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0화 (320/360)

#320 버팔로 사냥터의 대학살 사건

“여차하면 도망가도 된다고 했죠?”

“위험하면 진짜 도망갈거에요.”

흑인 노동자들은 적들이 몰려들자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들고 있던 총구의 흔들림이 이를 증명했다.

“내가 미리 도주로와 피신처까지 만들었잖아. 적들이 가까이 접근하면, 냅다 도망가도 원망하지 않는다니까.”

“그럼 믿겠습니다!”

막스가 흑인 노동자들에게 요구한 건 두 가지.

초반에 총을 대충 난사하라는 거. 이는 아군 숫자를 부풀리기 위해서고.

두 번째는, 앉아서 총을 장전하는 일이었다.

막스와 콜린이 마음먹고 쏘면 순식간에 총알이 바닥나니, 옆에서 지속적으로 총알을 채우는 건 꽤 중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진지 중앙에는 목장의 시체로부터 빼앗은 무기와 탄약이 잔뜩 있었는데, 흑인들이 총알을 채워 넣으면 막스와 콜린은 쏘기만 하면 되었다.

“총기마다 장전방법이 다르니까, 잘 봐둬.”

“옙!”

*

마차 바퀴는 인디펜던트 레인저스를 버팔로 사냥터로 이끌었다. 그런데 그들의 발목을 붙잡은 건 예상치 못한 요새였다.

보름달이 환히 비추는 들판.

그 중심 언덕에 무언가 우뚝 솟아 있었는데.

높진 않지만, 둥글게 담을 쌓은 건 분명 요새처럼 보였다.

“...... 언제 저런게 생겼지?”

“그, 글쎄요. 여기 몇 번 지나가 봤는데 저런 건 없었거든요?”

무리가 눈을 껌뻑이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타앙!

타앙!

갑자기 언덕 위에 둘러쳐진 울타리에서 총탄이 쏟아졌다.

“뭐, 뭐야! 진짜 요새였어!?”

“생각할거 없다! 접근해서 부숴버려!”

“가자!”

성질 급한 무리가 치고 나가며 언덕을 향해 질주한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하고.

히이이잉!

말들이 속도를 급격히 줄이더니, 일부는 뭔가에 걸려 곤두박질치기까지 했다.

말에서 떨어진 갱단들은 들판 곳곳에 삐죽이 솟은 나무가 땅에 박혀 있음을 발견했다.

‘저게 다 뭐냐.’

달빛 아래, 무질서하게 땅에 박힌 창 때문에 말로는 접근이 힘들었다. 말에 탄 기수가 거칠게 고삐와 말 허리를 박차도 말은 움직이지 않았다.

타앙!

타앙!

빗발치는 총소리에 마음이 다급해진 갱단들.

일부는 말을 되돌리고, 일부는 말에서 내려 버팔로 사체 뒤에 몸을 숨겼다.

“말로는 무립니다!”

다시 돌아온 부하들을 보며 리더들이 미간을 좁혔다.

“함정까지 파놓을 걸 보면, 우릴 유인했군.”

“언제부터 마운틴 부머스 새끼들이 이런 전술을 쓴 거야?”

텍사스 동부에서 인디펜던트 레인저스의 적대 세력은 두 종류.

하나는 경쟁 세력인 마운틴 부머스. 다른 하나는 연방 쪽인 텍사스 레인저스와 군인들이다.

그런데 죽은 존 메이슨과 리더들은 경쟁 상대인 마운틴 부머스 갱단을 의심했다. 같은 남군 게릴라 출신인 데다 매복, 기습, 함정에 능수능란했으니 말이다.

반면 텍사스 레인저스와 군은 자신들의 눈을 속이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적어도 텍사스 동부에선 이들의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이 천지였으니. 이런 믿음은 적들의 정체를 오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나름 머릴 썼지만, 여기까지다.”

리더 한 명이 들판에 널린 버팔로 사체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빗발치는 총탄을 피할 엄폐물로 안성맞춤이 아닌가.

“고작해야 250야드(230m)다! 버팔로를 이용해 언덕까지 접근해라! 든든한 방어막이 널렸는데 도망을 치는 게 말이나 되냐! 머리를 쓰란 말이다, 새끼들아!”

리더가 채근하자, 부하들이 속속들이 말에서 내려 총과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는 버팔로 사체를 방패막이로 삼아 전진했다.

“야밤에 총알 맞는 게 더 신기한 일이다! 망설이지 말고 달려!”

적극적인 부하들은 신의 가호라도 받은 듯, 속도를 높여 총탄을 뚫고 나아갔다. 숨이 차면 버팔로 사체 뒤에 웅크려 숨을 골랐다.

그렇게 절반 정도 이르렀을 때였다.

버팔로 뒤로 자세를 숙이고 발을 내딛는 순간.

신발로 무언가를 밟았다.

탕!

탄두만 땅속에 살짝 튀어나온 총알.

이를 밟자마자 바닥에 박힌 못은 정확히 총알 하부 뇌관을 눌러 폭발을 일으키고. 이는 탄두를 밀어내 신발과 발을 뚫고 목까지 관통.

적을 쓰러트렸다.

베트남전에서 베트콩들이 사용한 일명 카트리지 트랩이었다.

털썩.

적들은 동료의 죽음을 땅이 아닌 정면에서 날아오는 총탄 때문으로 여겼고. 단지 재수 없어 맞은 것이라 치부했다.

그런데 버팔로 사체로 다가갈수록 총성과 함께 허벅지, 엉덩이, 허리에 관통상을 입는 자들이 속출했다. 고통스런 신음이 들판에 퍼져나가자 닥치고 전진하던 자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대체 무슨 일이냐!”

“왜 가다 픽픽 쓰러지냔 말이다!”

집단으로 자해하지 않는 이상, 저렇듯 쓰러질 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뭔가 함정을 파둔 것 같습니다!”

“함정?”

바닥에 꽂힌 창을 피했더니 이번엔 또 무슨 함정이란 말인가.

리더들이 분노를 터트리며 전전긍긍할 때,

버팔로 사체 안에 있던 막스와 일행은 여유롭기만 했다.

막스의 1차 작전은 적들을 말에서 내리게 만드는 것. 2차는 버팔로 사체를 은폐 엄폐물로 삼아 돌격할 것을 예상, 미리 사체 뒤에 박아둔 카트리지 함정으로 적들을 유인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작전대로 흘러갔다. 상대 전력 3분의 1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으니.

“윈체스터.”

막스가 손을 뻗자 흑인 노동자가 다 쏜 리볼버를 받고, 막 장전을 끝낸 윈체스터 라이플을 건넸다.

초반 총을 난사했던 흑인 노동자들이 지금은 총 대신 탄약을 채우는 일에 투입되었다.

초반에는 그들까지 총을 쏘며 숫자를 부풀렸지만, 지금은 가까이 접근한 적들을 정확히 제거하는 게 중요했으니. 흑인들은 오롯이 장전하는데만 집중했다.

탕!

탕!

버팔로 뒤로 머리가 솟아오르거나, 과감하게 몸을 노출하는 놈들은 여지없이 막스와 콜린의 총탄에 쓰러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막스가 지금껏 사용하지 않은 저격 총 MAX-A4를 꺼내 들었다.

스코프까지 장착된 라이플을 보자 흑인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신경끄고, 계속해서 장전해야지?”

“옙.”

버팔로 사체 틈엔 굵은 돌들이 있었는데, 틈을 만들기 위해 기워 넣은 것들이었다.

막스는 그 사이로 총구를 내밀어 스코프로 타겟을 물색했다.

‘저 놈들이 리더들인가.’

최후방에서 말을 탄 채 모여있는 자들.

처음보다 거리가 줄어 대략 400m로 사정거리 내 있었다. 막스는 스코프를 움직여 그중 리더들을 가려내려 했다.

“고작 이 거리를 못 뚫어서 이 난리라니.”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피해만 커진다.”

리더들은 이를 깨물며 방법을 강구했다.

“차라리 뒤로 우회하는 건?”

“언덕 뒤쪽은 숲이야. 거기라고 함정을 안 해뒀을까?”

숲은 오히려 매복, 기습에 더 좋은 조건이다.

생각이 많아지고 피해가 늘어갈수록 리더들은 소심해져 갔다.

“차라리 다른 리더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이대로 물러나자고? 게다가 컬렌 베이커는 절대 움직이지 않을걸?”

인디펜던트 레인저스의 중심인 컬렌 베이커는 텍사스에 연방 보안관이 등장한 순간 모든 활동을 축소 혹은 중단시켰다.

- 놈들이 어떤 방법으로 나오는지 지켜봐도 늦지 않아. 아무리 개수작을 벌여도 반응하지 않으면 제 풀에 지칠 뿐이라고.

그런데 불과 한달만에 작금의 사태가 벌어졌다.

존 메이슨과 갱단이 몰살당하고, 자신들도 기껏 언덕 위 진지하나 뚫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저 새끼들··· 연방 보안관은 아니겠지?”

“저 정도 숫자가 움직이는 걸 지금까지 눈치 못 챘을 리 없어.”

“그래서 저 정도가 대체 몇 명인데?”

리더 둘이 언덕 위 진지를 응시했다. 과연 저 안에 몇 명이 있는지, 그 주변엔 또 얼마나 많은 놈들이 있는 지 감이 오질 않았다.

게다가 함정의 종류도 파악조차 되질 않았고.

이렇게보면 적에 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날이 밝길 기다리는게 어때? 밤이라 더 피해가 큰 것 같다고.”

“아침까지 기다리자고? 젠장!”

분노를 참지 못한 리더가 언덕을 향해 리볼버 방아쇠를 당겼다.

탕!

“개자식들! 내손으로 머리가죽을 벗겨주···!”

타아앙!

슈우우욱.

총탄이 정확히 리더의 입으로 들어가 뒤통수로 튀어나온다. 피가 터지고 말에서 떨어진 뒤, 한번 꿈틀거리곤 그대로 즉사했다.

‘저격?!’

남은 리더가 황급히 말 머리를 틀었다.

등 뒤로 재차 커다란 총성이 울리며, 뒤통수에 총탄이 날아와 박혔다.

철컥.

볼트를 뒤로 젖혀 탄피를 배출.

다시 앞으로 전진시켜 장전을 마친 막스는 재차 표적을 찾아 방아쇠를 당겼다.

말에 탄 자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리더 둘이 당하자 후방부터 자중지란에 빠졌다. 일부는 황급히 필드를 이탈하여 어디론가 달려갔다.

버팔로 사체 뒤에 숨어있던 자들은 망연자실한 채 도망가는 동료들을 쳐다봤다. 그러다 서로 눈치를 보고, 누군가 몸을 일으키자 빠른 속도로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탕!

탕!

콜린과 막스가 총을 쏘며 숫자를 줄여갔다.

땅속에 숨겨둔 총탄, 카트리지 트랩에 당한 놈들은 치명상을 피했을 확률이 높았다. 물론 가벼운 정도의 부상이라면 이미 전쟁터를 기어서라도 벗어났겠지만. 일부는 증오와 분노로 방아쇠만 걸친 채 버팔로 사체 뒤에서 누군가 나타나길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막스와 콜린은 그런 놈들의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고 제거해 나아갔다.

그렇게 백 명이 넘게 쳐들어 왔지만, 대다수는 버팔로와 뒤섞여 시체가 되었다.

완벽한 승리를 확신했을 때, 막스는 조용히 가방을 뒤적거려 플레어 건을 꺼내 들었다.

“그건 또 뭐에요?”

“설마 총인가요?”

흑인들이 눈을 껌뻑이자, 막스는 담담하게 표정으로 총구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방아쇠를 당기자.

타아앙!

슈우우우욱.

태양을 머금은 불꽃이 연기를 달고 하늘로 치솟았다. 이는 한동안 공중에 떠 빛을 뿌려댔다.

플레어 건의 조명 반경은 2에서 5킬로.

구름도 없이 맑은 날엔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는 20km까지 가능하다.

“과연 몇 명이나 이걸 볼까나.”

시가를 문 콜린이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응시했다.

잠시 후.

남쪽과 서쪽 하늘에서도 빛이 솟구쳤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던 대원들이 쏘아 올린 플레어 탄이었다. 이는 주변으로 확산하여, 더 멀리 있는 대원에게까지 신호를 전달했다.

‘이제 마무리 들어가자.’

석유가 나올 만한 곳을 정리한 이상 막스는 텍사스 동부 갱단들을 마무리 하기 위해 연방 보안관을 집결시켰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고서야 막스는 진지를 빠져나왔다.

버팔로 사체에 둘러싸여 몰랐지만, 언덕 위로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왔다.

실컷 자다 일어난 흑인들은 들판에 널린 시체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둘이서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왜 둘이야, 니들도 같이 했으면서.”

“우린 진짜 눈감고 쐈는데요.”

콜린의 말에 흑인들은 눈감고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뭐, 그것도 작전 일부니까.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

“그나저나, 곧 비가 퍼붓겠는데?”

하늘을 쳐다본 막스가 말을 건넸다.

동쪽에서부터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었다.

“그럼 비오기 전에 작업을 서두르자고.”

흑인들은 숲에 숨겨둔 마차 다섯 대를 끌고 와 적극적으로 들판에 널린 시체에서 무기를 수거하고, 품속에 있는 돈을 챙겼다.

그런 뒤, 다시금 목장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흩어졌던 대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팡이를 들고 노인으로 분장하거나, 부랑자 행색을 하는 등. 하나같이 연방 보안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차림새들이었다.

“그동안 마운틴 부머스인가, 그 갱단들하고 싸웠습니다. 한 20명 가까이 제거했을걸요?”

“야, 너두? 나도 마운틴 부머스 새끼들 잡았는데!?”

“난 낼리 갱단이랑 싸웠다.”

“걔들은 처음 듣는데. 좆밥들 상대했구만.”

“...... 두목 존나 쎘거든?”

목장에 모인 대원들은 대략 스무명 남짓.

막스는 그들에게 다음의 지시를 내렸다.

“오클라호마, 아칸소 국경에 군대를 요청해. 넌 텍사스 레인저스와 군에 요청하고. 그리고 주지사에게 컬렌 베인커 목에 현상금 2천 달러, 부하들은 5백 달러 내걸라고 해.”

“마지막 쥐몰이가 시작됐군요.”

물론 갱단 전부를 잡을 순 없다. 막스가 노리는 건 앞으로 텍사스 동부에 거점을 만들지 못하도록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석유를 시추할 곳을 가능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목적이었다.

막스와 콜린, 그리고 대원들이 제거한 갱단 숫자만 더해도 수백에 달할 터. 사실상 남아있는 갱단이 저항하더라도 그 수로는 텍사스 독립은커녕, 중대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숫자였다.

*

한달 후.

텍사스 동부 나코그도체스 마을.

농부 차림의 한 사내가 잡화점에 들어섰다.

순간 멈칫한 상점 주인이 남자를 곁눈질했다.

남자의 이름은 인디펜던트 레인저스의 중심 리더인 컬렌 베이커. 어느 순간 2천 달러의 현상금이 목에 걸리더니, 우호적이었던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노리기 시작했다.

‘젠장, 평소에는 찍소리도 못했던 새끼들이.’

이제는 현상금에 눈이 멀어 자신을 노골적으로 쳐다본다.

현재 컬렌 베이커는 북쪽 오클라호마, 동쪽 아칸소, 그리고 텍사스 동부 곳곳에 깔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군을 피해 도피하는 중이었다.

‘병신같은 새끼들. 그렇게 휘둘리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하.’

존 메이슨이 그 시작점이었나. 조직을 수렁텅이로 끓어들인게.

‘아니. 이미 그 전부터 작업이 시작됐다고 봐야 하나.’

뭔가 낌새를 차렸을 때, 컬렌 베이커는 맞서 싸우기 위해 동부에 퍼져있는 갱단을 소집했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대부분 궤멸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무리 긁어 모아봐야 2백이 채 되지 않았으니까.

당했다는 걸 깨달은 컬렌 베이커는 즉시 부하들을 해산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민간인 틈으로 끼어들었다.

그런데 현상금 2천 달러가 내걸리는 순간.

가는 곳마다 자신을 밀고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오늘처럼.

‘주인이 사라졌다.’

얼굴을 일그러트린 컬렌 베이커는 대충 식료품을 쓸어 담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저 멀리서 말 두 필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젠장! 연방 보안관인가!’

컬렌 베이커는 재빨리 말에 올라타 마을을 벗어났다. 하지만 남동쪽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고, 오든 마을을 지나도록 추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오히려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집요한 새끼들!’

잡히는 순간 어떤 운명이 될지는 빤한 일.

사력을 다해 도망치던 중 일단의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뭔가를 작업하는 중이었는데 땅 위에 나무들을 밧줄로 엮고, 그 중심에 세워진 드릴로 땅을 파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익숙하다. 옆에 있는 놈도.

‘라인 바렛과 해밀턴?’

전쟁 이전부터 텍사스 동부에서 석유 탐사를 하던 놈들. 알거지가 되어 존 메이슨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게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었다.

- 석유 탐사한다던 놈이 기껏 여기서 똥이나 치우고 있군. 차라리 갱단에 들어오는 건 어때?

그때는 자신이 비아냥거렸지만, 지금은 놈들의 얼굴에 웃음이 만개했다. 컬렌 베이커는 치밀어오르는 감정에 총부터 뽑았다.

말을 탄 채 빠른 속도로 무리에 접근.

총을 꺼내 바렛을 겨눴다.

“너, 내 인질이 되어야겠다.”

기겁한 바렛의 눈이 한쪽을 향했다.

“사··· 장님?”

‘사장?’

컬렌의 눈동자가 향한 곳.

스카프를 올린 채 자신을 쏘아보는 남자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본능적으로 컬렌 베이커의 총구가 남자를 향했다.

탕!

언제 뽑았는지 총탄이 컬렌 베이커의 가슴에 잇달아 박히고. 털썩 말에서 떨어진 그의 머리 위에 남자의 발이 올려졌다.

“알아서 굴러왔네. 좋은 징조다.”

뒤늦게 도착한 조 짐 주니어와 산초는 머리가 박살 난 컬렌 베이커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석유를 시추하는 드릴링에 쏠려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땅에서 뭔가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160피트(48m)를 뚫은 끝에 발견된.

“사장님! 석유에요, 석유!”

“저도 보고 있습니다. 축하해요, 바렛. 해밀턴.”

“이게 전부 사장님 지원 덕분 아니겠습니까!”

텍사스의 첫 유전은 동부의 나코그도체스란 마을 부근에서 발견. 뉴욕과 펜실베이니아에서 불러온 탐사원과 토박이 바렛, 해밀턴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였다.

물론 삽들고 헤매는 바렛과 해밀턴을 끌어들여 자금을 지원하고 탐사 지역을 축소한 막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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