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 기분 탓이야. 이거 먹고 정신 차려.
맥지 타운의 여관.
버려진 마을에 사람들이 몰리더니, 여관도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었다.
“환자는 절대 못 들여보내!”
“그럼 마구간 옆에라도 자게 해주세요.”
제인이 간절한 얼굴로 애원했다.
“말도 전염되는 거 아냐?”
“그 정도는 아녜요. 제가 멀쩡한 걸 보면 몰라요?”
험상궃게 생긴 주인이 제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네가 정상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눈은 초롱초롱하고, 입술은 아름답게 붉잖아요. 이렇게 생기 넘치는 얼굴이 어딜 봐서 환자 같아요?”
더간은 자기 얼굴도 봐달라며 주인에게 다가갔다. 놀란 주인은 뒷걸음질치며 소리쳤다.
“알았으니까, 다가오지 마! 숙박비는 하루 두 끼 포함 1달러, 세 끼는 1.3달러!”
“오, 매끼마다 스테이크 나와나 봐요?”
“먹기 싫으면 가던가.”
“아녜요. 그렇게 할게요.”
“선불.”
주인이 내민 손바닥에 더간이 동전을 떨구었다.
“방 안내해줄테니까, 짐 들고 따라와.”
더간이 짐을 가지고 주인을 따라가는 동안, 제인은 수레를 목발 삼아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막스를 찾아갔다.
치명적인 환자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덕에, 막스의 스카프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상태는 또 어떻고. 곱추처럼 구부정한 허리는 기침할 때마다 반으로 접히듯 구부러지고, 발은 문어처럼 후들거렸다.
‘저 디테일 미쳤네, 미쳤어.’
제인은 탄성을 삼키며 조용히 속삭였다.
“계획대로 됐어요. 마구간 옆에서 자래요.”
“콜록, 콜록. 식사만 잘, 콜록 챙겨서 줘.”
쓰러질 듯 휘청거리던 막스는 간신히 수레를 붙잡아 몸을 지탱했다.
“아저씬, 뭘 해도 성공했을 거에요.”
“고맙다, 콜록.”
제인은 노새 고삐를 잡아 수레를 마구간 옆으로 옮겼다.
주변을 둘러보던 막스는 힘차게 점프를 해 수레 위로 올라갔다. 그리곤 몸을 기대어 눕고는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손으로는 인디언이 준 음식을 뒤적거리더니 스카프를 들쳐 입안에 집어넣었다.
“배고팠는데, 이제 살 것 같네.”
“암요. 연기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배를 굶으면 안 되죠. 그럼 전 이따가 올게요.”
“놀지만 말고, 여기에 어떤 광물이 있는지. 누가 누가 핵심 인물인지 정보를 알아내도록 해. 위험하면 소리치고.”
“알겠어요.”
제인이 다시 술집으로 들어가고, 막스는 수레에서 이내 잠이 들었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하늘이 붉게 물들더니 이내 밤이 찾아왔다.
수레에서 제인이 가져온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 막스는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을 바라봤다.
그 수가 어찌나 많은지 검은 공간이 오히려 적어 보인다. 가끔 별똥별이 호선을 그리며 떨어지지만, 그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막스는 눈으로는 밤하늘을, 귀로는 술집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소리에 집중했다.
해진 저녁, 술집은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휴식처다.
어두 컴컴한 집에서 등잔 기름을 낭비하느니, 대화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래 봐야 열다섯이 채 되지 않았지만.
테이블 한쪽에선 카드 게임이 벌어지고, 술집 안은 이내 담배 연기로 가득 찼다.
방에서 딱히 할 일도 없고, 정보 수집도 할 겸. 더간과 제인은 방을 나와 계단을 내려왔다.
알게 모르게 술집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어제 사건 때문인가.’
인디언 사냥꾼이 죽은 것 때문인지 술집 분위기가 묵직하다.
술집에 모여든 자들은 하나같이 무장하거나, 혹은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총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둘을 향하고, 토마스 벨 풀이 빈 테이블에 앉으려던 더간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이 마을까지 오게 된 거지?”
“삼촌을 치료하려고요.”
“이상하군. 캔자스 시티나, 스프링필드 같은 대도시를 가야지. 이런 촌구석에 무슨 의사가 있겠어?”
인디언 사냥꾼이 몰살된 시기와 맞물려, 토마스 벨 풀의 목소리와 눈빛엔 의심이 잔뜩 묻어 났다.
제인이 끼어들어 대답했다.
“오클라호마의 체로키 부족 치료사에게 데려가면 삼촌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거든요.”
“사기꾼한테 당했군.”
토마스 벨 풀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톰 스타가 코웃음을 쳤다.
“내가 체로키 인디언인데, 네 삼촌의 병이 뭐든 치료할 수 없을 거야. 쓸데없는 일이란 거지.”
“이상하네요. 같은 체로키 인디언들인데 왜 서로 말이 다를까요?”
“그 사람이 누군데?”
“이름은 몰라요. 미주리주에서 우연히 만났으니까.”
“우연히 만난 인디언의 말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멍청이들이군.”
제인이 노려보자, 더간이 팔을 잡아당긴다.
전문 연기자도 아닌데 연기에 혼을 불사르고 있었다. 쓸데없이.
“적당히 좀 해.”
“알겠어요. 근데 앉아 있으려면 뭐라도 시켜야죠.”
더간은 버번위스키와 제인이 먹을 토마토 주스를 가져왔다.
“헐, 내가 어린이에요? 복숭아 주스로 줘요.”
“...... 대충 처먹자 좀.”
더간과 제인은 삼촌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디언 주술사를 찾아가는 멍청이들로 결론났다.
덕분에 아무도 둘에게 관심 두지 않았다.
더간은 술을, 제인은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주스를 홀짝거렸다.
제인이 눈으로 구석진 테이블을 가리켰다.
20대 중반의 남자가 혼자 위스키를 마시는데, 고독함이 넘쳐 흘렀다.
“가을도 아닌데, 낙엽이 떨어질 것 같네요.”
“······”
더간이 대꾸할 말을 생각해낼 때, 한 남자가 먼지를 털며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더간과 제인을 본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토마스 벨 풀에게 다가갔다.
“풀, 제임스와 영거 형제들이 시체들부터 확인해 보겠답니다.”
‘제임스와 영거!?’
화들짝 놀란 더간과 제인은 급히 돌아가려는 고개를 붙잡고 귀만 쫑긋했다.
뭐에 화가 났는지, 풀이 거칠게 술잔을 내려놓았다.
“오늘 밤에라도 우리가 공격당하면 어쩌려고?! 그 자식들 일부러 시간 끄는 거 아냐?”
“뭐, 일단 내부 의견도 엇갈렸습니다. 광산에 투자할 바엔 은행을 더 터는 게 낫지 않겠냐고 그러더라고요.”
“미친놈들. 말만 그렇게 한 거야. 땅에 돈을 묻어둔다고 그게 늘어나? ”
은행 강도들은 훔친 돈을 안전 가옥이나 비밀 금고에 보관한다. 쫓기는 신세라 언제 다시 찾을지는 기약도 없다.
그럴 바엔 일부라도 돈을 불릴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는가?
물론 벨 풀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답변을 준대?”
“제시 제임스가 시체들을 확인한 뒤에 결정을 내린다고 했습니다. 보면 갱단의 중심은 제시 같더군요.”
“뭐, 예전부터 싹수가 보이던 놈이었지.”
약삭빠르고, 잔인하고, 무기 다루는 실력도 좋고.
신중하고 부하들도 다룰 줄 아는 놈이다.
벨 풀은 제시 제임스과 게릴라 활동을 하면서 감탄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가 아는 자들 가운데 제시 제임스는 거친 서부에 최적화된 사내였다.
“일단 오늘 밤은 우리끼리 경계를 서야겠군.”
벨 풀이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다들 술 적당히 처먹고, 낯선 놈들을 잘 경계해.”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더간과 제인에게 쏠린다.
벨 풀은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쟤들 말고 새끼들아. 하여간, 잠은 교대로 잘 수 있도록 해.”
벨 풀은 다시 카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제임스-영거 갱단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은 더간이 제인에게 속삭였다.
“이제 그만 방으로 돌아가자.”
“벌써요?”
“애들은 일찍 자야 키가 커.”
“저랑 키 차이 얼마 안 나는 것 같은데요.”
“웃기네. 머리통 하나 차이 나거든?”
“보통 남자, 여자랑은 그 정도 차이나요.”
“아아, 됐고. 그래서 언제 들어가려고?”
“아직 중요한 걸 못 들었잖아요.”
그게 뭔데? 더간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를 때였다.
누군가 테이블에서 일어나려다 술병을 깨트렸다.
술에 취한 듯 남자는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보였다.
카드에서 시선을 뗀 벨 풀이 미간을 찡그렸다.
“킹. 그만 마시고 들어가지 그래. 내일 광물 탐사 안 할 거야? 납 말고 다른 게 있을 수도 있다며?”
‘납?’
제인의 눈꼬리가 올라가자 더간도 중요한 정보가 무언지 생각해냈다.
“광물 탐사 그까짓 거, 금방 끝나지. 이래뵈도 캘리포니아에서 시에라 산맥 틴들 산봉우리를 최초로 등정한 사람이야. 근데 그럼 뭐해?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내가 말했지. 나 캘리포니아에서 뉴욕까지 가는 길이라고. 내 계부가 죽었다고 새끼들아!”
“시발, 어제 했던 말 또 하네. 알았으니까, 들어가 쉬라고.”
“좆까! 오줌 싸고 와서 또 마실 거야. 아님 여기서 쌀까!?”
“꺼져!”
킹이란 남자는 눈이 풀리고 입꼬리는 제멋대로 들썩거렸다. 어쩌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자조적인 표정으로도 보였다.
비틀거리며 킹이 술집 밖으로 사라지자,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저 새낀, 술만 먹으면 눈에 뵈는 게 없네.”
“나이도 어린 게 술을 잘못 배웠어.”
“놔둬, 어차피 아침이면 또 어깨 축 늘어져서 눈치만 살살 볼 텐데 뭘.”
“하여간 펜대 굴리는 북부 새끼들은 하나같이 이중적이라니까. 안 그러냐?”
한 남자가 제인을 쳐다보며 물었다. 움찔한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제가 생각해도, 참 이중적이긴 해요.”
“근데 넌 어디 출신이냐?”
“미주리주 프린스턴이요. ”
“남북전쟁 축소판에서 용케도 잘 버텼구나. 비록 북부에 빼앗겼지만, 미주리주는 단 한 번도 남부가 아닌 적이 없었다.”
“알죠, 알죠.”
제인은 대화를 빨리 끝내기 위해 고개만 끄덕거렸다.
더간은 더 있다간 위험할 것 같아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계단을 올라 둘이 사라지는 동안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쒜에에에에.
밖으로 나간 킹은 힘차게 오줌 줄기를 쏟아냈다. 그런데 하필 막스가 누워 있던 수레 방향이다.
‘저건 또 뭐 하는 놈이야.’
모자를 들춘 막스는 비틀거리며 오줌 줄기를 흩뿌리는 킹을 쳐다봤다. 놀래켰다간 소란이 일 것 같아 지켜만 봤다.
그런데 이번엔 속이 올라오는지, 볼에 뭔가를 가득 채운 채 수레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위 아래로 지랄을 하는구나.’
킹이 토를 하려던 때.
짜악.
막스가 뺨을 후려쳐 입 방향을 틀었다.
다행히 내용물은 허공에 뿜어지고, 켁켁 거리던 킹은 허리를 펴더니 수레 안의 막스를 쳐다봤다.
초점이 안 맞는지 눈에 잔뜩 힘을 주며 물었다.
“바, 방금 그쪽이 나 때린거야?”
“...... 등 두들겨 준 건데.”
“근데 왜 뺨이 아프지!?”
“기분 탓이야. 자, 이거 먹고 정신 차려.”
막스가 캔버스 천으로 만든 물주머니를 건네줬다. 마침 갈증이 났는지 킹은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고마워. 덕분에 속이 좀 괜찮아졌네. 아우, 근데 왼쪽 뺨이 왜 얼얼하지.”
킹은 감각이 없다며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술 취한 놈을 상대로 연기는 무슨.
막스는 마음 편하게 말을 건넸다.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이 궁금해? 들으면 놀랄 텐데.”
“잠깐 놀라고 말지 뭐.”
“후후, 바로 클라렌스 리버스 킹이시다.”
“직업은?”
“어, 음. 내 직업이 뭐였드라. 일단 지질학자인 건 확실해. 몇 년 전엔 존 브라운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계곡 주변 측량을 내게 맡겼거든. 그때 내 친구 가디너가 함께 했는데, 이듬해엔 말라리아 때문에 죽을 뻔했지.”
직업을 물었더니 킹의 입에서 주절주절 일관성 없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막스는 자체 이야기를 편집한 끝에 그가 지질, 광물, 측량 엔지니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을 광물 탐사를 이 자가 했구나.’
막스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래서 이곳 마을엔 무슨 광물이 있어?”
“납. 그것도 꽤 많이.”
“납 광산?”
막스는 실망했다. 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철이라던가 다른 광물을 바랬다.
현재 납은 크게 돈이 되진 않았다.
막스의 반응은 상관없이 킹이 말을 이었다.
“원래 캔자스 동부에 광산들이 제법 있어. 애치슨, 리븐워스에선 지금도 석탄 광산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거 알아? 내가 기차에서 토마스 벨 풀만 만나지 않았어도, 난 뉴욕에 있었을 거라고.”
“뉴욕 어디? 우리 집이 맨해튼에 있는데.”
“진짜? 나도!”
킹은 초점없는 눈으로 막스를 쳐다봤다. 그러다 문득.
“근데 너 그거 알아? 여기에 납 말고 아연도 있다?”
“음?”
이때, 술집에서 한 남자가 나오더니 킹에게 소리쳤다.
“아니! 환자 새끼랑 뭔 대화를 하는 거야? 당신 미쳤어?”
남자는 황급히 달려와 킹을 끌고 갔다. 킹은 술집에서 또 한잔하겠다며 소리를 질러댔다.
‘납과 아연이라.’
막스는 두 가지 광물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보통 광산 주인이 돈을 버는 건 맞지만 매장량에 따라 편차가 심했다.
킹의 말대로 캔자스 동부엔 이미 많은 광물이 탐사되고 광산을 운영중이라, 막스는 이 지역을 특별하다고 여기진 않았다.
하지만 원 역사에서 이 지역은 납과 아연 광산이 있는 미주리-캔자스-오클라호마 Tri-states의 중심. 이 광산의 등장으로 향후 100년간 미국을 세계 최고의 아연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광산이 발견되는 건 1877년.
그런데 무려 10년이나 앞서 납, 아연 광산의 존재가 알려졌다.
이렇게 시간이 뒤틀린 대는 막스가 땅을 매입한 게 결정적이었는데, 사람이 살지 않았던 곳에 머스코지 인디언이 거주하면서 황화납의 자연상태인 방연광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초에 이 정보를 듣게 된 인물은 체로키 부족의 반역자 톰 스타. 그가 동료인 토마스 벨 풀에게 이 사실을 알려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어찌 됐든, 막스가 광산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는 건 몇 년 뒤의 일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제인이 빵과 우유를 가지고 막스를 찾아왔다.
“어제 굉장한 정보를 알아냈어요.”
광산 사업을 주도하는 건 토마스 벨 풀.
그를 돕는 파트너는 체로키 인디언 톰 스타.
그리고 다른 마을 사람들은 전부 벨 풀의 부하 내지는 광산 사업에 참여하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놀라지 말아요. 엄청난 정보를 알아냈거든요. 어쩌면 여기에 제임스-영거 갱단이 올지도 몰라요.”
“인디언 사냥꾼들이 죽어서 도움을 요청했군.”
“맞아요. 예전에 남부 게릴라로 같이 활동했었대요.”
제인은 그들이 나눈 대화를 고스란히 전해줬다.
“아, 그리고 이 부근에 묻힌 광물도 알아냈어요.”
“납?”
“어떻게 알았어요?”
“쟤가 말해줬거든.”
제인이 고개를 돌리자, 킹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간밤에 지독하게 술을 퍼마시더니, 의외로 아침 잠은 없는 모양이었다.
킹은 제인을 밀치며 소리쳤다.
“너 내 등 두드린거 아니지!”
“......”
다 기억하는 모양이다.
잠시 침묵이 오고가고.
“콜록, 콜록!”
막스는 당장이라도 요절할 것처럼 허리를 요란하게 꺾어가며 기침을 해댔다.
“와, 어젠 기침도 안하더니!”
킹은 잔뜩 부풀어 오른, 뺨을 만지며 막스를 노려봤다. 이때 발밑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두드드드드.
킹과 제인이 눈을 껌뻑이며 한쪽 방향을 응시했다.
동트는 해를 등지고, 초원에 먼지를 흩날리며 질주하는 수십 필의 말들.
얼굴을 붉은 스카프로 가린 제임스-영거 갱단이었다.