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아직 더 배워야겠구나
투둑. 투둑.
농장의 지붕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탐정들은 난로에 불을 피우고 간단하게 옥수수죽과 달걀 프라이를 만들어 저녁을 때우고, 죄수들에겐 죽만 제공했다.
비참한 신세를 한탄하면서도 죽은 곧잘 들어가는 모양이다.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프랭크 리노가 윌리엄에게 말을 건넸다.
“SFBC 대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무슨 일로?
“중요한 정보가 있거든요.”
“허튼 수작 부리면 각오해야 할 거야.”
“이 상태로 무슨 짓을 하겠습니까.”
윌리엄은 잠시 고민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스는 누가 살았는지 모를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똑똑.
“······ 프랭크 리노가 중요한 정보가 있다는데요. SFBC 대원을 찾습니다.”
열차 강도들에게 무슨 정보가 있을까.
몸을 일으킨 막스가 방문을 열었다.
프랭크 리노 앞에 의자를 끌어 걸터앉았다.
막스와 눈빛을 마주친 프랭크 리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북군이었나?”
“예···. 미주리주와 켄터키, 테네시에 있었죠.”
“소속은?”
“······. 사실 바운티 점퍼였습니다. 그래도 한두 번은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죠. 그때 특수부대원들의 총소리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은?”
윌리엄과 탐정들, 콜린의 시선이 프랭크 리노에게 쏠렸다.
“오늘 제 뒤통수를 친 새끼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부하들이 아니었나?”
옆에서 듣고 있던 윌리엄의 인상이 구겨졌다.
붙잡았을 때, 프랭크는 분명 자신들의 부하들이라고 했었다. 그렇게 막스에게 말했는데 인제 와서 다른 소리를 지껄이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제 부하들이 아니라, 다른 갱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끼들 리더가 SFBC 대원을 죽였습니다.”
“뭔 개소리야. 사무엘 퍼거슨은 우리가 진작에 죽였는데.”
테네시에서 SFBC 대원 둘을 죽인 퍼거슨은 사지가 찢겨 죽었다. 그것 외엔 지금껏 SFBC의 인원 변동 사항은 없었다.
콜린이 코웃음 치는 게 당연했다.
프랭크는 배지와 콜린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연방 보안관이 SFBC 대원이라는 건 새로운 충격이었다.
막스가 프랭크에게 물었다.
“일단 그놈들이 누군지 말해 봐.”
“······ 정보를 주면 대가는 있어야죠?”
“나와 거래하고 싶은 모양인데. 조건부터 말해 봐.”
프랭크가 뒤를 힐끔거렸다.
“얘들은 죄가 없습니다. 전부 제가 계획하고 주도한 거니까요.”
동생들과 부하들이 고개를 떨구었다.
프랭크는 향후 재판을 위해 미리 협상을 시도하려 했다. 물론 막스에겐 씨알도 안 먹혔다.
“범죄자들과 거래 따윈 안 해.”
“그럼 저도 정보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다 말해 놓고 뭘. SFBC 대원에게 총을 쏜 놈이 많지 않거든. 그중 하나 기억에 남는 놈이 있는데.”
막스가 프랭크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제시 제임스. 그놈이 네 뒤통수를 쳤군.”
수년 전, 2주간 남군 장교로 있었던 마크 트웨인이 특수부대원에게 붙잡힌 적이 있었다. 당시 마크 트웨인은 상황을 모면하려 피치를 쏜 소년 병사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프랭크는 입을 씰룩거리며 물었다.
“정체를 아는 데 왜 쫓지 않았습니까?”
“그만한 가치가 없었으니까.”
피치는 멀쩡히 살아 있었고,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미래에 악명을 떨치든 말든. 당시 소년병이었던 제시 제임스를 쫓는 건 시간 낭비였다.
물론 기절했던 피치를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카락이 곤두설 만큼 아찔한 순간이었다.
막스의 반응이 기대 이하라, 프랭크 리노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얼마 전 제임스-영거 갱단도 미주리주 은행을 털었습니다! 사람도 셋이나 죽였고요! 우리보다 더 나쁜 새낍니다!”
“누구 똥이 더 큰지는 궁금하지 않아. SFBC를 네 복수에 끌어들일 생각인 것 같은데, 가능할 것 같아?”
프랭크는 이를 깨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임스-영거 갱단을 제거해주면 숨겨둔 돈 전부를 드리겠습니다.”
“그 돈이 네 돈이냐?”
“...... 돈을 떠나서, 정의. 그래 정의! 그걸 위해서라도 놈들을 없애 주십시오. 연방 보안관이라면 그게 임무잖아요?!”
‘왜 우리만 쫓는 건데, 개새끼들아!’
억울한 프랭크 리노는 막스가 아닌 콜린을 응시하며 말했다. 정확히는 그의 가슴에 달린 배지를 향해서.
“놈들이 가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배신한 부하 새끼가 돈을 숨겨둔 곳을 알고 있으니, 일리노이로 갔을 겁니다.”
“걔들이 바보냐? 네가 이렇게 말할 줄 빤히 알 텐데.”
“무, 물론 그렇겠죠. 당장은 몸을 피할 겁니다. 인디언 보호구역, 오클라호마로요.”
‘오클라호마?’
백인보다 인디언이 더 많이 거주하는 지역.
캔자스, 아칸소, 텍사스, 콜로라도의 접경지인 데다 연방 보안관도 들어가기 꺼리는 지역이라 무법자들이 숨기 좋은 장소였다.
“제발 제임스-영거 갱단 새끼들을 없애 주십시오. 놈들과 나란히 교수형 당하는 게 제 소원입니다!”
프랭클린은 눈에 핏발까지 세우며 소리쳤다. 막스는 듣기 싫은지 한 귀로 흘리고, 콜린은 시가 연기를 프랭크의 얼굴에 내뿜었다.
“그러니까 네 소원을 우리가 왜 들어주냐고.”
“SFBC 대원을 죽였다니까요!?”
“안 죽었다고, 새끼야. 멀쩡하다고!”
“제시 제임스가 죽였다고 지 입으로 직접 말했습니다!”
“아아, 알았어. 그게 나야. 그리고 무덤에서 다시 살아났지. 됐냐?”
“지금 장난합니까?! 보안관님이 예수 그리스도예요?”
그날 밤. 프랭크는 잠꼬대하면서도 제임스-영거 갱단을 잡아야 한다고 주절거렸다.
방에서 잠을 청하려던 막스는 한 사람의 정보를 떠올렸다.
제시 제임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책과 영화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원 역사에서 제시 제임스는 열차, 은행 강도, 살인으로 명성을 얻었는데, 저지른 범죄에 비해 대중적인 인기도 상당했다.
남부인에게 제시 제임스는 의적이며 로빈후드의 화신이었다. 실제로 가난한 자에게 돈을 나눠줬다는 증거는 없지만.
결정적으로 제시 제임스를 서부의 전설로 만든 건, 앨런 핑커톤이었다.
잇따른 추격에 실패하고, 탐정들이 살해되는 등. 사비를 털어 제시 제임스를 쫓았지만, 결국 핑커톤은 제시 제임스 추적을 포기했다.
북부 자본가들의 파수꾼인 핑커톤의 패배.
영웅이 간절했던 남부인들에게 제시 제임스는 낭만적인 의적이자 전설이었다.
'그 전설을 지워 주지.'
로버트 리 장군이 동양인에게 패배한 남부 총사령관으로 기억된 것처럼. 남부 의적은 그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막스가 방에서 잠을 청하는 동안 윌리엄은 거실에서 콜린과 갱단을 감시했다.
“카드 할 줄 아냐?”
“잘은 못 합니다. 도박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너도 탐정 생활하기 힘들겠구나. 시간 보내기엔 포커만 한 게 없거든. 그리고 돈을 안 걸면 도박은 아니다.”
콜린은 강제로 윌리엄을 테이블에 앉혀 카드를 나눠줬다. 시가 연기를 뻑뻑 피워대며 콜린은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의 패를 쳐다봤다.
“낮에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게 카드 게임을 하면서 할 소리냐. 뭐, 어쨌든. 나보단 보스에게 고맙다고 말해야지. 난 너희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거든.”
“...... 그렇군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자, 패 까봐라.”
윌리엄이 퀸 투 페어, 콜린은 킹 원 패어.
콜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다시 카드를 섞어 돌리는 때, 윌리엄이 물었다.
“왜 막스 조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걸까요?”
“무슨 말을 해?”
“제가 실수했잖아요. 당연히 비난이라도 할 줄 알았거든요.”
콜린이 카드를 나눠주며 코웃음쳤다.
“넌 네가 대단하다고 착각하는 모양이구나.”
“예?”
“막스가 관심 가질 만큼 너는 대단하지 않아. 네가 앨런의 아들이든 아니든. 네가 어떤 불만을 느끼던, 알게 뭐냐. 그냥 핑커톤 탐정이라서 도와준 거야. ”
윌리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등잔불이 아니었다면 병원에 가보라고 할 만큼 붉었다.
생각해보면 막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했다.
전쟁 영웅인 북군 총사령관이 자신과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막스의 반응을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윌리엄의 오만함이었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이고, 윌리엄은 그동안 가슴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내 놓았다.
“저는 아버지와 생각이 다릅니다. 핑커톤이 SFBC의 연락 창구와 정보 수집이나 하는 걸 더는 볼 수가 없습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잠자던 탐정들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윌리엄의 말이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걸 직감한 것이다.
“쟤들이 너보다 눈치가 빠르구나. 아무튼, 그래서?”
“파트너라면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FBC가 핑커톤 위에 있었군. 알려줘서 고맙다.”
“......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역할에 관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역할이라.”
콜린이 날카롭게 윌리엄을 쏘아봤다.
“그럼 네 입으로 역할을 말해 봐. 핑커톤이 SFBC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제 생각은··· 굳이 SFBC와 파트너를 맺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콜린이 헛웃음을 터트리자, 탐정들은 귀를 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콜린은 카드 패 대신 윌리엄을 노려봤다.
“기껏 생각할 시간을 줬더니, 실망스러운 말만 하는군. 아버지가 피땀 흘려 이룩한 조직이 네 것 같아? 동료들을 몰살시킬 뻔한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되냐고 묻는 거다.”
콜린이 정색하며 카드 패를 까뒤집었다. 이번엔 콜린의 승리였다.
“아직 더 배워야겠구나. 네가 한 말은 못 들은 거로 하마.”
아직 더 배워야겠구나, 라는 말이 윌리엄의 머릿속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아버지도 분명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 SFBC는 가장 든든한 파트너이자 가장 위험한 조직이다. 등을 돌리는 순간 잡아 먹히는 건 순식간이지. 애석하지만 지금 막스 조가 이끄는 SFBC는 허점이 없어. 돈과 권력, 힘, 인맥. 우리가 앞서는 건 쪽수뿐이다.
- 하지만 SFBC는 번번이 우리 앞길을 막았잖아요. 라파예트 사건만 봐도 그래요. 막스 조가 조용히 끝냈으면, 비밀경호국은 우리가 차지했을 거라고요. 대통령 경호도 마찬가지고.
- 맙소사. 윌리엄, 방금 라파예트 사건을 그냥 넘어가자고 말한 거냐? 이중 첩자였던 놈을? 아직 뭐가 중요한지를 잘 모르고 있구나. 아직 더 배워야겠다, 윌리엄.
아버지의 실망스러운 말투와 눈빛.
아마 그날부터였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마음이 조급했던 게. SFBC를 이유 없이 싫어했던 게.
“카드나 돌려.”
“······ 예.”
다음 날.
해가 떴지만 밤새 내린 비로 땅은 질퍽했다.
캔자스 시티에서 온 호송마차가 도착한 것은 아침 식사를 막 끝냈을 때였다.
캔자스 시티의 연방 보안관답게 콜린은 경찰들을 진두지휘했다. 죄수들을 쇠창살이 있는 마차에 태우고,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그고서야 호송 준비를 끝마쳤다.
"출발하겠습니다!"
두 대의 마차 바퀴가 질퍽한 땅에 자국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간다. 막스와 콜린이 뒤를 따랐다.
“어젯밤에 윌리엄하고 무슨 얘기를 그렇게 했습니까. 사람 잠도 못 자게.”
“카드 게임을 하는 법 좀 알려줬지. 애송이에 초짜더라고.”
“그래서 알려 준 만큼 하던가요?”
“전혀. 말귀를 못 알아 처먹더라고.”
콜린의 말에 막스가 피식거렸다.
윌리엄은 멀찌감치 떨어져 둘의 뒷모습을 보며 이동했다.
핑커톤을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겠다는 자신감은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
캔자스 시티 법원.
리노 갱단은 원칙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인디애나 주로 호송해야 했다. 그런데.
“그냥 여기서 재판받게 해주십쇼! 리치먼드 은행을 습격한 제임스-영거 갱단의 위치를 제가 안다니까요!”
“여긴 대법관도 없어, 새끼야.”
“순회 법관은 있을 거 아닙니까!”
미주리주는 동부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은 법관들이 출장을 나가 재판했는데, 그들이 순회 법관이었다.
“하, 저 새끼들 때문에 귀찮게 됐네. 그냥 다 죽였으면 깔끔했을 텐데.”
“그것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죠. 아무튼, 당분간 재판 때문에 바쁘겠네요.”
“인디애나로 가면 교수형 당할 게 빤하니까, 여기서 버티려는 거야. 절대 그 꼴은 못 보지.”
콜린은 졸지에 목격자 겸 연방 보안관으로서 리노 갱단의 재판 담당이 되었다.
인디애나는 너무 멀고, 순회 법관이 오길 기다리는 것도 시간 낭비였다. 하는 수 없이 콜린은 이들을 세인트루이스 나다니엘 홈즈 대법관에게 데려가기로 했다.
“맞다, 여기서 하루 머물 거라고 했지?”
“알아볼 게 있어서요.”
“그럼 캘리 여관으로 가. 사라가 숙박비 할인해 줄 거야.”
“할인이 아니라 무료로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거 사장이 너무 좀스럽네요.”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그리고 넌 보스잖아.”
“너무 하는구만.”
막스는 핑커톤 탐정들과 대충 인사를 나누었다.
윌리엄은 뒤늦게 나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막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볼일을 끝낸 막스는 캔자스 퍼시픽 레일로드 본사를 찾았다.
원 역사에선 유니온 퍼시픽 레일로드의 계열이었지만, 막스와 홀리데이가 끼어들어 독립적인 철도 회사로 운영되었다.
콜로라도에서 생산되는 물류, 캔자스 애블린의 소 유통에 관한 회의를 끝낸 다음엔 우체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카고로 보낼 겁니다.”
“1온스(28g)니까··· 4센트네요.”
수신자는 앨런 핑커톤.
긴 편지 내용을 압축하면.
핑커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전력 강화를 위해 가능하면 신입 탐정들의 훈련을 SFBC에서 맡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올해는 꼭 간다.’
알래스카!
땅 매입도 끝났겠다, 발자국이라도 남길 생각이었다.
막스가 웃음을 흘리며 우체국을 나서려 할 때. 한 소녀가 빤히 막스를 쳐다봤다.
“아저씨는 인생이 재미있으신가 봐요.”
“······ 넌 재미없는 모양이구나.”
“얼마 전 아버지가 총에 맞아 주님 곁으로 가셨거든요. 사실 술과 도박을 좋아해서 하늘나라로 갔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그래도 하나님은 평등하시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막스는 새삼 소녀의 모습을 찬찬히 훑어 봤다.
짙은 갈색 머리에 나이는 열다섯 정도. 모자는 어울리지 않게 컸다.
“아버지 거야?”
“예. 어제 경찰관에게 유품을 받았거든요. 모자가 너무 커서 이렇게, 종이를 끼워 넣었죠.”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막스가 싱긋 웃으며 우체국을 나왔다. 그런데 소녀가 득달같이 따라 붙었다.
“우체국 볼일은?”
“다 봤어요. 엄마한테 편지를 보냈거든요. 일이 생겨서 며칠 못 갈 것 같다고.”
“낯선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면 위험하지 않겠어?”
“그 정도로 허술하진 않아요.”
막스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소녀도 따라왔다.
조금은 귀찮아진 막스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냐?”
“아저씨 혹시 무법자예요?”
소녀는 막스의 허리춤의 리볼버와 등에 멘 라이플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래 보이냐?”
“총칼이 그려진 스카프도 그렇고. 절대 평범해 보이진 않거든요. 근데 말투를 들어보면 무법자 같진 않아요.”
“고맙구나.”
“아저씨 총잡이예요?”
“미안하지만 내가 바쁜 일이 있거든?”
막스가 몸을 돌리려 하자, 소녀가 팔을 붙잡았다.
“혹시 일 안 필요하세요?”
“일?”
“아버지를 죽인 놈들을 처리해주면 50달러 줄게요. 은행 강도들한테 당했는데, 제가 위치를 알거든요!”
'은행강도?'
막스가 미간을 찌푸리자, 이를 오해한 소녀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놀라지 마세요, 50달러는 선수금이니까! 제 눈앞에서 고통스럽게 죽여주면 50달러 더 드릴게요!”
소녀의 목소리엔 독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