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1화 (311/360)

#311 윈체스터 라이플

윈체스터 라이플의 등장.

이는 지금까지 사용했던 SFBC의 무기체계를 업그레이드할 시점이 다가왔음을 암시했다.

현재 사용하는 라이플은 저격에 특화된 터라, 만약 적들이 윈체스터 라이플로 대응하면 무기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다.

전술과 전략을 넘어, 무기에서 압도하려면 새로운 메카니즘이 필요했다.

‘슬슬 반자동 소총을 준비해야겠군.’

다만 앞선 기술들은 필연적으로 재질의 성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철의 강도는 총기의 내구성에 영향을 주고 정밀기계는 세밀한 오작동을 줄일 수 있어, 모든 게 맞물려야 비로소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막스가 윈체스터 라이플을 두고 생각에 잠겼을 때, 네이선 로어가 물었다.

“스펜서와 헨리 라이플하고 많이 다른 겁니까? 우리가 쓰는 MAX-A4가 더 좋은 거 같은데.”

“정확도와 위력은 우리가 확실히 좋지.”

다만 MAX-A4는 5연발 볼트 액션이고, 윈체스터는 15연발의 레버 액션이다.

굳이 따지면 장전의 편리성과 연사 능력은 윈체스터가 좋았다.

“보스가 만든 총이 더 후졌다고요!?”

“...... 그냥 장단점이 있다고 (새끼야).”

“그럼 장점만 모아 만들면 되겠네요?”

막스는 답답한 얼굴로 네이선 로어를 쳐다봤다.

“특허라는 게 괜히 있냐? 소송에 휘말리면 니가 책임질 거야?”

“에이, 그러니까 몰래 만들어야죠.”

“아오.”

고개를 절레 저은 막스는 대원들을 모아두고 총기에 대해 설명했다.

윈체스터 라이플 M1866이 나오기 전, 이미 비슷한 모델이 1860년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바로 스펜서와 헨리 라이플이었다.

그중 스펜서는 7연발 장착이 가능한 레버 액션 방식으로 남북전쟁에서 8만 정이 넘게 보급되었으나, 전쟁 이후 판매 저조로 파산했다.

“반면 헨리 라이플은 윈체스터의 프로토 타입으로 볼 수 있었는데, 44구경 탄(.44 Henry)을 사용하고 최대 16발을 장전할 수 있는 연발 라이플이지.”

“이번에 WCBS 놈들도 갖고 있었습니다. 파격적이긴 하더라고요.”

오죽했으면 무지막지한 연사력 때문에, 남부에선 ‘일요일에 장전해서 1주일 내내 쏘아대는 빌어먹을 양키들의 총’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다만 막스에게 헨리 라이플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일단 재장전 방식이 문제였는데, 총구에서부터 밀어 넣는 전장식이야. 구린 방식이지.”

게다가 사정거리는 200야드(182m)에 불과하고, 총검 장착이 불가하며, 탄알을 밀어내는 탄창 스프링의 탄성, 충격이 가해지면 저절로 발사되는 등 안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스가 가장 아쉬워했던 건, 총기를 만들고 특허를 가진 건스미스 벤자민 헨리를 영입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현재 벤자민 헨리는 올리버 윈체스터가 만든 <윈체스터 리피팅 암스 컴파니>의 개발자고.

이 회사의 전신은 스미스 앤 웨슨의 <볼캐닉 리피팅 암스>였다.

어찌 됐든, 기사 내용 중 막스의 관심을 끈 건 윈체스터 M1866이 채택한 탄약.

올리버 윈체스터는 원 역사와 달리 림파이어가 아닌 센터파이어 방식을 택했다.

막스가 총알 역사를 10년 앞당긴 결과 벌어진 일이기도 했고, 뒷거래가 오고 간 영향도 있었다.

막스는 과거 스미스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 올리버 윈체스터가 헨리 라이플 후속 작품을 선보이기 전에 협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건은 센터파이어 총알 특허 공유하는 대신, 그 총기를 공동생산하는 거죠. 물론 우리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겁니다.

- 그 정도로 매력적이란 말인가?

- 아마도 총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지도 모르죠.

원 역사대로라면 M1866은 림파이어 방식인 라운드 방식의 탄피를 사용한다.

그런데 막스가 센터파이어 방식을 10년이나 앞당긴 데다, 특허까지 갖고 있어 올리버 윈체스터는 림파이어와 센터파이어 두 방식을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 왜냐? 누가 봐도 센터파이어 방식이 우월하니까.”

“그렇긴 하죠. 림파이어는 잘못 다루다 폭발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무기는 장전, 위력, 안정성이 생명이지.”

어찌 됐든, 스미스는 센터파이어 미래를 확신하고 올리버 윈체스터와 거래를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미스가 편지로 알려오길.

[윈체스터 라이플 제조와 관련해서 올리버와 협상에 성공했네.

자네 말대로 M1866을 만들면서 올리버 윈체스터는 총알을 어떤 타입으로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더군.

해서 계약 조건은 M1866을 공동생산하는 대신 우리가 15%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개량 및 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할 땐 로열티를 낮추기로 했네.

어차피 서로 이익이니까.]

막스는 윈체스터 M1866부터 1895 모델까지 그 장점과 단점을 모조리 꿰고 있었다.

게다가 훗날 M1886을 만들어낼 존 브라우닝도 콜로라도에서 알프레도에게 총기 제조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당장은 윈체스터를 개조해 쓰고, 산탄총까지 개량한다. 그런 다음, 일정 시점에 반자동소총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편지를 읽던 중, 막스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앞으로 총알의 판도가 바뀔거야.”

윈체스터 라이플이 미친 듯이 팔려나갈수록 센터파이어 방식의 총알은 급속도로 확산하고, 총기 회사들 역시 기존 림파이어 방식을 버리고 센터파이어로 전환할 터.

금속탄피 총알 단가는 내려갈 것이다.

‘곧 위스키 한잔을 총알로 대신하겠군.’

*

막스는 멤피스 일을 마무리할 겸 포트 피커링 요새를 찾아갔다.

폭동으로 집을 잃은 흑인들은 이곳을 임시 거처로 삼아 생활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막스 보안관님!”

한스 사령관이 환한 얼굴로 막스를 맞이했다.

“마침 호텔로 찾아가려던 참이었는데, 먼저 오셨네요.”

“나를?”

“옙! 보안관님 덕분에 저 진급했거든요!”

한스는 중령에서 대령으로, 부사령관에서 요새 사령관으로 진급했다. 막스의 편지를 받자마자 율리시스 그랜트 원수가 내린 결정이었다.

짧게 축하를 건넨 막스는 묘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그랜트 원수가 폭동에서 압수한 개틀링 기관총을 요새에 배치하기로 했어. 탄약은 아마 두어 달 내외로 지급될 거야.”

“요새가 더 강력해지겠군요.”

“일전에도 말했지만, 요새의 목적을 잊지 마.”

막스가 담담하지만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개틀링 기관총은 멤피스 시민을 지키는 거지, 요새를 지키라고 있는 게 아냐. 진급한 날에 초를 치고 싶진 않지만, 꾸물대다가 죽은 흑인들이 꽤 많다는 걸 잊지 말라고.”

“..... 알겠습니다.”

군인이라는 특성상 상관의 지시를 따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폭동이 일어나고 흑인들이 학살당하는 걸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게 정당할까?

더욱이 막스 보안관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자신이 폭동을 진압했을까?

부끄러운 마음이 든 한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막스가 요새를 찾아온 건 결국 이 말을 전해주기 위함이었다.

“폭동에 가담한 경찰과 소방관, 공무원들을 누가 믿겠어. 앞으로 멤피스가 어떻게 바뀔지는 사령관의 손에 달렸어. 적극적으로 개입하라고.”

“알겠습니다!”

몇 가지 당부를 전한 뒤엔, 일상처럼 나폴레옹 힐을 만나 여러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며칠 뒤. 핑커톤 수석 탐정 호기스가 한가지 소식을 알렸다.

“피츠버그에서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오, 드디어!’

피츠버그에서 편지를 보낼 사람은 스미스앤 웨슨 밖에 없다.

[올리버 윈체스터가 M1866 출시 전, 30정을 보내왔네. 뭐, 그렇다고 공짜가 아닌 건 알지?

아무튼, 그중 15정은 콜로라도로 나머지 10정은 자네가 있는 멤피스로 보냈네. 편지를 받았다면, 며칠 내로 받아볼 수 있을 거네.]

*

로비에 있던 막스가 대원들에게 물었다.

“나한테 뭐 온 거 없냐?”

“예 없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막스가 눈을 부라리자, 대원이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그런데 멤피스 떠난다고 하지 않았어요?”

“물건이 오면.”

“아하, 그래서 못 떠나고 있구나.”

“마침 잘 됐다. 다 모여 봐.”

막스는 대원들을 모아두고 말을 이었다.

“내가 뉴욕에 가거든, 로어는 당분간 멤피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 조 짐, 산초는 뉴올리언스에서 멤피스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지 체크하고.”

KKK단의 핵심인물들이 와해 된 이상, 조직의 위세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시기는 모르나, 막스는 멤피스보다 더 큰 폭동이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에서 발생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멤피스 폭동에서 폭도들의 피해가 워낙 컸기 때문에, 원 역사대로 흘러갈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대원들과 대충 앞으로를 이야기하던 때.

호텔 로비 안으로 핑커톤 수석 탐정 호기스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걸 본 막스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드디어 왔구나! 왔어!”

그런데.

“텍사스에서 전보가 도착했습니다.”

‘텍사스?’

그 이름만 들어도 온몸에 불길한 기운이 뻗쳐간다. 막스의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남부 대부분이 전쟁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백인과 흑인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텍사스는 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다른 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정한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졌다.

멕시코계 히스패닉.

이주민인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계 백인.

전쟁 초반 그들에게 학살당할 뻔한 독일계 백인.

노예와 자유인 사이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는 아프리카계 흑인.

남부 주에서 밀리고 밀려난 패잔병들.

그리고 아파치족과 더불어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코만치까지.

온갖 것들이 뒤섞여 대환장 파티가 벌어지는 곳이 바로 텍사스였다.

때문에, 텍사스라는 말만 들어도 뭔가 불길한 느낌부터 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남북전쟁 당시 막스가 텍사스를 조기에 탈환한 뒤로, 현재는 레인저스 출신 월러스, 포드, 헤리 러브 등이 지키고 있었다.

‘전보까지 칠 정도였으면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건데.’

아니나 다를까, 막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갱단과 전투 중 텍사스 레인저스 대원 15명 피살. SFBC 대원 셋 부상. 그중 빌리 헨더슨은 왼팔을 절단····. 전보 내용은 이게 전부입니다.”

막스와 대원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빌리 헨더슨은 헤리 러브와 함께 캘리포니아 레인저스 출신의 SFBC 동료 대원이다.

‘텍사스를 내가 너무 방치했나.’

인상을 찡그린 막스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막스는 줄곧 텍사스 레인저스의 운영 자금을 대고 있는데, 텍사스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그 기반이 흔들린다면, 무너지기 전에 손을 써야 했다. 당초 뉴욕을 갈 생각이었으나, 이렇게 되면 계획 수정이 불가피했다.

막스가 입을 떼려던 때.

로비로 한 노인이 들어섰다.

여직원에게 뭔가를 물어보더니, 그녀가 노인을 막스에게 데려왔다.

“연방 보안관님을 찾아오셨다는데요.”

“나를?”

막스와 시선이 마주친 노인이 입을 뗐다.

“스미스씨가 보낸 물건들을 가져왔소만.”

“M1866?”

“내용물은 모르지만, 나무 상자가 더럽게 무겁긴 하더이다.”

입꼬리를 올린 막스는 대원들을 향해 입을 뗐다.

“계획 변경이다. 오늘 당장 텍사스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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