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3화 (313/360)

#313 버팔로들이 아침부터 날뛰는구만

텍사스 퀸시티 마을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탕! 탕!

커다란 대로에 총알이 빗발치자 인디펜던트 레인저스들은 피하기에 급급했다.

“건물 뒤로 숨어!”

순식간에 여덟이 목숨을 잃고, 가까스로 몸을 피한 리더는 벽에 등을 기대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적들을 텍사스 레인저스라고 확신했다.

'이렇게 빨리 증원을 보내다니.'

동료들이 올 때까지 버틸지, 이곳을 벗어나야 할지. 이를 깨문 리더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한편 막스와 대원들은 약실에 채워진 탄약 절반을 소모한 뒤 좌우로 갈라졌다.

말에서 내린 대원들은 건물 벽에 붙고, 막스는 대원 한 명과 처음 보는 초췌한 남자를 대동한 채 마을을 빠져나갔다. 그런 다음 비교적 높은 능선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윈체스터는 여기까지.'

막스는 안장 옆에 묶여있는 볼트 액션 MAX-A4 저격 라이플을 집어 들었다.

미리 장착된 스코프로 스윽 마을을 훑어보고.

건물을 등지고 숨어있는 표적들을 발견.

방아쇠를 당겼다.

뚜쿵.

철컥.

볼트를 뒤로 밀어 탄약을 배출하고, 다시 앞으로 전진. 재장전을 끝내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뚜쿵.

저격하는 동안 대원과 초췌한 몰골의 남자가 막스의 등 뒤를 지켰다. 남자는 텍사스 레인저스 대원으로 갱단에게 납치되었다 막스에게 구조된 커트라는 사내였다.

‘SFBC 보스가 직접 텍사스로 오다니.’

커트는 바닥에 누워 사격하는 막스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때 옆에 있던 대원이 눈을 흘겼다.

“어딜 보고 있어? 여긴 갱단들 천국이라며? 이러다 뒤에서 적들이 접근하면 다 죽는 거라고.”

정신을 차린 커트는 눈에 힘을 잔뜩 주어 주변을 경계했다.

총격전이 벌어지는 동안 마을 사람들은 집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다.

라메스 살롱 안에 있던 텍사스 레인저스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밖의 상황을 주시했다.

“갱단끼리 싸움인가?”

“그러게, 우리 쪽에서 올 리가 없잖아.”

갱단과의 전투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는 퀸시티에서 300km 떨어진 댈러스에 주둔중이다.

지원을 바랄 상황이 아니었다.

“뭐가 됐든. 이 틈에 빠져나갈까?”

“실종된 커트는 어쩌고? 차라리 기회를 봐서 한 놈을 데려가는 건 어때?”

“고문해서 위치를 알아내면 되겠군.”

이들은 실종된 동료를 찾기 위해 퀸시티까지 흘러왔다. 그리고 인디펜던트 레인저스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아내고 본진을 찾던 중이었다.

“동료의 행방도 모르고 도망치는 건 텍사스 레인저스가 아니지. 댈러스에 돌아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맞아,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게 낫지.”

“무조건 한 놈만 잡으면 된다 이거잖아?”

각오를 다진 세 명의 텍사스 레인저스가 은밀히 살롱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막스의 스코프 안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

‘그냥 짱박혀 있지 왜 튀어나와.’

막스가 빠르게 주변으로 시야를 확대.

마침 한 놈이 그들을 발견한 듯 총을 쏘려 했다.

뚜쿵.

막스가 놈의 머리를 날려버리지만, 이 사실을 모른 채 텍사스 레인저스는 한 놈을 납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

퀸시티 총격전은 막스가 마을 밖으로 도망치는 갱단을 죽이면서 끝이 났다.

인디펜던트 레인저스 20명 전원이 몰살.

마을 사람 두 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연방 보안관의 피해는 없었다.

한편 갱단 한 명을 납치해 동료의 행방을 캐내려던 텍사스 레인저스의 계획은 실패했다.

거의 성공할 즈음,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 총을 쏴 죽인 것이다. 그는 챙이 긴 솜브레로 모자를 쓴 산초였다.

“요 머더 뻑!”

허탈함과 분노가 치민 텍사스 레인저스가 총을 쏘려 하자, 산초가 재빨리 반짝거리는 배지를 내밀었다.

“연방 보안관?!”

“니들 구하러 왔는데, 이거 은혜도 모르는 새끼들이네.”

“...... 우린 그냥, 한 새끼를 족쳐서 정보를 빼내려고 한 거였다.”

“왜 커트를 구하려고?”

뜻밖에도 상대 입에서 동료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때마침 마을로 말 세필이 달려왔다.

먼지를 일으키고 도착한 일행 중 한 명은 분명 자신들이 찾고 있던 동료 커트였다.

텍사스 동부 일대의 갱단을 조사하던 중 납치되었는데, 고문을 당했는지 모습이 초췌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레인저스가 말을 잇지 못했다.

“깁슨, 헤이만, 클레인. 보다시피 멀쩡해, 인마.”

“그래. 아주 멀쩡해 보이네.”

먹먹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텍사스 레인저스는 연방 보안관을 도와 시체들을 정리했다.

석양이 지고, 저녁이 되자 막스는 일행들을 이끌고 라메스 살롱을 찾았다.

레인저스의 깁슨이 총탄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벽을 보며 바운서에게 물었다.

“영업 가능해?”

“뭐, 겉은 엉망이지만 안은 괜찮아.”

“저녁과 숙소, 내일 아침까지 부탁해.”

“돈만 있으면 뭐든.”

바운서가 이죽거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뒤따른 연방 보안관들을 본 순간, 슬쩍 시선을 흘려야 했다. 바운서로서 갈고 닦인, 위험을 감지한 행동이랄까.

‘실수하면 그냥 뒈지겠는데.’

바운서는 하루를 무사히 넘기길 바라며, 몸을 의자에 깊이 묻었다.

*

“텍사스엔 하루가 멀다고 갱단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허접한 쓰레기들이지만 오늘 상대한 인디펜던트 레인저스는 좀 다르죠.”

저녁겸 술을 마시며 커트가 말을 이었다.

“놈들은 남북전쟁 때 아칸소, 루이지애나, 텍사스를 넘나들며 게릴라 활동을 했습니다. 비슷하게 마운틴 부머스 레인저스도 있죠.”

현재 텍사스 동부에 세력을 확장하는 대표적인 갱단은 인디펜던트 레인저스와 마운틴 부머스다.

“그런데 두달 전, 인디펜던트가 주지사 해밀턴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텍사스 레인저스가 막긴 했지만, 다른 고위 관료들의 목숨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텍사스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지만 이 소식은 미 전역에 확대되지 않았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텍사스가 상당히 독립적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역사는 텍사스에 결투 문화를 만들어냈고. 거대한 영토 대비 인구밀도는 낮고, 중앙 정부와는 거리가 멀어 제도와 법적인 감시가 느슨했다.

게다가 질서가 확립되기엔 텍사스의 외부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였으니.

스페인령에서 멕시코로, 다시 독립해서 텍사스 공화국이 되었다가 미연방에 가입.

다시 탈퇴하여 남부에 가입했다가 남북전쟁이 터지고 연방이 탈환하는 등.

혼란기를 겪다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것들이 불과 60년 안에 벌어진 일들이라는 거. 텍사스에 거친 상남자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땅과 내 가족을 지키지 못하면 인간으로서 살아갈 자격이 없고, 당한 것은 두 배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 텍사스인들의 기본적인 관념이었다.

“아무튼, 한 달 전 암살을 시도한 인디펜던트 레인저스를 잡기 위해 텍사스 레인저스가 총동원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갱단들이 손을 잡고 텍사스 레인저스를 공격했다.

“그냥 남북전쟁에서 한 대대끼리 붙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매복, 기습은 예사고 진지까지 구축해서 싸웠으니까요.”

“갱단이 아니라 그냥 게릴라들을 상대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야기를 듣던 막스가 물었다.

“그래서 놈들이 원하는 건?”

“텍사스 독립이죠. 꿈이 어마어마한 놈들입니다.”

막스는 헛웃음을 지으며 위스키를 들이켰다.

사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텍사스주가 아직 미연방에 편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남부 주들이 주의회의 승인을 받아 속속들이 연방에 재가입하는 반면, 텍사스는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얽혀 연방 재가입을 미루고 있었다.

사실상 연방의 지배는 받지만, 텍사스는 무정부 상태였다.

텍사스 레인저스 대원들이 말을 이었다.

“만약 개틀링 기관총이 없었다면, 텍사스 주요 도시는 벌써 점령당했을 겁니다. 그만큼 세력이 넓게 퍼져 있죠.”

“제가 조금 걱정되는 건 총사령관, 아니 막스 연방 보안관님이 텍사스에 왔다는 소문이 퍼지는 겁니다. 그냥 있지 않을 테니까요.”

연방 보안관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막스를 쳐다봤다.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호기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막스의 머릿속엔 게릴라와 갱단이 아닌 다른 생각들로 차 있었다.

‘총체적 난국이구만.’

남북전쟁 초반, 막스는 텍사스 주지사 샘 휴스턴과 한가지 계약을 한 게 있었다.

20년간 텍사스 광물, 자원 탐사 및 채굴 권한.

그 조건으로 막스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자금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계약 책임자인 샘 휴스턴은 3년 전 폐렴으로 사망. 주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막스와의 계약 건을 전면 폐지할 가능성이 컸다.

‘연방도 탈퇴한 놈들이 그거라고 못하겠어.’

막스가 텍사스로 방향을 튼 건 이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었다.

막스가 이런저런 궁리를 하던 때.

술집 밖에 묘한 상황이 펼쳐졌다.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몰려온 것이다.

“텍사스 레인저스든, 연방 보안관이든. 제발 이 마을에서 나가라!”

“갱단들이 또 쳐들어오면 누가 책임질건데?!”

“워워. 다들 진정하시고.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떠날 거요! 하룻밤만 참으면 될 걸, 이렇게 찾아와서 영업 방해를 하면 쓰나.”

“어제도 그말 했잖아. 그런데 결과가 이래? 길거리에 온통 핏물이 넘쳐난다고!”

“넘쳐나긴 뭘 넘쳐나. 오바하긴.”

바운서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마을 사람들이 더욱 열불을 토해냈다.

술집 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레인저스가 탄식을 내뱉었다.

“어제도 저랬습니다. 보다시피 텍사스 레인저스도 찬밥신세거든요.”

“특히 텍사스 동쪽은 장난 아닙니다. 다들 뼛속 깊이 노예제 옹호론자들이라, 지금 상황에 불만들이 많거든요.”

“마을 사람들이 갱단들 편이라고 보시면 돼요.”

애초에 텍사스 레인저스가 퀸시티에 오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다. 마을 사람들을 비난할 일이 아니었다.

막스는 레인저스의 말을 들으며 턱을 매만졌다.

‘선거를 해도 결국 남부쪽 인물이겠지.’

텍사스에 살고 있고, 앞으로 넘어올 백인들은 대부분 남부에서 넘어온 자들이다.

그들이 어디에 투표할지는 빤한 일이었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폭력으로 점철된 텍사스는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다만 그 시간동안 막스는 텍사스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영향력은 축소될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공을 들인게 얼만데.’

연간 레인저스에 7만 달러 자금을 지원하고, 개틀링 기관총 6문을 배치했다. 전쟁 초기 가장 먼저 텍사스를 탈환한 것도 미래를 위한 일이었다.

‘한꺼번에 모아서 싹 청소했으면 좋겠구만.’

이는 막스의 바람일 뿐. 갱단과 게릴라들은 잡초처럼 퍼져 있어 제거하기가 쉽지 않았다.

광활한 텍사스에서 바퀴벌레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다음 날.

구보는 모든 힘의 근원. 새벽 동이 트자마자 막스는 대원들을 이끌고 마을 주변을 달렸다.

그렇게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달리는 때.

말 한 필이 마을로 접근했다.

본능적으로 막스와 대원들은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그 말이 자신들이 머물던 라메스 살롱으로 향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대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막스를 쳐다봤다.

“어떻게 할까요?”

“돌아가자.”

일행이 살롱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 앉아 있는 바운서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어색하게 말을 건넸다.

“다들 부지런하구먼. 그나저나 뭔놈의 마스크는 하루종일 쓰는 거요? 하여간, 아침 식사는 좀 기다려야 할 거요.”

“안 먹을 건데.”

스카프 위, 막스의 담담한 눈빛이 바운서를 응시했다. 잠시 침묵이 오고가고.

“아침 식사하겠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소? 재료도 준비해놨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떡합니까?”

“돈은 지불할 거야. 그정도 양심은 있거든.”

“...... 그럼 간단하게 빵이라도 준비할 테니까 기다리고 계쇼.”

“왜, 우리를 찾아올 놈들이라도 있어?”

막스의 말에 바운서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내가 정곡을 찔렀나 보네. 텍사스 레인저스가 여기 있다는 정보도 그렇고, 어제 인디펜던트 놈들을 네 놈이 불러들인 거야.”

“그, 그게 무슨 말....”

콰악.

막스가 왼손으로 바운서의 목을 움켜쥐었다.

공포에 질린 바운서가 켁켁 거리면서 손을 홀스터로 뻗었다. 하지만 보위 나이프의 칼끝은 이미 배를 뚫고 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동양인···· 새끼.”

“유언이 너무 싱거운데.”

푸욱.

털썩.

코웃음을 친 막스와 대원들은 잠을 자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깨우고, 빠르게 짐을 꾸렸다.

“아침은 안 먹고 갑니까?”

“죽기 싫으면 얼른 준비해.”

날이 밝기 전, 막스와 일행은 살롱을 벗어났다.

“곧바로 댈러스로 달린다.”

일행들은 말머리를 서쪽으로 틀어 천천히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저 멀리 남쪽에서 먼지가 구름떼처럼 일어났다.

그걸 본 텍사스 레인저스 대원이 피식거렸다.

“버팔로들이 아침부터 날뛰는구만.”

이때 망원경으로 살펴보던 막스가 짧게 말을 내뱉었다.

“튀어.”

“?”

막스가 말허리를 박차며 앞으로 쏘아갔다.

대원들은 그 말뜻을 눈치채곤 마찬가지로 미친 듯이 말을 질주했다. 반면 텍사스 레인저스들은 영문도 모른 채 뒤를 따를 뿐이었다.

“주니어! 북쪽 텍사카나 도시로 넘어가서 가장 가까운 역마차를 찾아서 어제 준 편지를 부쳐. 다시 만나는 건 데인저필드다.”

“옛썰!”

편지 내용은 뉴욕, 콜로라도,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SFBC 대원들을 텍사스로 집결시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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