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9화 (289/360)

#289 통수에 통수, 불신의 시대

서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무법자가 부하에게 뒤통수를 맞아 죽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뒤통수를 친 놈을 잡은 보안관 역시 뒤통수를 맞아 죽었다.

통수에 통수, 불신의 시대.

그게 막스가 알고 있는 서부 시대였다.

상남자들의 의리도 으리으리하지만, 옆에 있는 동료가 언제 갑자기 자신에게 총을 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만큼 누군가를 믿고 살기엔 각박한 세상이랄까.

이렇다보니, 매춘부들은 알아서 자신들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 포주와의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언뜻 보기엔 제대로 된 노동 계약서였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여자들에게 빚만 지워주는 불합리한 노예 계약서였다.

매달 지출되는 식비, 숙박비를 급여에서 차감.

급여가 부족할 땐 차용(대출)으로 처리하는데, 이자는 살인적이었다.

그렇다고 고정 급여도 아니라, 여자들은 손님이 없으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신세였다.

그런데 개척지, 더구나 몰몬교들이 있는 사는 곳에 손님이 와 봐야 얼마나 올까.

계속해서 빚은 늘고, 헉소리 나는 이자 때문에 여자들은 매춘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 뭘 새삼스레. 대부분 이딴 식이야. 심지어 유럽에서 납치당해서 오는 여자들도 많아. 그래도 계약서까지 작성한 걸 보면 양심은 있네.

콜린과의 대화를 떠올리던 때, 윌라라는 여인이 막스에게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대충 정리는 끝났어요, 보안관님.”

시체는 밖에 모아두고, 술집 바닥도 깨끗하다.

이렇듯 여자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였다. 그리고 자신들을 공범으로 잡아 갈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고.

윌라가 그런 불안감을 내비쳤다.

“우리는 은행강도들과 전혀 상관이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정리되는 대로 떠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나저나 여기에 계속 머무를 생각입니까?”

“...... 딱히 갈 곳이 없어요.”

“그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여기에 있으면 답이 나옵니까?”

총격전이 벌어지고도 한 시간. 아직 아무런 손님도 찾아오지 않았다.

“이곳을 직접 운영할 생각이면 포기해요. 굶어 죽기 십상이니까.”

“그건 모르셔서 하는 소리예요. 조만간 이곳에 기차역이 세워진다고 했거든요. 대륙횡단 기차역이요.”

윌라의 눈에 희망과 열망이 가득하다.

아마도 그녀가 말한 정보는 술집 사장인 바텐더에게서 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동쪽 UPR과 서쪽 CPR의 철도 노선이 만나는 곳. 즉, 양쪽에서 공사 중인 대륙횡단 기차가 만나는 역사적인 지점이 바로 이곳 골든 스파이크였다.

다만, 사기를 당한 건지 바텐더 놈은 엉뚱한 곳에 술집을 세웠다. 이곳은 기차역, 즉 중심가에서 최소 10km는 떨어진 지점이었다.

막스가 이 사실을 알려주자, 윌라가 눈을 치켜떴다.

“그게 진짜예요?”

“확실합니다.”

대륙횡단 기차 노선을 존 브라운과 수십 번을 검토하고 확정한 게 바로 막스다.

더욱이 전생에는 골든 스파이크를 지나가다 역사박물관을 들른 적도 있었는데. 그곳에서 대륙횡단 철도의 마지막 연결을 기념하기 위한 기차와 물건들을 직접 보기까지 했다.

절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럼 저 형제도 병신같이 사기당한 거네요?”

바운서와 바텐더는 이복형제지간.

윌라는 술집 밖 어딘가에 있을 시체를 보며 분노했다.

“잘난 척은 있는 대로 다 하더니, 꼴 좋다. 병신들!”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해?”

희망은 사라지고 이곳에서 버틸 이유도 사라졌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인들은 망연자실하게 윌라를 쳐다봤다. 그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혼잣말하듯 말을 내뱉었다.

“그나마 여기가 땅값이 싸다고 했는데. 다 그런 이유가 있었네....”

“기차역 주변은 이미 땅 주인이 있죠. 기다리면 땅값이 오를 텐데, 누가 팔겠습니까.”

막스는 담담하게 말하지만, 분명 즐거워하는 눈빛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콜린이 막스를 빤히 쳐다봤다.

‘혹시 땅 주인이···?’

막스 몸에서 음모의 스멜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눈빛이 사악하고.’

골든 스파이크에 뭔 짓을 했음이 분명하다.

이날 밤, 막스와 콜린은 술집에서 머물렀다.

둘은 바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총포사에 그 꼬맹이는 어떻게 할 거야?”

“당연히 영입해야죠. 장래가 밝아 보이지 않습니까?”

“뭐, 총기 개조하는 거 보면 보통은 아니더라.”

자신은 그 나이 때 무엇을 했던가.

콜린은 혀를 차며 술잔을 들이켰다.

크 소리를 낸 뒤엔 고개를 살짝 비틀었다.

“그런데 애비가 몰몬교라 쉽게 데려가긴 힘들 것 같은데.”

“그게 난관이긴 하죠. 아무튼, 영입하면 이쪽으로 보낼 테니까 며칠 여기서 머무를 수 있죠?”

“그야 어렵지 않지. 근데 유타에서 일 끝나면 어디로 갈 거야? 따로 움직인다며.”

막스는 턱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서쪽이요.”

“여기도 서쪽이야.”

“더 서쪽이요.”

“여기도 꽤 서쪽이야.”

“······.”

“술 잔이 비었네?”

콜린은 재빨리 술잔을 채우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조선 사절단은 어떻게 된 거야?”

“사실 그것 때문에 서쪽으로 가는 거에요. 그리고 이왕이면 거기다가 거점 하나 만들 생각입니다.”

동부는 뉴욕.

중앙은 콜로라도와 캔자스.

그리고 서부에도 거점 장소가 필요하다.

“그나저나, 여기 머무는 동안 여자들을 어떻게 할지 잘 생각해 봐요.”

“굳이 신경 써야 하는 거야?”

“귀찮으면 말고요.”

만사 귀찮은 표정이지만, 콜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툭 내뱉었다.

“콜로라도로 데려가면 되는 거지?”

“마음대로 해요.”

다음날 아침.

막스가 술집을 떠나고, 얼마 뒤에 보안관(Sheriff)이 들이 닥쳤다.

“시체들은 자네 작품인가?”

굳이 말이 필요한가.

콜린이 배지를 보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방 보안관?!”

“마침 잘 왔어. 가서 시체 처리 문제 좀 상의해보자고.”

*

조나단 브라우닝의 건 스미스.

주인 조나단은 막스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런데 둘이 아닌 혼자인 걸 보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일은 잘 해결됐습니다. 그쪽 보안관하고 처리하느라, 저만 온 거니까요.”

“아, 전 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가슴을 쓸어내린 조나단이 다시금 밝은 표정을 지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어제 얼마나 걱정되던지, 밤에 잠을 설쳤다니까요.”

“그러셨군요. 그런데.”

막스가 가게 안을 쓰윽 둘러봤다.

“아드님이 오늘 안 보이는군요.”

“아마 창고에서....”

“저, 여기 있어요!”

우당탕거리며 뒷문에서 존 브라우닝이 튀어나왔다. 손에는 공구가 들려 있었다.

막스는 웃으며 조나단 브라우닝을 쳐다봤다.

“아들을 콜로라도에 데려가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코, 콜로라도요?”

조나단의 고개가 살짝 틀어지더니, ‘네가 뭔데?’라는 표정을 지었다.

“리차드 개틀링과 다른 무기 제작자들에게 기초부터 배우게 하고 싶습니다만.”

“개틀링? 아니, 당신이 그자와 무슨...”

이때 막스가 스카프를 내리자, 조나단이 입을 쩍 벌렸다.

“호, 혹시....?”

“막스 조입니다.”

조나단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존 브라우닝 역시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 막스에게 다가왔다.

“지, 진짜 총사령관님이에요?”

막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존 브라우닝의 입이 귀에 닿을 정도로 찢어졌다.

‘이것 참.’

아들의 모습을 본 조나단은 기분이 달갑지 않았다.

분명 기쁜 일이다.

전 미국 총사령관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아들이 뛰어났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그런데 조나단에겐 무엇보다 신앙 생활이 중요했다.

가족들과 유타까지 온 이유가 무엇인가?

아들이 재능을 꽃피운다면 바로 이곳, 유타 오그던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미 아들의 눈빛은 이미 강렬한 열망에 휩싸여 있다.

어릴수록 꿈과 이상이 더 끌리는 법.

‘좀 더 신앙심을 키워줄 필요가 있겠어.’

그래야 어디를 가더라도 몰몬교도로서 행실을 올바르게 할 터였다.

게다가, 도움을 받은 건 받은 거고. 이 순간 조나단의 마음속엔 동양인이라는 거부감이 강하게 작용했다.

조나단이 단호히 거부의사를 밝히려는 때.

존 브라우닝이 끼어들었다.

“오레곤 트레일의 동양인 성자처럼, 저 역시 형제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지고 진실된 몰몬교인이 되겠습니다. 감사해요, 아버지.”

“?!”

‘오레곤 트레일의 동양인 성자....’

막스에게 붙은 수식어가 좀 많은가.

조나단은 총사령관, 연방 보안관을 떠올렸지만 존 브라우닝은 달랐다.

그는 아버지가 반대할 걸 알고, 열성 몰몬교도라는 점을 이용. 오레곤 트레일의 동양인 성자를 언급했다.

물론 생각대로 먹혀들진 않았다.

“그래도 절대 안 됩니다.”

조나단은 결사 반대를 외쳤다.

자식 하나 잘 낳은 덕에 막스는 제대로 갑질을 당하고 있었다.

‘열받는데, 그냥 내가 다 만들어?’

물론 무기를 개발하는 건 막스의 취미가 아니다. 남이 만들면 팔고, 직접 사용하는 게 막스의 낙이었다. 아니꼽지만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브리검 영 회장님을 만나러 갈 겁니다.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었으니 몰몬교단에서 보상을 하겠지요.”

“보상? 교단에서 저한테 말입니까?”

이게 그 정도의 일이었나. 정확히 사건의 내막을 모르는 조나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KKK단이 미주리주 은행강도였다는 이야기를 듣자, 대번 안색이 바뀌었다.

“그러니 대단한 일을 하신 겁니다. 놈들의 위치를 알려줬으니까요.”

“그, 그 정도야 뭐···.”

“그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교도들이 조나단 브라우닝 형제의 이름을 기억할 겁니다.”

당장 신문에서도 그 이름이 언급될 거고.

이는 브리검 영과 약속한 내용이기도 했다.

은행강도 사건을 몰몬교의 공으로 돌리기로 했으니 말이다.

열성적인 신도는 커다란 영광이라며. 막스를 향해 세워둔 벽을 단번에 허물어 버렸다.

여기에 달콤한 말도 첨가했다.

“존의 재능이라면 성전 하나 지을 정도로 부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서, 성전을!?”

막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나단이 마음을 굳혔다.

부자보다 성전이라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

막스는 존 브라우닝을 영입했다.

- 골든 스파이크로 가면, 콜린 보안관이 존을 콜로라도로 데려갈 줄 겁니다.

- 그럼 내일 제가 존을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인재 영입을 끝내고 솔트레이크 시티로 향하는 길.

‘더럽게 힘들구만.’

막스는 차라리 범인 잡는 게 더 쉽다며, 투덜거렸다.

원 역사에서 존 브라우닝이 오그던을 벗어나는 건 성인이 되어서였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존 역시 몰몬교도였고, 독립하게 된 이유 역시 선교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윈체스터는 프리랜서 건스미스, 존 브라우닝의 총기를 보기 위해 오그던을 몇 번이나 오고 가는 번거로움을 경험해야 했다.

‘그나마 어렸을 때 발견해서 다행이지.’

신앙심이 깊지 않고, 호기심이 강렬할 나이라 존 브라우닝을 낚을 수 있었다.

그리고 콜로라도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신앙심이 옅어지지 않을까 싶다.

인디언, 흑인, 동양인, 히스패닉.

개신교, 천주교, 몰몬교, 유교 등.

온갖 것들이 뒤섞인 곳이 콜로라도니까.

솔트레이크시티의 성전.

입구로 다가갈 즈음, 막스는 성전 안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두 명은 낯이 익었다.

‘뉴욕에서 본 UPR(유니온 퍼시픽 레일로드) 직원들인데.’

터벅터벅 말을 타고 다가가는 동안.

UPR 직원들은 브리검 영과 교단 관계자들의 배웅 아래 마차에 올랐다.

서로 교차하는 때, 마차 안에 있던 인물과 눈이 마주쳤다.

막스를 알아본 듯, 남자의 눈동자가 막스를 쫓았다. 그렇다고 마차를 세워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게 더 수상했다.

‘뭐지.’

막스가 골몰히 생각하는 때, 입구에서 막스를 본 브리검 영이 말을 건넸다. 여전히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용의자들 행방을 쫓는다 들었는데. 왜 벌써 오는 거요, 보안관?”

“다 끝내고 오는 길입니다만.”

“벌써?”

막스는 비꼬듯 말을 던졌다.

“이게 다 몰몬교 덕분 아니겠습니까. 이번 사건을 해결한 일등 공신인데.”

“...... 그래서 그자들이 어디에 있었소?”

“오그던의 골든 스파이크 버디 바요. ”

“골든 스파이크?”

“참고로 조나단 브라우닝 총포사에서 커다란 도움을 줬습니다. 그만한 보상은 해야지 않겠습니까?”

"보상이라."

브리검 영이 옆에 있는 측근들에게 속닥거렸다. 입꼬리들이 올라가는 걸로 봐선, 솔트레이크시티 기자들을 전부 동원해 찾아갈 것으로 보였다.

그런 다음, 몰몬교도가 은행강도를 잡는 데 공헌했다며 헤드라인을 내걸지 않을까 싶다.

브리검 영이 막스를 ‘천상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는 기분 좋은 듯 커피까지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은행강도가 잡혀서 참으로 다행이군요. 연방 보안관께서 이렇게 열심히 하시니, 어디 무서워서 은행을 털겠습니까.”

입에 발린 소리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막스가 직접 뛰어든 것도 결국 모방 범죄를 줄이기 위함이었으니까.

원 역사에선 은행강도는 잡히지 않고, 그 때문에 6만 달러를 털린 클레이 카운티 저축은행은 파산하게 된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범인들이 제임스-영거 갱단과 관련이 있다는 걸 밝혔지만, 추측에 불과했다.

막스는 주제를 바꿔 물었다.

“그런데 아까 UPR 직원은 왜 온 겁니까?”

“그걸 또 봤습니까?”

“무슨 비밀 모임이라도 됩니까?”

“비밀은 무슨. 단지, 내가 말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하는 소리지요.”

브리검 영은 말할 생각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막스는 그 얼굴을 보며 문득 콜린의 말을 떠올렸다.

- 계속 걸리적거리면, 차라리 브리검 영을 제거하는 건 어때?

콜린의 제안은 한 때 막스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다만 브리검 영은 몰몬교를 이끄는 핵심이라, 갑자기 그가 암살당하면 그 여파는 각오해야 했다.

그런데 굳이 이런 혼란을 일으켜서 얻은 게 있을까.

해서 막스는 적당하게 브리검 영과 거래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UPR 직원 일은 홀리데이한테 물어보면 되고.’

막스가 화제를 돌리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나저나 골든 스파이크에 외지인들이 늘어나더니, 이런 일이 생기는군요.”

“이게 다 그 대륙횡단 기차역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브리검 영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다들 정보가 어찌나 빠른지, 원. 기차역 부근 땅도 귀신같이 사버렸지 뭡니까. 말이 나온 김에, 보안관께선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동산 투기범이나 은행강도나, 제가 볼 땐 거기서 거기 같습니다만.”

‘그건 당신 입장이고.’

막스는 내심 코웃음을 쳤다.

기차역 위치가 확정되는 순간, 브리검 영은 가장 먼저 땅부터 사들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은 전혀 땅을 팔 생각도 없고, 심지어 만나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 내용을 아는 건 막스가 그 땅 주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명의는 뉴욕 처가집이었다.

“듣기로는 땅 주인이 뉴욕에 산다는데. 실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땅을 산 건 명백한 투기 목적이 아닙니까?”

“글쎄요.”

“그, 글쎄라니? 연방 보안관이라면 응당 범죄 행위로 봐야지요?”

“일단 제가 그 땅 주인을 좀 압니다.”

“!”

브리검 영의 눈이 커졌다. 이런 반응을 즐기며 막스가 말을 이었다.

“개신교 분이신데, 기차역 앞에 교회를 크게 짓겠다더군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왓더···.”

몰몬교 본진인 유타.

그것도 유일한 기차역 오그던에 교회를?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었다. 목사에게 팔아버리면 되니 말이다.

브리검 영이 이름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막스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건너 건너 아는 터라. 딱히 알려드릴 게 없네요. 그럴 이유도 없고.”

“......”

*

브리검 영과 대화를 끝낸 뒤, 막스는 솔트레이크시티 역마차를 찾아갔다.

홀리데이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였는데.

내용은 UPR 직원과 브리검 영과의 만남에 관한 것이었다.

‘뭔가 냄새가 난단 말야.’

UPR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회장이 홀리데이고 밴더빌트, 막스의 지분까지 걸려있지만, 나머지 주주 전부를 컨트롤하긴 불가능했다.

막스가 신경 쓰는 건, 그들 중 일부가 꼼수를 부리는 일이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대륙횡단 기차가 워낙 덩어리 큰 사업이라 부정부패는 피할 수 없었다.

막스와 존 브라운, 홀리데이가 머리를 맞대고 기획안을 수정해도 빈틈은 여전히 존재했다.

막스는 이 점을 우려했다.

홀리데이와 피치에게 편지를 부친 뒤, 막스는 말 머리를 서쪽으로 틀었다.

캘리포니아가 다음 목적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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