암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자와 함께 일했다는 소릴 들었습니다만.”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건가?!”
프레몬트가 잡아먹을 듯 노려본다.
막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어차피 갈렌은 당신에게도 짐 아닙니까? 철도 지분을 나누고, 갈렌을 제거해 줄지. 아니면 놈과 손잡고 끝까지 갈지, 선택하십시오.”
막스가 선택지를 내밀었다.
서부 사령관에서 사업가로 변한 존 프레몬트.
서부 사령관에서 총사령관을 거쳐 지금은 연방 보안관이 된 막스.
둘 사이의 균형추는 이미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연방 보안관을 떠나 막스가 주는 위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렇게 당하는구나.’
프레몬트는 착잡한 표정으로 뜨거운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