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2화 (282/360)

#282 다 자기 운명대로 살다 죽는 거지

탕!

“드래곤을 잡으러 악마가 왔도다! 이 미친 새끼들아!”

산초가 방아쇠를 당기고 소리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KKK단원들이 기겁하며 횃불을 집어 던지고. 순식간에 집회가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누가 보면 드래곤이 브레스라도 뿜은 줄.”

차가운 땅에 떨어진 횃불은 다행히 번지지 않고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타, 타이탄들은 당황하지 말고, 적들을 제거하라!”

“총을 무슨 수로 당해! 도망치자!”

드래곤의 외침에도 KKK단들은 놀라운 속도로 흩어졌다.

더러는 도망치다 자빠지는 촌극도 벌어졌다.

당황한 드래곤 역시 집회 장소를 빠져나가려 했다. 그런데 산초가 던진 밧줄이 드래곤의 목을 휘감아 왔다.

“컥!”

“드래곤이면 날아서 도망가야지, 새끼야.”

산초가 집회 수장인 드래곤을 잡았을 때, 조 짐 주니어는 흑인들을 잡아 온 사이클롭스 둘을 제압했다.

이렇듯 싱겁게 끝난 건 KKK단에는 농기구 외에 딱히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사이클롭스 두 놈이 샷건을 들고 있었는데, 쏠 틈 도 없이 조 짐 주니어에게 제압당해 버렸다.

고깔 마스크를 벗기자 이들이 오합지졸인 이유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들이네.”

사이클롭스들, 즉 행동 대원들의 정체는 10대 후반의 소년들.

마스크가 벗겨진 탓인가. 신념과 용기는 사라지고 공포에 질린 애송이들 얼굴이 드러났다.

“사, 살려 주세요!”

“남부의 의지가 고작 이따위였나?”

“죄송합니다. 그냥 장난삼아 데려온 거예요!”

“장난?”

조 짐 주니어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흑인들을 죽이려 했던 놈들이 이제는 장난이라며 목숨을 구걸하고 있으니 말이다.

반면 이들을 선동하고 모집한 드래곤은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산초가 목을 휘감은 밧줄을 느슨하게 풀자,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 대체 형제들은 왜 우리를 공격한 것입니까? 난 루이스버그의 드래곤인데, 어떤 착각이 있던 게 분명합니다.”

“착각은 무슨.”

산초는 총구를 들이댄 채 가면을 제거했다.

그러자 중년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얼굴을 처음 본 건지 사이클롭스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밀 결사 조직이라더니 진짜인 모양이네.’

신비주의를 내세운 KKK단은 자신들의 위에 누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조 짐 주니어가 흥미로운 얼굴로 드래곤을 가리키며 사이클롭스들에게 물었다.

“누군지 알아?”

“마을 목사님이십니다.”

“호오. 그렇구만.”

남부 목사들 중에선 노예제 옹호자들이 많다.

그들은 백인만이 신의 구원을 받고, 백인만이 우월하다고 설교했다.

루이스버그 KKK단 지부의 드래곤도 마찬가지.

목사가 기껏 광신도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었다니, 보스가 한 말과 일치했다.

- KKK단은 전쟁의 패배로 인한 피폐한 남부인들의 증오심을 교묘히 파고들면서 무서운 속도로 세를 불려 나갈 거야. 정치인, 보안관, 심지어 목사들도 예외는 아니야. 그들에게 상징성을 부여하면 이는 곧 명분이 된다. 우린 그걸 막아야 해.

막스는 연방 보안관의 주요 임무를 범죄자 체포뿐 아니라 KKK단을 뿌리 뽑는 것에도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점조직인데다 선동당한 다수의 민간인이 끼어있기 때문에 조직을 제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해서 SFBC 연방 보안관들은 두 가지에 집중했다.

최초 KKK단을 창설한 6인의 남부 장교를 추적, 핑커톤 탐정들의 복수를 완성하는 것. 그리고 KKK단을 스스로 분열시키는 방법이었다.

다만 후자를 위해선 치졸한 음모와 연기가 필요했다.

산초가 드래곤 목사의 머리에 총구를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우린 네 놈이 가진 돈을 노린 거니까.”

“도, 돈이라니요?”

“흑인들을 처형하는 대가로, 농장주들과 정치인들에게 뒷돈 받은 걸 누가 모를 줄 알아?”

“그, 그건 모함이···”

퍽!

산초가 목사의 머리를 발로 후려찼다.

나자빠진 몸을 밟으며 말을 이었다.

“본보기로 흑인들을 처형하면, 나머지 흑인들이 고분고분해질 거고. 농장주들은 싼값에 노동을 시킬 수 있지. 그리고 정치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흑인 투표를 저지하기 위해 그런 것일 테고.”

퍽!

“루이스버그에서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은 전부 네 놈이 뒷돈을 받고 한 짓이다. 흑인 집들이 불에 타고, 지금까지 세 명을 죽였다. 북부에 동조했다고 백인 가족도 협박하고, 그 대가로 네 놈은 돈을 챙긴 거다!”

퍽!

“남부 의지는 개뿔. 저딴 애새끼들 선동해서 자기 배나 불린 주제에.”

산초의 발길질은 상대가 변명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산초가 드래곤의 품속을 뒤적거리는 척하더니. 미리 준비해둔 금과 돈을 마치 목사의 품에서 발견한 것처럼 위장했다.

“이봐, 이봐. 목사가 금덩이를 왜 들고 다녀? 그럼 니네 집은 드래곤 레어냐 새끼야.”

산초가 금과 돈을 들어 보이자, 사이클롭스들이 입을 쩍 벌렸다.

‘설마 돈을 받고 우릴 이용할 줄이야!’

흔들리는 소년들의 눈빛을 보며 산초가 비아냥거렸다.

“봤지? 이게 드래곤의 실체다.”

“······”

“너넨 좆도 모르는 거 같으니까, 이거나 갖고 꺼져 새끼들아.”

산초는 2달러 동전 두 개를 사이클롭스들을 향해 집어 던졌다.

“어차피 우린 돈을 노린 거니까,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가라. 애들까지 죽일만큼 악랄하지 않거든. 하긴 악랄한 건 이 새끼지.”

산초가 목사의 뒤통수를 발로 짓밟았다.

그 모습을 본 사이클롭스 소년들은 2달러를 챙긴 뒤 재빨리 집회장을 이탈했다.

‘가서 오늘 들은 이야기를 소문내라.’

산초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달아나는 놈들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이때 조 짐 주니어는 붙잡혀온 흑인 남녀를 보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자신들을 구해준 자들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감히 묻지 못한 채 몸을 일으켰다.

이때 조 짐 주니어가 샷건 두 정을 내밀었다.

“?”

“가는 길에 혹시 모르니까, 이거 가져가라고.”

“아···.”

“사용법은 알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 짐 주니어는 안쓰럽다는 듯 한 마디를 더 보태었다.

“마을에서 버티기 힘들거든 북부로 가.”

“······”

“일자리가 막막하면 콜로라도로 가던지.”

“콜··· 로라도요?”

노예 해방 이후에도 많은 남부 흑인들이 주인에게 종속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맺어진 피동적 관계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몸은 자유로운데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결국 그런 흑인들은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면서 주인에게 종속된 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붙잡혀 온 흑인 남녀는 그나마 백인들의 고까운 시선 속에서도 나름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게 KKK단의 눈에 거슬렸을 테고.

산초와 조 짐 주니어는 여전히 고깔모자를 쓰고 있다. 위화감을 느낀 흑인들은 짧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서둘러 장소를 벗어났다.

산초는 턱이 뭉개진 목사를 보며 물었다.

더는 연기할 이유가 사라졌다. 이젠 연방 보안관 본연의 임무를 해야 할 때였다.

“KKK단을 창설한 남부 장교 여섯이 누구지?”

회장인 배드퍼드 포레스트는 신문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그런데 나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드래곤 목사가 입을 꿈쩍하지 않자 산초가 총 대신 보위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곤 천천히 복부에 칼끝을 쑤셔 넣었다.

“더 고통스럽게 죽여줄까?”

“으윽. 마, 말하겠소! 남부 여섯 장교는 ···.”

프랭크 맥코드, 리차드 리드, 존 레스터.

존 케네디, J. 칼빈 존슨, 그리고 제임스 크로우.

그리고 KKK단 조직 계급도 알아냈다.

회장은 임페리얼 위자드(대마법사).

주요간부와 지부장은 드래곤.

그 밑에 보좌진은 타이탄, 실무진들을 사이클롭스라 부른다.

훗날 더 세부적인 계급과 그들만의 세계가 확립되지만, 어찌 됐든 현재로선 이 정도 수준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

“배더포드 포레스트가 여섯 장교에 포함되어있는 게 아니었나?”

목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다소 의외였다.

실제로 포레스트는 이름만 내걸었지, 창설식엔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남북전쟁 중 뛰어난 게릴라 전술로 이름을 날린 베더포드 포레스트의 이름이 필요했다 이 말이군.”

“그것까진 나도 모릅니다.....”

“그럼 정보는 여기까지군.”

산초는 망설임 없이 드래곤 목사의 머리통에 방아쇠를 당겼다.

탕!

털썩.

상대는 루이스버그에서 그동안 벌린 일이 적지 않다. 선동당한 민간인은 둘째치고 수뇌만큼은 용서할 이유가 없었다.

이날 산초와 조 짐 주니어가 알아낸 정보는 전미 핑커톤 사무소로 퍼져가고. 이것들은 다시 SFBC 연방 보안관들에게도 전해졌다.

그리고 이날 살아 돌아간 사이클롭스들은 스피커가 되어 소문을 생성하고 퍼트렸다.

- 드래곤이 돈을 받고 우릴 이용했다! KKK단도 결국 돈을 밝히는 북부 놈들과 다를 게 없다.

이 소문에 식겁한 자들은 다른 지역 드래곤들.

그들이 돈이 많다는 터무니없는 말까지 더해져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

태평양 철도를 타고 캔자스로 향하던 길.

막스는 KKK단과 관련된 기사를 읽고 있었다.

‘임페리얼 위자드, 드래곤, 타이탄···.’

중2병 광신도들이 모인 KKK단의 네이밍 센스에 헛웃음이 날 지경이다. 이때 막스 옆에 앉은 다뇽이 아는 채 입을 열었다.

“유럽도 그렇지만. 미국에도 비밀 결사 조직이 은근 많더군요, 보스.”

“이를테면?”

“프리메이슨이야 워낙 유명한 단체고. SOM, ECV등도 있죠.”

오랜 역사를 가진 프리메이슨의 영향을 받아, 이 시기엔 온갖 비밀 결사 조직이 만들어졌다.

그중 SOM은 말타의 아들들(Sons of Malta)라는 비밀 결사 조직.

ECV는 금광과 그 지역에 관련된 자들이 모인 조직으로 빨간색 셔츠를 입는 단체다.

입단 방식과 조직도는 대부분 프리메이슨에서 차용했고, 막스가 주목한 SOM의 경우 이미 남부 리치먼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의심받는 단체였다.

막스 역시 프리메이슨의 교집합과도 같은 SOM이 사실상 KKK단과 링컨 암살의 배후가 아닐까도 의심하고 있었다.

막스는 흥미로운 듯 다뇽에게 물었다.

“비밀 결사 조직에 관심이 있나?”

“그들도 용병들의 중요한 고객이 될 수 있으니까요.”

광신도 집단일수록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자들이 많다는 게 다뇽의 말이었다.

막스는 일리 있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열차가 서서히 멈추고 역에 도착했다.

종착지인 캔자스 시티까지 앞으로 한 정거장.

이때 플랫폼에서 미주리주 보안관(Sheriff)과 부보안관들이 반대편 열차를 수색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이네요. 한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보스.”

다뇽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였다.

아직 미래를 논의하지 않았음에도 보스라는 말을 붙여 한 식구라는 걸 강조했다.

다뇽은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 돌아왔다.

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을 건넸다.

“미주리주 캔자스 시티에서 은행강도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리버티라는 곳에 있던 클레이 카운티 저축 협회를 강도들이 습격했다네요.”

1866년 2월 13일.

사실상 남북전쟁 이후 서부 지역에서 벌어진 첫 강도 사건이 미주리주에서 발생했다.

강도는 저축 협회 은행에서 6만 달러를 털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길거리에 있던 17살 학생과 은행을 지키던 경비를 살해했다.

그런데 은행강도들이 바보들도 아니고, 설마 열차로 도망갔을까.

보안관들은 쓸데없이 열차를 수색하는 데 힘을 빼고 있었다.

다뇽의 말이 끝날 때쯤,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시간을 간 끝에 마침내 캔자스 시티에 도착했다.

막스는 마차와 말을 구하기 위해 역마차 서비스를 하는 곳을 찾아갔다.

얼마 전까지 서부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하던 곳이라 캔자스 시티는 역마차 서비스가 비교적 잘된 곳 중 하나였다.

아이들을 마차에 태우고, 어른들은 말에 올라탔다. 가는 길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한 뒤 콜로라도를 향한 준비를 끝마쳤다.

다뇽과 용병들이 앞장서 길을 트고 막스는 척과 함께 마부석에 앉아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미주리주를 벗어나려던 때.

추억이 짙게 물든 켈리 여관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상 처음 막스가 도착한 서부 마을이 바로 이곳 잭슨 카운티의 캔자스 시티.

당시 파이브 호아킨스 갱단을 처치하고, 현상금을 타기 위해 이곳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켈리 여관은 바운서인 콜린을 처음 만난 장소이기도 했다.

- 흑인과 동양인은 입장 불가야.

그런데 웃기게도 콜린은 지하철도 차장이었다.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를 머금을 때.

막스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져 갔다.

켈리 여관 앞을 지키던 바운서.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시가를 문 채, 테라스에 발을 걸치던 모습은 분명.

“콜린?”

툭.

익숙한 목소리에 콜린이 입에 물던 시가를 떨어트렸다.

눈을 비비며 막스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슬쩍 몸을 돌려 여관으로 들어가려 했다.

미주리주에 있는 SFBC 연방 보안관이 다섯.

그중 콜린은 캔자스 시트를 맡고 있었다.

철컥.

리볼버 장전 소리에 움찔한 콜린.

몸을 돌리더니 능글능글한 웃음을 지었다.

“한참 기다렸네.”

“기다리긴 개뿔. 기껏 여기 온다더니, 바운서가 뭡니까 바운서가. 은행강도는 추적 안 합니까?”

“무슨 소리야. 그렇지 않아도, 정보 수집을 막 끝내던 참이었다고.”

콜린은 마침 잘 됐다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 새끼들 지금 유타쪽으로 날랐다던데, 잘 됐다. 같이 가자, 보스!”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다 계획이 있었다니까.”

콜린은 술집 안에 대고, ‘당분간 갔다 올 테니까, 잘 보고 있어!’라며 소리친 뒤 가방 하나를 챙겼다. 그리곤 대수롭지 않게 여관 앞에 묶여 있던 말에 올라탔다.

“강도들 쪽수가 많아서, 애들 좀 모아서 같이 가려고 했거든. 보스가 있으면 충분하겠지.”

“강도들 행적을 파악했다고요?”

“당연하지.”

콜린은 마차 옆에 붙어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말해줬다.

“걔들 전쟁 때 남부 게릴라였던 놈들이야. 우리가 제거한 블러디 빌 앤더슨 알지? 그 똘마니들일 가능성이 커.”

윌리엄 콴트릴에 이은 블러디 빌 앤더스.

그들 밑에 있던 남부 게릴라들은 훗날 골칫거리가 될 무법자들이 수두룩했다.

서부 시대에서 가장 유명한 갱단 제시 제임스와 콜 영거 역시 그 무리 중 하나였다.

“정확히 이름까진 못 알아냈어. 아무튼, 술집에 있으니까 그나마 정보를 알아낸 거야. 내가 바운서를 괜히 하는 게 아니라고.”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대체 저 여관 주인하고는 무슨 관계에요? 아무 때나 바운스로 고용해주는 걸 보면,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 와이프야.”

“!”

충격적인 말에 막스는 물론 척까지 고삐를 쥔 채 콜린을 쳐다봤다.

“커흠. 죄다 솔로 새끼들만 있어서 말을 할 수가 있어야지.”

그런데 막스가 피치와 결혼한 이상,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사라는 원래 여관에서 일하던 매춘부야.”

막스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놀라면 콜린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콜린이 막스를 이곳에서 처음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사라는 매춘부였다.

그녀에게 애틋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하철도 차장 일에 집중했다고 했다.

“근데, 내가 보스 덕분에 돈을 좀 많이 벌었어?”

SFBC 넘버3인 콜린은 그동안 꽤 많은 급여를 받았다. 해서 돈을 모으자마자 자신이 있던 여관부터 인수했는데, 사라 매커스를 매춘에서 해방시키기 위함이라고 했다.

“도통 여자한텐 관심이 없는 것 같더니만, 알고 보니 로맨티스트였구만.”

“로맨티스트는 무슨.”

사실상 이 시대에는 흔한 일이었다.

서부, 특히 개척지나 광산에서는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빚어진 일이랄까.

막스는 새삼 콜린 역시 거친 서부의 사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런데 부인과 떨어져 있으면 안 불안합니까? 여자 몸으로 술집에 여관까지 운영하는 건 쉽진 않을 텐데.”

“불안할 게 뭐 있어. 다 자기 운명대로 살다 죽는 거지.”

콜린은 대수롭지 않게 툭툭 말을 내뱉었다.

어찌 됐든, 콜린으로 인해 막스에겐 브리검 영을 만나는 것 외에 유타주로 가게 될 목적이 추가되었다.

무법자들의 은행털이 성공.

이 사건을 계기로 서부의 수많은 은행에 모방범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갈 곳 잃은 남부 패잔병들의 타겟이 은행으로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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