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1화 (321/360)

#321 오늘 네 명성은 내가 가져간다

시추한 석유는 품질 확인을 거쳐야 한다.

막스는 텍사스주 나코그도체스에서 시추한 석유 샘플을 콜로라도로 보냈다.

그것과는 별개로 시추는 진행되었는데, 하루 생산량은 대략 10배럴 정도.

남북전쟁 직후 배럴당 13달러였던 원유가 10센트로 폭락했지만, 현재 10달러까지 복구되어 하루 130달러 매출이 생기는 셈이었다.

향후 석유 가격의 변동을 예측해보면 조울증 환자처럼 가파른 등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오일 매장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

그로 인해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었다.

그리고 유정이 발견되어 공급이 과잉되면 곧바로 가격이 급락하는 등. 투자금조차 회수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극초반의 석유 산업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어, 사실상 석유로 돈을 벌려면 인내심을 기르던가, 아니면 차별적인 방법을 택해야 했다.

물론 막스는 후자에 속했다.

‘석유에 등유만 있는 건 아니지.’

증류 온도에 따라 그 쓰임새는 다양했다.

이를테면, 액화석유가스(LPG), 플라스틱과 같은 고분자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프타도 얻을 수 있었다.

막스는 석유 시추를 수년 전부터 이곳에서 유전을 찾고 있던 바렛과 해밀턴에게 일임했다.

그리고 흑인 노동자들을 붙여줬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장님!”

“그럼 다들 수고하십시오.”

대원 다섯을 시추현장에 박아 두고, 나머지 일행들을 이끌고 댈러스로 향했다.

그중 펜실베니아에서 온 석유 전문가가 있는데, 동부에서 특허 사업과 회사 인수 합병을 추진했던 데이비드 러셀이 발굴한 오일 사업가 헨리 로저스라는 남자였다.

가는 길에 막스가 로저스에게 말을 건넸다.

“텍사스 휴스턴에 정유 공장을 크게 만들 생각인데, 이미 콜로라도에 있는 연구진이 공장 설계 도면을 완성했을 거야.”

“규모는요? 우리가 펜실베이니아에 왐수타 컴파니를 세웠을 때, 정유소 인원은 고작해야 몇명 안 됐거든요. 물론 몇 년 사이 정유소 규모가 점점 커지긴 했죠. 특히 클리블랜드 쪽은.”

로저스의 말처럼 이 시기의 정유소는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하다.

석유를 증류해 등유로 만들기 시작한 역사는 불과 7년밖에 되지 않는 데다, 등불에 사용되는 연료 외에는 석유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

땅에서 석유를 시추하면 기껏 등유로 정제하는 과정이 전부라, 대부분은 석유 60%를 등유로 정제하고 나머지 40%를 강과 들, 산에 버렸다.

물론 석유를 알뜰하게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한 정유소에선 휘발유를 공장 연료로 사용하고, 부산물은 윤활유, 파라핀 왁스로 사용한다더군요. 최근엔 작은 곳을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회사 이름이?”

“클라크 앤 록펠러라는 회사요.”

‘록펠러···.’

막스는 과거 데이비드 러셀을 통해 록펠러에게 접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미 석유의 미래를 확신한 듯 그는 막스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

- 등유 외 다른 사용 용도를 알고 있습니다.

- 나도 알고 있는데?

그 말이 허언이 아닌 듯, 록펠러는 휘발유와 부산물을 제법 잘 이용하고 있었다.

‘지분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구만.’

철강, 금융, 철도, 제약, 무기, 다이너마이트.

막스는 산업 대부분을 지분으로만 들어갔을 뿐, 독점할 생각까진 없었다.

석유도 마찬가지. 록펠러 회사의 지분을 일정 부분 획득하고 다른 일에 집중하려 했다. 그런데 당장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막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때, 로저스가 말을 걸어왔다.

“나코그도체스에서 뽑아내는 양이 생각보다 적어요. 하루에 10배럴이면 그다지 많은 양은 아니거든요. 그걸 보고 정유소를 크게 지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 걱정은 안 해도 돼. 텍사스는 이제 시작이니까. 그나저나, 클리블랜드의 아스트랄 오일웍스 사장을 안다고 했지?”

록펠러와 손을 잡기 힘들다면, 그 경쟁자를 포섭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스트랄 오일웍스가 그 경우였는데, 막스는 사장과 헨리 로저스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찰스 프랫이라면 잘 알죠. 우리가 만든 왐수타 컴파니에 투자하고 함께 운영도 했거든요.”

“요새도 연락하고 지내?”

“물론입니다. 사실은 저한테 회사를 하나 만들자고 몇 번 제안했어요.”

“그래서?”

“그래서라뇨. 전 지금 사장님과 일하고 있잖아요?”

함께 하면 더 큰 부와 명예, 성공이 기다리고 있는데 가긴 어딜 가냐. 막스를 쳐다보는 로저스의 눈빛은 확신으로 차 있었다.

그리고 막스는 그런 로저스의 정보를 머릿속에서 다시 뒤적거렸다.

헨리 허틀스턴 로저스.

원 역사에선 록펠러와 함께 스탠더드 오일을 반석에 올려 둔 핵심 인물 중 하나. 하지만 둘의 관계가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다.

록펠러가 미친 듯 정유소를 흡수, 합병, 제거할 때 로저스의 회사도 먹잇감이었다.

‘이번 생은 로저스 네가 록펠러를 집어삼킬 수 있을까.’

상대를 공략하는 방법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록펠러의 경우, 헨리 로저스는 꽤 좋은 카드가 될 수 있었다.

“텍사스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이 기회에 클리블랜드에서 찰스 프렛과 회사를 만들어 봐. 자금은 내가 지원할 테니까.”

“클리블랜드 정유소에 투자하신다고요?”

막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헨리 로저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막스 사장님이 도와준다면 빠르게 키워갈 수 있을 겁니다.”

록펠러가 총성 없는 전쟁을 일으킬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강도남작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록펠러가 미친 듯 기업사냥을 하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울 때.

막스는 기꺼이 그 전쟁에 뛰어들 생각이었다.

텍사스 댈러스.

석유 시추 성공과 갱단을 정리한 막스는 단숨에 텍사스 유력 인물로 부상했다. 이는 북부 총사령관, 연방 보안관과는 또다른 의미였다.

“저 사람들이 연방 보안관인가?”

“어쩜 갱단들을 단번에 쓸어 버릴 수 있었을 까요?”

“딱 보기에도 분위기가 그렇잖아. 꽤 위험해 보인다고.”

하나같이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연방 보안관들이 170명. 가슴에는 배지를 달지 않았지만, 최근 벌어진 사건들이 워낙 기사에 많이 실린 탓에 사람들은 느낌만으로도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막스를 필두로 연방 보안관들은 길거리를 장악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SFBC 댈러스 지부.

텍사스 레인저스 포드는 막스를 보자마자 흥분하며 소리를 높였다.

“보스, 댈러스가 아주 난리가 났어. 2대 100 싸움, 그거 진짜야?”

“정확히는 흑인 노동자 7명이 가세해서, 9대 100이지.”

“...... 걔들은 뭘 했는데?”

“엄청난 활약을 했지. 그건 그렇고, 핑커톤 탐정들은 어디 있어?”

“사무실에서 보스 기다리고 있어.”

텍사스 동부를 3개월간 들쑤시고 다녀서인지, 피로에 찌든 대원들은 곧바로 휴식에 들어갔다.

핑커톤 사무실은 SFBC 숙소 바로 옆 건물.

막스가 문을 열자 탐정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수석 탐정, 보니 파커라고 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막스 연방 보안관님!”

“다들 반가워요. 급하게 사무실을 만든 건데, 마음에 듭니까?”

“당연히 마음에 듭니다!”

막스는 탐정들과 인사를 나눈 뒤, 수석 탐정은 미리 준비한 듯 편지를 건네주었다.

발신자는 앨런 핑커톤.

내용은 홀리데이 암살 기도와 관련있는 UPR 부사장 토마스 듀란트의 뒷조사에 관한 것이었다.

횡령, 배임, 주가 조작, 사기 등.

앨런 말대로라면 토마스 듀란트의 비리에 관한 내용은 조만간 세상에 드러날 것 같았다.

막스가 품속에 편지를 챙기자 수석 탐정이 말을 이었다.

“두 달 전 샌프란시스코 지부에 SFBC 대원들이 찾아왔었습니다. 일본 원정팀이라더군요.”

“마지막 위치는요?”

“캘리포니아를 벗어나서부터는 사무실과 연락이 닿질 않았습니다. 시간상 텍사스에 오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일본 일은 어떻게 되었으려나.’

막스는 수석 탐정과 앞으로 텍사스에서 부탁할 일들을 의논했다. 텍사스에서 핑커톤은 사실상 막스를 위해 정보 수집, 및 첩보를 담당하는 부서나 마찬가지였다.

댈러스에 머무는 동안 막스는 텍사스의 유력한 인사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발견된 유정은 비록 매장량이 많진 않지만, 앞으로 석유는 텍사스 경제 발전에 큰 축을 담당할 겁니다. 갱단을 제거한 것도 그런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였으니까요.”

“막스 보안관 덕분에 텍사스에 희망이 생겨난 것 같군요.”

누군가는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누군가는 자리가 불편한 듯 입을 열지 않는다.

갱단을 단번에 쓸어버린 막스는 텍사스를 이끄는 백인들에게 호감과 감탄, 위화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무슨 생각을 하던. 내 뒤통수 칠 생각은 마.’

담담하지만 막스는 눈빛으로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댈러스에 머문지 사흘째 되던 날.

조 짐 주니어가 편지를 팔랑거리며 달려왔다.

“뉴욕에서 편지가 왔어요, 보스!”

발신자는 피치.

봉투를 뜯자마자 막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축! 마침내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

‘벌써 시간이····.’

막스가 감정에 휩싸인 채 천장을 응시하자, 조 짐 주니어가 뭔가 싶어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편지를 읽을수록 조 짐 주니어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나도 아기도 다 건강해.

아들이든 딸이든, 성별은 상관없다고 했지?

그럼 말해주진 않을게.

언제 틈이 생기면 보러 와.

농담이고.

하던 일 다 마치고 천천히 와.

몇 년 있다가 와도 돼.

나랑 아기는 씩씩하거든.]

피치는 끝까지 성별을 말해주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황당한 생각도 들지만, 그보다 울컥하는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감동인지, 기쁨인지 모를 감정들이 마구 솟구쳤다.

“축하해요, 보스!”

말을 남긴 조 짐 주니어는 사무실을 나가더니,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보스 주니어가 태어났다!”

“오오, 진짜!?”

“아들! 딸?!”

“...... 안 알려줬어.”

“왓더!”

대원들은 이를 두고 시끄럽게 대화를 나눴다.

“피치가 삐진 게 분명하다! 애가 태어났는데 남편은 텍사스에서 총질이나 하고 있으니, 화가 나겠어 안 나겠어?”

“그게 아니고. 궁금하면 빨리 오라는 의미가 담긴 거지.”

“어쩌면 자웅동체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이새끼, 이거 돌았네?”

그날 저녁.

축하 파티가 끝나고, 할 일 없는 콜린과 대원 몇은 뭔가 부족하다며 막스를 살롱으로 끌고 갔다.

“이런 날은 마셔야지!”

“시바껏, 누군 애 아빠고, 누군 애인도 없고.”

“빌어먹을 세상. 먹고 죽자!”

“축하해준다며, 새끼들아!”

위스키 잔을 들어 건배하고, 잔을 들이켰다.

콜린이 시가 연기를 뿜어대며 말했다.

“텍사스 일도 정리됐겠다. 뉴욕으로 돌아가. 애기랑 피치도 좀 보고 와야지.”

“며칠 내로 떠나려고요.”

애초 계획은 테네시 멤피스 폭동만 정리하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텍사스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피치의 출산을 놓쳐버렸다.

이 시대엔 나름 흔한 일이었다.

특히 동부에서 일거리를 찾아 서부로 온 남자들은 그 경우가 더 심했다.

“그렇게라도 위안 삼아야죠.”

“그 말 그대로, 가서 피치한테 말해봐. 엄청 좋아 할거야.”

대원들이 낄낄거리며 웃을 때였다.

갑자기 한쪽 테이블에서 남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뒈지긴 했지만, 컬렌 베이커도 엄청난 속사수긴 하지.”

“무슨 소리야. 세븐 스트롱 중에 그 뭐냐, 술집 바운서였다는 놈 있잖아. 그 자식도 겁나 빠르다더만.”

콜린이 히죽 웃으며 막스를 쳐다봤다.

뭐 그까짓 걸로 그러냐며 막스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이때.

“2대 100은? 그 정도면 끝난 거 아냐?”

“뻑, 그걸 믿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하여간 그 동양인은 소문이 죄다 과하다 못해 판타지여, 판타지.”

막스의 얼굴이 시무룩해지자 대원들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이때 누군가 서열을 정리하듯 소리쳤다.

“전부 닥치고! 현재 서부 최고의 총잡이는!”

이게 뭐라고 궁금하냐.

막스와 대원들의 고개가 천천히 남자를 향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은.

“와일드 빌 히콕! 그자야말로 사실상 서부 최고의 총잡이로 볼 수 있지. 내가 직접 봤는데, 손이 번개처럼 빠르고 기계처럼 정확했거든.”

패스트드로우, 패닝, 정확도, 심지어 총을 다루는 스핀도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고 했다.

막스와 대원들이 피식거리던 때, 주변 사람들은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와일드 빌 히콕이라면 인정.”

“예전 샷건 메신저할 때부터 유명했잖아.”

막스 테이블은 급격히 생기를 잃어갔다.

“일단 마시자.”

“와, 시바. 히콕···. 하.”

술집의 시덥지않은 이야기는 여기에 모여 있는 막스, 콜린, 산초, 조 짐 주니어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

버진 강은 유타, 애리조나를 거쳐 네바다로 흐른다. 일본에서 일을 끝내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SFBC 대원들은 버진 강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네가 와일드 빌 히콕인가?”

“넌 또 뭐야?”

“소문은 익히 들었다. 오늘 네 명성은 내가 가져간다.”

“......”

휘이이이잉.

바람이 회전초를 굴리고. 황무지, 그 정오의 뙤약볕 아래 밑도 끝도 없는 대결이 벌어졌다.

탕!

히콕은 겁도 없이 대결을 청한 무법자를 제거.

휘적휘적 다가갔다. 그리곤 기계처럼 무기와 소지품들을 뒤져 쓸만한 물건을 챙겼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덤비는 거야.”

지금과 같은 대결은 흔치 않았지만, 히콕은 지나치는 마을마다 갱단과 마주쳤다.

캘리포니아와 남부에서 밀려나, 사막과 황무지를 배회하며 강도짓을 일삼는 놈들이었다.

사실 연방 보안관도 뭣도 아닌 SFBC가 나설 이유는 없다. 그런데 갱단은 굳이 일행을 건드려 화를 자초했다.

버팔로 빌 코디가 분석하길.

“히콕, 너 때문에 그래.”

“..... 내 얼굴만 봐도 막 시비 걸고 싶고 그래?”

“그것보단, 여기까지 오는 동안 죽인 놈들만 50이 넘어. 네가 갱단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는 거지.”

히콕은 코디의 말에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냥 세상이 불만인 놈들이야. 눈빛만 마주치면 총부터 뽑는 놈들이었다고.”

“그만큼 히콕이 위협적으로 보여서 그래. 더구나 지금은 이름도 꽤 알려졌잖아.”

“그건 그래. 다들 우리 이름은 몰라도 너 이름은 알잖아.”

대원 한 명이 거들었다.

사실상 SFBC 대원은 238명이나 되지만, 세상에 알려진 이름은 손에 꼽을 정도.

“원래 히콕은 SFBC에 들어오기 전부터 역마차 샷것 메신저로 유명했어. 특히 그 소문이 장난 아니었지.”

역마차를 몰고 가던 중, 히콕은 길을 막은 곰과 일대일로 생사 혈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 전부터 무법자를 총으로 죽인 데다 곰까지 죽였다는 소문은 히콕을 두고두고 따라다니는 전설이 되었다.

이후 SFBC 대원이 되고 많은 활약을 했지만, 조직에 가려져 소문으로 번지진 않았다.

콜린, 조 짐 주니어, 산초가 그 활약에 비해 이름을 떨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이곳으로 오는 동안.

히콕은 갱단을 죽이며 그 전설에 살을 붙이더니, 급기야 서부 최강 총잡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이날도 어느 협곡을 지나칠 때였다.

역마차와 호송하는 샷건 메신저들이 갱단과 전투가 벌어졌는데, 다행히 상황은 끝나 있었다.

놀랍게도 갱단이 제거되고, 역마차 일행은 무사했다.

“와이어트! 역시 너랑 있으면 안심이 된다니까.”

동료들이 한 남자를 추켜세울 때.

한 무리가 접근하자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히콕과 눈이 마주치자 남자의 눈빛이 빠르게 위 아래를 훑어 갔다.

“갱단 아니니까, 안심해라.”

“그걸 믿으라고?! 누가봐도 갱단 같은데?”

“그래서 해보자고?”

남자가 날카롭게 히콕을 쏘아봤다.

“이름은?”

“히콕. 다들 날 와일드 빌 히콕이라 부르지.”

남자의 눈빛이 출렁이더니 이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