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 프리메이슨의 갈등과 분열
로잔나 피어스의 1층 레스토랑.
이곳으로 안내한 건 뉴욕 그랜드 롯지의 마스터 로버트 홈즈였다.
“그렇게 놀라지 마십시오. 제가 요즘 애용하는 식당이거든요. 주방장이 바뀌었는지, 개밥같던 음식이 확 달라졌지 뭡니까.”
“.......”
홈즈의 말대로 처남인 척이 요리할 때보다 확실히 손님이 늘었다. 음식 맛과 질도 달라졌고.
막스와 홈즈는 레스토랑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 때가 지나서인지 조금 떨어진 곳엔 아기를 데려온 부유해 보이는 부부만이 앉아 있었다.
간단히 커피만 주문한 뒤, 홈즈가 말을 건넸다.
“선조들께선 이 땅에 정착하자마자 프리메이슨 롯지를 세울 곳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맨해튼 로어 브로드웨이에 미국 최초의 롯지가 생겨났지요.”
대략 1730년경의 일이다.
하지만 당시엔 이렇다 할 건물이 없어서, 정작 먼저 세워진 건물은 맨해튼 앤 스트리트의 세인트 존스 롯지(St. John’s Lodge No.1)였다.
“거기 가시면 조지 워싱턴께서 맹세한 성경도 보실 수 있습니다. 형제님도 언제 시간 되면 한 번 들리세요.”
‘형제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신념과 행동 노선도 다르지만. 이상하게 형제라는 말을 들으면 같은 울타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단어 자체에 소속감이 들게 하는 묘한 힘이 들어 있달까.
막스는 이런 기분을 끊어내듯 물었다.
“마스터께서 이렇게 직접 찾아온 이유는요?”
“제가 롯지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최초로 세워진 롯지가 이렇다 할 건물도 없으면, 그동안 어디서 집회를 열었을까.
“바로 타마니 홀이지요. 그곳에서 집회를 열고 의식을 치뤘습니다.”
타마니 홀은 미국에 정착한 앵글로색슨이 뉴욕의 정치를 통제하고자 만든 정치 조직.
이후 아일랜드 이주민이 급격히 늘어나자 그들을 끌어들였는데, 이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아일랜드인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습니다. 그 절정은 형제님도 잘 아는 윌리엄 트위드가 타마니 홀을 장악한 시점이죠. 물론 트위드는 스코틀랜드계지만 아일랜드인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윌리엄 트위드는 갱단과 결탁, 철도 사업 비리와 뇌물 등 타마니 홀을 부패한 기구로 타락시킨 장본인. 막스는 뉴욕 갱단을 정리하며 그를 감옥에 처넣은 바 있었다.
그런데 작년, 누군가 백만 달러에 달하는 보석금을 지불해 트위드를 빼냈다.
“버지니아 프리메이슨 쪽 인물이 돈을 대줬다더군요. 이유를 아십니까? 바로 트위드가 영국 런던의 오드 펠로우스 롯지와 뉴욕 롯지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트위드를 감옥에 넣었다고 따지려고 온 겁니까?”
“그럴 리가요. 일단 현재 각 롯지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노예제 폐지론자와 옹호론자.
북부의 산업주의와 남부의 농업주의.
유대인과 비 유대인.
그리고 앵글로색슨과 비 앵글로색슨.
이는 남과 북의 지리적 구분을 넘어, 프리메이슨 내부에서 벌어진 갈등과 분열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형제님이 있습니다.”
“흠. 동의하기 어렵습니다만.”
“생각해보십시오. 전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싫든 좋든 형제님은 동양인입니다. 거기다 북군 총사령관에 정치와 사업에도 깊이 관련되어 있지요. 그리고 가장 큰 논란거리는.”
홈즈의 눈빛과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형제님께서 콜로라도 그랜드 롯지의 마스터라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윌리엄 트위드, 존 데일리, 벤자민 맥컬록 등. 전부 형제님이 제거한 인물이고, 프리메이슨 형제였습니다.”
애초에 막스는 프리메이슨에 들어올 자격이 되지 않는다. 설령 들어왔다 해도 한 지역을 통솔하는 그랜드 마스터는 더더욱 될 수 없었다.
“어찌됐든, 현재 프리메이슨은 형제님을 인정하는 쪽과 거부하는 쪽으로 극명하게 나뉘었습니다. 물론 중간도 있지만, 그들은 애초에 본인들 사색과 진리 탐구에 열중하는 형제들이지요.”
“그러는 마스터께선 어느 쪽입니까?”
막스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홈즈는 커피를 홀짝인 뒤 입을 뗐다.
“그걸 정하기 위해서 찾아 왔습니다. 홀리데이 사장의 제안 이전에, 형제님께서 프리메이슨에 들어온 진짜 이유가 무엇입니까?”
‘적과 아군을 구분하겠다 이건가.’
이번엔 막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이야기를 꺼내려 했다.
그런데 이때 건너편에 있던 아기가 까르르 넘어가듯 울기 시작한다.
“죄, 죄송합니다. 우쭈쭈, 여기 엄마가 있잖아.”
하지만 달래도 소용이 없자, 주변을 의식한 아기 엄마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이를 먹이자 거짓말처럼 아기는 울음을 멈추고 평온을 되찾았다.
그 모습을 본 홈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때 막스가 입을 떼었다.
“진리를 탐구하고, 올바른 세상을 위해 인도주의적 박애주의를 지향한다. 저는 오로지 이 말을 듣고 프리메이슨에 몸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 길을 가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손에 잡히지 않는 진리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관심 둘뿐. 캔자스에서 보더 러피안과 싸우고, 남북전쟁을 거쳐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프리메이슨의 창설 목적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습니다.”
“그럼 지금껏 자신의 목적을 위해 총을 들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막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기서 이딴 추궁을 들을 이유가 있는가?
한편으로 가소로운 건, 이 뉴욕 그랜드 마스터의 진심은 다른 곳에 있다는 점이었다.
막스가 의자에 깊이 등을 기대며 말했다.
“돌려서 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보세요. 나를 찾아온 이유를 제가 모를 것 같습니까?”
“......”
“밖으로는 반프리메이슨(Anti-freemason)이 압박하고, 안으로는 남부 프리메이슨한테 밀리고, 게다가.”
막스가 홈즈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CPR 부사장, 토마스 듀란트의 스캔들과도 엮여 있어서 찾아온 것 아닙니까?”
홈즈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눈빛엔 당혹감이 서렸다.
‘그 스캔들을 파헤친 게 앨런 핑커톤이야.’
그리고 앨런 역시 프리메이슨이다.
그는 대륙철도횡단 열차 사업 부정부패와 관련해, 다수의 프리메이슨이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막스는 담담하지만 조금은 냉소적인 얼굴로 홈즈를 쳐다봤다. 잔뜩 굳은 얼굴을 한 홈즈는 밀리지 않겠다는 듯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아까 말했듯이 트위드는 영국 런던의 롯지 회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미국 내 프리메이슨의 갈등과 분열이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겁니다.”
“유럽에서 개입한다 이말입니까?”
“바로 그겁니다. 힘들게 얻은 독립인데, 다시 외부 힘을 끌어들이려는 게 반대쪽 프리메이슨의 우매함이지요. 남북전쟁에선 영국에 지원을 요청했고, 패배한 뒤에는 자딘 메시선이라는 회사와 손을 잡았으니 말입니다.”
“자딘 메시선?”
“홍콩에 본사를 둔 다국적 무역회사지요.”
막스의 머릿속에 적들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그들은 미국 내 세력을 키우고 막스의 목을 노려, 더 큰 계획을 꿈꾸고 있을 터였다.
‘어쨌든, 이렇게 진영이 갈리게 됐군.’
영국과 유럽을 등에 업은 남부 프리메이슨.
미국의 독립적 지위만을 추구하는 프리메이슨.
여기서 막스의 포지션은 당연히 후자였다.
“둘이서 말할 게 아니라, 뉴욕 롯지의 형제님들과 대화를 나눠 보는 게 낫겠군요.”
“...... 흠.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한다면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폭력을 싫어합니다만.”
홈즈의 입에서 바람이 새어 나왔다.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개틀링 기관총 쏘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빠르게 흩어졌다.
“음. 그렇게 말씀하시니 믿어야지요. 지금 저와 가는 건 어떻습니까? 마침 일부 형제님들이 모여 있거든요.”
“그렇게 하시죠.”
‘애초에 이럴 생각이었구만.’
미리 약을 친다음 막스를 데려갈 생각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직책 때문에 총대를 멘 것이고.
예상해보면, 모여 있는 프리메이슨들은 결국 막스가 포섭해야 할 인물들일 가능성이 컸다.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가려던 때.
막스가 어느새 엄마 품에서 잠이 든 아기를 쳐다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나는 거대한 진리를 추구하기보다, 아기에게 독약이 든 진정제 따위를 먹이지 않는 상식적인 세상을 만드는 게 더 급하다고 보는데, 어떻습니까?”
“..... 지금 윈슬로 부인의 시럽을 두고 하는 말입니까? 위대한 상품을 독약이라니요?”
1849년. 샤롯 윈슬로 부인이 만든 진정제 시럽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미친 듯이 팔려나갔다.
먹이는 즉시 아기를 잠재우는 이 마법 같은 약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지금은 가정 내 필수 약품으로까지 자리를 잡고 있었다.
100년 뒤에도 없을 약이 지금 시대에 나타날 수 있던 비결이 뭘까. 충격적이게도 그 성분은 마약으로 분류되는 모르핀이었다.
“그, 그게 사실입니까?”
“저명한 의사분께서 성분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밝혀지겠죠.”
물론 밝혀진다 해도 효과가 있을까 싶다.
마약의 위험성을 모르는 시대인 데다, 아편과 모르핀, 코카인, 헤로인 등은 쉽게 구할 수 있어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막스는 수은의 위험성을 연구했던 윌리엄 알렉산더 헤먼드에게 윈슬로 부인의 진정제 시럽 성분 조사를 의뢰했다.
전쟁 당시 군의관이었던 헤먼드는 습격으로 총상을 입은 홀리데이를 치료한 의사였다.
레스토랑을 빠져나오며 막스가 말을 이었다.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면 바꾸려 노력하는 게 프리메이슨의 본질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고작 부정부패 연류되다니요.”
막스가 혀를 차자 홈즈는 대꾸 없이 걸음을 옮겼다.
맨해튼의 앤 스트리트.
막스와 홈즈는 불에 그을린 듯한 건물,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세인트 존스 롯지에 들어섰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지만, 열 명의 남자들은 놀라지 않은 채 막스를 맞이했다.
‘눈빛들 봐라.’
동양인이라 마주하는 것도 찝찝한데,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낼 순 없는 불편한 눈빛.
총사령관이었을 때 소집된 군단장들의 눈빛이 딱 저랬다.
그런데 그중 한명, 뜻밖의 인물이 있었다.
남북전쟁 당시 막스 휘하의 오하이오 6사단 20여단장.
‘제임스 가필드도 프리메이슨이었어?’
율리시스 그랜트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될 미국의 20대 대통령. 비록 6개월 만에 암살당해 죽지만, 이 시대에 나름 영향력있는 인물이었다.
가필드는 반가우면서도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막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한 3년 만에 보는 것 같군요.”
‘이 기회에 가필드를 포섭해야겠군.’
이미 그 카드는 막스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막스는 시선을 다른 이들에게 옮겼다.
“반갑습니다, 형제님들. 콜로라도 그랜드 마스터 막스 조라고 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원탁 회의실에 착석한 뒤, 그랜드 마스터인 홈즈는 막스와 나눈 이야기의 핵심을 요약해준 뒤, 바통을 넘겨주었다.
막스는 프리메이슨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진리와 사색, 올바른 세상을 위해 한 몸 던지겠다는 입바른 소리를 늘어놓았다.
사실 이들이 막스에게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남부 프리메이슨 세력을 견제할 힘.
그리고 스캔들에 얽힌 자신들의 치부를 없애 달라는 요구였다.
막스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 참. 형제님들과 거래를 주고받는 관계가 되고 싶진 않군요.”
“원리 원칙대로 하겠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고. 어차피 남부 쪽 세력이 커지면, 결국 우리 모두에게 위협이 될 겁니다. 누굴 돕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지요.”
막스는 선심쓰듯 말을 이었다.
“내 말뜻은, CPR 부사장 토마스 듀란트에 얽힌 스캔들이 터져도 여러분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겁니다.”
“......?”
“어차피 사건의 시작은 토마스 듀란트와 그 측근들. 크레딧 모빌리에라는 하청 회사를 만들어 공사비를 부풀려 청구한 게 그들의 범죄죠.”
여기서 사람들이 엮인 것은 크레딧 모빌리에 주식을 보유해 배당금을 과하게 챙긴 부분이었다.
논쟁의 핵심은 알고 주식을 샀는지, 모르고 샀는지의 여부였다.
원 역사에서 크레딧 모빌리에(Crédit Mobilier) 스캔들은 대륙횡단 열차 공사가 끝나고 수년이 지난 뒤에야 터지게 된 사건이다.
5,300만 달러의 공사비를 9,400만 달러로 부풀려 청구해, 자그마치 4천만 달러의 돈을 횡령한 일이었다.
스캔들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의회 조사가 이루어지고, 뇌물성 주식을 받은 정치인들만 30명이 넘는다는 걸 밝혀냈다.
그리고 지금. 회의장에서 막스를 빤히 쳐다보는 제임스 가필드도 그중 한명이었다.
물론 막스는 크레딧 모빌리에 사건 자체를 알지 못했다.
우연한 시작은 유타에서 만난 CPR 직원이고, 이후엔 홀리데이와 피치가 파헤친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앨런 핑커톤이 파헤친 인물 중 제임스 가필드가 언급되어 알게 된 것이었고.
어찌 됐든. 막스는 제임스 가필드를 쳐다보며 말을 내뱉었다.
“저는 형제님들을 법정에 세우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이 일은 축소될 거고, 핵심 관련자만 처벌하는 걸로 끝나게 될 겁니다.”
왜? 우린 같은 편인 프리메이슨 형제니까.
막스가 이런 눈빛으로 쳐다보자, 회의장의 분위기가 등불이 더해진 듯 밝아졌다.
그랜드 마스터인 홈즈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 듯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뉴욕 롯지와 콜로라도 롯지는 각별한 관계를 맺는 것으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남부 프리메이슨에게 맞서려면 힘을 합쳐야지요.”
“동감합니다.”
막스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상 부정부패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셈인데,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일단 지금은 대륙횡단 열차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거.
재건에 힘써야 할 때, 막대한 자금을 철도에 쏟는 걸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여기서 부정부패 사건이 터진다?
이는 연방 정부에게 부담만 지워주는 꼴이고, 링컨의 재선에도 영향을 미칠만한 일이었다.
해서 막스는 이미 링컨 대통령과 몇 번의 의견을 교환한 끝에, 크레딧 모빌리에를 만든 핵심 인물들만 처벌하는 거로 매듭짓기로 했다.
그리고 처벌을 피한 정치인과 기업가는 대륙횡단 열차 공사가 끝난 뒤,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막스의 손에 강력한 카드가 쥐어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제임스 가필드의 경우 막스와 척을 지는 순간 정치 생명은 끝장날 수도 있었으니까.
이날 이후, 막스는 뉴욕 롯지에서 만난 인물들을 시작으로 넓은 인맥을 쌓아갔다.
사실상 그들은 미국을 이끌어가는 WASP(백인-앵글로색슨-기독교)의 한 축이었다.
‘어느정도 목적은 달성한 셈인가.’
처음 서부 황야에서 눈 떴을 때.
동양인이 이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막스가 선택한 건 백인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총사령관이 되면서 그 정점을 찍고, WASP의 핵심들과 교류하면서 어느 정도 초기 목적은 달성했다.
걸린 시간은 12년.
막스에겐 무척이나 긴 시간이었다.
‘지금까진 그럭저럭 잘 해온 것 같은데.’
앞으로가 문제다.
역사는 뒤틀렸고, 미래 지식은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게다가 적들의 실체를 어느정도 파악한 이상.
‘뉴욕을 떠야겠다.’
가족이 생기면 그만큼 리스크가 늘어나는 법.
안전한 곳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뉴욕에서 겨울을 보내고, 1867년 봄의 끝자락.
캔자스와 콜로라도가 기차로 연결된 때.
막스는 피치와 아장아장 기어 다니는 두 쌍둥이를 데리고 기차에 올랐다. 물론 처갓집 식구도 함께였다.
- 우, 우리도 가야하나 사위?
- 맞벌이해야 우리 쌍둥이 안 굶죠.
- ...... 전혀 와닿지가 않아.
아무튼, 목적지는 콜로라도.
사람들은 미친거냐며 말렸지만, 준투 요새야말로 막스에겐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